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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7. 회귀순리전 3.창경궁대치(머리)
작성일 : 17-12-27 11:33     조회 : 45     추천 : 0     분량 : 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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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창경궁 대치

 

 위기를 제일 처음 감지한 것은 광조였다.

 항현이 검광으로 길을 밝히는 뒤에서 걷던 광조가 지면의 진동을 발뒤꿈치로 느꼈다.

 

 “뭔가가 다가오는 데요.”

 

 광조의 말과 함께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덮쳐오는 사악한 기운을 확실히 느꼈다.

 

 “꾸오오오오오워-------!”

 

 정자나무 하나가 뿌리를 발 삼아 가지를 팔 삼아 건물들을 부수며 튀어 나왔다.

 

 “크-----헝-!”

 

  정자나무의 가지를 밟고 등 뒤에 귀신의 형상을 얹은 호랑이 두 마리가 올라와 하늘을 무너져라 포효성을 울렸다.

 그 뒤를 귀갱시들이 따라 나왔다.

 

 “그워어어엉......” “크으으으으......”

 

  귀갱시들 중 일부는 썩지도 않고 그 피가 아직 마르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마도 한양에서 귀갱시들에게 당해 새롭게 귀갱시가 된 자들일 것이다.

 그런 귀갱시들을 보자 항현은 마음이 아팠다.

 

 ‘해명...... 어쩌자고 이리 살업을 쌓는가? 어찌 이 업을 갚으려고......’

 

 항현이 해명을 생각하고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준모가 바로 현장을 파악했다.

 

 “나모가비 하나, 창귀호 둘 귀갱시가 스물.......둘, 현재 보이는 것 만요. 양이 좀 되네요.......”

 “일단 아이들을 피신시킵시다. 싸움은 그 후요.”

 

 항현과 일행은 뒤의 골목길로 들어가 비어 있는 집 하나에 아이들과 말을 몰아넣고 다시 길로 나왔다.

 수빈도 휘적대며 나오는 데 항현이 뒤를 맡아 주길 권했다.

 

 “수빈님, 저희가 맞싸우는 걸 뒤에서 도와 주세요.”

 “네! 누나! 여차하면 포란주(타인의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수빈의 언문주)로....... 부탁드려요-!”

 

 준모가 명랑한 말투로 수빈에게 부탁하자 수빈은 우기고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더구나 아이들만 남기고 나서기가 힘든 면도 있었다.

 

 “부탁드려요. 제가 이 집을 지킬께요.”

 “예-!” “옙-!” “예~!”

 

  항현과 준모, 광조가 대답했고 나머지 사람들도 눈빛으로 그렇게 짠 포진을 수긍했다.

 거주지 골목에 움직이는 것은 항현 일행뿐이어서 나모가비와 귀갱시 부대가 쉽게 찾아왔다.

 자신들이 귀갱시들에게 포착당한 것을 확인한 수빈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일단 아이들이 숨어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자리를 이동하여 귀갱시들을 유인했다.

 바람도 한 점 없이 안개비가 흩뿌리는 마을 공터에 항현을 위시한 5인과 귀갱시, 창귀호, 나모가비 요괴들이 늘어섰다.

 

 “검은하늘 복숭아 나뭇가지

  하얀 번개가 걸리니

  제천대성 억새수풀 헤치고

  누런 대지에 악을 찾아 벌한다.

  불기둥을 세워 천리를 받치라!

  염화천추행-!“

 

  엄지가 땅을 짚고 다니던 천이 감긴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땅을 쑤셔 박듯 내리 꽂자 지팡이가 불꽃의 기둥이 되어 하늘 올랐다. 그리고는 다시 둥근 호를 그리며 횃불만한 크기에 불공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아아아.......”

 

  불꽃의 세례에 귀갱시들과 나모가비가 괴로운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창귀호도 귀를 뒤로 눕히고 겁먹은 얼굴로 하늘에서 내리는 불의 비를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모가비가 하늘을 향해 팔인 듯한 두 나뭇가지를 펼치자 보슬보슬 내리던 안개비가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부르다니, 정말 놀랍군-!”

 

  나모가비를 처음 본 엄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크게 놀랐다.

 어느 정도 강한 완력과 주술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것은 각오했지만 비까지 내린다는 것은 상상 밖이었다.

 불꽃을 내리는 엄지의 주술은 빗줄기에 그 효과가 크게 반감되었다.

 그 모습을 항현이 옆에서 살폈다.

 

 ‘저 요괴는 천기를 조절하는 재주까지 있었지....... 멋진 공격이 상극의 대응으로 무위가 되었군.’

