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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1. 창귀호전 3.창귀호(허리)
작성일 : 17-12-06 06:21     조회 : 62     추천 : 1     분량 : 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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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순, 일성에 목을 부러뜨렸다.

 두 번도 필요 없었다. 그리곤 앞발과 입으로 먹는다기보다 사람을 조각조각 마구 흩어 놓고 있었다.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체절들이 다시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뿌려졌다.

 동네 아낙들의 공용 빨래터였던 실개울은 순식간에 실력 없는 백정이 일한 도살장처럼 변해버렸다.

 

  겨우 산 아래로 내려와 한 호흡 돌린 항현 일행은 마을의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항현은 먼저 범이 내려갔으니 분명 어떤 소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을을 고요했다.

 검지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 항현에게 퉁을 놨다.

 

 “범이 나왔는데 소란스러울 리 없지요.”

 “아! 되려 더 조용하려나?”

 “동네에 개 짖는 소리 하나 없는 것이 분명 대충이 내려 왔어.”

 “잠시만! 소리가 들려요.”

 

  수빈이 귀를 기울려 가늘다란 소리를 찾아 방향을 손을 가리켰다.

 다른 세 사람이 가리킨 방향으로 천천히 뛰어갔다.

 지정한 방향으로 뛸수록 들리지도 않던 소리가 조금 또렸해졌다.

 

 “하이고~ 움튼아~ 내 새끼야~ 기어코 네가 받을 걸 받는구나~”

 “......!”

 

 개울가에 웬 노파가 주저앉아 목 놓아 울고 있었다.

  많이 늙은 여자여서 인지, 호랑이를 봐서 그런지, 울음소리가 모기 소리처럼 앵앵거려 그 푸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내 새끼야~ 남 눈에 눈물을 빼냈으니 응보를 받는구나, 너는 벌 받고 간다지만 남겨진 난 어떡하니~ 내 아들아~ 앙~앙~”

 

  항현이 노파의 등 뒤로 다가가며 노파의 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았다.

 어마어마한 피바다가 펼쳐진 개울가에 얼굴만한 살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리고........

 

 “할멈! 내 뒤로 숨으시오!”

 “예!.... 옛!”

 

  노파는 뒤에서 갑자기 기척이 나자 놀라 돌아보았다. 그리고 기척을 낸 사내가 긴 칼을 뽑아들고 있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 사내의 눈길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앞으로 향해 있는 것을 보고 같은 쪽으로 돌아보고는 세 번 놀랐다.

 엄지손가락 만하게 보이는 큰 덩이에 등잔불 두 개가 나란히 떠 있는 것, 분명 아까 마당에서 봤던 호랑이였다.

 세 번 연달아 놀란 노파는 또 까무러쳐 버렸다.

  항현이 노파를 타 넘어 기절한 노파의 앞에 나아가 섰다.

 사인검을 뽑아 좌상에서 우하로 비껴 잡고는 저 앞의 호랑이를 노려보았다.

 

 “어흥-!”

 

 천둥소리마냥 울리던 소리라기보다는 어딘가 불편한 듯한 울음을 남기고 호랑이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세 사람도 서둘러 뛰어가 사라지는 호랑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직 깊지 않은 밤에 동네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각 집마다 키우는 강아지 소리 하나도 나지 않았다.

  잠시 후 순라꾼이 와 현장을 보았고 이후 관아의 불침번들도 와 상황을 보았으나 같은 것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항현은 노파를 업고 고을 관아로 갔다. 집이 어딘지를 모르니 할 수 없었다.

 관아의 대문에 번을 서는 군졸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이제 오십니까요? 마을에 짐승이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호랑이 같은데......”

 

 군졸들은 항현의 등 뒤에 업힌 노파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뭡니까요? 죽은겁니까? 호환이에요?”

 “이 분은 괜찮소. 허나 이분의 아들이 변을 당한 것 같소.

 마을 아래에 갈대밭 너른 실 개울가에 호환을 당한 시신이 있소이다.”

 

 업고 있는 항현을 대신하여 혁춘이 말해주자 군졸들은 진저리를 치며 겁을 냈다. 그리고 항현에게 업혀있는 노파를 확인하고는 또 대경실색했다.

 

 “히이이익! 이.... 이...... 웅퉁이네 어머니다!”

 “아니 그럼! 웅퉁이가 죽었다고! 아이구 이런......”

 

  동헌의 행랑에 노파를 누이는 데 주변이 웅성대며 소란스러워지자 서헌(고을 사또의 사적 생활 공간, 일종의 관사)에서 머물던 고을 현령이 동헌(서헌과 반대 이쪽은 사무소이다.)에 다시 나왔다.

 

 “무슨 일인가? 아니, 서울 손님, 지금 하산하시었나?”

