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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6.항현귀환전 2.소병연결(허리)
작성일 : 17-12-22 20:03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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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명과 준모들은 대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여진사수들은 총에 맞아 부상을 입은 사람이나 준모의 뇌룡참에 걸려 검게 그을린 자들을 뒤로 빼고 다시 새로운 사수들이 활을 겨누고 있었다.

 혁춘도 화승총 세 자루에 모두 총알과 화약을 장전하고 수빈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수빈이 한 아이의 손을 붙잡고 덩치 크고 머리가 노란 아가씨와 함께 뒤쪽에서 걸어 나왔다.

 주변에 총에 맞아 피 흘리고 아파하는 여진인들이 여럿 널려있자 종희가 수빈의 손에 매달린 해운을 얼른 낚아 채 자기 품으로 껴안았고 눈을 가렸다.

 해운이 종희의 품에서 고통스런 사람들의 광경을 피하는 것을 본 수빈의 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준모씨-!”

 “누나 괜찮아요?”

 “전 멀쩡해요!”

 

 반가워하는 준모와 수빈에게 해명이 의기양양 말했다.

 

 “보셨죠? 저희가 살린 거라고요! 저희가 아니었으면 눈 속에서 의식을 잃고 얼어 돌아가셨을 겁니다.”

 “......”

 

 당장 받아칠 말이 없었다.

 끌려가 해코지라도 당할 줄 알았는데 일단 무사한 얼굴로 나왔으니 되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니....... 혁춘이 다음 요구조건을 말했다.

 

 “일단 수빈을 돌려보내라-!”

 

 해명이 고개를 돌려 수빈을 바라보며 물어 보았다.

 

 “옷이라도 다 말리시고 가시는 것이 어떠세요? 가실 때 붙잡지는 않을께요.”

 “......”

 

 해명은 여유만만했다.

 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보내 주겠다는 말이 수빈에겐 그렇게 건방지게 들렸다.

 해운의 오빠라는 점 때문에 대충 호감도 생겼었지만 잘난 척한다는 생각이 들어 한 마디 쏘아 주려는 데 갑자기 발뒤꿈치에 아주 깊은 곳에서 오는 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꽁......”

 “?”

 “?”

 

 뭔가 이변을 꽤 많은 사람들이 느꼈다.

 그때 뒤쪽에서 두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비합과 건암이었다.

 상대편의 인원이 많아진 것에 준모와 혁춘은 긴장했다.

 수빈도 보이지 않던 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것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 때 다시 발치에 아까와 같은 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콩.......”

 “비합님! 지금 느껴지는 이 진동......”

 “지하의 괴물이 일어났습니다.”

 

 해명이 진도에 대한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비합의 입에서 대답이 튀어나왔다.

 해명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이징옥이 움직였어요?”

 “예, 위쪽의 진동에 깬 듯 싶습니다만, 이곳에서 싸우는 소리였습니까?”

 “......”

 

 해명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끄덕이는 그 순간 또 발뒤꿈치에 진동이 전해졌다. 진동에 퍼뜩 생각난 듯, 해명이 둘에게 슬쩍 물었다.

 

 “다른 건....... 없습니까?”

 “.......아..... 분명 있더군요......”

 

 비합이 항현 부분에 대해 수빈을 의식하고 눈치 빠르게 알아듣지 못하도록 빙~ 돌려 말했다. 그러나 둔한 건암은 바로 두 사람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항현이란 관원 놈 말씀이지요? 제일 아래층에 있길래 이징옥 괴물과 같은 층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이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항현님이 여기 계세요-!”

 

 수빈이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반대편에서 숨어있던 준모들도 들었다.

 

 “역시 항현이 여기를 먼저 왔군......”

 

 혁춘이 싱글거리며 혼잣말처럼 읊조렸고 준모와 광조는 아직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관계로 눈을 크게 뜨고 해명과 수빈 쪽을 주시했다.

 

 “무슨 소리에요? 항현 님이 여기에 계세요? 알면서 나를 속인 거예요?”

 “지금 이게 첫 보고입니다. 저도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어요. 비합님만 아셔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말해드리려고 했어요.”

 

 해명에게 수빈이 따박따박 따지자 해명이 멋쩍게 변명을 하며 건암을 째려보았다. 그제서야 건암도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알고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반대쪽에 있던 혁춘이 총에서 화승(불 심지)을 빼, 손에 들고 보여주며 엄폐하고 있던 기둥에서 나왔다.

 광조가 놀라 혁춘을 뒤에서 불렀다.

 

 “아니! 선배님! 뭘 하십니까?”

 “지금 상황이 이상해. 내가 저들에게 가서 저간의 사정을 알아 오도록 하지.”

 

 준모도 당황하긴 했지만 준모 자신이나 광조가 가서 상대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도리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혁춘을 보냈다.

