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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6.항현귀환전 3.별자연군(허리)
작성일 : 17-12-23 16:33     조회 : 45     추천 : 0     분량 : 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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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넋귀갱시는 그저 호롱에 기름만 채워준 꼴이에요. 그럼 불을 밝히는 기능 만을 수행하죠.”

 “그럼 얼귀갱시는?”

 

 항현의 되물음에 해명이 바로 대꾸했다.

 

 “이성을 살려놓는 거죠. 그 사람이 살아생전에 가지고 있던 사상이라던가 철학, 기술......”

 

 해명이 항현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마저 이었다.

 

 “저 이징옥의 경우에는 검술과 전법이죠. 아주 막강해요.”

 

  항현이 눈을 크게 뜨고 해명을 쳐다보았다. 그런 둘에게 징옥의 평대도가 헌 집 벽 털어내듯 휘둘러져 들어갔다.

 해명이 징옥의 평대도의 연속 공격을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 사람은 평생을 여진족과의 전쟁을 수행한 사람이예요. 작전을 입안하는 전략가였고 입안된 작전을 수행하는 현장 지휘관이었으며 전투가 벌어지면 직접 칼을 들고 적과 맞싸우는 전사였습니다. 전쟁의 조감, 운용, 직접수행, 모든 부분에서 최고였던 보기 드문 명장이었지요. 그런 사람의 얼을 다시 불러......”

 “불러서.....?”

 “크와아아아아-ㅋ-!”

 

 평대도의 칼빛이 벽이 되어 둘을 밀어 내었다. 도저히 그 힘과 속도의 틈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해명과 항현이 최대한 자신들의 무구로 방어를 해 냈지만 이징옥의 힘과 검속은 방어조차 쉽지가 않았다.

 칼과 칼이 부딪히는 파강성 속에 항현과 해명이 미치지 못하는 힘의 차이에서 나오는 한계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우-읔-!” “커헉-!”

 

 해명과 항현이 뒤로 뛰어 물러나며 이징옥과 자신들과의 격차를 새삼 깨달았다.

 해명은 항현과 뒤로 나가떨어지다시피 했지만 이야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징옥의 검벽이 무쇠광택을 뿜으며 적멸암 지하를 은은하게 밝혀주었다.

 따뜻하지 않은 서늘한 검광이 지하의 음산함을 한층 고조시켜 주었다. 해명이 그런 음산함에 어울리는 작은 속삭임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 분의 시신은 따로 비합님이 백두산 한빙계곡에 따로 갈무리를 해 두셨어요. 오른 팔과 머리가 잘려 있긴 했지만 잘 얼려 놓으신 덕에 다시 꿰매어 붙이고 얼을 불러 넣기 쉬웠죠. 그런데......”

 “그런데?”

 “뭔가 되게 이질적이었어요...... 우리와 그 어떤 교감도 소통도 되질 않는 혼자만의......”

 “?”

 "피이이이이잌-!"

 

 다시 평대도가 가로로 그어지며 해명과 항현이 서있던 곳의 철창이 부서져 안의 창귀호가 나왔다.

 

 “까~옹~!”

 

  생명체 특유의 힘을 재는 본능, 자신이 이길만한 상대인지 이길수 없는 상대인지를 판단하는 판단력, 그것이 죽은 창귀호에게도 나타난 건가? 이징옥의 일격에 부서진 방에서 나온 창귀호는 눈썹이 팔(八)자를 그리며 두 귀가 바짝 누어 머리에 찰삭 붙어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땅에 배를 깔고 작은 소리로 새끼 고양이 같이 까옹거렸다.

 이징옥은 용서가 없었다.

 평대도가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있는 창귀호를 한 참에 수직으로 잘라버렸다.

 

 “키엨-!”

 “으허어어어~ 내 한을 풀어야...... 내 원한을 어찌 하는가~.......?”

 

  창귀호의 몸이 두 동강이 나고 범에 깃든 원귀가 몸을 잃고 작은 불로 화 했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런 이징옥의 뒤에서 건암이 사미권을 번뜩이며 뛰어 들었다. 그 뒤를 광조가 따랐다.

 건암과 광조가 다시 징옥의 뒤에서 덤벼들었지만 징옥을 정확히 그들의 공격을 읽고 있었다.

 하단으로 광조의 뱅뱅이질(하단 앉아 뒤돌려차기)이 들어가고 상단으로 건암의 좌우 장못질이 꽂혀 들어갔다. 그러나 징옥은 공중으로 뛰어 올라 광조의 뱅뱅이질을 피하는 한편 왼손으로 건암이 장못질을 막아내가며 무심한 공중 곁차기(안으로 휘돌아가는 돌려차기의 반대방향 발차기)로 건암의 턱을 찼다.

