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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1. 창귀호전 2.언문주(허리)
작성일 : 17-12-05 16:06     조회 : 64     추천 : 1     분량 : 6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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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현의 온씨 가문은 현 정부와 국가의 기풍 하에서는 언제나 어지러운 사도의 술사로서만 자리매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젊은 항현으로서는 그것에 불만이 없을 수가 없었다.

 당장 지금도 자신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게 되자 도와달라 기대어 오는 것은 저들이지 않은가?

 물론 나라에 반역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신이 어릴 때, 옳은지 그른지 판단 못할 때 익힌, 이 기예가 평안한 세상에 나름대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이 만큼 나이를 먹은 항현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일 이런 기예, 묘술을 사술로써 조직적으로 사용하여 조정과 나라를 위협을 가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과 싸워 조정을 지킬 사람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신들도 사술을 익힌 사도들과 구별되어 이 묘술을 익힌 무관들로, 조정을 방어하는, 존경받는 인생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항현은 약간의 기대로, 혁춘이 아는 만큼만이라도 정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문주라는 것이 생긴 것이 오래 되었습니까?”

 “이 사람~ 웃기는구만. 선대에 세종대왕께서 만들어 반포한 것이 대왕께서 25년, 계해년에 있었던 일이야. 아무리 오래되어도 그 보다 오래될 수는 없었겠지. 안 그래? 지금부터 따지자면 주문만들기의 시작은 20년 쯤 되는 일이지. 사람 하나의 인생에서면 모르되 언어라면 역사가 짧은 편이지.”

 

 항현이 아무 말 없이 혁춘의 말을 듣기만 했다.

 

 “실제로 제일 처음 만들어진 언문주는 반포 후 문종대왕의 즉위때 만들어진 축원문이었거든. 근데 그 축원문을 뚫고 문종대왕을 저주하는 데 성공한 주문이 있었던 게야. 그 또한 언문주였지......”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소격전(조선시대 제사나 무속을 돌보는 관청)의 도류가 있었는데 그 도사의 내자가 신기가 있는 데다가 언문을 쓸 줄 알다 보니 언문의 언령을 깃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더군. 그녀가 문종대왕의 건강을 축원하는 부적을 만들었는데 실지로 문종대왕이 몸이 편케 했다고 하더라구.”

 “하지만 문종대왕께선 결국 살갗의 악질로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방금 말한 대로 주법의 방어를 돌파한 저주가 있었네.”

 

  역시 항현은 듣는 이 없는 산속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듣고 있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허나 혁춘은 아랑곳 않고 말을 계속 이었다.

 

 “문종대왕 치세에 몇몇 선비들이 도술, 무속에 나랏돈을 지원하면 안된다며 소격전의 폐지를 상소하던 일이 있었는데, 소를 올렸던 선비들이 이상한 헛것을 보고 괴이하게 죽어 갔던 게야. 조정에서 돌아가던 상황으로 거꾸로 셈하여 따라 들어가 잡았지. 여자가 국록을 끊는단 소리에 증흥적으로 움직였길래 그 정도로 끝났지, 머리 좀 쓸 줄 아는 지능범이었으면 절대 못 잡았을 걸? 주법, 저주로 죽였는데 무슨 증좌가 있어 잡겠나? 결국 기묘한 힘이 있는 자들을 따로 뽑아 겨우 잡았지.”

 “그럼 끝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이리 수원까지 이어졌답니까?”

 

 항현이 되물은 물음에 혁춘이 답하기 전에 검지가 벌떡 일어났다.

 

 “그만 일어나야 절벽 위에 갔다가 해지기 전에 다시 관아로 돌아갈 수 있을꺼요!”

 

 “가면서 얘기하죠.”

 “그럼세.”

 

  검지의 재촉에 항현이 말하자 혁춘도 답하며 따랐다.

 네 사람이 다시 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걷기 시작했다.

 해가 가장 높은 점을 찍고 스르르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

 

  항현 일행, 넷이 절벽 위의 장소로 걷고 있을 때, 그 보다 더 깊은 산 속, 삼나무들이 거꾸로 세운 빗자루 마냥 빽빽이 서있는 곳, 울창한 숲이 대문처럼 가린 뒤, 돌 비탈에 옹이구멍마냥 뚫린 동굴 속, 큰 대호 한 마리가 이리저리 뒹구르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범은 지금 몸이 이상했다.

 

  이 삼일 전에 왠 인간 하나가 다 보라는 듯 절벽 꼭대기에 환하게 불을 켜 놓고 가만히 서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제대로 차려 놓은 밥상이라 유인이 아닐까, 잠시 의심이 들어 한 동안 그 인간을 지켜보았다. 허나 잠시 지켜보며 감각을 집중하여 살펴봐도 다른 인간들이 숨어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인간이 어떤 희한한 방법을 쓸지 모르니 범은 신중하게 잡목 숲 사이로 최대한 몸을 숨기며 접근했다.