 “예, 방금...... 그리고 마을로 호랑이가 내려왔습니다. 지금 한 사람이 호환을 입어 마을 아래 실개천에 시신이 흩어져 있습니다. 조처를 부탁드립니다.”

 “뭐-! 시...... 시신이...... 흩어져........”

 “예! 딱 맞는 표현을 찾으니 그렇게 밖에 말씀드릴 수 없군요. 그리고, 지금 관아에 있는 아전, 관속들을 좀 불러 주시겠습니까?”

 “아니, 그들은 왜?”

 “퇴청하여 귀가한 자들은 다시 부르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당직으로 남아있는 자들만 불러 주십시오.”

 “......음......”

 

  현령은 캥기는 표정이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어 그들을 불러 모았다.

 항현이 혁춘과 다른 일행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줄 것을 부탁했다.

 

 “저..... 어르신.”

 “내 그리 나이가 많지 않으이. 형님이라 하시게.”

 “아.... 그럼, 관원으로 계셨다니 선배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저..... 제가 이들에게 이를 때 잠시 자리를 좀 비켜주십시오.”

 “......”

 

  혁춘은 항현을 쳐다 보더니 선선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반드시 알아내라구.”

 

  혁춘들이 자리를 비키며 한마디하자 항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관아의 속인들이 항현의 앞에 늘어 섰다.

 그들과 같이 선 항현은 부드럽게 타이르는 어조로 말했다.

 

 “지금 마을 안에 호환이 또 발생했네. 그... 이름이..... 뭐라더라......?”

 “저도 그 노인을 봤습니다. 움튼이네 어머니였습니다.”

 “움튼이?”

 “예~ 워낙 늦게 본 자식이라 고목에서 싹이 움텄다하여 움튼이라고 부릅니다요. 근데 자라며 뭐가 그리 맘에 안차는 지 워낙 표정을 찡그리고 다니며 남이 하는 말에 퉁만 놓고 다니는 지라 고을에선 웅퉁이라고 부르지요.”

 “음~ 심각한 강력 사건이니 본명으로 얘기하세. 움튼이라고 하세.”

 “예~”

 

 잠깐 피해자의 본명을 확인한 후 항현의 얘기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호환이라고는 하나, 이 일은 귀신들린 짐승의 일이며 인간의 원한이 끼어 있는 일이라, 그 내막을 모르고서는 해결이 힘들 듯 싶으이. 그래서 이 동네의 토박이들인 자네들에게 몇 가지 물으려는 게야.”

 “.......”

 

  관속들 대부분,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항현은 그런 그들에게 은근한 경고를 날렸다.

 

 “지금 동헌의 행랑에 호환의 피해자의 어미인 할멈이 의식을 잃고 누워 있네. 깨나시면 직접 물을 텐데 만일 내가 직접 물어보아 알아낸 사실 중 대조하여 현재 관아에서 알고도 내게 제공치 않은 정보가 있을 시에는 반드시 정황은폐의 죄를 물을 것이야.”

 “......!......”

 

 관원들이 움찔 놀랐다.

 그런 그들에게 아랑곳없이 항현은 계속 얘기해 나갔다.

 

 “내 자네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네. 나도 관원이기 때문에 없는 얘기 있는 것처럼 지어내지 못하고, 있는 얘기, 없는 것처럼 지우지 못한다네. 일이 그리되면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자네들에게 내가 모진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 그게 안타까와 미리 얘기하는 것이네.”

 

  은근한 협박, 나중에 숨긴 것이 발각되면 반드시 형틀에 눕혀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경고에 관원들의 눈동자가 불안함에 이리저리 데굴데굴, 부산하게 돌아갔다.

 그런 관원들에게서 눈을 떼 현령에게로 시선을 꽂으며 얘기를 이었다.

 

 “물론 이 자리의 모든 관원들에게 다 적용되는 말이지요. 나으리.”

 “그......그러나 겨우 호환 아닌가? 물론 사람이 죽은 일이니 중차대하다면 중차대하지만 중앙에 착호갑사들을 지원받아 몰아가 잡으면 끝날 일을 뭣 때문에 그리 깊게 가시는가?”

 

  현령이 더듬더듬 항현에게 어깃장을 뻗대보았다.

 아무래도 그냥 당하는 것은 억울한 모양인지 있는 힘을 다한 모양새였지만 항현은 차분하게 반박해 들어갔다.

