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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8. 북청반란전 15. 제2차 북청공방전(다리)
작성일 : 18-02-20 05:07     조회 : 448     추천 : 0     분량 : 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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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애의 군막 앞에 젊은 장교들이 부복(고개를 숙이고 엎드림)하여 엎드려 있었다.

 그 부복 인원렬의 제일 막렬에 해명도 같이 엎드려 있었다.

 병사들이 아무 재미랄 게 없는 군진 내에서 자신들을 쥐잡듯 잡아대며 악을 쓰는 중간지휘관들이 단체로 땅바닥에 엎어져 있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건암과 종희는 각자의 무기인 사미벽천권과 사사비영모를 갖추고 병사들에 섞여 먼발치에서 엎드려 있는 해명을 보고 있었다.

 

 “어쩐지..... 도련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센데......”

 “모욕적이에요..... 그런데도 해명 도련님이 따르시네요.....”

 

  건암과 종희가 해명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지만 해명 자신은 부복하여 엎드려 있는 것도 의외로 신선한 체험이었다.

 

 ‘남 앞에 엎드린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었군...... 후후후..... 화는 나지만 못할 건 아닌데....?’

 

  부복이란 걸 처음해본 해명은 어릴 때에 역적으로 다뤄질 때 느꼈던 무력감과는 또 다른, 자신의 마음속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묘한 느낌, 제어할 수 있는 굴욕감을 흥미롭게 다뤄보고 있었다.

 

 “도총사 어른~! 간악한 적이 목전에 이르렀사옵니다~! 저희를 이끄소서~!”

 

 가장 연장자인지, 위계상 선임자인지 하나가 선창을 뽑자 뒤에 부복자들이 모두 맞추어 재창을 넣었다.

 

 “저희를 이끄소서~!”

 

  이 후 두 마디의 문장을 선창자가 뽑고 제창자들이 따르는 외침을 여러 번 반복했다.

 주변의 병졸들은 당장 적이 코앞에 닥친 상황인데도 장교들과 도총사가 벌이는 코미디에 싱글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일 각(15분)쯤 그랬을까? 도총사 장군막 앞에 부복한 장교들의 입안도 바짝 말라갈 무렵, 드디어 자칭 도총사 이시애가 장군막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관적들이 밖에 진을 쳤다고?......”

 

  눈 밑에 검게 그늘이 진, 공포에 시달린 티가 잔뜩 나는 얼굴로 나온 이시애는 적의 동향을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장교들에게 물었다.

 이 동북면 반란은 뭐가 되었든 이시애라는 이름아래서 벌어진 반란이었다.

 이 반란의 마무리에는 반드시 이시애가 반역의 징벌을 받든, 이겨서 이시애의 새로운 나라를 세우건 간에 아무튼 이시애는 직접 당사자였다.

 막사 안에서 꿍하게 앉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시애는 퀭한 눈으로 부복한 장교들을 훑어보다가 엎드려 고개를 땅에 처박은 해명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뭔가 이상한 낌새에 해명이 고개를 올려 보다 이시애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 이시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고 해명은 겸연쩍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

 때리고 미안한 멋쩍은 순간, 해명은 그저 엎드려만 있었다.

 

 “경군(한양에서 온 군사)을 물리칠 전략을 짜겠다. 모두 장군막으로 들라~!”

 “옛~! 도총사 어른~!”

 

  이시애의 부름에 부복한 장교들이 우렁찬 대답과 함께 일어섰다.

 잠시간 이시애가 그 자리에 서있자 장군막으로 들어가던 장교들이 서있는 이시애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시애의 입이 열리며 힘없이 속삭이듯 말이 나왔다.

 

 “.......해명도령.......”

 “예......예......”

 

  이시애가 해명을 부르자 해명도 고개를 들어 차분한 눈빛으로 이시애를 쳐다보았다.

 

 “그대도 장군막에 드시게. 수성전은 서로 간의 호흡이 중요하니.....”

 “아........ 알겠습니다......”

 

  해명이 살짝 놀라 일어나며 이시애를 쳐다보았다.

 나름대로 연장자의 양보같은 권유에 해명은 뻘쭘히 장군막으로 걸어 들어가는 데 같이 부복했던 젊은 장교들이 해명을 웃는 낯으로 크게 환영해주었다.

 

 “들어오시게~!”

 “같이 이야기를 좀 해보세~!”

 “우리가 힘을 합치면 저런 관적들 정도야...... 하하하하.......”

 

  같이, 함께, 해명이 이들과 여러 달 같이 거동하면서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말이었다.

 해명은 해운과 비합, 건암, 종희같은 자신이 가족이라 여기는 사람들과 연이 닿은 난힘자들을 제외하면 그 외의 인간들은 솔직히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잘해야 귀갱시 재료?

 그렇기 때문에 여러 달 군진에 같이 지내면서도 데면데면 지나치면서도 말 한 번 섞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해명을 “우리”, “같이” 라는 자신들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당겼다.

 상황에 휩쓸린 해명은 그렇게 장군막의 여러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그렇게 그들의 우리로 끌려 들어가 버렸다.

