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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8. 북청반란전 1.이시애(허리)
작성일 : 17-12-29 11:58     조회 : 40     추천 : 0     분량 : 4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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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의 교외, 그리 깊지 않은, 그렇다고 저잣거리와 그리 가깝지도 않은 산 중턱의 외로운 초가에 한 사내가 큰 바가지에 찰랑찰랑 물을 가득 채워 작은 텃밭으로 걸어 들어가 주저앉았다.

 두껍게 자란 파 줄기가 자기 무게로 넘어져 있자 투박한 손으로 정성껏 세우고는 바가지에 가득한 물을 한 줌 떠 파뿌리 주변에 살살 흩어 부어 주었다.

 

 “파전 해 먹으시려고~?”

 

  관복을 차려입은 사람 하나가 여러 군졸의 호위를 받으며 말을 탄 채로 파밭에 있는 사나이에게 말을 걸었다.

 말투로 보아 안 지 오래된 사이인 것이 분명했다.

 

 “도승지로 승차(승진)되셨다지요? 이리 지방으로 귀양살이를 하는 몸이 되어 감축드리지도 못하고 송구합니다. 영감~!”

 

  파밭에 사나이는 싸우기 직전의 맹수같은 눈빛으로 관복의 사내를 쏘아보았다.

 눈빛 때문인지 축하의 말도 어딘가 모르게 빈정거리는 느낌이 강하게 났다. 그러나 관복 차림의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파밭에 사나이에게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항현, 해명이 다시 나타났네!”

 “하~!”

 

  비웃는 듯, 실소를 터트린 파밭의 사나이는 바로 지난 축귀검의 기관원이었던 항현이었다. 그리고 친하게 말을 건네고 있는 사람은 지난 축귀검 기관의 책임자였던 좌부승지 박동파였다.

 항현의 말로 보아 도승지로 승진한 듯싶었다.

 항현은 지난 해명의 이유(세조) 참살의 변란을 최종적으로 방어해낸 최고의 전공자였다. 그러나 상황이 모두 종료된 후, 그가 받은 처분은 귀양이었다.

  귀갱시와 창귀호의 공격에 변괴를 당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해명과 같은 난힘자인 축귀검들을 탓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가족들이 갑자기 변을 당한 무지렁이 백성들은 그렇다고 쳐도 조정의 알만한 벼슬자리들이나 무엇보다도 임금 이유의 갑작스런 홀대에 항현은 분노조차도 나질 않았다.

 세상에 성리학이 짚어내지 못한 세상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라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지혜인 것이다.

 그런 힘도, 현상도, 모두 과거의 몇몇 사람들이 제시한 가정을 조금도 확인이나 실험은 않으면서 다른 이견이나 시선을 모두 사악한 사파로 규정하고 힘으로 묻어버리는 무지와 야만. 그러다가 지난 날, 살려 보낸 해명이 다시 찾아오자 다시 자기를 찾아온 것이다.

 단도직입? 몰염치한 쓰레기들이 말로 사과할 수 없는 상황을 남자다운 척 적당히 흘리는 단어 아닌가?

 아무리 주는 걸 모르고 받기만 하는 인생을 산 높은 놈들이라지만 어찌 이리 뻔뻔스럽단 말인가?

  항현은 관복의 박동파 뒤에 호위 차 서있는 무관들의 옆에 띠돈으로 메고 있는 환도에 슬쩍 눈길을 주었다.

 

 ‘성질대로 했으면 다 베어버렸으면 좋겠구만.......’

 

  항현은 이를 꽉 물고 동파를 바라보았다.

 동파는 항현의 그런 분노를 이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랏일로 와 있는 상황에서 네 분노가 이유있으니 어명대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동파는 설득을 위해 다른 카드를 꺼냈다.

 

 “수빈은....... 지난 일 후에 금강산에 보내진 것을 알고 있지?”

 “!”

 

  눈에 빛이 튀어나오는 항현의 씨큰거리는 호흡에 말들이 겁을 먹었다.

 수빈얘기가 나오자 바로 항현의 살기가 명궁의 연사(연달아 쏨)마냥 분출되었다.

 

 “히히힝~!!!!” “히이이이잉~~!!!”

 

  이리 들고 저리 날뛰는 말들을 호위무관들이 고삐를 잡아 이리저리 끄느라 정신없었다.

 동파는 항현의 눈을 보고는 덜컥 겁을 먹었다.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항현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파는 위험함을 감지하고는 서둘러 뒤에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동북면에 난이 일어났다네. 거기에 해명이 협력한 듯하이..... 지금 조정은 난힘자들을 모으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네. 다시 명나라로 유학길을 떠난 준모도 다시 귀국하라는 명을 내리기 위해 명으로 차사가 떠났고 광조도 반란 진압군에 배속되어.......”

 “그래서-----!!!!!!!”

 

  범의 포효와도 같은 항현의 재촉, 수빈은 어찌 입에 담았냐는, 수빈은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과 뭔가 잘못된 일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가 같이 담긴 일성이었다.