 

 “지금 피해를 보십시오. 정상적인 호랑이의 습격입니까? 범은 본래 사람을 잡아먹고 사는 동물이 아닙니다. 만일 먹는다면 산에 혼자 올라온 나뭇꾼이나 마을 외곽의 밭에 혼자 나가 김매는 아낙정도를 노리지요. 이번 경우처럼 마을 중심까지 어슬렁거리며 걸어 들어와 사람하나만을 찍어서 죽인 후에 다시 산으로 사라지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닙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이 짐승은 정상적인 미물이 아니라 사악한 영물입니다. 귀신이 들린 호랑이에게 착호갑사를 대응시켰다가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필히 대대적인 조사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 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 모르긴 해도 정황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과 나라에서 키우는 소중한 전문 인력인 범 사냥꾼까지 잃은 죄까지 고스란히 현령이 다 지셔야 할 것입니다.”

 

  항현이 맘속에 써 놓은 스토리를 좔좔 읊어대자 현령은 고개를 숙이고 발끝만 바라보았다. 그런 현령에게 항현이 재차 독촉했다.

 

 “어쩌시겠습니까? 도호부에 요청할까요? 착호갑사대를? 입 닫고 계시면 행랑의 노파의 입에서 제가 직접 들으면 저도 관례대로 할 밖에 없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하~아~!”

 

  동헌이 날아가라 한숨을 내쉰 현령은 뜸을 들이더니 항현에게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가장 윗사람인 현령이 직접 얘기하는 지라 시립해 있던 아전들도 제지하지 못하는 눈치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윗사람이 힘으로 눌러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은근한 기대들도 품고 있었다.

 

 “이 고을에는 윤진사라고 진사시에 합격하고 둔하고 계신 향반이 하나 계시네........”

 

  현령이 말의 사이를 두었다. 아무래도 말을 꺼내기가 힘이 들어 보였다.

 말의 머리를 꺼내놓고 뜸을 들이자 기회를 놓치지 않는 다른 아전들이 말을 이어갔다.

 

 “그분에게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놈이 그렇게 파락호입니다요.”

 “예, 주막에 술 마시고는 돈 안내는 건 기본이고 말리는 남의 집 너럭을 마음대로 가져가 팔아먹고 남의 집 개, 맘대로 잡아먹고 술 취하면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들고 싸움박질에......”

 “아....... 아.......너럭 훔쳐 먹고 개 훔쳐 먹는 정도로 한이 맺힌 건 아닐게요. 말을 좀 짧게 합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소? 제일 처음 호환을 당한 영우라는 자와는?”

 

  항현이 서두를 자르고 본론을 재촉하자 아전들이 시무룩 쪼그라들었다.

 자연히 현령이 그 다음을 직접 얘기해 주기 시작했다.

 

 “한 반 년쯤 되는 건인데...... 그 윤진사네 아들, 오강이란 놈인데...... 그게 동네에 잔품 팔며 사는 밝곰이라는 계집아이를 겁탈한 게야.”

 “영우라는 아이와는 무슨 관곕니까?”

 “후우~”

 

 현령이 한숨을 다시 길게 불더니 말을 이어갔다.

 

 “남매지..... 그 때는 내가 부임한 지가 얼마 안 돼 동네사정을 잘 알지 못해서......”

 “?”

 “그 여자아이가 겁탈 당했다고 그 오래비가 관아에 고변을 했지. 근데 오강이란 놈이 그 남매가 남매끼리 정을 통하여 근친의 죄를 범하였다, 맞고소를 해버렸네. 그리고 그것을 지적하자 앙심을 품고 자신을 역으로 고발했다고......”

 “!”

 

  이번 한숨은 항현의 입에서 나왔다.

 현령의 입에서 나온 한숨은 죄책감과 징벌의 적정이 뒤섞인 후회의 숨이었다면 항현의 그것은 끓어오르는 노여움의 표현이었다.

 현령은 다 나와 버렸으니 별 수 없다는 심정있었을까? 갑자기 말이 많아지며 당시 사정을 자세히 묘사했다.

 

 “송사가 시작되자 벼라 별 증인들이 쏟아졌다네. 남매가 지나치게 가까웠다는 둥, 들녘에서 입을 맞추는 것을 봤다는 둥, 늘 손을 잡고 다녔다는 둥, 심지어는 밤에 정사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네.”

 “......”

 

  미간을 찡그리곤 항현은 귀만 열어 놓았다.

 같이 말을 섞었다간 토할 것 같았다.

 옛이야기에 흐르는 냇물에 귀를 씻고 싶다는 얘기가 있다던데 항현의 마음이 딱 그랬다.

 

 “거기에 비해 누이가 겁탈 당했다는 건 그 남매의 얘기뿐이니 자연스레 송사가 오강이란 놈 쪽으로 기운게야.”

 “그 아비인 윤진사라는 분은요. 가만히 계셨습니까?”

 “......”

 

 항현이 윤진사라는 사람의 과거 동향을 묻자 현령이 꿀을 먹었다.

 입이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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