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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8. 북청반란전 13.부활한 범(허리)
작성일 : 18-01-10 19:44     조회 : 501     추천 : 0     분량 : 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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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나쁘군..... 나빠......”

 

  이시애는 지휘군막에서 팔짱을 끼고 불안한 듯 서성대며 계속 혼잣말을 중얼대고 있었다.

 간밤에 나간 해명과 동생 시합이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뜨도록 아무 기별이 없었다.

 

 ‘시합이 놈, 들킨 걸까? 아니면..... 뭐가 되었던 해명은 돌아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해명을 시합이 불총으로 쏴 맞췄나? 그럼 시합이 놈이 돌아와야지...... 둘 다 안 돌아오는 경우라는 건.....’

 

 이시애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간 모두가 다 돌아오지 않는 건 뜻 밖이었다.

 만일 예측하고 걱정한 모종의 이유로 둘이 충돌하여 서로 같이 죽게 되었다면?

 그게 아니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제삼의 이유로 돌아오지 못하는 거라면?

 이시애는 군막에 장교들을 불렀다.

 

 “지금 곧 병력을 경계태세로 유지하라ㅡ! 그리고 20명 규모로 정찰조를 여럿 준비하여 주변을 돌아다니며 정찰망을 펴라ㅡ!”

 “......? 에...... 옛.....!”

 

  한참을 서성이다 갑자기 중간지휘관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쏟아내자 중간지휘관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허나 최고 지휘관의 명령에 반론이 있을 수가 없다.

 바로 진이 소란스러워지더니 각 진책과 망루에 병사들이 우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벼운 복장의 기마병들이 각 진문으로 부산스레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시합은 내 동생이니 적에게 투항할 수 없다. 해명은 이 나라 조정에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지...... 만일 둘 다 안 돌아오는 경우라면,...... 중앙군이 숨어 있다가 둘 다 잡혀버린 상황이라면...... 그럼 지금 이 주변에 중앙군이 이미 진주해 있을 수도......’

 

  이시애는 동생 시합과 해명 중 둘이 같이 돌아오던지 아니면 둘 중 하나는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둘이 같이 돌아온다면 해명의 배신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해명만이 돌아온다면 분명 해명이 적에게 항복하려다 시합의 불총에 죽은 것일 것이니 시합에게 다시 얘기를 들으면 된다.

 해명만이 돌아온다면 아무 일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해명을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

 시합이 해를 입었다는 얘기니 가장 안 좋은 상황이다.

 이 세 경우가 다 아니라는 것은, 둘 다 뭔가 제 삼의 변수에 해를 입었다는 것이니 확인을 빨리 해야만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시애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으나 해결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미 북청 공방전에서 퇴로 확보를 위해 상대에게 무릎 꿇었던 영향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관계로 군의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여차하면 항복도 가능한 지휘부를 믿고 목숨을 걸 병사들은 없다.

 군내의 분위기는 계속 술렁술렁 거렸고 이시애도 그런 자신의 군의 분위기를 알고 있기에 계속 불안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군막이 모두 비어있고 자신만이 허울좋은 도절제사 깃발아래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악몽을 몇 번씩 꿨더랬다.

 결국 불안감은 판단을 움추려 드는 방향으로 잡도록 만들었다.

  정찰대가 주변에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음에도 이시애는 군을 현재 점령하고 있는 북청성으로 후퇴하였다.

 좀 더 시설이 단단하고 탈영이 어려운 높은 성으로 옮긴 것인데 결국, 밀고 내려 갔어야할 북청군의 호기는 이시애가 내 던져 버렸고 북청성과 중앙진압군 사이에 군사적 큰 진공이 생겨났다.

 그 진공은 승리하는 쪽이 메우게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

 

  머리에 붕대를 아직 감고 있는 항현이 일어나 앉아 있었고 그 주변을 은씨 일족이 둘러 앉아있었다.

 

 “그래, 이제는 몸이 괜찮으신건가?”

 

 지란이 항현에게 차분히 말하자 항현도 웃으며 대답하여 지란을 안심시켰다.

 

 “예, 약간 어지러운 것은 있지만 이젠 의식만은 또렷합니다!”

