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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화성그룹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과장 최창배는 어느 날 비서실에 새로 온 여직원을 만난다. 여직원은 대학시절 창배를 죽자 따라다닌 서클 후배 유정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창배는 50억 원을 모으면 정아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주위에 최창배를 좋아하는 여자들 틈에서 과연 창배는 50억원을 모으고 정아는 과연 그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52. 명의 대용
작성일 : 18-01-01 19:42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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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 씨, 내 옷 갈아입을 것 어디 뒀어?”

 

 “거기 옷장 한번 열어 봐.”

 

 “옷장 어디……? 안 보이는데?”

 

 “그 밑에 보자기로 싸 놓은 것 있잖아.”

 

 “아니, 이게 뭐야! 태영 씨, 자기 미쳤어? 이게 뭐야, 이 보자기가……. 이젠 내가 보기 싫어 입는 옷을 이렇게 구석에 막 처박아 놓는 거야?”

 

 “우진아, 그게 아니고, 얼마 전, 갑자기 정아 씨가 온다고 하는데 네 옷을 급히 치워야 하잖아. 어떻게 할 수 있어야지, 뭐, 담을 만한 쇼핑백도 없었고.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하다”

 

 “어쨌든 자기 좀 이상해. 빨리 끝날 것을 너무 질질 끌고 있는 것 아냐?”

 

 “에이, 이 바보야, 그럴 리가 있냐? 자, 어서 이리 와. 나 그동안 하고 싶어서 혼났다.”

 

 

 태영은 앙탈하는 우진을 번쩍 안아 침대에 눕혔다.

 

 

 “싫어. 저리 가! 불결해. 혹시 이 침대에서 정아랑 뒹굴었을 것 아냐?”

 

 “참나! 야, 유우진! 사실 정아 씨가 섹스하자고 날 노골적으로 유혹했는데도 안 한 사람이야.”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정말이야. 그리고 내가 솔직히 말하는 데 우리가 목적한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정아 씨와 접촉을 안 할 수 있겠냐? 그렇지만 나는 나름대로 머리 쓰느라 정아 씨한테 순정남으로 보이게 됐다고. 아마 정아 씨가 감동 먹었을 거라고.”

 

 “자꾸 정아 씨, 정아 씨, 하지 마! 듣는 우진이 기분 나빠. 사실 난 자기가 그렇게 꼬박꼬박 정아한테 씨 자 붙이는 거, 정말 기분 나빠. 그리고 그거 알아봤어? 정아가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말이야?”

 

 “우진아, 사실 너도 한번 생각을 해 봐라. 부부라 같이 살지 않는 이상에야 그걸 어떻게 단박에 알 수 있겠냐. 그렇다고 대놓고 면전에다 ‘너 돈 얼마나 갖고 있니?’ 이렇게 물을 순 없는 거잖아? 좀 기다려 봐. 나도 지금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으니까.”

 

 “알았어. 어찌 됐든 빨리 마무리 짓도록 해. 그러다 정말 정아하고 정이라도 들면 어쩌려고.”

 

 “네가 그렇게 날 못 믿으면, 정말 정아 씨랑 팍 결혼해 버릴까 보다.”

 

 “뭐야?”

 

 “아냐, 아냐. 농담이야. 자, 이제 이리 와.”

 

 

 태영은 거칠게 우진을 끌어안으며 옷을 벗기려 했다.

 

 

 “가만있어 봐. 내가 벗을 게.”

 

 

 옷을 벗은 우진은 침대 시트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우진이 신음소리를 내며 입술을 달싹거리자 태영이 우진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런데 내일 정아한테 학원 넘기는 거, 이상 없지?”

 

 

 우진이 나른한 상태로 누워 말했다.

 

 

 “이상 있을 게 뭐 있어?”

 

 “학생이 30명도 안 되잖아? 그게 꺼림칙해.”

 

 “일단 넘긴 후, 학생이 왜 없냐고 하면 선생들이 다 끌고 나갔다고 하면 돼.”

 

 “나는 태영 씨가 처음 학원을 한다고 할 떄부터 안 될 줄 알았어. 아예 처음부터 강사로나 나설 일이지.”

 

 “그거 지금 얘기하면 뭐 해. 어쨌든 애초에 내가 학원 원장을 사촌 형 명의로 해 앉혀 놓은 건 정말 잘한 일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아. 우진아,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정말 네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겠냐? 정아 씨가 피해를 많이 입을 텐데, 정말 괜찮겠어?”

 

 “자긴, 그런 걱정하지 말고 일이나 성공시켜. 나는 자기를 단지 사촌 오빠라고 소개만 했지, 그 후 일어나는 모든 건 정아 스스로가 판단하고 저지른 거 아냐. 물론 뭐 도의적으로야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그게 뭐 죽을죄를 진 건가. 지가 잘못한 거지. 어차피 선택은 자기가 한 거니까. 안 그래? 뭔가 자기도 얻는 게 있으니까 저질렀을 것 아니냐는 얘기야.”

 

 “그래 하긴, 네 말이 맞다. 그런데 내가 정아 씨랑 섹스라도 한번 하고 나면 일은 일사천리로 빨리 진행될 것 같은데. 안 그래?”

 

 

 

 “어디 한번 그래만 봐.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니까.”