  가까이 갈수록 인간이란 잡식 동물, 특유의 노린내가 한 명 뿐이란 것을 또렷하게 알려주었다.

 범은 더 주저할 것 없이 몸을 드러내어 사냥할 자세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인간은 도망도 가지 않고 맞 싸우려고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서 입으로 이상한 소리 만을 내었다.

 

 “내부릴 놈아, 내부릴 놈아, 네 집을 내놓아라, 네 집을 내놓아라.......”

 

  범이 인간의 소리를 알 수가 있나? 괜한 신경 쓰다가 도망쳐 놓치기라도 하면 오늘 긴 밤을 고픈 배로 웅크린 채 보내야 한다.

  몸을 웅크려 힘을 뒷발에 모으고 숨을 크게 들이쉰 후, 한 바탕 포효와 함께 인간을 향해 모둠 뛰어 덮쳤다.

  피할 지도 몰라 잽싸게 휘두른 오른 앞발을 인간은 피하지도 않았다.

 

 “푸엌~!”

 “큭!”

 

  타격음과 작은 비명이 거의 동시에 터졌다.

 토끼가 죽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소리를 내고는 인간은 멀찌감치 날아가 엎어졌다.

  너무 맥아리 없이 맞고 날아가 하마터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줄 알았다.

  먹이를 단애 밑으로 떨굴까봐 놀란 범이 서둘러 엎어진 인간의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어릴 적 어미 범에게 배운 대로, 그 이후 끼니때마다 하던 대로 목을 한입 물어 아직 숨이 코끝에 붙어 있는 인간의 목을 간단히 부러뜨렸다.

  범은 그 자리에서 성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일단 발톱을 세워 복강을 갈랐다.

 복강을 가르며 본 인간의 몸은 범의 눈으로 봐도 평범하질 않았다.

 몸 전체에 자신같은 무늬가 있었다.

 찌르르한 피와 살내음 사이사이로 슴슴한 향기가 흘러 나왔다.

  묵향이란 걸 알 리 없는 범의 코끝에도 무늬의 선마다 흘러나오는 향기가 싫지 않았다.

 벌려 열어진 복강에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창자가 향긋한 선혈과 함께 흘러나왔다.

  한 방울이라도 흘릴세라 혀로 샅샅이 핥아 인간의 비린 피와 창자를 허기진 배에 야무지게 채워 넣었다.

 인간의 배를 비워 자기 배를 채운 범은 다음으로 한 팔을 깨물어 뜯어내었다.

  너무 배가 고파 서둘렀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의 몸이 너무 약했던 것일까? 팔이 너무나도 쉽게 떨어져 나오면서 범의 아가리를 벗어난 나머지 몸통이 절벽 아래로 터덜터덜 떨어져 내렸다.

  범은 당황했으나 일단 입안에 있는 팔을 먼저 먹은 후 절벽 아래로 내려가기로 하고는 입안에 팔을 싹 발라 먹었다.

 절벽 위에서 인간의 나머지 몸을 쳐다보며 산을 돌아내려 가 먹을까, 절벽을 그냥 뛰어 내려가 먹을까 고민하는 참에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뭔지 모를 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내부릴 놈아, 내부릴 놈아, 네 집을 내놓아라, 네 집을 내놓아라.......내부릴 놈아, 내부릴 놈아, 네 집을 내놓아라, 네 집을 내놓아라.......’

 

  너무 잠이 쏟아져서 범은 일단 한잠자고 인간의 나머지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곤 삼나무 숲이 우거진 자신의 외진 동굴로 돌아와 드러누워 이내 잠이 들었다.

 잠이 들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이상한 소리는 계속 범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내부릴 놈아, 내부릴 놈아, 네 집을 내놓아라, 네 집을 내놓아라.......내부릴 놈아, 내부릴 놈아, 네 집을 내놓아라, 네 집을 내놓아라.......’

 

  다음 날, 범은 일어나질 못했다.

 잠에서 깨어 눈을 떴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계속 머릿속에 이상한 소리는 울리고 있었다.

 가만 기억을 해보니 이건 자기 전에 먹었던 그 이상한 인간이 계속 씨 부리던 소리였다.

  뭔가 자신이 이상한 일에 말려든 것을 이제야 범도 눈치챘다.

 어떡해든 일어나 뱃속의 인간을 떨어내야 한다는 판단이 섰으나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어미 범과 같이 살던 널찍한 동굴이 자신을 납작하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범은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삼나무 숲 사이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

 

  범이 뭔가 다른 것이 되어가던 그 시간, 긴 비탈을 한 걸음씩 걸어 오르며 혁춘은 소격전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여인의 남편인 도사는 평범한 자였네. 어떤 난힘(초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 숫자 셈이 빠르고 초제 의식의 순서를 잘 외우는 그런, 도사라기보담, 관리에 가까운 자였지...... 뭐! 셈 빠르고 잘 외우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지만.......”

