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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8. 북청반란전 1.이시애(다리)
작성일 : 17-12-29 17:22     조회 : 40     추천 : 0     분량 : 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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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감 스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혜감 스님~~~~~”

 “혜감 스님~~~ 살려주세요.~~~~~”

 

  얼굴이 검푸른 빛을 띠는, 한 눈에 봐도 병자임을 알 수 있는 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 절간의 일주문(절의 정문, 대문) 앞에서 감히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울며 보채기만 하고 있었다.

 다들 얼굴이 창백하고 핼쑥했으며 더러는 얼굴에 괴상한 피고름의 물집이나 겉옷까지 배어나온 진물 자국 등이 있는 환자들이었다.

 

 “차례를 기다리세요. 한 분씩 시료하실 꺼예요~!”

 

  싱그러운 이슬 같은 청량감있는 목소리가 질서를 잡기 위해 짐짓 엄격함을 연기하며 사람들의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하얀 피부의 여린 팔과 목선을 가진 가녀린 아가씨가 말은 위압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몸이 아픈 불쌍한 사람들에게 가진 동정심을 감출 수는 없었는지 하얀 면포를 가지고 다니며 진물, 피고름 등을 닦아주며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잔손을 많이 놀리고 있었다.

  병자들도 그 아가씨의 연기와 자신들에게 기울이는 수고를 몸으로 느끼다보니 위압을 가장한 부탁에 어느 높은 명령보다도 잘 따르고 있었다.

 

 “할머님, 다음 순서시니 제 손을 잡으세요.”

 

  무릎이 아픈 지, 허리가 아픈지 몸을 한없이 웅크리고 가느다란 여인의 손에만 의지한 채 늙은 노파는 일주문을 지나 절안의 요사의 한 칸 방에 들어가 파란 머리의 여승을 만났다.

 

 “할머님, 무릎이 아직 아프세요?”

 “혜감 스님,...... 어흐흐흐흨~!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제가 나이 스물이 넘어 겨우 혼인하여 낳은 제 아들놈이요...... 어디서 요사스런 계집애를 만나더니..... 어미 보기를 먹다버린 달걀 껍질처럼 봐요~ 어흐흐흐~ 아이고~! 억울해~! 내가 자식을 키우느라 한 평생 맛난 것 못 먹고, 좋은 옷 못 입고........”

 

  무릎이 아프냐는 말에 난데없이 자식 흉이 벌산을 하는 노파에게 혜감은 미소를 짓고 들어주고 있었다.

  노인의 통증은 심인성(마음에 원인이 있음)인 경우가 많음을 혜감 스님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이런 식의 푸념이나 한풀이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파는 한 이각쯤(일각= 15분 2각=30분) 되는 소리, 안되는 넋두리를 주워섬기다 차츰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혜감이라고 불리던 여승이 병에 대해 물어봤다.

 

 “보살님, 무릎이 계속 아프시죠~?”

 “.....하아~...... 예~ 스님, 말을 들어 주시는 게 스님뿐인 인생이라 혜감 스님을 뵙기만 하면 이 늙은 것이 주책이 차고 넘칩니다...... 예~ 예~ 무릎이 계속 욱신욱신 한 것이 비가 내리기만 하면 너무 끊어지듯 아프고.....”

 

  이제야 병증의 증세에 대해 얘기를 하려는 데 사찰의 일주문에서 갑자기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비켜라-! 비키지 못할까-! 비키거라-! 어서-!”

 

  노파를 모시고 온 아가씨와 방안의 혜감 스님과 노파가 놀란 눈으로 밖을 쳐다보았다.

 일주문에는 무관복 차림의 사내둘이 환자들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앞 선자가 부관인 듯 환자들을 좌우로 밀어내어 길을 트고 뒤의 사람이 트인 길을 따라 경재로 들어왔다.

 

 “병자들이다! 함부로 재우치지(재촉하지) 말거라!”

 

  뒤에 사람이 앞의 길라잡이를 한 마디 제지하자 그제야 앞 선자가 말을 멈췄다. 허나 이미 길이 다 열렸기 때문에 더 소리 지를 필요도 없었다.

 병자들을 윽박지르고 들어온 관복의 불청객들에게 옆의 여인이 나서려는 것을 혜감 스님이 부드러운 손짓으로 말리며 직접 일어나 나아가 관복의 사내들 앞에서 합장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나으리?”

 “이 곳에 혹시 혜수빈이란 처자가 있지 않은 지요. 새타니로 새와 관련된 난힘을 쓰신다고 합니다만......”

 

  길라잡이와는 다르게 뒤의 상전인 듯한 자는 말투가 예의바르고 상냥했다.

