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물 등급. >
마을주민들의 기준으로써 E ~ EX까지 나뉘며, 계급이 올라갈 수록 그 힘은 배가 된다. 그 내역으로는 아래와 같다.
EX급 : 천재 지변. 대륙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수준.
S급 : 여러개의 도시와 맞먹는 수준.
A급 : 도시와 맞먹는 수준.
B급 : 마을과 맞먹는 수준.
C급 : 여러 개인이 힘을 합치면 잡을 수 있는 수준.
D급 : 개개인과 맞먹는 수준.
E급 : 짐승과 맞먹는 수준.
고블린은 D급이였다. 개개인과 맞먹는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하기 위해 검을 맞대볼 심산이었다. 여차하면 스킬을 써서 도망갈 수 있으니 진서는 인영을 대기시켰다. 그러나 인영은 자신도 같이 가야 한다며 떼를 썼다.
진서는 그런 인영을 진정시키고 자신은 도망갈 수 있는 스킬이 있으니 자신이 위험해지면 그 때 나와 달라고 했다. 마치 비밀병기처럼.
"비밀병기가 뭐야?"
"위험한 순간에 나타나서 나를 구해 주는 역할이야."
"너를 구해? 내가?"
인영은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귀가 움찔거렸다. 그렇게 진서는 인영을 떼어내고 인벤토리창에서 칼 한 개를 꺼냈다. 강도에게 얻은 칼인데 생각보단 좋은 칼을 쓰고 있었다.
< 예리한 장검 >
예리하다. 실력있는 대장장이가 만든 칼로써 예리함을 중점으로 뒀다.
공격력 16 ~ 19 착용제한 힘[10 이상]
'공격력이 무슨 의미가 있지?'
게임 같으면서도 게임 같지 않다. 공격력이 있어도,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중에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다. 진서는 검이 두 개가 있는데, '검객'게임의 일검술이 더 익숙해서 하나만 꺼내 장비했다.
보초를 서던 고블린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동굴벽에 기대어 잘 자고 있었다.
'일격에 처리 해야해'
진서가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어, 위에서 아래로 고블린의 목덜미를 찔렀다.
"끄랅!"
찔러 넣은 칼은 그대로 목덜미를 파고 들어 고블린의 명을 끊었다. 그 순간 고블린은 회색의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진서는 재빨리 풀숲으로 도망쳤다. 경과를 지켜봤지만. 여전히 잘자던 고블린이 갑자기 일어날 일도 없었다. 그 때 진서가 돌멩이를 던졌다.
"끄랅! 누구냙!"
잘 자던 고블린의 이마에 정통으로 맞아, 화들짝 깨어 주변을 돌아봤다. 진서가 돌멩이 하나 더 던졌다.
"아얅! 거기냙!"
싸구려 도발에 풀숲으로 달려 드는 고블린이였다. 진서는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했다. 감정스킬에 나온 D급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퇴로는 인영이 막고 진서가 달려 온 고블린 앞에 섰다.
"너냙! 죽어랅!"
"다짜고짜?"
아주 짐승이 따로 없다. 그러나 긴장을 풀지 않았다. 진서는 칼등으로 고블린이 휘두르는 팔을 막았다. 고블린의 힘은 무지막지해서 진서가 막아선 칼을 튕겨내……지 못하고 오히려 고블린이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진서는 직접 맞으면 그냥 아픈 정도겠거니 생각하며 고블린의 힘을 가늠했다. 아직까진 자기가 센건지. 고블린이 약한건지. 아니면 둘 다 인 건지,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끄앍! 죽어랅 죽얽!"
넘어진 고블린이 일어나서 다시 달려 들었다. 진서는 칼을 고쳐 잡아 횡베기로 고블린을 벴다. 고블린의 재생력은 강력하기 때문에 진서의 칼에 베여도 다시 회복…… 하는게 아니라 깔끔하게 두동강이 나고 절명했다. 달려들던 고블린은 사라지고 흩날리는 회색가루만 남았다.