 

  항현은 말없이 듣기만 했고 수빈은 걷는데만 힘이 들어 뭐라 말을 섞을 사정이 못됐다.

 앞서 길을 잡는 검지는 관심 없는 척했지만 귀만은 뒤로 열어두고 있었다.

 

 “아무튼 소격전의 도사가, 아니 도사의 아내가 저주로, 그것도 선대왕이 만드신 문자를 재구성한 저주로 나라의 관원을 죽였다! 황당한 일이지. 또한 밖으로 드러낼 수도 없는 일 이었어. 선대왕의 익히기 쉬운 문자로 그런 일을 했으니 알려지면 어떤 일이 날지 모르지 않는가?”

 

  수빈은 반쯤 걸어온 산자락이 후회막심했다.

 이젠 돌아가기도 힘든 귀환한계점, 출발지와 목적지의 딱, 중간이었다.

 항현도 힘은 들었지만 혁춘의 얘기에 주의를 집중시키다보니 고됨을 잊을 수 있었다.

 

 “결국 그런 재주의 힘을 인정할 수 없던 조정은 그 여인을 저주로 살인을 한 죄가 아니라 천외별자, 요사함으로 백성을 속인자로 죽임을 당하고 남편은 제가(가정을 다스림)를 못한 죄로 장형을 맞고 조정에서 쫓는 것으로 마무리했네.”

 “신기는 없는 자라 했으니.........후우......... 풀어준게로군요........허억........”

 

 혁춘은 헉헉대며 계속 자기 얘기에 경청하며 대화를 하는 항현은 싱글거리며 바라봤다.

 

 “그래, 그래서 풀어줬는데....... 기억력이 좋은 자라고 얘기했지?”

 “예....옛! ....아니!.....”

 

  헉헉대던 항현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랐다.

 혁춘은 놀란 항현을 보며 계속 얘기를 이어갔다.

 

 “그래, 그 자는 그 아내가 연구한 많은 부분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게야. 소격전에서 쫓겨난 후 도성을 떠나 해주와 곡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든 듯 하더군. 이걸 어찌 아는 줄 아나?”

 “......어찌 아십니까?......후으......후~....”

 “기이한 일이 일어나던 고장들을 조사하다, 당시 조정에 일을 보던 관원 중, 이 일을 기억하던 자들이 있었지 그리고 언문으로 새로 조립된 주법들이 눈에 자꾸 눈에 띠면서 감을 잡은 게지. 그래서 과거에 쫓겨난 이 자를 수소문해 추적하여 알게 되었지.”

 “.....그럼 이미 중북부의 지방과 금강산을 중심으로는 많이 퍼져 있다는 겁니까?......후우~”

 “그리고 지금 도성의 남부에도 기이한 일이 일어난 게지. 도성을 둘러싸듯이 일이 나타나고 있는 걸세.”

 

 항현은 자신이 정말 궁금한 부분을 물었다.

 

 “이리 사술이 퍼지는 것을 조정이 안다면 뭔가 조치를 취할 일이 아닙니까? 혹 그런 일들이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래, 그 부분인데..... 뭐가 되었건 성리학의 나라에서 사술을 사술로 막는다는 융통성을 발휘하기가 힘들거니와, 또한!..............”

 

 말을 중간에서 끊고는 말을 잇지 않자 항현이 숨찬 중에도 다음 말을 재촉하였다.

 

 “또한 뭡니까? 말씀하시지요.”

 

 혁춘은 굉장히 짖궂게 웃더니 다음 말을 이었다.

 

 “지금 주상이 옥좌에 오르는 과정 중 무리하신 일과도 엮여 조정에서 감히 공론화를 못하는 게지.”

 “허면!”

 “그래, 지금 이 언문주로 묘한 일을 획책 하는 무리의 뒤를 받치는 자, 연관된 이들이 현 조정에 직접적 반심이 있는 과거지사의 연루자, 공분자들이라는 것일세.”

 “......”

 “그래서 조심조심 캐어 보는 게야. 나처럼 난힘, 이력(초능력)으로 쫓겨났던 관리들도 다시 동원하여 조정내에 간관들도 모르도록.”

 “관원이셨습니까?”

 

 항현이 깜짝 놀라 혁춘에게 되물었다. 혁춘이 멋쩍게 웃으며 다시 대꾸했다.

 

 “흠.... 말은 안했지만,..... 이 사람아! 말만 들으려 하지 말고 전체적인 그림을 좀 읽게. 내가 관원이 아니라면 좌부승지 동파 자식을 내가 어찌 알겠어!”

 “아니 워낙 관원들에 적대감을 들어 내셔서......”

 “당연하지! 아무리 내가 관원이었어도 나 쫓아낸 것도 관원인데 좋아할 리가 있는가?”

 

  말을 거기까지 전개했을 때, 정수리 위의 태양이 이마쯤까지 내려 왔을 때, 항현 일행은 절벽 위에 다 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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