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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6.항현귀환전 3.별자연군(다리)
작성일 : 17-12-23 22:11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5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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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징옥은 벌써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잡고 다시 방금 시전한 탄력참격의 제2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항현이 혼잣말을 내까렸다.

 

 “가만 있자...... 양팔의 탄력을 극대화하여 나오는 참격기술? 거기에 다리의 돌진력을 붙여 칼에 모든 힘을 집중 시키는군,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저게 무슨 기술인지 아신다고요?”

 

 해명이 슬쩍 항현에게 물었더니 항현이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보기는 처음 봐. 다만 들은 적이 있지. 처음 임관하고 군관 교육을 받을 때, 북방 여진족이 엄청 무서워하는 기술이 있었다고...... 말과 사람을 한 번에 베어내는 극강한 기술이 있다고...... 아!”

 

 항현이 그제야 뭔가 생각난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생각나는군, 저 탄력참을 위력적으로 구사하여 여진족을 공포로 떨게 한 장군 이름이...... 이징옥이랬어...... 어쩐지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이더라니 훈련 받다가 들어본 이름이었군..... 맞아 맞아”

 “......축하드려요. 생각이 나셨다니 속이 시원하시겠습니다.”

 

  묘하게 시원한 미소를 항현이 짓자 해명의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비꼬았다.

 괴물이란 별호롤 불릴 만큼 강한 무사와의 싸움에서 별로 도움이 될 정보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해명의 빈정거림에 항현도 쓴웃음을 지어 답을 대신했다.

 그런 옛 기억이 전혀 도움이 되는 상황인 것을 항현도 당연히 알았으니까......

 

 “크-흡-!”

 

 곧 준비를 마친 이징옥의 낮고 짧은 효후성(그르렁거림)과 함께 또, 징옥의 거대한 몸이 뛰어 올랐다.

 이번에는 준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준모가 석 자, 큰 월도인 사진멸악도를 들어 막을 생각이었다.

 무게가 얼추 비슷한 칼이니 충분히 막으리라 생각했다.

 그 때 항현이 외쳤다.

 

 “준모-! 피해-!”

 “패----앵------!” “콰르릉------!”

 

  항현이 크게 부르자 준모는 피신하여 움직일 수 있는 활동 한계점에서 가까스로 몸을 날려 징옥의 탄력참을 피했다.

 목표를 간발의 차로 놓친 평대도가 이번에도 뒤의 귀갱시가 갇혀있던 감금방을 날리며 또, 안에 들어 있던 귀갱시들을 절단 내 버렸다.

 잘린 벽돌과 귀갱시의 몸통 일부가 공중에 날렸다.

 항현의 외침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것이 한 호흡만 늦었어도 준모도 공중에 흩날리는 여러 조각 중의 일부 되었을 것이다.

 준모는 자신이 서있던 뒤의 방과 방주인(?)들의 여러 조각을 보고 항현의 판단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질이 완전히 틀리네, 저 괴물의 기술은 함부로 맞서지 마시게! 무조건 피해!”

 “나도 이젠 알겠어요!......”

 

  항현의 충고에 준모도 머리를 끄덕거렸다.

 적멸암 최하층 바닥은 잘려나간 벽돌들과 같이 잘린 사람들의 시신, 호랑이의 시신이 뒤섞여 엉망이었다.

 발 딛을 곳이 엉망이라는 것은 징옥보다 무게가 덜한 항현, 해명들에게 더 불리한 일일 뿐 결코 더 유리한 일은 못 되었다.

 상황이 불리해져만 갔다.

 항현도 더 이상은 상황의 호전을 바랄 수가 없자, 해명을 물러나게 했다.

 

 “뒤에 있어.”

 “?......”

 

  해명이 살짝 삐죽거렸지만 이내 선선히 물러나며 항현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가운데, 항현은 자신의 최대 기술을 준비했다.

 

 “흩어진 악을 쫓아 귀인의 범 떼를 푸노라,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하나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둘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셋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넷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다섯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여섯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일곱 찢었도다,

 .........”

 

 귀인천망격의 주문을 읊어가는 항현을 준모와 수빈이 조용히 쳐다보았다.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로 네 마리까지는 항현이 어떤 상태이든 확실히 불러 낼 수가 있었다.