"약하네. 인영아 고블린에 대해 아는 거 없어?"
"음… 상위종이 있다는 거?"
진서의 부름에 풀숲에 숨어있던 인영이 나와 대답했다.
< 상위종 >
마물의 개체가 어떠한 조건을 이루었을 때 각성해 태어나거나, 돌연변이로 잉태되어 한 단계 높은 종으로 태어난다.
"음,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
"알겠어! 그래도 고블린은 약한걸?"
"얼마나?"
"마족은 태어나서 생후 3개월까지 약한데, 그때도 고블린이라면 잡을 수 있어."
"어… 으응."
더 모르겠다. 차차 알아가고 지금은 직접 부딪쳐보자. 진서와 인영은 그렇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고블린 동굴던전 >
고블린들이 살아가는 동굴이다. 지능이 떨어지는 고블린이라 관리가 허술하다. 곳곳에 횃불이 박혀 어두운 동굴을 밝혀준다.
위험도 : C
'던전도 감정이 되는 구나'
감정 스킬에 대한 진서의 평판이 좋아질 무렵, 고블린 다섯 마리가 무리를 지어 횃불 곁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동굴은 어두워 횃불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인영은 잘 보이는 것 같다. 빨간빛이 나는 눈과 어둠을 머금은 피부는 오히려 인영이 눈에 띄지 않았다. 다크엘프 종족특성 같았다.
"인영아, 쟤네 잡을 수 있겠어?"
"응, 아까도 말했지만. 마족이라면 다 잡을 수 있을 꺼야."
"아, 그렇구나."
진서는 다크엘프가 마족이라는 걸 지금 알았다. 엘프의 후손이겠거니 했는데.
< 마족 >
마신의 영향을 받아 변질 된 종족. 능력과 외형이 강화된다. 보통 밤에 특화되어 있으며 기본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만 종족 고유의 능력이 사라지는 저주를 받는다.
진서는 그런 마족이 어떻게 잡혔을 까. 처음 봤을 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던 애가. 한 달 좀 넘게 지나니 씩씩하게 고블린을 잡으러 간다. 그 뒷모습은 마치 그림자 같았다. 어두운 동굴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녀는 솔직히 잘 보이지 않았다.
인영은 돌멩이를 던져 횃불을 넘어뜨리곤 특유의 유연한 동작으로 고블린의 급소를 정확하게 노렸다. 양손의 쥔 단검이 고블린의 급소를 정확하게 노릴 때 고블린은 갑자기 어두워진 시야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게 뭐냙! 누가 넘어뜨렸냙!"
"내가 아니닭!"
"그럼 너냙!"
"끄랅!"
"왜 소리를 지르냙!"
"그랡! 귀아프닭!"
"끄앍!!"
"뭐얅! 무슨 일이냙!"
"끄아앍!!"
"뭔가 있닭!!"
"끄앍앍!!"
"누구냙!!"
"나야."
"이녀석이닭! 죽여랅!"
"너뿐이야."
"이읽!… 끄앍!"
고블린들은 어둠을 머금은 인영을 볼 수 없었다. 단지 붉은 눈빛만 볼 수 있었는데, 마치 귀신과도 같았다. 그렇게 1분 채 되지 않아, 고블린 무리는 가루가 되어 동굴에 흩날렸다.
진서는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인영의 전투력을 파악했다. 유연한 몸놀림과 정확히 급소를 노리는 동물적인 감각은… 무서웠다. 적대적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왜 다크엘프를 환영하는지 알겠네.'
"잘했어 인영아."
인영이 진서의 칭찬을 듣자 배시시 웃었다. 다만 진서는 자신을 노려 보는 붉은 눈빛이 무서워 최대한 딴 곳을 쳐다봤다. 계속 쳐다보면 먹힐 것 같은 기분이였다.
진서와 인영은 동굴 깊숙히 들어갔다. 몇몇 무리가 보여 이번엔 진서가 나섰다. 횃불에 둘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 하고 있는 고블린들은 다가오는 위험을 예상 하지 못했다.