 

 "퍽-!"

 “엌-!”

 

 짧은 단말마!

 얼굴이 박살 날 만큼 강한 차기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아무런 살기가 없었고 건암은 얼굴을 그리 쉽게 허락해 버렸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건암의 공격의 맥을 끊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공격이었다.

 건암의 비명을 들은 광조는 그 자리에서 팔로 바닥을 짚고 위로 뛰어 오르며 손 짚어 날차기(밑에서 위로 날아 올라차기. 위에서 아래로 올라오는 각도)가 나오는 듯 했지만 징옥은 의식이 반나마 끊긴 건암의 멱을 잡아 낮은 자세에서 공격해오는 광조에게 던져 버렸다.

 광조는 자신을 덮쳐오는 건암을 피하지 못하고 건암과 부딪혀 포개져 버렸다.

 

 “앗-!”

 

 건암은 살짝 의식을 끊기고 광조는 그런 건암을 안고 허우적댈 때 징옥은 공중에서 착지한 후 평대도를 높이 들어 둘을 한 번에 넷으로 만들려 했다.

 

 “번개치는 하늘아래

  하염없이 울부짖는

  홀로 된 들개처럼

  선지피가 흐르도록

  서러움이 달라붙다

  날카로운 칼바람에

  가루처럼 날리네

  사술극공참-!”

 

 “두텁고 단단한 태산이 걷는도다

  귓가에 겁없고 당당한 호통친다

  하늘을 보지 않고 땅의 그늘만 찾으니

  대지의 어린 꽃을 빈틈없이 지키노라

  대해호강기-!”

 

  왼손의 주먹 방패로 방어막을 만들고 오른손의 철극으로 풍참격을 발출하여 징옥을 노렸다.

 징옥도 해명의 공격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평대도의 넓은 면으로 자신의 면중선(이마에서 국부까지 수직으로 그어지는 선, 급소가 모여 있다.)을 보호하며 옆으로 뛰어 극공참을 피했다.

 해명의 엄호로 광조, 건암, 두 사람이 겨우 살아나 징옥이 피한 반대 방향으로 물러섰다. 건암도 겨우 정신을 차려 자신이 죽기 직전 살아난 것을 알았다.

 해명의 풍참격을 피해 자신의 좌측으로 피한 징옥에게 준모의 사진도가 날아왔다.

 

 “타아아아-------!”

 “채------아앙------!”

 

  미처 몸을 못 추스르고 앉아서 준모의 큰 칼 일격을 막은 징옥은 일어나는 힘, 그대로 준모를 밀어냈다.

 일자로 들어오는 징옥의 축격(밀어내는 공격)을 우측 회전으로 흘려낸 준모가 간격 안에서 공격할 수 없는 각도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우측 회전의 힘을 이용한 창룡귀동(몸의 회전을 이용하여 머리위로 칼을 들어 돌려 내리치는 기법)의 일격이 징옥의 머리에 박혔다.

 

 “끝났다!”

 “퍼어어어---엌---!”

 

 징옥의 왼손이 준모의 사진도의 손잡이 부분을 잡아 사진도에 완전히 머리가 반 동강이 나는 것을 겨우 막았다.

 산 사람이라면 칼이 머리의 절반 정도 박히는 것으로 더는 움직이질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징옥은 자신의 힘으로 머리에 박힌 사진도를 스스로 빼며 뒤로 물러나 벽에 몸을 기댔다.

 그 모습에 위압된 준모와 해명, 건암, 광조 그리고 해명은 당장 덤벼 들지를 못하고 그저 둘러 서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한울님의 강인함은 독수리의 발톱같네,

  한땅님의 든든함은 큰수닭의 벼슬같네,

  햇님의 따스함은 비둘기의 가슴같네,

  달님의 시원함은 푸른매의 횃짓같네.

  사조포란주~!”

 

  수빈의 은종 소리같은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큰 새의 형상이 날아가 건암과 광조를 감쌌다.

 광조는 몸이 편해지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였으나 포란주 주문에 처음 덕을 보는 건암은 그리 쉽게 몸이 나아지는 것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빈을 봤다.

 벽에 기대 서있는 징옥도 수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끝났나?”

 

 준모가 해명에게 묻자 해명이 한쪽 입 꼬리만 올라가는 미소를 지으며 답해 주었다.

 

 “글쎄요. 한번 가셔서 확인해 보시죠. 맥도 집어 보시고, 눈꺼풀도 뒤집어 보시고..... 살아 있는지......”

 “이미 죽은 귀갱시잖아..... 살아 있기는 뭐가 살아 있어?”

 “후후후~ 이런 세계에서만 할 수 있는 귀갱시 농담이죠. 후후후......”

 “퍽이나 재미있네.....”

