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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6. 항현귀환전 5.살아있는 시체들의 한양(다리)
작성일 : 17-12-24 17:06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7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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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우, 영, 삼정승이 도착하자 논의가 활발해졌다.

 무엇보다 삼정승이 이런 기이현상에 범절을 따지며 다른 소리 안 하는 현실파라는 면에서 특히 전말을 조금이나마 주워들은 신료들은 편하게 발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일은 지난 날, 피끝......아, 아니아니...... 영천, 봉화고을에 발생한 기이사건과 양상이 비슷합니다.”

 “예~! 시체가 움직이고 사람을 공격하고...... 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합니다.”

 

 몇몇의 신료들이 물꼬를 트자 서로 아는 만큼의 이야기가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런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는 결국 영의정 현영휘를 향해 던지는 질문으로 흘러 나왔다.

 

 “이 얘기는 그 전말을 영상대감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피.... 아, 아니 안동, 봉화 고을의 사건에 한 발 앞서 병력을 준비하시기도 하셨고......”

 

  기이현상의 대처기관인 축귀검의 설치에 실질적인 가장 큰 뒷배였고 강력히 지지도 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 성리학을 하는 선비들이니 미신을 신봉한다던가 괴이한 일을 쫓는다든가 하는 뒷말은 피하고 싶으니 가장 크게 찬성하는 사람에게 논의의 주도권을 바친 것이다.

 현영휘가 긴급히 모인 신료들의 얼굴을 한 번에 쓰윽 훑어보았다.

 국가 최고위 관료의 시선에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그의 시선에 답 시선으로 받았다.

 

 “작금의 상황이 먼 곳에 일어난 괴이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한양 도성의 강력사건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아셔야 합니다. 벌써 보고된 사상자만도 20인이 넘어요. 주상전하가 계신 도성에서 차마 보고하기도 민망한 만행이외다!”

 

 딱 부러지게 말하는 현영휘의 머리 말씀에 다른 관료들의 귀가 쫑긋섰다.

 

 “일단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인즉, 지금 이 자리에 축귀검의 제조(책임자)이신 좌부승지께서는 오시었소?”

 “......”

 

 이리저리 웅성거리며 찾는 소리가 나더니 곧 대답이 나왔다.

 

 “입궐은 했는 데 바로 통명전(창경궁의 가장 내측 전각, 지금 세조 이유가 거처중이다.)으로 갔다 하옵니다.”

 

 누군가 말한 소재에 현영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바로 주상전하를 뵈오러 갔구만. 승정원 승지니 당연하지...... 누가 가서 좀 기다리다가 전하와의 만남이 끝나면 바로 모셔 오구려. 일단 이런 일을 한 번이라도 해결해본 경험자가 있는 것이 좋으니......”

 

  현영휘의 말에 신료들이 수근대더니 당하관 하나가 바로 전각을 뛰어 나갔다.

 그 모습이 사라진 후 병조판서 김질이 현영휘에게 바로 보고했다.

 

 “영상대감, 지금 바로 도성 내 패군의 집결령을 내리려 합니다.”

 “아니, 아직 내리지 않았단 말이오?”

 “정식으로 내린 바가 없습니다. 일단 좌, 우포도청의 청사내 병사가 다 모이기는 했사온데 다른 패의 군들은 덕수궁으로 간 병력도 있고 아직 대기하고 있는 병력도 있고......”

 

 현영휘가 언성을 높여 김질에게 명령했다.

 

 “병판! 적의 내침이 있다면 마땅히 병력을 임금이 계신 궁으로 모으는 것이 당연하지 않소! 어서 집결령을 내리시오!”

 “아..... 예....옛....!”

 

  김질이 짐짓 놀라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런 김질의 뒤에 대고 현영휘가 크게 소리쳤다.

 

 “병판-! 지금 홍화문(창경궁의 정문) 앞에 모인 수비병력들이 얼마 정도인지도 파악하시오-!”

 “예..... 예~!”

 

  김질이 현영휘의 말에 더듬거리며 정문으로 걸어간 후, 바로 동파가 전각으로 들어왔다.

 우의정 황창성이 그런 동파를 큰 소리로 맞았다.

 

 “오~! 좌부승지~! 그래, 전하는 어떠하시오~!”

 

 너무 반가이 맞는 것에 약간 놀란 동파가 곧 미소를 찾고서 차분히 대답했다.

 

 “전하께오서는 지금 이 일에 해결권한을 조당에 일임하신다 하시고 선결후보(일을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보고, 반대가 선보후결, 일을 하기 전에 반드시 보고를 하여 허가를 받고 함)하라 명하시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영상대감이 모든 전결권한을 가지게 되십니다.”

