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본진 피습
보냈던 전령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보고 강순의 북청점령군은 상황을 눈치챘다. 그러나 신원의 이준 본진은 이미 전령을 보내 놓은 후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북청쪽 보다 한시진(2시간) 느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북청에서는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도 이쪽은 전혀 알지를 못하고 있었다.
곧, 한 시진이 지나 전령이 도달해야 할 때에 전령이 오질 않는 것으로 도총사인 구성군 이준도 이상 상황을 감지했다.
“어째서 전령이 안 오는가?”
“글쎄요. 저희 쪽에서 전령을 보내 볼까요?”
“음.......”
이준도 강순이 한 것과 같은 상황예측을 하고 있었다.
적이 이대로 물러가 어디론 가로 사라지지 않을 테니 어디론가로 튀어 나올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이미 해가 진 이후라 이준은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준은 전령을 하나 가려뽑아 지시를 자세히 말해주었다.
“북청으로의 전령이라기보다는 가는 길목마다 별일이 없는 지 잘 보거라. 만일 별사가 있을 시에는 바로 본진으로 도망하여 보고하라! 절대로 중간에 잡히거나 죽으면 안된다. 변고가 있을시 무조건 본진으로 도망쳐라!”
무조건 도망이라는 정말 따르기 쉬운 명령을 받은 전령은 곧 말을 몰아 진을 뛰쳐나갔다.
정찰겸 전령을 보낸 이준에게 갑자기 수빈이 들이닥쳤다.
“도총사 나으리! 사악한 기운이 다가옵니다-!”
“!”
이준은 그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명령들을 하달했다.
“각 총통들을 지시한 장소로 이동시켜라!”
“진을 수비한다. 각 등패수와 창군들은 모두 진의 목책으로 이동하라-!”
“각 총통들 마다 7발의 탄환과 화약을 준비하고 2차 보급에 만전을 기하라-!”
이준은 수빈의 사악한 기운을 느끼는 수빈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녀는 실제로도 언제난 피습을 당하기 1~2각(1각=15분)전부터 준비가 가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총통수, 등패수, 궁수, 창군들이 진의 목책 뒤로 배치되자 적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워어어어어~~~”
“움직이는 나무다-!”
“나모가비가 일단 둘......”
수빈이 진문 쪽을 보며 수를 샜다.
그때 반대쪽에서 비명같은 외침이 또 들려왔다.
“여.... 여기도.....! 움직이는 나무다-!”
“!”
수빈이 놀라 소리를 지른 쪽으로 달려갔다.
목책으로 두른 진지의 서쪽 중앙쯤이었다.
“크워어어어........”
“여기는 셋..... 무슨 생각이지? 이 진을 아예 포위하려는 건가? 그리 많이 동원을 한다고?”
수빈이 생각하고 있을 때 한사람의 포졸이 수빈을 향해 뛰어 왔다.
“저.... 새타니님! 여기 좀 봐주세요.”
“예?”
“동북문에 저 움직이는...... 저..... 나무도가비가 나타났습니다.”
수빈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손을 하늘로 향하고 주문을 외웠다.
“밝음의 새는 어둠의 쥐를 쫓나니
높이높이 나르샤 검게 숨긴 어둠을
밝게밝게 살피라-!
밝음의 새여-! 날아라-!
일광통찰조-!”
수빈의 손에서 나온 불의 새가 하늘에 또 날개를 활짝 펼쳤다.
군진의 서쪽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우아아아아-----!”
밤이 대낮처럼 밝아지자 진의 서쪽 병사들이 큰 환호성을 질렀다.
이곳에는 총통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아 수빈이 이정도는 해놔야겠다고 판단하고 주술을 시전한 것이다.
“조금만 버티세요! 곧 다른 곳에서 지원이 올 겁니다!”
“예~! 새타니님~!”
수빈은 병졸과 함께 진의 동북문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도총사 이준이 있었다.
“아~ 오셨는가?”
“도총사 나으리~!”
“남쪽, 서쪽에도 나모가비가 나타났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이곳은.....?”
수빈이 눈을 돌려 밖의 상황을 살폈다.
이곳이 주전장이었다.
나모가비들이 얽혀 지옥도가 연출되어있었다.
줄잡아 열도 넘어 보였다.
“작은자가 다다모여
한무게가 되는 것은
세상이치중 가장 특별하며
세상별리중 가장 평범하도다.
서령천근추---!”
주먹 반 만한 철추가 날아와 수빈의 머리를 노렸다.
수빈이 주문을 듣고 대비를 하고 있던 참이어서 머리를 돌려 가볍게 피하고는 눈이 추가 날아온 끝을 향했다.
수빈은 이 무기를 알고 있었다.
어둠과 가깝고 각종 묘술에 박식한 늙은이!
비열하고 어둠 속에서 항현과 자신을 죽일뻔한 흉한!
비합거사였다.
“아가씨가 이 진에 있다니...... 조정이 또 난힘자들을 뒤적거렸구만..... 흐흐흐....”
“용서를 받고 조용히 계셔야 할 분이 어찌 또 이런 난행을 벌이신단 말입니까?”
수빈이 저 멀리에 시선을 두고 가만히 서있는 모습에 주변의 병졸들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수빈이 나누는 대화가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전음이었다.
반대쪽 끝에 있는 비합거사가 수빈에게 전음으로 말하고 수빈도 전음으로 답하고 있는 중이었다.
“용서라...... 이유가 조카의 용서를 받았다고 마치 결백한 인생인양 떳떳한 척하는 것이 배알이 꼴려서 그냥 봐줄 수가 없구만.....”
“뭐라고요? 죽은 원귀에게 정성을 다해 빌어 용서를 구하고 받은 아름다운 일에 배알이 꼴려요? 당신 속이 비비 틀려서 그런 걸 누구를 탓하고 이런 난행을 벌려요!”
전음으로 빽 소리를 치자 비합이 깜짝 놀랐다.
“처자가 성질이 많이 나빠졌구만. 노인에게 전음으로 이리 소리를 지르다니..... 깜짝 놀랐네그려.....”
“말 같잖은 소리를 하니까 그렇죠! 얼른 이 흉한 것들을 거두어 있던 곳으로 돌아가세요!”
노인의 능글맞은 소리에 수빈은 여전히 식식대며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라는 소리에 비합은 헐헐대며 거절했다.
“후후후...... 그럴수야 없지. 지금 북청에 들어앉은 선봉군도 나모가비들이 들이 닥쳤으니 곧 끝장이 날걸세.... 그리고 이곳 신원의 본진도 나 비합님이 모조리 귀갱시로 바꿀 것이야~!”
“사람 우습게 보지 마세요! 호락호락 가만히 놔둘 것 같아요?”
“후후후......”
저 멀리서 비합이 손을 번쩍 들었다.
동시에 나모가비들이 우루루 일어나 목책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준비~!”
도총사 이준이 손을 높이 들자 각 총통들이 화약을 재우고 탄환을 넣었다.
“발사-!”
“콰-콰-콰-콰-콰-콰---------!!!!!!”
이준이 올렸던 손을 빠르게 내리자 모든 총통이 나모가비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포연이 자욱하게 목책을 감돌았다.
수빈과 이준, 병사들이 긴장된 눈으로 목책 밖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