 

  엄지가 하늘로 뻗은 불기둥 속에 손을 넣더니 주술의 매개가 되던 지팡이를 뽑았다.

 지팡이를 감싸고 있던 천을 다 타서 재가 되었다.

 그 안에서 구리로 된 곤봉이 나왔다.

 엄지가 그 곤봉을 양 손으로 쥐고 귀갱시들의 방향으로 중평세(창이나 곤봉을 허리높이로 들어 상대를 겨누고 서는 자세)로 겨누어 섰다.

 

 “엄지님, 그 또한 신령구입니까?”

 “예, 사후제마곤(四猴制魔棍), 또는 사신제마곤(四申制魔棍)이라는 이름입니다만 저희는 그저 사후곤이나 여의봉이라고 부르죠. 원숭이의 해, 원숭이의 월, 원숭이의 일, 원숭이의 시에 완성시킨 무기입니다.”

 

  항현의 질문에 엄지의 신령구를 소개할 때 말했던, 다른 단어로 된 거의 같은 문장의 대답이 나왔다.

 문답의 와중에 이미 힘을 다시 추스린 나모가비가 커다란 손을 광조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광조가 잽싸게 몸을 날려 그 손을 피하자 땅을 내려친 팔을 타고 창귀호가 날쌔게 뛰어 내려왔다.

 광조의 눈에 호랑이의 이빨을 알알이 셀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여명이 흘린 밝음의 피는

  어둠 바위그늘의 뱀들을 불러 모은다

  체념과 원망의 해골 속에 붉은 지네는

  태양의 밝음을 먼저 알리는 자의 먹이일 뿐

  금빛으로 빛나는 모래위에 붉은 벼슬을 흔드니

  밝음의 바람에 눈이 머는 도다

  사유귀절격(四酉歸折擊)-!”

 

  검지의 야무지게 움켜쥔 활에서 화살이 한 줄기 섬광처럼 날아갔다.

 광조를 덮치기 직전의 창귀호의 옆구리를 꿰뚫고 귀갱시 둘의 머리를 날리고는 큰 반원을 그리고 화살이 검지에게 돌아갔다.

 검지가 시위를 당겼던 자신에게 돌아오는 사유궁의 화살을 잡았다.

 창귀호는 옆구리를 관통당하고는 광조 앞에 주저앉듯 쓰러지자 광조가 오른발을 자신의 큰 키 머리보다도 높게 올렸다가 내리찧기를 먹였다.

 

 “쿵-!” “꾸-짘---!”

 

  호랑이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며 그 등 어름의 귀신이 서러운 곡성하나를 남기고 사라졌다.

 호랑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머리가 날아간 귀갱시들은 어깨 위가 평평한 상태로 계속 움직였다.

 광조가 명치를 노려 족도 찌르기로 무릎을 움직이자 그대로 목이 날아간 귀갱시들도 주저 앉아 움직임을 멈췄다.

 그 모습을 반대쪽에 몸을 숨기고 있는 건암과 종희가 보았다.

 

 “...... 한패를 늘렸습니다. 저런 난힘자들이 대체 어디에서 계속 나타나는 걸까요?”

 “우리가 도와주면 안돼?”

 

  종희가 상대를 보며 건암에게 감탄과 걱정을 섞어 말하자 해운이 둘에게 어이없는 소리를 했다.

 아직 해운에게는 저들은 자신과 친한 수빈과 같이 다니던 친구의 친구였다.

 건암이 해운의 말을 무시하고 종희에게 권했다.

 

 “아기씨를 모시고 어서 해명 도련님께로 가게나!”

 “건암님은?”

 “난 저 귀갱시들의 싸움의 추이를 재보며 몸을 빼겠네.”

 “히이잉~ 건암 아저씨, 수빈이 언니랑 같이 가면 안돼요?”

 

  안 보이게 숨어서 빠져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해운이 속 터지는 소리를 하자 건암이 타이르는 말투로 해운에게 권했다.

 

 “오빠가 많이 기다리고 계세요~. 어서 가보시고 다시 나와 만나시면 되지요.”

 

  타이르듯, 그러면서도 짐짓 엄격한 어조로 건암이 타이르자 해운은 아까의 반가운 인사는 온데간데없이 입을 댓 발 내밀고는 눈물만 그렁거렸다.

 

 “어서 모시게....... 조용히......”

 “알겠습니다.”

 

 종희가 다른 말 나오기 전에 아이를 품에 안고 창경궁 방향으로 뛰어 나갔다. 주변의 골목들에 스며들 듯 숨어들어 다른 이들의 눈을 피했다.