 

  좌의정 신숙주가 권한을 짚어주자 현영휘는 신숙주에게 고개를 까닥거려 인사한 후 좌부승지 동파에게 축귀검의 준비를 물었다.

 

 “지금 축귀검은 어디 있는가?”

 “보름 전 왕실불사의 일로 금강산 석왕사로 떠났습니다.”

 “그건 밖에 보이기 위한 일이었고 실제로 피끝마을 일을 획책한 일당들의 조사를 겸한 일이기도 하지 않은가.”

 

 동파가 주변을 둘러보고 현영휘에게 물어보았다.

 

 “이젠 밝혀도 되는 일이 된 겁니까?”

 “도성이 이리 유린당하는 판국에 감출 일이 더 무언가? 다 말씀하시게.”

 

 현영휘의 허락에 동파는 숨김없이 축귀검의 활동을 다 밝혀 말했다.

 

 “석왕사의 왕실불사를 기회로 금강산 어딘가에 있다는, 요괴 귀신을 부려 조정을 해 입히려는 적도들을 조사하고자 보름 전에 축귀검은 출동한 바가 있습니다.”

 “......”

 

  신료들은 적지 않게 놀라는 눈치였으나 지금의 사태에 대한 설명을 기다리며 동파만을 쳐다보았다.

 

 “도착하고 바로 조사에 들어간 듯싶은데 연락이 끊어졌던 차에 갑자기 이런 일이 난 것입니다.”

 “잠깐만! 그럼 여기에 도성을 침노한 외적들은 금강산에서 온 것이란 말이오?”

 

 대사헌 김종순이 묻자 동파는 죄송한 표정을 보이며 대답했다.

 

 “제가 피끝 마을에 출장을 나가서 본 그것들이 맞습니다. 한양경군과 주변 지역의 병사 5천 여를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것이 맞습니다. 그때의 일을 꾸민 자들이 몰고 온 것이 맞다면 아마도 금강산에서 온 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말이 되나? 관북대로(조선시대에 동북면과 한양을 잇는 대로)를 걸어 한양으로 들어온다고? 길따라 배치된 병사들, 아니 가까운 양주에만 병사가 5천이 넘는 데 무슨 소리인가?”

 “그 길을 따라 온 것이 아니라 아마도 다른 방법으로 금강산에서 한양으로 단숨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

 

 동파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김종순인 크게 놀라는 얼굴을 보였다. 자신이 관여되었던 연폭소병이 떠오른 것이다.

 동파도 그런 김종순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좌의정 신숙주가 물어보았다.

 

 “짚이는 것이라도 있는가?”

 “아직 확인이 안된 관계로......”

 “지금 확인이 안돼있다 하여도 정보가 너무 부족하네. 대강이라도 예측이 된다면 말해보시게......”

 

  동파의 자신 없는 말투를 은근히 채근하며 신숙주가 재촉하자 대사헌 김종순이 말하며 들어왔다.

 

 “실은 이 사람이 얼마 전에 축귀검 사람들에게 일을 하나 봐 달라 청한 일이 있습니다.”

 

  김종순이 기이묘사에 말을 섞자 조당 안에 사람들이 적지 않게 놀랐다.

 아예 엄마 뱃속부터 대사헌으로 튀어 나온 듯한 성리학의 원리주의자 입에서 기이묘사를 봐 달라 청한 적이 있다니......

 신료들의 그런 놀람을 뒤로 하고 김종순은 자신이 겪은 연폭소병에 대한 일을 그 자리에서 털어 놓았다.

 이야기를 찬찬히 듣던 신숙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파에게 되물었다.

 

 “그럼 병풍 한 벌이면 어디에서든 저런 요괴들이 튀어 나온다는 일인가?”

 

  신숙주가 김종순의 말을 듣고는 놀라며 말하자 동파가 대답할 새도 없이 현영휘가 다른 질문으로 덮어버렸다.

 

 “다른 것은 되었고 그럼 자네의 축귀검은 지금 가동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지금 쓸 수 없다는 얘기인가?”

 

 현영휘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동파는 의외로 당당하게 받았다.

 

 “하필 이렇게 공격받은 시점에 기관원이 없냐고 책망하시는 것 같아 한 말씀 올린다면 아마도 적이 이런 요괴, 귀갱시로 지금 이 시점을 찌른 것은 분명 파견 나가 있는 우리 사람들의 공격에 의한 반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너무 공교롭게 저희 사람들이 없을 때 이리 피격을 받은 이유는 그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아하~ 조사가 정곡을 찔러 그 집단이 되려 한양의 공격으로 나왔다~?”

 

 우의정 황창성이 한 마디하자 동파가 답을 받으려 할 때 김종순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동파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가 지금 할 일은 뭐겠소. 좌부승지.”

