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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8. 북청반란전 10. 회산봉 (허리)
작성일 : 18-01-07 12:39     조회 : 459     추천 : 0     분량 : 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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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현이 정좌세로 운기조식중일 때 군막의 앞섶이 열리며 차가운 밤바람이 막 안에 휘몰아 쳤다.

 

 “나서시오. 새타니 처자를 만나러 가십시다.~”

 

 언제 들어도 음산한 비합의 목소리가 항현의 귓전을 때렸다.

 항현이 일어나며 비합의 오른 손에 쥐어 있는 자신의 사인참사검을 보았다.

 

 “내 검을 살펴보시니 어떻소? 이제 마음이 좀 후련하시오?”

 

  자신의 무장을 빼앗긴 무인의 심정이 어떨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빈정대듯 한 마디 던지자 비합이 심드렁하게 입술을 우그러뜨리며 대거릴했다.

 

 “대단한 건 없더군.....요...... 우리의 주술구와 같은 원리라는 것은 알았소.....이다......”

 

 부자연스런 경어에 듣는 항현이 더 불편했다.

 

 “그럼, 볼 것 다 보셨으면 돌려주시지요? 남의 것을 가지고 계신 것도 천리에 역행이라 그리 계속 가지고 계시면 팔자가 사나워지오.”

 

 사흘 포로 생활에 이죽거리는 솜씨가 제법 는 항현이었다.

 그런 항현에게 독기를 다 뺏긴 듯 비합이 조용히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될 말! 무기를 돌려주었다가 무슨 일이 나라고? 무기를 돌려주어 허리춤에 차실 거면 포박을 하겠소! 그 편이 더 마음이 나으시겠다면 그리 하시오.”

 

 칼을 차고 꽁꽁 묶여 있는 것 보다는 칼을 맡기고 당당히 걸어가는 것이 수빈 보기에도 덜 창피할 것 같아 항현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 아니...... 이리 합시다. 그러나 내 돌아갈 때 내 것은 꼭 돌려주시구려.....”

 “나 원, 포로가 아니고 놀러온 손님 같구려, 걱정마시오. 별로 우리가 만든 것과 크게 차이도 없는 것이니 탐나지 않소.”

 

  비합이 포로 신분의 항현에 내 물건 꼭 돌려달라는 말을 어이없다는 듯 퉁을 주자 항현이 낯을 붉혔다.

  말로 한 대 맞고는 항현은 더는 말을 안했다.

 밖으로 나오자 두명의 군졸이 그 앞에 횃불을 들고 서있었다.

 항현이 횃불빛에 곁눈질로 자신의 사인참사검을 살폈더니 칼자루와 칼집을 삼줄로 두텁게 동여매어 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돌려 드려도 우리 앞에서 뽑을 생각은 마시라는 겁니다. 이 삼줄을 한참 푸시던지 칼로 끊어 내야 할 겝니다.”

 

  항현의 눈길의 방향으로 눈치챈 비합이 먼저 질러 답을 던져주자 항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그들을 따라 나섰다.

  비합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항현의 앞에 길라잡이를 섰다.

 

 “나오십니까? 가시죠! 저도 같이 배웅을 하겠습니다!”

 

 해명이 사술극을 뒤에 매고 벌써 나와 서있었다.

 비합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얼굴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배웅이라면 여기 비합거사와 병사들로 충분한데 어찌 몸소 나오셨는가? 나따라 이들 중 누가 귀순이라도 할 까봐서.....?”

 

  항현의 모르는 척, 농담인 척, 해명에게 말하는 척하며 비합에게 질러 넣은 한 마디에 이번에는 비합의 얼굴이 하얗게 떠 버렸다.

 

 “후후후...... 어인 말씀을..... 우리는 다 이 나라의 조정에 평범하지 않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오. 말도 안 되는...... 후후후......”

 

  엉뚱한 농담을 다한다는 듯이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지으며 해명이 항현의 뒤를 따랐다.

 항현의 앞에서 길을 잡아가는 비합은 얼굴이 허옇고 벌건 것이 그야말로 김칫국물 뿌린 두부 조각 같았다.

 

 ‘이놈이...... 은근슬쩍.......’

 

  사인검으로 한 마디 받은 것에 대충 돌려줬다고 생각한 항현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비합을 따라 걸었다.

 

 ------------------------------

 

  이시애는 해명의 다독임에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곳도 있었다.

 

 ‘일단 이 밤에 자기 문제를 풀고 내일을 봐주겠다하였는데 군의 일보다 중한 일이 대체 뭐란 말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이시애는 군막 앞의 머슴을 불러 사람을 하나 불러오게 했다.

 

 “중군 부총사 이시합장군을 부르거라! 도총사가 부른다 전하라~!”

 

  짧은 말을 듣고는 잊을 세라 계속 입으로 읊조리며 머슴아이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이시애를 닮아 풍채가 크고 안면에는 꼬불수염이 가득한 붉은 갑옷을 입은 사람이 군막에 들었다.