 혁춘의 화승총같은 사용 조건이 까다로운 기관보다는 자신의 사진도나 광조의 사묘각이 지금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공격당하시면 크게 비명 지르세요. 같이 다 박살내 버릴 테니까!”

 “훗~ 거 든든하구만......”

 

 반 농담 같은 준모의 격려에 혁춘도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연기가 날리는 화승을 쥐고 혁춘이 앞으로 나서자 여진사수들이 더욱 매섭게 화살을 겨누었다.

 자신들의 전우들을 몇 명이나 상하게 한 물건의 임자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불 뿜은 화승의 불씨를 혁춘이 손가락으로 비벼 끄고는 두 손을 눈높이로 들자 해명도 여진사수들에게 손 신호를 주어 활을 거두게 했다.

 여진사수들은 자신들의 감정의 문제가 있기는 했으나 지휘자의 명령을 어기지는 않았다. 곧 여진사수들이 활을 거두자 혁춘은 천천히 전진하여 해명과 수빈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자네 괜찮은가?”

 “네, 그 보다 항현 님이 여기 지하에 계시데요.”

 

 수빈의 말에 혁춘은 해명을 보았다. 해명도 눈을 피하지 않고 혁춘의 눈을 바라봤다.

 

 “지하에 있다니 이곳이 다가 아닌가?”

 “...... 지하로 일곱 층이 포개어져 있습니다. 모두 이 곳과 같은 모양은 아니고 크기도 작기도 하여 얼마 만한 공간인지는 간단히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말투는 뻣뻣했지만 문장은 온전히 붙여 반만 하진 않았다.

 

 “항현은 자네가 가두었나?”

 “제가 듣기로는...... 비합거사님이 쫓자 지하로 도망치셨다 합니다.”

 

 해명은 아직 수빈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항현이 죽더라도 그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말로 책임을 피하다보니 묘하게 자신이 처음 보는 노인네에게 변명하는 투가 되었다.

 그 점이 해명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수빈을 의식해서 고분고분하게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러나 고분고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럼 아직 항현은 안전한 상태인가?”

 “음....... 그건........”

 “왜 확답을 못하는 거예요?”

 “음..... 그게요......”

 

 항현의 안전에 대해 단언을 못하자 수빈이 언성을 높혔다.

 비합이 나서 대답을 대신했다.

 

 “지하에는 우리도 제어 못하는 괴물이 있소. 우리도 제어가 버거워 최하층에 가둬 놨는데 그 최하층까지 항현, 그 양반이 도망쳐 들어간 거요. 그리고 이 곳의 싸움의 진동에 그 괴물이 깨어났고...... 알겠소? 우리 책임 만은 아니란 말이오.”

 

 비합의 답에 수빈도 더는 해명을 몰아붙이진 못했다.

 혁춘이 이어서 비합에게 물었다.

 

 “지하의 당신들도 제어 못하는 괴물이라는 게 어느 정도요. 많이 위험한 거요?”

 “......컹!......”

 

  전의 발뒤꿈치에 약하게 전해지던 진동이 이번에는 무릎 뒤가 찌르르 울릴 만큼 커졌다.

 혁춘과 수빈도, 해명들도, 반대편의 준모들도 묘한 진동에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항현님은 지금 그런 괴물과 같이 계시다는 거예요?”

 “어쩌겠소? 우리도 일단 살아야 하니까......”

 

 수빈의 화난 질문에 비합이 얄미울 정도로 여유 있게 대답했다.

 

 “어서 내려가요. 항현님이 그리 쉽게 당하실 리 없어요.”

 “누구 마음대로 남의 집, 깊은 속까지 간다는.....음?!”

 

 수빈의 재촉에 건암이 한 마디 하는 것을 해명이 손을 들어 막았다.

 비합도 건암도 해명을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그래요. 빨리 가시죠. 거기 사냥꾼 아저씨도 쥐고 계신 화승에 불을 붙이시고 저기에 숨어 계신 분들도 오시라고 하세요. 지하의 괴물은 그만큼 위험하니까......”

 

 비합도, 건암도, 혁춘과 수빈도 의아한 눈으로 해명을 쳐다보았다.

 해명은 자기의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자신의 뜻을 따르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비합도 건암도 그런 해명의 뜻을 일단 따라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명님, 저도.......”

 

 뒤에 해운과 있던 종희가 나서려고 하자 해명이 그녀는 제지하고 나섰다.

 

 “아니요. 누나는 해운을 돌봐줘요...... 그게 중요하니까......”

 “......”

 

 종희는 해명의 뜻밖의 제지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뒤의 비합과 건암이 눈빛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혁춘은 이들의 행동이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은 했지만 항현을 구하러 가야 하는 일이 우선이다보니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상황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혁춘도 일단 뒤에 있던 준모와 광조를 불렀다.

 

 “거기! 내 총들을 챙겨서 이리 오시게!”

 “!”

 

 준모와 광조는 살짝 놀랐지만 수빈과 혁춘이 이미 같이 있으니 모종의 합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의 총과 화약을 챙겨 해명 일행들과 합류했다.