 “기다리는 겁니다. 분명히 그들이 금강산에서 한양까지 중간의 모든 방어진을 뛰어넘어 침투를 한 것처럼 그들도 금강산에서 바로 한양으로 날아 올 것입니다.”

 “자신하는가?”

 

 황창성이 다시 껴들어 다짐을 받으려는 질문을 던지자 동파는 자신있게 바로 받았다.

 

 “물론입니다.”

 “하~아~ 그러면......”

 

 현영휘가 한숨을 내쉬며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궐을 지키며 기다리는 것뿐이군. 금군이 2백여 에.... 포도청 전군을 모으면 5백여 정도이니......”

 “아! 주상전하의 전갈이 있으십니다.”

 “뭐?”

 “포도청의 패군까지 궐로 모으지 말고 도성 내의 백성들을 궐로 피신시키는 데 포도청의 이용하여 최선을 다하라 하셨습니다.”

 “......”

 “축귀검의 인원이 곧 당도하리라고 제가 말하자 결국 귀신의 방어는 그들에게 맡겨야하니 백성들의 구제에 더 힘을 써야 한다하시며......”

 “......”

 

  현영휘가 인상을 구기며 동파를 째려보자 동파는 거북이처럼 고개를 깃 안으로 쏙 넣어 버렸다.

 잠시 그렇게 째려보다가 다시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하~아~ 어명이 그러하다면......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 포도청군사들은 궐의 방어가 아닌 백성구제임무를 주어 밖으로 돌려야겠소이다.”

 “그 편이 이치에도 합당합니다.”

 

  좌의정 신숙주가 우려섞인 지시 변경을 명하는 현영휘에게 자신감을 실어줄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그런 신숙주에게 현영휘는 쓴웃음으로 답례했다.

 

 ------------------------------

 

  항현이 소병을 통해 나온 곳은 어느 여염집 안방인 듯 했다. 그러나 여염의 안방같은 평안함은 조금도 없었다.

 흙 범벅의 방바닥에 뜯겨져 나온 방문, 그리고 마당에 나와 보니 싸릿대로 엮은 벽과 문이 다 무너져 엉망진창이었다.

 

 “귀갱시들이 이리로 나왔구나......”

 

 준모와 광조도 곧, 항현을 쫓아 나왔다.

 

 “흑암지옥이라는 데 정말 가고 싶지 않네요. 진짜 착하게 살아야겠어요. 후유~!”

 

  지난 번 연폭소병 사건 때, 지옥에 가지 않았던 광조는 이번에 첫 지옥체험에 몸서리를 치며 항현을 따라 나왔다.

 준모도 부서진 집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항현에게 다가왔다.

 

 “귀갱시의 양이 얼마나 되죠? 전 정확히 숫자를 다 알지는 못해서요.”

 “나라고 다 알겠나? 그러나 일단 피끝 마을에 파견되었던 병력을 다 시체로 만들어 가지고 갔고 그 이후에도 산에 있는 임자없는 무덤이나 시신들을 털었다고 하니..... 모두 다라면 최대 5천여 는 넘는다는 얘기지......”

 

  준모와 광조가 초과노동할 생각에 인상을 팍 구기자 항현이 다른 말로 둘을 다독거려 주었다.

 

 “최대가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시신들은 부서지고 상하여 쓸 수 없는 경우나 절로 많이 썩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게야......”

 

  항현의 다독임을 귓등으로 들으며 집 밖으로 나온 준모의 눈에 방금 죽은 것 같은 신선한 시체가 눈에 띠였다.

 

 ‘첫 희생자인 것 같군......’

 “끄으으으으......”

 

 그 시체가 일어났다. 준모로서는 그리 놀랄 광경이 아니었다.

 바로 사진도를 가로로 그어 상체와 그 안에 들어 있는 염통을 두 개로 갈랐다.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린 운 없는 남자, 맹손창(준모는 이름을 모르겠지만)을 바라보며 준모는 항현에게 물었다.

 

 “방향을 어떻게 잡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던 항현이 차차 밝아지는 새벽 하늘의 빛으로 동대문의 윤곽을 보았다.

 

 “저것, 흥인의 문이군. 동대문이니 서쪽으로 창경궁을 거쳐 경복궁으로 나아가세. 하루 종일 뛰어다니게 되었구만. 말이라도 생기면 그때부터 타고 다니고......”

 

  항현의 지휘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따랐다.

 사실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 별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세 사람이 서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피바다였다.

 길가에, 민가의 담장에, 논밭 두렁에, 사람의 팔뚝이나 다리가 띠엄띠엄 널려 있었고 내장을 파 먹힌 듯한 사람 몸의 일부가 여기저기에 흘려 넘쳤다.