 

 “형님, 무슨 일이우~?”

 

  이시애가 군내의 도총사란 지위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운신을 근엄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게 동생은 여염의 중년남자 같은 평범한 말투로 이시애를 불렀다.

 

 “지금 너는 해명도령이 가는 곳을 따라 가 무엇을 하는 지 알아오너라! 반드시 내게만 보고하여야 한다!”

 “예? 지금 보니까 계곡 밑 검은 군막의 주변을 정돈시키는 것이 그 으스스한 병풍을 펼칠 모양이던데....... 꼭 그래야 하우~?”

 “검은 군막을 정돈한다고? 이 밤에~? 어딜 가려고~?”

 

 이시애가 깜짝 놀라며 동생 시합에게 되묻자 이시합은 뾰루룽하게 대답했다.

 

 “낸들 알겠소? 그 귀신 사촌같은 것들은 산 사람보다 귀신들과 더 친하니 귀신만나러 가나 보지요.”

 “.......”

 

 이시애가 잠시 말없이 팔짱을 끼고 생각을 가다듬은 후에 시합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네가 반드시 따라가야겠구나?”

 “에~!? 왜요~?”

 “해명, 그 어린놈의 눈치가 조금 이상하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해.”

 “그 놈은 우리보다 먼저 조정에서 역적으로 찍어둔 놈이라면서요? 설마 조정에 투항하겠수~? 우리가 그 놈 목으로 투항하면 몰라도......”

 

 이시애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동생에게 면박 투로 말했다.

 

 “모르는 소리-! 그놈이 선수쳐서 우리 목을 조정에 투항조건에 걸진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느냐?”

 “에~? 그 놈이 그럴 눈치예요?”

 

 이시애는 펄쩍 뛴 동생에게 한 번 더 쥐어박듯이 이야기를 했다.

 

 “지금 그것을 확인하려는 게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데서야 당연히 우리에게 충성한다 할테니 우리가 보지 않는 데서의 그 놈의 행동을 몰래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보고 그 놈들이 그 이상한 병풍을 이용해서 가는 곳을 따라가 보라고요?”

 “그래! 바로 그 얘기다!”

 “음....... 그 병풍을 따라서 가는 곳은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새카만 괴상한 곳인데다가 그 놈들이 먼저 들어가 병풍의 연결을 닫아 버리면 가고 싶어도 못 따라가요.”

 

 이시애가 동생 시합의 하소연을 듣고는 여지가 많은 명을 내려주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거라. 병풍 저쪽에서 닫아걸면 하는 수 없지. 그럼 그냥 돌아오너라. 무슨 성과를 반드시 가져 오라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그 놈의 행동을 살피기만 하면 되느니........”

 “그럼 내 불총도 가져 가겠수......”

 “마음대로 하거라. 틀키지 않는다면 무엇이라도 좋다.”

 “.........여차하면........”

 

  이시합이 불총착용을 허락받고는 한 걸음 더 나가 만일의 사태에 행동의 자유를 허락을 구하는 말을 지~잌 끌며 말하자 이시애는 너무 겁을 내는 동생에게 일을 시키고자 하는 욕심에 후회할 지시를 내리고 만다.

 

 “네가 위험해 진다면......., 놈들이 놔주지 않으려 하거든, 힘으로라도 뿌리치거라!”

 

  이시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형인 시애의 입을 쳐다보자 이시애는 잠시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다음 말을 내뱉었다.

 

 “....... 힘닿는 데로 뿌리치거라....... 괜찮다!”

 

  이시합이 미소같이 입꼬리를 올리는 듯하더니 벌떡 자리를 일어나 바로 군막을 뛰어 나갔다.

  이시애는 동생이 박차고 나간 군막 안에 들이치는 밤바람의 한기로 갑자기 서늘한 불길함을 느꼈다.

 

 ‘이거...... 일을 제대로 한 건가......? 내가 너무 앞서 나간나......?’

 

  이시애는 생각이 살짝 틀려졌다.

 살짝만 세기를 낮추어 조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수준으로 세밀하게 지시를 내린 들 그런 정교하고 섬세한 수준을 잘 맞출 수 있는 동생도 아니어서 일어나려다 그러지 못했다.

 더구나 방금 내린 명을 바로 거둘 수도 없어 잔뜩 찡그린 얼굴로 엉거주춤, 어정쩡한 몸짓으로 한참 동안을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한 채로 있었다.

 시간을 한참, 그렇게 흘려보낸 후에는 결국 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냥 군막 안에 주저 앉아 버렸다.

 

 ------------------------------

 

  항현은 비합을 따라 밤중 산골짜기를 일각(약 15분)쯤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했다.

 곧 큰 죽은 나무의 밑에 세워진 검은 천막에 다 달았다.