 일곱 마리는 상태가 좋으면 문제없이 부를 수 있지만 약간 몸 상태가 나쁘면 일곱 마리를 유지하는 동안에 완전히 탈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몸 상태라도 열 마리 이상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금-!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여덟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아홉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열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열 하나 찢었도다,

  하나가 쫓아 잡아 악을 열 둘 찢었도다........”

 

 “형님, 너무...... 형님.....!”

 “항현 나으리~!”

 

  수빈과 준모가 한계를 넘은 항현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시점에서 항현이 주문을 끝마쳤다.

 

 “......하나는 하나를 뿌리치지 못하니 얼마라도 찢기리라. 귀인천망격-!”

 

  항현이 칼을 가로로 그으며 주문을 마치자 검광이 번뜩인 자리에 부림에 응하여 지상으로 소환된 열 두 귀신호랑이가 항현 앞에 늘어섰다.

 부림된 귀호가 열 둘, 미묘한 과다 숫자에 수빈, 준모, 광조는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해명은 순수한 호기심에 눈이 반짝거리며 항현의 부림주를 보았고 비합은 항현의 주술을 공부하는 학생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건암은 그까짓 거 하는 폄하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항현과 징옥의 싸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반대편, 징옥의 눈은 호승심에 번뜩였다.

 얼귀갱시라더니 이성에 해당되는 저항의지가 아직 살아있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항현의 기술을 보더니 다시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잡고 세 번째 탄력참격의 자세를 잡으며 항현을 노려보았다.

 항현이 그런 이징옥에 맞서서 사인참사검을 눈높이로 치켜들며 그 다음 주문을 외웠다.

 

 “동북방 귀문을 지키는 영수여-!

  검에 깃들어 맑은 칼날의 예리함을 지키라-!

  검을 달구어 뜨거운 칼날의 선명함을 지키라-!

  피 주린 검이 울지 않도록 네가 포효하라-!

  검강합인령-!”

 “어--------흥-------!”

 

 소환된 열두 귀신 호랑이들이 날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서운한 듯, 낮게 울부짖고는 모두 빛으로 화하여 항현의 사인참사검으로 흡수되어 들어갔다.

 징옥이 잠시 실망한 표정을 짓다가 귀호들의 흡수가 싸움의 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금방 다시 눈을 예리하게 빛냈다.

 항현의 사인검이 적멸암 지하 최하층을 대낮처럼 밝힐 강한 빛을 뿜었기 때문이다. 결코 싸움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강렬함이었다.

 해명과 건암, 비합을 비롯한 다른 모든 인원들이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와중에 해명은 비합을 찾아 눈길을 주었고 비합은 해명의 눈빛을 겨우 받았다. 비합이 해명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다른 누구도 두 사람의 신호를 보지는 못했다.

 

 징옥의 피가 맺힌 붉은 눈이 사인검의 빛 속에서 항현의 안광을 찾아 자신의 눈을 맞췄다.

 항현도 그 이징옥의 충혈된 눈길을 맞추며 다음 주문을 외웠다.

 

 “동북방 지옥문을 지키는 범의 성난 울음

  괴로운 인생에 괴로워하는 산자들의 울음

  남겨진 원한에 격노하는 남은 자들의 울음

  불길에 몸을 태울 죄인들의 두려운 울음

  달님만이 위로하며 소리 없이 우노매라......”

 “크르르르르........”

 

 이징옥의 끊는 효후성이 빛으로 가득한 적멸암 최하층의 바닥에 음산하게 깔렸다.

 이징옥은 다시 평대도를 오른손에 바짝 거머쥐고 왼손으로 오른 손의 손목을 감아쥐었다. 오른 팔 하박 너머로 이징옥의 핏발선 눈이 사금파리처럼 빛났다.

 오른팔의 하박과 상박, 그리고 어깨의 삼각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왼쪽 어깨 바깥으로 가로로 위치한 평대도는 이징옥의 응축된 힘에 부들부들 떨렸다.

 평대도가 사인검의 빛을 반사시켜 검광이 어지럽게 가로 세로로 질러지는 가운데, 항현이 왼발을 그 발 크기만큼 앞으로 내밀었다.

 이징옥이 몸을 더욱 응축시켜 기를 집중시켰다. 삼각근이 한층 더 부풀어 올랐다.