 우진이 곱게 눈을 흘기자 태영은 귀엽다는 듯 우진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이번엔 우진이 공격적으로 태영의 몸 위로 올라갔다.

 

  ***

 

 “자, 이 학원인데 잘 봐요.”

 

 

 이튿날 태영은 정아와 함께 인수할 학원 문을 들어섰다.

 

 태영이 정아와 함께 학원을 운영하겠다고 정해둔 학원은 중계동 사거리 학원가의 3층에 위치한 입시학원이었다.

 

 

 “어서 오세요.”

 

 

 태영과 정아가 들어서자 상담실에는 건물주인 여자와 앉아있던 남자가 나와 둘을 맞이했다.

 

 

 “원장님, 제가 말씀드렸죠? 집사람이 한번 보러 오겠다고……, 하하, 우리 내무장관이 허락하지 않으면 저는 꼼짝을 못합니다.”

 

 

 뜻하지 않은 태영의 말에 정아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 이리 오시죠.”

 

 

 원장은 학원 복도로 나와 내부시설 여기저기를 보여 주었다.

 

 

 “강의실은 크고 작은 것 합해 15개로 거의 450명을 수용할 수 있죠. 지금 보시는 이 큰 강의실은 특강 수업이나 학부모 입시설명회 같은 것 할 때 주로 사용하죠.”

 

 

 원장은 한 강의실 문을 열며 설명을 했다.

 

 

 “우리 학원이 좋은 것은 이 건물 옥상을 학원 전용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옥상에 나무도 심고 공원을 만들어서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이 올라가 머리를 식히고 내려오곤 합니다.”

 

 “이 편의점 같은 건 뭐죠?”

 

 

 정아가 문 닫힌 방의 안을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며 물었다.

 

 

 “아, 이건 학원 매점입니다. 과자, 아이스크림, 떡볶이 등을 파는데, 이 매점 수입도 짭짤하죠.”

 

 “이건 따로 세를 주는데, 여기서만 한 달에 삼백만 원이 나온다는 대요.”

 

 

 태영이 말했다.

 

 

 “태영 씨! 이 학원 현재 학생 이 몇 명이라 했죠?”

 

 “현재 등록 인원이 이백오십 명입니다. 이 규모면 이 주위에서도 제법 많은 숫자죠. 제가 출석부로도 확인해 봤어요. 한 사십만 원씩만 계산해도 월 일억 수입입니다, 정아 씨.”

 

 “어머,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좋은 학원을 원장님은 왜 내놓으셨어요?”

 

 “아, ……그, 그건…….”

 

 “원장님 사모님이 좋지 않은 병에 걸려 자연 치유하러 시골로 내려가신대요.”

 

 

 태영이 말했다.

 

 

 “네. 그…… 그렇습니다.”

 

 “어머, 안 됐네요.”

 

 “가, 강원도로 가려고요.”

 

 “권리금을 좀 더 깎아 주실 수 없으세요?”

 

 “그, 그건 곤란합니다. 이미 남편 되시는 분하고 다 합의가 된 상황인데……. 사실 못 받아도 최소한 두 달 치 수강료 정도는 받아야 됐습니다.”

 

 “정아 씨, 원래 학생들 다 그대로 인수하는 조건으로 삼억 원을 요구했었어요. 그리고 이 주위에 학원이 나온 게 없어요. 중계동 최고 요지잖아요.”

 

 “뭐, 그럼 할 수 없죠. 태영 씨, 그럼 그대로 빨리 진행 시키세요.”

 

 "네. 그렇게 하죠."

 

 

 이들은 다시 건물주가 있는 상담실로 들어갔다.

 

 

 “그럼 계약서는 부동산으로 가서 쓸까요?”

 

 “부동산 가면 몇만 원이라도 달라고 할 텐데, 뭐 하러 돈을 주고 써요. 제가 계약서 양식을 갖고 있어요.”

 

 

 주인 여자가 계약서 양식을 꺼내 작성하자 태영은 정아에게 받은 이억 오천만 원 중에서 주인 여자에게 전세보증금 삼천만 원을 먼저 건네고, 나머지는 이틀 후 중도금 없이 한 번에 잔금 칠천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원장과는 잔금 치르는 그 날 이면으로 권리금 일억 오천만 원을 건네기로 암암리에 약속했다.

 

 

 “형! 왜 내놓았냐고 물었을 때 거기서 버벅거리면 어떡해!”

 

 

 선생들 문제로 이야기해야 할 게 있다며 주인 여자와 정아를 배웅해 먼저 돌려보내고 난 태영이 들어오며 말했다.

 

 

 “야, 갑자기 물어보는데, 그럼 어떡하냐? 난 가슴이 철렁했다.”

 

 “어쨌든 수고했어. 자, 약속한 삼백만 원, 여기…….”

 

 “어휴, 다음부턴 이런 짓 안 한다. 어쨌든 학원 명의가 네 이름으로 바뀌니 천만다행이다. 네 부탁을 안 들어줄 수가 없어 그간 명의를 빌려주긴 했다만, 이제 앓던 이가 쑥 빠진 느낌이다. 사촌이라도 다신 그런 부탁하지 마라. 그럼 난 간다.”

 

 “형, 잔금 치르는 날, 모레야. 잊지 마!”

 

 

 테이블 위에 학원 키를 얹어 놓고 나가는 뒤로 태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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