 먹고 치우는 법이 없는 귀갱시들의 식사 찌꺼기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을....... 해명! 이 나쁜 자식!”

 

 준모가 힘을 주어 욕을 했고 따라 나온 항현은 미간을 좁히며 그 피의 흔적을 훑어보기만 했다.

 

 ‘이런 해명에게 측은지심을 가져야하나....... 과연 이 업을 어찌하여야 하는가......’

 

 어른의 가르침과 아이의 철없는 잔인함 사이에서 항현의 낯빛이 고민으로 한결 어두워졌다.

 

 ------------------------------

 

 “이제 곧 해가 떠요. 어쩔 셈이죠? 해명?”

 “예~ 확실히 귀갱시들은 햇빛을 받으면 빨리 피부가 부패되며 먼지가 돼버리죠. 오래된 시체일수록 더 빨리.......”

 

  수빈이 자신에게 매달린 아이들을 이끌며 골목들 사이로 숨어 다녔다. 아이들도 계속 늘어서 지금은 열 대여섯이 되었다.

 해명은 그 뒤에서, 옆에서, 옆에 있는 담장 위에서 그런 수빈을 끈기 있게 따라 다녔다.

 그러던 중, 해가 동녘에서 서서히 얼굴을 내밀며 한양의 골목길들을 서서히 밝히기 시작했다.

 

 “혹시 기억하세요? 그...... 돈의문에 어린 새색시네 집에..... 늙다리 우의정 신랑집......”

 “나모가비요?”

 “예~! 기억하고 계시군요~!”

 

 해명이 싱긋 웃더니 지난 날 나모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기억나세요? 윤씨가 인골을 삼키고 죽자 나모가비가 낮에 나오게 되자 갑자기......”

 “........비구름을 불렀죠.......”

 “정답입니다. 후후후......”

 

 해명이 웃음을 흘리며 조그만 비단주머니를 손에 들었다.

 

 “인골이에요. 낮에 대비해서 준비했죠.”

 “그거 이리 내놔요!”

 

  수빈이 달려들며 손을 뻗자 해명은 피하지도 않고 선선히 주머니를 넘겨주었다.

 수빈이 주머니를 빼앗아 안을 열어 보자 약간의 하얀 뼛 조각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런 물건을 선선히 넘겨준 해명이 이상했으나 수빈은 이내 그 이유를 알았다.

 

 “벌써 심었군요.......”

 “예~ 사람 몸 안에 뼈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건 남은 거예요. 도성 내에 몇몇 동네에 잘 봐둔, 제법 실한 정자나무들이 있었거든요. 그 뼛조각의 원혼을 조종하는 언문주를 얼마 전에 완성해서요. 헤헤헤.......”

 “해명!”

 “이승이 타향이 된 원혼의 울음소리

  나직이 들리는 건 망자의 부름소리

  황야에 나부끼는 노녁의 바람소리

  모두에게 명하는 지옥의 귀신소리

  나모등령주-!”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며 수빈의 머리 위,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흩뿌리는 작은 빗방울이 수빈의 얼굴에 떨어졌다.

 요사스런 날씨에 아이들이 수빈에게 더욱 매달리기 시작했다.

 

 “언니......” “무서워요.......” “흐잉~”

 “휘우우우우우우~~~~”

 “콰-쾅-!”

 “으아아아아아앙~!”

 

  맑은 해뜰 녘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어둑한 하늘을 반으로 가르듯 번개가 내리 꽂혔다. 그리고 바람이 한층 거세지며 우박같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차가운 바람에 자지러지게 울어댔고 수빈은 갑작스런 사태의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이들을 달래기만 했다.

 

 “얘들아! 괜찮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

 “으아아아아앙~! 언니~!” “언니~! 아침인데 깜깜해요~! 무서워~!”

 

  아이들을 달래랴, 바람피할 곳을 찾으랴 정신없는 수빈의 눈에 두 개의 철극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비를 맞고 있는 해명이 보였다.

 조금씩 어깨를 들먹거리더니 곧 잔인한 폭소가 튀어 나왔다.

 

 “이렇게 태양조차 가릴 수 있는 나의 힘을 봐라-! 이유-! 너는 다시 해를 보지 못하고 이 비바람 속에서 내 손에 의해 죽음을 맞으리라-! 으하하하하하하하-!”

 

  해명의 임금을 향한 앙천대소가 비바람을 뚫고 검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마치 지옥에 아수라의 귀곡성과도 같은 웃음을 웃는 해명을 비바람 속에서 겨우 실눈을 뜨고 지켜보는 수빈은 온몸에 엄습하는 공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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