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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화성그룹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과장 최창배는 어느 날 비서실에 새로 온 여직원을 만난다. 여직원은 대학시절 창배를 죽자 따라다닌 서클 후배 유정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창배는 50억 원을 모으면 정아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주위에 최창배를 좋아하는 여자들 틈에서 과연 창배는 50억원을 모으고 정아는 과연 그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56. 대천엔 어사천이 있다
작성일 : 18-01-07 16:09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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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님, 이것 한번 보시죠!”

 

 

 창배가 점심을 먹고 이를 닦기 위해 문을 나서는데 나영호가 뭔가 내밀었다.

 

 

 “이게 뭐야?”

 

 “일전에 내부 공모한 것 있잖습니까?”

 

 “내부 공모……?”

 

 “아, 얼마 전 스토리텔링에 관해 이야기한 것 있잖습니까?”

 

 “아, 그거……?”

 

 

 창배는 그제야 생각났다. 며칠 전 나영호가 와서 건의 한 내용이 있었다.

 

 

 원장님, 이제 학원이 자릴 잡아가는데 우리 대천 아카데미도 뭔가 문화적으로 포장 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화적 포장……?

 네. 저, 스토리텔링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

 함평은 나비 축제, 장성은 홍길동, 경춘선에 김유정역이 있는 것처럼 우리 학원도 나무, 돌 이런 자연물에도 뭔가 이야기를 꾸미자는 겁니다. 소위 말하면 신화를 만들자는 얘기죠. 단군신화도 사실 청동기 시대 부족의 선민사상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까.

 그건 어떡하는 건데?

 취지를 설명하고 한번 내부 공모를 해 보도록 하죠.

 그래, 그럼 나 부장이 한번 해봐. 그런데 나 부장은 어떻게 그런 쪽으로도 재주가 있지?

 제가 부모님 뜻대로 경제학을 했지만, 사실 김지하 선생 미학과 후배가 될 뻔했잖습니까.

 

 

 “어디 한번 봐.”

 

 “한 일곱 건이 들어왔는데, 취지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하고 너무 지역색이 나타나는 것은 뺐고, 이 세 가지가 실지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희망의 나무……?”

 

 

 창배는 종이를 받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희망의 나무>

 

 우리는 공부하다 힘들 때마다

 이 나무를 올려다보며

 이 우뚝 선 거목을 키운 모진 비바람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 앞에 힘들고 좌절할 일-

 그러나 세상에 힘들이지 않고 얻어지는 것 어디 있으랴

 

 그간 우리 앞을 스쳐 간 대천의 많은 선배는

 이 나무를 ‘희망의 나무’라 불렀다

 

 이제 내가 이 나무 아래에서 다시 그 희망을 본다.

 

 

 "이건 언어 김창호 선생이 제공한 건데, 우리 본관 앞에 있는 이 큰 나무 앞에 이 내용을 쓴 안내 게시판을 만들어 세우자는 겁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이 나무 앞에 서서, 이 나무가 겪어 온 수십 년간의 풍상을 생각하고 현재의 잠깐 힘든 것을 이겨나가자는 얘깁니다. 사실 재수 몇 개월은 극히 짧고 빨리 지나가는데 아이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는 거죠.”

 

 “그럴듯하군. 그리고 이건……?”

 

 “이건 윤리 선생이 낸 건데 대로에서 우리 학원 들어오는 길을 ‘산파로’라고 이름 지어 부르자는 겁니다.”

 

 “산파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서 나온 말로 산파란 아이 낳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인데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걸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거는 제가 생각한 건데, 우리 이 본관 뒤에 샘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뭐, 조그만 샘 말인가?”

 

 “네. 그것을 조금 꾸며 어사천(御賜泉)이라고 하는 겁니다.”

 

 “어사천?”

 

 “네. 임금이 내리신 물이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황해도, 함경도, 평안도 등지에서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이곳을 지날 때 바로 이곳에 들러 이 샘물을 먹고 붙었다고 하는 겁니다. 특히 이 물을 먹은 문종 때 김시헌이라든가 예종 때 박수연, 이런 사람들은 장원급제는 물론이고 나중에 영의정까지 했다고 하는 겁니다.”

 

 “그 사람들 실제 인물이야?”

 

 “그건 아니죠. 제가 지금 막 생각해 낸 사람들이니까. 어쨌든 그때 과거 시험이나 지금 수능이나 같은 국가 고산데, 뭐 문제 될 게 있습니까?”

 

 “음, 글쎄.”

 

 “아마, 우리 학원을 찾는 학부모들에게 학원 안내를 해 줄 때 재미도 있고 상당히 마음에 와 닿지 않겠습니까?”

 

 “좋아.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그럼 어사천에도 관광지 안내에 붙는 그런 안내 게시판 있잖아? 그걸 붙여, 지금 당장!”

 

 

 창배는 죽은 스티브 잡스도 신제품을 만들어 낼 때는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문화적 충족감으로 기분이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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