 그 말투에 혜감 스님이 다시 다소곳한 말투로 되물었다.

 

 “무슨 일로 그 아이를 찾으시는 지요?”

 “나랏일로 그 분을 모시기 위함입니다. 그 분은......”

 

 관복의 사내가 눈을 들어 사나운 눈을 하고 혜감 뒤에 서있는 가녀린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혹시...... 뒤에 계시는 분께옵서.....”

 “......”

 

  혜감 스님이 뒤로 눈을 돌려 아가씨를 보고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나 뒤의 아가씨는 고개를 도리질 하더니 씩씩하게 무관의 물음에 대답했다.

 

 “예!, 제가 새타니인 혜수빈입니다. 나라에서 저를 어쩐 일로 다시 찾으시는지요?”

 

  씩씩하고 강단있는 대답이 어째 고분고분하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앞선 길라잡이는 겨우 무당 여자의 이런 강단을 어찌 대응할지 몰라 뒤의 모신 어른의 안색을 살폈다.

 뒤에 있던 상전인 듯한 무관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전 도총관 구성군 마마를 모시고 북청의 반군을 진압하고자 출정한 오위군의 사자위장(행군대장)남이라 하옵니다.”

 “군이라고요.......”

 

  군대의 장교임을 확인하고도 수빈이 여전히 불편한 눈으로 남이를 쳐다보자 남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주상전하께오서 특별히 제게 명을 따로 내리시어 낭자를 만나 전하의 뜻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저 같은 것에게 이 나라 지존께서 따로 전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심드렁한 수빈의 반응에 앞에서 지켜보던 혜감이 더 놀랐다.

 나랏일로 온 군관에게 너무 건조한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 불안했다. 그러나 남이는 그런 태도에 조금도 성내는 기색이 없었다.

 

 “주상 전하께서도 자신이 저지른 행동때문에 아마도 많이 차갑게 굴 거라 하셨습니다.”

 “......뭘요..... 제가....... 뭘 차가와요.......”

 

  천리 밖 노인에게 지금의 행동을 미리 읽혔다는 부끄러움에 입을 실쭉거리며 수빈은 눈을 돌려 먼 산을 바라보며 남이의 말에 투덜거렸다.

 남이는 그런 수빈에게 계속 웃으며 임금의 뜻을 계속 전달했다.

 

 “전하께선 탐탁해하지 않으시면 전교를 하달하지 말고 그냥 오라하셨습니다.”

 “......그럼...... 그냥 가셔요......”

 

  수빈의 돌 벽을 쌓는 듯한 차가운 대답에 아랑곳 않고 남이는 계속 들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가시라고 하시면 가겠지만 이 말만은 주상전하께옵서 전하라 하시어 전하겠습니다. 이 전교는 같은 내용으로 작성되어 수원의 항현이란 사람에게도 보냈다 하십니다.”

 “!”

 

 수빈이 항현이란 이름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 움찔하는 모습을 남이가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저는 항현이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나 주상께서 말씀하시길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다면 나라의 부름에 응할 충성스런 사람이니 전교를 받으시면 항현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

 “.........”

 

 수빈이 성난 눈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남이에게 말했다.

 

 “어머머머~! 아니! 남정네 이름을 들먹이시면 제가 갈 거라고 임금님이 얘기하셨단 말씀이셔요? 제가 항현 나으리가 오시다고 하면 얼씨구나 따라 나설 거라고 하셨다는 말씀이세요?”

 “그럼 전교를 거두어 내려가오리까?”

 

 천리 밖 이유처럼 남이도 수빈의 항현에 대한 마음을 읽었다. 아니, 이 만큼 감정을 막지 못하여 밖으로 줄줄 새어 흐르는 데 알지 못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남이가 틈을 주지 않고 동요하는 수빈을 압박하자 수빈이 결국 수그리며 들어갔다.

 

 “잠시만요..... 여기 일도 있어서...... 마구 결정할 수가 없어요......”

 

 혜감이 얼굴이 굳어서 수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정네 이름에 네가 기쁜 기색을 보이는 구나...... 좋아하는 사람이니......?”

 “..... 그냥...... 제가 내려가 있을 때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에요.......”

 

 혜감스님이 수빈을 애처롭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넌 어릴 때 병으로 죽어가던 때, 부처님에게 맡기겠다는 기도로 살아난 아이란다. 이제와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된다면 부처님이 가만히 계시겠니? 목숨을 빌어 사는 네가 이제는 네 마음만이 시키는 대로 남자를 따르겠다하면....... 너도 그렇지만...... 그 사내는 괜찮겠니? 부처님이 가만히 두시겠어?.......”