 

 “제법 큰 천막이군......”

 “저희 재산이 거의 다 들어있지요.”

 

 해명이 항현의 한 마디에 바로 받아 대꾸했다.

 

 “너희 재산?”

 “저희 언문주로 만든 각종 기물들과 준비물들이죠. 요 근래 기묘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해명이 자랑하듯 말하자 항현은 피식 웃으며 빈정거렸다.

 

 “그래......, 그런 것도 재산이라면 재산이겠지, 많이 모아 큰 부자가 되시게........”

 “어째 냉소가 많이 느셨습니다.”

 

 해명이 항현의 말이 살짝 다른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 지 호기심어린 퉁수를 놓았다. 그러자 항현도 바로 받아 얘기를 이어갔다.

 

 “그것으로 부자가 되어 편히 살 수 있겠나? 재산을 모으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던가? 잘못된 것을 모아 안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긁어 모은 그것이 재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말일세......”

 “흠...... 돈으로 바꾸려면 못 바꿀 물건도 아니오. 전부 이 비합이 힘을 다해 모은 것이니......”

 

 항현의 대답에 비합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퉁명스레 대꾸했다.

 해명이 그 뒤를 바로 덧붙였다.

 

 “돈으로는 안 바꿀 뿐입니다. 저희는 그리 작은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오로지 천하를 노릴 뿐입니다.”

 

 그말을 들은 항현이 고개를 돌려 해명을 보자 눈이 마주친 해명이 싱긋 웃으며 약 올리듯 말했다.

 

 “어때요? 안심되지 않으십니까?”

 “그래..... 차라리 다행이다.”

 

  항현이 선선히 대답하자 해명은 빙글빙글 웃었지만 비합이 고개를 살짝 뒤로 돌리고 인상을 심하게 썼다.

 바로 고개를 돌려 앞을 봤지만 그 표정이 항현의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비합은 자신들의 주법으로 돈, 재물을 모으지 않는 것이 불만인 듯 했다.

 이런 운영의 불일치도 이들이 분열의 한 원인 되었을 것이다.

 항현의 다행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범궐도 가능한 난힘자 집단이 돈, 재물을 노리고 민가의 부호들을 노리기 시작한다면 그 혼란을 항현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래도 대망을 품은 놈이라 조무래기들과 다르긴 다르군......’

 

  밤길을 나란히 걷는 세 남자의 표정은 묘한 차례를 이루었다.

 선두는 엉망으로 얼굴을 구기고 있었고 두 번째는 심각하게 굳어있었으며 마지막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검은 천막 앞에 도착한 셋은 천막을 살피기 시작했다.

 비합을 보좌하던 두 사람은 먼저 천막의 앞에 횃불을 밝히고 기다리고 있었다.

 항현은 처음 본 천막의 크기에 놀라 위 아래로 살폈고 비합은 이상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좌우로 살폈으며 해명은 눈길을 조금도 뿌리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입구의 장막을 열었다.

 

 “들어오시죠. 항현님.”

 “...... 아마도 기다리고 있는 물건은......”

 

  해명의 입장 권유에 항현이 혼잣말을 하며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항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연폭소병이었군......!”

 

  항현은 함길도에 들어선 이후로 뭔가 해명과 비합, 건암들이 너무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물리적 거리를 너무 빨리 뛰어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바로 다음, 짚어졌던 것은 바로 대사헌 김종순의 집에서 보았던 연폭소병이었다.

 

 “어느 정도는 눈치 채셨나 봐요? 별로 놀라질 않으시니...... 헤헤헤.....”

 

 해실거리는 해명이 항현에게 묻자 항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합이 둘을 비키게 하며 병풍 앞에 선 후, 조그많게 주문을 읊조렸다.

 눈처럼 하얗던 병풍이 먹을 간 벼루같이 새카맣게 변했다.

 

 “흑암지옥을 경유하던 경로를 버리고 다른 다름누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어둡고 괴상한 공간이니 저희를 잘 따라 오세요. 헤헤헤.....”

 

 해명이 말하고 소병으로 바로 들어가자 비합이 항현에게 권했다.

 

 “뛰어드시면 됩니다. 그 어떤 함정도 없소이다.”

 “...... 나도 들어가 본 경험이 있어요. 의심도 않고....... 염려마시오.”

 

  항현이 비합에게 대답하고는 해명을 따라 소병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비합이 들어갔다.

 세 사람이 들어간 곳은 깜깜한 어둠 속에 저 앞에 한줄기 빛만이 새어 나오고 있는 기묘한 곳이었다.

 

 “해명 도련님, 문을 닫을까요?”

 

 비합이 묻자 해명이 잠깐 생각한 후에 대답했다.

 

 “...... 금방 돌아 올 곳인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얼른 갔다가 돌아오도록 하죠.”

 “...... 예, 알겠습니다.”

 

 셋은 한줄기 빛이 나오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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