 “크아아아아아-----!!!!!!”

 

  해명이 준모에게 싱거운 소릴 하고 있을 때, 이징옥이 다시 움직였다.

 건암도 광조도 이번에는 쉽게 접근하지 않으며 징옥의 움직임을 살폈다.

 해명, 준모, 항현이 검을 들고 다시 조용히 간격을 넓히며 징옥을 포위했다.

 

 “크으으으으......절제 대감과.......”

 

  징옥의 입에서 포효성이 아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의 말이 흘러 나왔다.

 

 “......절제 대감(김종서)과의 약조를 지킬 수가 없으니...... 한이로다...... 어린 왕을 지키지 못했으니 천추의 한이로다......”

 “이것이 이 자의 집착이었나?”

 

  비합이 수빈을 따라 내려와 포위 대열에 합류하며 이징옥의 입에서 나오는 듣고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뭔가 집착이 있다는 것은 알고 계셨다는 거예요?”

 “......”

 

 수빈이 비합에게 묻자 비합은 눈썹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들킨 것을 언짢아했다.

 

 “음...... 뭔가 우리 마음대로 쓰기가 힘이 들었는데 그게 왜 그런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막연히 얼을 심을 때 방법이 틀리지 않았으니 얼 자체에, 뭔가 생전의 열망이 남은 것이 아닐까 추측했었지...... 아무래도 죽었을 때 재빠르게 수습하여 한빙곡 얼음 속에 파 묻었으니 생에 열망도 같이 보존된 게 아닐까 생각되더군......”

 “......”

 

 수빈이 비합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사람 시신을 수습할 생각은 안하고 나중에 쓰기 위해 백두산 한빙곡에 갖다 파 묻었다는 얘기를 너무 일상적으로 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서 였다.

 비합은 그런 수빈의 눈빛을 모른 척 넘겼다.

 음산하며 우렁찬 징옥의 한탄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조선....최고.....무장이다..... 이징옥이다...... 내 힘으로 못 바꿀 천하는 없다...... 나는 이징옥이다........”

 

 징옥을 둘러 싼 해명, 항현들은 긴장했다.

 사악한 기운이 응축되어 고조되어 가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내.... 힘으로...... 내 힘으로 어리신 왕을 다시 옥좌에 앉힐 것이다-!”

 

  준모가 베어 넣은 머리의 칼자국도 벌써 나눠진 살갗이 한 줄 흉터만을 남기고 아물어 가고 있었다.

 

 “나는 조선 최강! 이징옥이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실에 과거 조선 최강이었던 귀신의 귀곡성이 터졌다.

 방안의 인원들도 내공이 나름대로 한 가닥하는 사람들임에도 무사한 바깥 꼴과는 달리 다들 안으로 약간의 타격을 입었다.

 약간의 내상에 얼굴들을 찡그린 모두가 보는 가운데 징옥이 다시 움직였다.

 평대도를 이번에는 크게 휘두르지 않고 한 손으로 칼등을 잡아 방어를 단단히 굳힌 자세를 잡았다.

 

 “크르르르르~”

 

 묘한 효후성이 이징옥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칼을 잡고 있는 오른 손목을 칼등을 쥐고 있던 왼손을 내려 잡는 순간, 뱀이 쥐에게 머리를 날리듯 온몸을 날렸다.

 못해도 200근(1근 =600g 200근= 120kg, 조선시대의 근수는 현대보다 가벼웠다고 하지만 이 작품에선 현대와 동일하게 씁니다.)은 족히 되는 이징옥의 거대한 몸이 대포 탄환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오른 손에 있는 대로 힘을 주고, 그 오른 손목을 잡은 왼손을 놓는 순간 몸 전체의 탄력과 튀어 나가는 오른손의 힘으로 평대도가 화살처럼 날았다.

 해명이 역강패를 들어 막으려는 순간, 항현이 몸을 던져 해명을 피신 시켰다.

 

 “패------캉--------!”

 

 해명이 서있던 뒤의 철창방의 벽이 잘려나갔다.

 여태 들리던 파강음보다 아예 한 옥타브 쯤 높은 파열음과 함께 벽돌들이 칼로 무를 썰어 내듯이 매끄럽게 잘리고 방안의 귀갱시들이 같이 잘려 두동강이 났다.

 그 자리의 모두가 입을 떡 벌리고 이징옥의 공격을 보았다.

 

 “안목 좀 기르라고...... 저건..... 못 막아......”

 

 항현이 자기 아래에 엎드려 있는 해명에게 말하자 해명도 대꾸했다.

 

 “예....... 저도 저 기술은 처음 봅니다......”

 

 해명의 말꼬리가 죽을 뻔 했다는 위기감 때문에 미묘하게 떨렸다. 그런 해명을 항현이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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