 

 --------------------------------------------------------------

 

  함인정에서 비를 맞아가며 모여 있던 신료들은 저 멀리에서 신료하나가 선인문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저기 저거..... 아까 도망치던......”

 

  일부 신료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현영휘와 고위 당상관들이 고개를 돌려 손가락이 가리킨 쪽을 보았다.

 

 “이놈-! 아까 도망치더니 어찌 다시 돌아왔느냐-!”

 “문 열고 나가 봤더니 혼자 집에 갈 상황이 아닌 게지......”

 “........”

 

 돌아온 관료는 얼굴이 벌개져서 대답도 못했다.

 

 “이 일이 해결되고 나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야~!”

 

 대사헌 김종순의 엄격한 말에 돌아온 관료가 걱정스런 얼굴로 쭈뼛거리며 서있더니 다른 반열도 슬그머니 들어갔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현영휘가 대열 속에 숨으려던 관료를 불러내었다.

 

 “자네, 잠깐 나와 보게......!”

 “.....예......옛.....!?”

 

 현영휘가 미심쩍어하는 얼굴로 손을 들어 까닥이며 숨으려는 사람을 불러냈다.

 

 “자네....... 어찌 돌아 왔는가?”

 “예?....... 돌아오면 안 됩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요괴들이 있었다면 당연히 분시(시체가 분해됨)되어 죽던가, 요행히 귀갱시들을 피했다면 집으로 도망갔겠지......”

 

 돌아온 관료가 입에 꿀을 머금고 아무 소리 안하자 현영휘가 더욱 채근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어째서 자네는 돌아왔지?”

 “저..... 그것이.......”

 

 그제야 조당의 신료들이 약간 의구심을 가지고 돌아온 관료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입에서 뭔가 말이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조당이 조용히 그를 응시하였다.

 

 “말씀해 보시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저...... 그게...... 웬 사람을 만났습니다.......”

 “누구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현영휘가 그 관료를 빤히 쳐다보자 우물쭈물하며 말을 겨우겨우 이었다.

 

 “...... 자신이 들어오면 주상전하께서 직접 나와 맞으라고 전하라며......”

 “뭐야-! 이런 고얀-!”

 

 황창성의 벼락같은 고성이 떨어지자 관료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쳐 죽일 놈이로다-! 감히 금상께 불경한 언사를.......”

 “허어~ 허어~ 허어~ 허어~......”

 

  현영휘가 힘없는 웃음을 웃자 열을 올리던 황창성도, 분기를 은은히 갈무리하던 신숙주도 그 밖의 신료들도 놀란 눈으로 현영휘를 보았다.

 

 “어찌 웃으십니까? 모시는 주상전하의 모욕을 들으시고 웃음을 보이시다니 영상답지 않으십니다! 이는 충성스런 신하로서의 예를 잃으신 것이외다!”

 

  대사헌 김종순이 엄하게 항의하자 영의정 현영휘가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는 않았지만 눈에 눈물이 고이며 힘없이 말이 이어졌다.

 

 “허이~ 허이~ 헐~ 헐~ 어찌 이리 서로의 마음이 통한단 말이오.”

 “......”

 

  함인정의 신료들이 의아한 눈으로 영의정 현영휘를 보자 현영휘는 조당의 관료들의 눈길이 자신에게 모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넋두리같은 체념을 이어 갔다.

 

 “아침에 당신께서 직접 나아가 사죄를 하시겠다 광소(미친 웃음)를 뿜으시더니 저녁에는 나와 사죄하라는 적의 말이 귀에 올려 지다니........ 허어~ 허어~ 어찌 이리 묘하게 일이 맞아 들어가는가.....?”

 “...!...”

 “평생을 그 분의 수족으로 살아온 나도 오늘은 그 분의 심중을 모르겠더니, 그 마음이 통하는 자가 천리 밖, 어둠 속에서 나타났구나. 허어~ 허어~ 허어~....... 천리란 어찌 이리 오묘할꼬....... 허어~ 허어~ 허어~........”

 

  대사헌 김종순이 이번 현영휘의 힘없는 웃음소리를 무례로 탓하지 못했다.

 그 눈에서 떨어진 눈물 때문이었다.

 

 “천리란..... 어찌 이리....... 오묘할꼬...... 허어~ 허어~ 허어~........ 어찌 이리......”

 

  드문드문, 띄엄띄엄, 읊조리는 현영휘의 헛소리가 함인정 안으로 불어 들어오는 비바람에 산산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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