 

  수빈은 어릴 때 기억이 있을 때부터 이 절에서 혜감을 어미로 여기고 살아왔다.

 이 얘기도 혜감에게 어릴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였다.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간난 아기였을 때 고열로 앓으며 숨이 넘어가지 직전이었다고 들었다.

 가난한 부모들이 어차피 죽을 아이를 부처님이 살리시어 불사에 쓰시길 원한다고 백일기도를 들이자 열이 내리고 다시 의식을 찾았다고 한다.

 부모들은 그렇게 자신을 절에 놓고 가버렸고 어린 시절, 몇 번 와서 자신이 어릴 때 데리고 놀기도 했다던데 자신은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부모의 약속에 의해 이미 자신은 비구니가 되도록 운명지어졌다는 것이었다.

 

 ‘너는 부처님께 바쳐진 몸이란다......’

 

 허나 수빈은 그런 자신의 속박을 싫어했다.

 어머니를 칭하는 혜감에세 감히 드러내 대들지는 못했지만 산에 새타니로서의 난힘을 구사하며 새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는 다른 새타니들의 당집에 놀러 다니고 산 아래 저잣거리도 쏘다니고 동네의 귀신들린 집에 굿판에도 참가하며 소극적 반항을 제법 많이 하던 차였다.

 수빈이 입을 삐죽이며 확실히 자신의 의견을 못내리자 혜감이 그 마음을 읽고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부처님이 서운해 하시면 그 사내도 무사하지는 못할 게다. 부처님의 벌을 같이 받을만한 사내니......?”

 

 수빈이 밝은 얼굴로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혜감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했다.

 

 “항현 나으리는요........ 사인의 힘을 자신의 주력으로 쓰시는 분이에요. 난힘을 가진 자들을 별자(별난 사람, 멸칭이다.)로 멸시되지 않고 다른 전문적인 힘을 가진 직업인으로 존경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요...... 그래서 제게도 정말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주세요...... 그 분과 같이라면.......”

 

  수빈의 밝으면서도 단호한 눈빛을 혜감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수빈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려 자기의 발끝만 쳐다보았다.

 어머니로 여기는 손윗 여인 앞에서 외간남자의 얘기를 신명나게 하고 있는 자기가 어쩐지 부끄럽게 느껴져서였다.

 성리학의 질서 아래 조선 여인의 삶,

 억불의 기조 아래 중으로의 삶,

 이중의 속박에 놓인 자신의 딸이 스스로 남자를 선택하여 그 모든 속박을 깨뜨리고자 행동한 것이 두렵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대견스럽기도 했다.

 혜감은 수빈의 눈을 보며 다시 한번 딸의 의지를 확인했다.

 단호하며 즐기는 눈, 호기심과 포기를 모르는 맑은 눈빛에 더는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 늙은 비구니는 자신이 딸로 여기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 충고를 찾아 축복하듯 말을 내려주었다.

 

 “부처님의 벌도 무섭지 않은 사내라면 꼭 잡아야지!”

 “......네?”

 “가렴! 다시 한번 네 운명을 잡아가렴! 잡혀가지 말고!”

 “엄마.......”

 

  청량감있는 외침이 수빈의 가슴을 든든히 채워주었다. 그러나 그런 맑은 소리와는 다르게 혜감의 눈에는 작은 눈물이 맺어져 있었다. 곧 혜감은 고개를 돌려 젖을 뻔한 얼굴을 수빈에게서 감추었다.

 수빈도 어머니와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는지 눈에 눈물이 고이며 어깨를 들먹거렸다.

 모녀의 작별을 남이가 뒤에서 쳐다보았다.

 가녀린 여인의 들먹이는 어깨를 보며 남이는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곧 수원으로 간 동파와 같은 짓을 했다.

 

 “여봐라! 이 곳에 멍석을 펴라!”

 “예!”

 

 난데없는 멍석타령에 수빈도, 혜감도, 일주문에서 절 안을 기웃거리는 환자들도 멍하게 쳐다만 보았다.

 

 “전교받으시오!”

 

 수빈이 계속 쳐다보자 남이가 웃으며 수빈에게 눈짓을 하며 상황을 말해주었다.

 

 “이런 일에는 이만한 예가 필요합니다. 상감마마의 명을 받으시는 것 아니십니까?”

 “......”

 

 수빈이 잠시 생각을 가다듬다가 이내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멍석위에 털푸덕 엎드렸다. 곧 동파가 항현에게 한 것과 같은 내용의 하교가 읊어지고는 두루마리가 수빈에게 전달되었다.

 혜감은 수빈의 옷가지와 몇몇 축귀 물품을 챙겨 수빈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수빈은 전교를 들고 온 무관들과 함께 군의 주둔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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