  살기에 놀라 날뛰던 말들이 이젠 범과 마주친 모양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말들이 가만히 있자 호위무사들도 상황을 새로 인지했다.

 그들은 자신이 메고 있던 환도에 손을 가져갔다.

 항현의 속에 끓어오르는 감정이 혐오에서 이제는 살의에 가까워졌다.

 호위무사와 항현의 이글거리는 투기가 서로 부딪혀 어우러졌다.

 일촉즉발!

 

 “멈추어라! 모두!”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 무사들의 공격 태세를 손을 홰홰 저어 제지한 동파는 항현에게 다시 뒷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가져온 교지도 자네를 반드시 동원하라는 명령은 아니네. 주상전하께오서도 자네 눈치를 보아 만일 출사할 뜻이 없거든 교지를 전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하셨다네.”

 “내가 알려는 것은 그게 아니오-!”

 

 동파가 항현의 살기어린 채근에 수빈의 사정도 이야기 했다.

 

 “마찬가지일세. 자네처럼 전하의 교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협력않겠다면 강제하지말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야. 그러나......”

 “?”

 “수빈이 귀신과 기이묘사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일을 무시하고 홀로 편하게 살 사람이던가? 분명히 따라 나설 것이고......”

 

 항현의 살기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또한 걱정도 같이 들기 시작했다.

 

 ‘수빈 아가씨라면....... 아마 따라 나설 것이야......’

 

  항현은 동파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수빈은 곤경에 처한 사람의 부름에 거부할 여인이 아니었다.

 

 “수빈이 뛰어난 난힘자이기는 하나 해명과 그 휘하와 다툴 만큼 억세지는 못하지. 자네가 가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수빈을 위해서.......”

 “.......!”

 

  항현이 동파를 다시 째려보자 동파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항현은 지금 동파의 말에 넘어가 있었다.

 수빈이 홀로 해명의 앞에 나서 맞서는 상황을 항현은 결코 허락할 수 없었다.

 

 “가겠소-!”

 “옳거니! 멍석 가져오게~!”

 “?”

 

  항현이 가겠다고 하자 동파가 말 고삐를 쥔 무사에게 바로 말안장에 실어놓은 멍석 한 장을 가져오라 일렀다.

 난데없는 멍석에 항현이 멍하게 동파를 쳐다 보았다.

 동파가 손에든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항현에게 말했다.

 

 “전교받으시게~”

 “........”

 

 항현이 어이없는 눈으로 동파를 쳐다보자 동파는 항현을 다독이듯 한 마디했다.

 

 “그래도 격식을 갖출 건 갖춰야지...... 그렇잖아? 응?”

 “나 참~!”

 

  뾰로롱한 얼굴로 항현은 할 수 없다는 듯, 동파의 앞, 멍석위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가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렸다.

 

 “과인이 지난 공을 참작하려 하였으나 대신들의 질시가 너무 많아 함부로 그 공을 상찬하기가 힘들었다. 그대를 보호하기 위해 잠시 먼 외방에 부처하였으나 이젠 나라의 대신들도 그대를 인정하니 내 그대를 쓰려 하노라!”

 “.......”

 

  항현은 동파가 읽는 이유의 전교에 묘한 내용이 귀에 걸렸다.

 대신들의 질시, 대신들의 인정, 공을 참작, 이제 쓰겠다, 말의 단어들이 하나하나가 다 걸려 항현은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 하여 사용 온가 항현에게 정5품 충의교위를 제수하노니 삼가 받들어 충성을 다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낭랑하게 교지를 읽은 동파에게 항현이 벌떡 일어났다. 동파가 두루마리를 다시 말아 항현의 손에 쥐어주자 항현은 두루마리를 손에 쥐며 동파에게 자신이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수빈아가씨의 소재는 아직 모르십니까?”

 “내가 나설 때 교지도 같이 갔을 테니 지금쯤이면 교지를 받았겠지......”

 “그럼 서둘러야겠군요.”

 

 동파가 항현의 혼잣말을 듣고는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자네가 교지를 받들면 한양에 들러 자신을 보고 가라 전하께서 청하시었다네.”

 “저를요? 어째서.......?”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니 그런 것이겠지. 나도 전하의 속까지는 모르니 직접 확인하시게나.”

 “....... 그럼 더더욱 서둘러야 겠군요.”

 “그럼 나는 좋고~! 아참! 승차, 감축드리네~ 허허허~~~ 자네도 정5품 사직 벼슬이시네....”

 

  동파가 큰일을 하나 해결했다는 듯한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며 항현에게 축하를 건네자 항현은 시큰둥한 얼굴로 초가로 들어가 의관을 갖추었다.

 조금이라도 늦어 수빈이 해명을 만나 해를 입는다면...... 항현은 생각도 하기 싫은 상황이었다.

 일각이나 걸렸을까?

  의관을 갖춘 항현이 집을 나서 마을을 떠나면서 보수주인(유배지의 집을 마련하고 유배인의 뒷바라지와 감시를 하는 고을 사람)에게 그간의 성의에 감사한 후에 한양으로 서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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