 

 ----------------------------------------------

 

  반대쪽 진압 경군의 중앙진채에서는 구성군 이준이 열명 정도의 호위병을 데리고 진지의 한 쪽 구석에 작은 막사로 들어갔다.

 

 “비합이라 하셨던가~?”

 

  이준이 다른 장군들 앞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는 음습한 말투로 말하자 한쪽 구석에서 사람 하나가 그 앞으로 걸어 나왔다.

 

 “예이~ 도총사어른 납셨습니까요.~”

 

  해명이 죽음을 슬피 애도했던 비합거사가 발목에 족쇄를 차고 느릿느릿 걸어 나왔다.

 발목에 족쇄를 차고 있기는 했지만 천막 안에는 모포가 두텁게 깔려 있고 식사그릇들이 늘어서 있는데다가 화로까지 있었다.

 족쇄만 제외하면 어지간한 고급장교 대우였다.

 

 “그래...... 그대의 기이묘사가 우리 군에 분명 도움이 되도록 잘 만들어 지고 있는 가?”

 “물론입니다요.~ 이미 동원할 나모가비를 여럿 준비하였고 저 자신도 직접 도총사 나으리를 도울 것입니다.”

 “음~ 그래..... 그래야지.....”

 

 이준이 말을 길게 끌어 맺고 한 호흡 쉰 후에 다음 말을 더하자 비합이 배시시 웃었다.

 

 “......그래야 죄를 씻김받고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헤헤헤헤...... 물론입죠.~ 반역죄를 없애 주시는 것만으로도 그 은혜 황공할 뿐이옵니다. 헤헤헤헤......”

 “주변의 정리가 끝나면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그때, 네가 기이수를 조종하여 선봉을 선다. 알겠느냐?”

 “맡겨주사이다.~ 헤헤헤헤.......”

 

  고개를 숙이고 양 손을 공손히 앞섶에 모으고는 고개를 숙이는 비합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준은 잠시 비합이란 사람의 계산을 다시 계산해 보았다.

 적의 기이수에 같은 기이수로 대응할 수 있는 이 자의 가치가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허나 지금 왕의 후계자인 해양군이었던 세자 이황이 이준의 아홉 살 밑의 동생이었다.

 이 동생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자신을 보는 눈이 영~ 곱지가 않았다.

 다음 그 눈이 희번뜩한 동생이 왕위에 오른다면 자신이 지금처럼 왕실의 종친으로 멀건히 있어도 될 것인가?

 조정 내에 자기 세력을 만들어 놓는 것이 더 좋을 것인가?

 조정 내에 세력을 만든답시고 나대다가 더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닌가?

 이준은 처음 동북면 반란 진압의 특명을 받고 출발할 때부터 고민하던 문제였다.

 반란으로 들어선 정권에서 다음 반란자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어떤 식으로 타개할 것인가?

 설상가상 진압군의 총책임자라는 커다란 자리에까지 앉게 된 상황, 승리자로 돌아가도 패배자로 돌아가도 자신은 고단한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데다가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대로 역적으로 몰려 사약이나 목 매달 비단 한 필이 덜컥 날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의 죽음과 삶의 이면의 질서를 이리저리 주무를 수 있는 이 자의 존재라면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이 사람은 자신, 왕실 종친인 이준의 보호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다.

 

 ‘이 자를 내 수하로 거둔다면.......’

 

  비합이란 이 노인은 지금 반역죄에 가담한 죄를 사해주는 댓가로 자신을 돕겠다고 했었다.

 

 “스스로를 보중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필요한 것이 높디 높고, 귀하디 귀하신 어르신의 상황일 것입니다. 아닙니까?”

 

  역적으로 참수를 하려할 때 이준을 꿰뚫는 느낌의 눈빛으로 보며 필사적으로 외치던 이 노인의 간청이 귀에 아직도 쩌렁쩌렁했다.

 언제까지 내편에 설 것인가? 얼마나 나를 따를 것인가? 나는 이 노인을 어느 선까지 사용해야 할까?

  나이만 생각해보면 이준이 민망할 만큼 다소곳이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비합을 빤히 보고 있던 이준은 결국 그 자리에서 생각을 정리 못하고 등을 돌렸다.

 

 “가겠네~”

 “살펴가소서~”

 

  비합의 배웅인사에 대답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 이준은 자신의 도총사 군막으로 돌아갔다.

 비합은 그 이준과 호위병이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군막 안으로 들어가며 피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어린놈의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히히히히...... 반란으로 들어선 조정, 그 조정 왕실에 몸을 담았으니 결국, 모두 거짓 예의와 가짜 충성에 늘 쫓기게 되는 게지...... 믿지 못하는 위나, 믿게 해야 하는 아래나..... 히히히히..... 그 틈 사이에서 찌르는 법만 알면 절대 죽지 않는 법! 히히히히......”

 

  아무도 듣지 못하는 비합의 음습한 비웃음이 서늘한 밤, 군막의 땅바닥에 떨어져 깔리며 퀴퀴한 구린내를 남기고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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