 항현의 검광에 맞서 이징옥의 몸에서 수증기처럼 검은 사기가 올라왔다.

 이징옥의 평대도의 떨림이 멈췄다!

 항현의 발걸음도 전진하는 것을 멈췄다!

 

 “크-----------------왕!!!!!!!!!!!!!!!!!!!”

 “귀인참월격---!”

 

 이징옥이 탄환이 되어 날았다.

 오른 손목을 쥔 왼 손이 있는 대로 근육과 힘줄이 당겨진 오른 팔을 놓았다.

 오른 팔과 쥐고 있는 평대도가 항현의 얼굴을 향해 한줄기 번개처럼 가로로 그어졌다.

 항현이 얼굴 어름에 왼쪽 위에서 오른 쪽 아래, 세로로 비껴 든 사인검을 아래로 돌리며 몸을 낮췄다. 그리고 다시 몸을 펴며 사인검을 당겨 올렸다.

 검광이 칼의 회전에 어지러히 나부꼈다.

 

 “채애애애애애애앵---!” “패---------앵!” “파-앜-!”

 “크허어어어엉~!” “털썩-!”

 

 징옥이 뒷걸음질로 물러나다 뒷벽에 부딪치고 주저앉았다.

 칼이 맞 부닥치는 소리, 평대도가 부러져 날아가 뒷벽에 꽂히는 소리, 이징옥이 구슬프게 울며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사인검의 검광도 사라졌다.

 음침한 지하의 약간의 촛불만이 남아 서있는 항현과 앉아있는 징옥을 비춰주었다.

 징옥의 가슴에 일자로 그어진 상처만이 남아 피인지 기름인지 모를 검은 액체가 끈적끈적하게 흘러나왔다.

 

 “형님-!”

 “선배님-!”

 

 광조와 준모가 살짝 휘청거리고 있는 항현을 양 쪽에서 부축했다.

 

 “후~우, 후~우, 후~우......”

 “선배님 이기시다니...... 솔직히 보고도 못 믿겠습니다.”

 “그래..... 난 하고도 못 믿겠네......”

 

 광조의 상찬에 항현은 너스레를 떨었다.

 

 “형님, 열 두 귀호는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 글쎄...... 요 근래 내력이 더 세진 것도 같아서 조금 무리를 했는데 크게 나쁘진 않군......”

 “보기에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여요. 이 정도면 수빈누나가 포란주 주문으로 바로......!?”

 

 그 순간, 세 남자는 여자 하나가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항현의 일이라면 가장 먼저 뛰어 오는 그녀가 홀로 안 보인다.

 셋이 뒤로 돌아보자 계단 위에는 이미 비합이 있었고 건암은 수빈의 입을 가리고 뒤에서 안아 계단 위로 끌고 올라가고 있었다.

 

 “읍~! 읍~! 이거 놔요.......!”

 

 수빈이 버둥거렸지만 어깨의 넓이와 가슴의 두께가 수빈의 2배가 족히 되는 남자였다.

 온몸으로 반항했지만 난짝 들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계단 위로 끌려 올라갔다.

 해명이 따라 올라가다가 남자 셋과 눈이 딱, 마주쳤다.

 

 “죄송해요. 그러나 제 계획은 원래 이거였어요. 저 괴물과 함께 여러분을 이 최하층에 묻어 버리는 거......”

 “해명---------! 이 비열한!”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별수 없잖아요? 더 방해 받을 수는 없으니까.....”

 

  준모가 뒤통수에 고래고래 욕을 했지만 해명은 유유히 변명을 흘리며 윗 층으로 종종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 싸움 전에 징옥이 두드려 부수려던 돌판으로 다시 계단의 위를 막아 버렸다.

 서둘러 준모와 광조가 쫓아 왔지만 이미 계단을 막은 돌판에 비합의 주술이 걸려 사진도나 사묘각에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이걸 어떡하죠?”

 

 광조가 준모에게 난처한 얼굴로 묻자 준모는 대답없이 항현을 바라보았다. 항현도 역시 그 상황에서 별 뾰족한 방법이 있을 수가 없었다.

 준모와 광조, 그리고 지친 항현이 서로의 얼굴만 망연자실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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