 “갑자기 해명이 놈, 지 쇠작대기를 챙기더니 훌쩍 떠나길래 어째서 그러느냐 물어보았지. 그랬더니 자네가 일어나 자기는 떠난다더군...... 말도 안 되는 핑계는......”

 “.......”

 

 중간 말이 많이 빠진 해명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항현도 수빈도 다른 말을 안했다.

 하기 민망한 얘기다 보니 그저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잠시간의 침묵 후에 항현을 보며 엄지도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했다.

 

 “일어나셔서 다행입니다. 여기 수빈님이 눈물이 마를 때가 없으셨습니다. 어찌나 많이 우시고 슬퍼하셨는지.....”

 “.......”

 

  미소지은 항현이 말없이 수빈으로 눈길을 옮기자 수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저 말없이 항현의 눈길을 받아들이고만 있었다.

 그런 와중에 밖에서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 어디 계세요~?”

 “이모~ 나 왔어요~”

 

 항현에겐 낯선 목소리였다. 그러나 수빈에겐 어쩐지 아련히 느낌이 드는, 기억에 있는 목소리였다.

 

 ‘누구였더라? 이 목소리......’

 “우리 여기 있다~! 옆 움막~!”

 

 지란이 큰 소리로 부르자 곧 두 아이가 움막 안으로 들어왔다.

 자그마한 남자아이 하나, 그리고 그 보다 키가 조금 더 큰 여자아이하나.

 남자아이는 작은 데도 말하는 것이 어쩐지 의젓했다.

 

 “어머니, 누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아이 특유의 앙증맞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말본새가 귀엽기 그지없다.

 수빈이 흐뭇하게 웃으며 아이를 보았는데 갑자기 뒤의 조금 더 큰 여자애가 까악 소리를 지르며 수빈을 불렀다.

 

 “어마~! 까앜~! 언니~! 수빈 언니~!”

 “응.....?”

 

  여자아이가 때그르르 달려와 수빈의 옆에 앉더니 동그란 눈을 뜨고는 수빈을 빤히 바라보았다.

 

 “언니, 나,...... 나...... 나 기억안나요?”

 “........”

 

  수빈은 금강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간호하는 위무행을 하던 지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왔다.

 그중 하나인가? 하는 생각에 기억을 연신 뒤져 보았다. 그러나 기억이 나는 아이가 전혀 없었다.

 

 “흐응~ 서운하다~ 난 언니 한번도 잊은 적이 없는 데..... 흐응~”

 “!”

 

 흐응흐응~ 콧소리로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의 말에서 갑자기 수빈은 퍼뜩 그 콧소리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같이 떠오르는 공감각이 있었다.

 어두운 지하.

 시체가 썩는 코코한 냄새와 그림을 그리는 물감의 새캉한 냄새.

 묘한 정적과 깊은 곳에서 울리는 음습한 효후성.

 그 모든 감각이 한 군데 모여 있던 그곳.

 해명의 적멸암 지하!

 

 “해운이? 그때 지하에서~! 해운이? 맞지?”

 “이히히히히~ 이제야 기억하네~ 언니~ 수빈 언니~ 히히히히~”

 

  수빈과 해운은 그제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지란이 그런 수빈에게 상황을 물어보았다.

 

 “처자는 이 아이가 누구인지 아시는 가?”

 “해운이지요. 지난 날 지하 적멸암에서 만나 잠시 지낸 적이 있사옵니다. 해명의.....”

 

  수빈이 다음 말을 하려다가 그제서야 새삼, 해운이 해명의 동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마냥 좋게 웃을 사이가 아닌 것이다.

 수빈이 고개를 돌려 항현을 쳐다보자 항현이 난감한 듯 표정이 굳었다.

 

 ‘이 아이가 해운이구나..... 그러고보니 그때..... 무자비하도록 강한 기운을 가진 쇠끝마을의 그 아이......?’

 

 항현은 밤에 해명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바깥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 운이가 나가더라도 조정의 인질 따위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

 

  항현은 해운을 가만히 쳐다보았고 해운도 수빈과 깔깔대다가 항현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아저씨는 왜 날 보고 저리 무서운 얼굴을 하실까? 머리에 붕대는 칭칭 감고는..... 잠이나 잘 것이지....’

 

  해운은 항현의 굳은 얼굴에 입을 실쭉, 내밀고는 고개를 돌렸다.

 항현은 그런 해운의 모습에 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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