 

 “무슨 일이시죠? 어떻게 된 겁니까?”

 “......쿵!......”

 

 이젠 진동이 허리까지 찌르르 울렸다.

 준모와 광조가 진동에 놀라 누군가 설명해줄 사람을 찾아 수빈과 혁춘을 번갈아 보았다. 혁춘이 준모에게 힘든 일을 각오하고 숨을 한 모금 삼킨 후에 준모에게 말했다.

 

 “내려가며 얘기하세, 제일 아래층에 항현이 있다는 구만.”

 

 -------------------------------------------------------------

 

 항현은 조용히 바둑판처럼 배치된 귀갱시, 창귀호의 방들을 엄폐물 삼아 이징옥의 눈에 띠지 않도록 숨어 있었다.

 허나 그럴 이유도 없었다.

 이징옥은 위로 올라가는 것 만을 목표로 계단을 막은 돌 판을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쿵-!”

 

 계단을 막은 돌도 상당히 오래 버티고 있었다. 그 거대한 이징옥의 충격을 버티는 모습이 물리적 강도뿐만 아니라 일종의 주술적 결계도 처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항현과 안견은 한 숨 돌렸다.

 꼼짝 없이 같은 방에 갇혀서 죽을 둥 살 둥, 싸울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이징옥을 자신과 눈이 마주친 재수 없는 창귀호 하나를 다진 것을 제외하면 위로 올라가는 것 만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괜찮은 건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성은 낮추어 작게 얘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창귀호 귀신이 저리 떡갈비가 돼버린 것을 보니 우릴 모르는 것 뿐인 것 같아요. 알면 바로......”

 “......”

 

 항현의 대답에 안견이 다시 입술을 입안에서 이빨로 깨물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쿵-! 쿵-! 쿵-! 쿵-! 쿵-!”

 

 질리지도 않고, 아니 질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강도를 높여가며 이징옥은 계단을 막은 돌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무리 단단한 강도를 가지고 있고 주술적 처리가 되어 있더라도 돌벽의 한계점은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

 

 준모, 광조, 혁춘, 수빈과 해명, 비합, 건암, 7인 그리고 다수의 여진 사수들이 지하로 걸어 내려갔다. 지하의 첫 층과 둘째 층에는 이미 귀갱시들을 밑으로 옮겨 놓은 상태였다.

 

 “잠시만! 일단 저희가 먼저 내려가 가실 길을 정리하죠.”

 “뭐라고?”

 

 혁춘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해명을 보았다.

 무슨 일을 꾸미는 거냐는 물음이 내포되어 있는 눈빛이었다.

 해명이 그런 눈빛에 먼저 대답을 했다.

 

 “별거 아닙니다. 밑에는 귀갱시들이 많이 있고 그들은 피아식별이 없는 괴물들이죠. 우리는 그들을 진정시킬 방법이 있어요. 우리가 먼저 내려가 진정시키고 구획을 나누어 치워 놓으면 다음에 들어오시라는 겁니다.”

 “......”

 

 혁춘이 해명을 빤히 쳐다보자 수빈이 그런 혁춘을 말렸다.

 

 “좋아요. 해명씨 쪽의 사람이 먼저 내려가서 정리를 해 줘요. 그리고 정리가 되면 저희가 내려가죠.”

 “예~ 건암님과 내가 내려가죠. 비합거사님 호드기를 제게 주세요.”

 

 건암도 비합도 이상했다.

 호드기를 불어 귀갱시를 진정 시키는 일이라면 건암과 비합이 내려가면 되는 데 굳이 해명, 자신이 직접 내려가겠다는 것에서 뭔가 속셈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선히 비합은 귀갱시 조정 호드기를 내주고 혁춘들과 같이 있었다.

 호드기를 받아 쥔 해명은 계단을 내려와 건암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연폭소병들을 배치해야 해요. 건암님은 6층으로 뛰어 내려가셔서 소병을 배치해 주세요.”

 “그냥 실행합니까?”

 “못 할 거 없잖아요?”

 

  해명의 밝은 대답에 건암은 반대편의 계단을 뛰어 내려갔고 해명은 호드기를 불어 귀갱시들을 다 3층의 변으로 밀어 붙여 짐짝 쌓듯 포개고 겹쳐 놓았다.

 마른 시체에서 물이 나오도록 짓눌려 벽에 붙었다.이윽고 건암이 올라와 해명에게 고했다.

 혹시라도 위층의 혁춘들에게 들릴 세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병을 세 방향으로 위치 시켰습니다. 북방이 없는 것이 유감천만입니다만......”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들이 변수였는데 잘됐네요. 이징옥이 나왔으니..... 후후후후......”

 

 해명이 크지 않은 소리로 여유있게 웃음을 짓자 건암도 같이 미소를 지어 답했다.

 둘은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 다시 윗 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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