진서가 밝은 횃불을 피해 어둠으로 들어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다 충분히 다가가면 무방비한 고블린들을 잡았다.
고블린들은 진서가 나타나면, 앉은 채로 당하는 애가 두 마리, 일어서다 당하는 애가 한 마리, 달려들다 죽은 애가 두 마리. 고블린들은 힘도 쓰지 못하고 죽어 갔다. 그 모습을 보던 인영이 진서에게 말을 걸었다.
"진서는 대단해, 엄청 빨리 강해져. 혼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그래? 고블린은 약하다 하지 않았어?"
"맞아, 그치만 처음 봤을 땐. 고블린보다 좀 더 쎈 느낌 뿐이였는 걸."
조금 찔린 기분이다. 스킬이 다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여기 와서 한 게 잡 일뿐이였으니. 그래서 칭찬인지 욕인지 잘 모르겠다. 마족이 볼 땐 거기서 거기다. 라고 하는 기분이다.
어찌됐든 고블린들을 속전속결로 빠르게 죽였다. 한 마리가 도망가서 여러 마리를 끌고 오면 안되니, 치사하게 보일 지라도 철저하게 고블린을 죽였다. 때론 은밀하게, 때론 과감하게, 약한 고블린 상대로도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는 진서였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하고 방심하지 않는다 해도, 돌발상황은 갑자기 일어난다.
진서와 인영은 천천히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진서가 생각한 계책은 횃불을 다 껏다. 그리고 진서는 인영을 붙잡고 가기만 하면 됐는데, 보이지 않는 게 답답한지 어둠에 익숙해지려 눈에 거듭 힘을 주었다.
인영은 그런 진서를 지키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고블린들은 어둠에 약했다.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눈이 불마저 없으면 허우적 댈 뿐이었다. 그러니 진서와 인영도 그럴꺼라 생각했다.
인영이 전방을 주시 하다, 진서에게 작게 얘기했다.
"앞에 고블린들이 숨어 있어. 바닥이랑 벽에도 많아."
"얼마나?"
"한 서른 마리?"
진서는 눈 뜬 장님인 채로 인영에게 끌려가는 중이었다. 어쩐지, 슬 불이 켜져 있는 횃불이 있어야 하는데, 불을 꺼놓은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인영이라 통하지 않았지만.
"인영아 할 수 있겠어?"
"응! 간단할꺼야."
"조심해."
진서는 제자리에 앉아, 언제든지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귀를 기울였다. 눈은 부릅 뜨고 전방을 주시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집중을 멈추지 않았다.
인영은 가벼운 신체로 사뿐사뿐 걸어가. 숨어있던 고블린의 목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숨 죽여 숨어 있던 고블린들은 서슬퍼런 단검에 찔려 참고 있던 숨을 토해냈다.
"크핡!"
그 숨이 시작이 되어 인영은 속도를 높였다. 인영은 진서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쉬운 마물따위에 발목을 붙잡히긴 싫었다. 더 빠르게 속도를 높였다.
"끄앍!"
"흐앍!"
"뭐얅?! 무슨 일이얅?!"
여기저기서 나오는 비명에 준비하던 고블린이 얼른 불을 켰다. 그제서야 진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회색의 동굴이 곰팡이 핀 듯, 더덕더덕 붙은 고블린들이 보였다.
그 와중에 인영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머릿수에 장사 없다고 했나, 인영은 동시에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처리 하는 데 애를 썼다.
진서가 인영을 서포트하려 뛰어 들어 갔을 때, 인영의 뒤로 새로운 고블린이 나타났다. 그럭저럭한 갑옷에 자신의 몸만 한 검을 들고 나와 포효했다.
< 고블린 전사 >
고블린이 여행자를 습격해 얻은 전리품으로 무장했다. 힘과 지능이 올라갔으며 휘하의 고블린들을 통솔한다.
마물 등급 : C
진서가 위험을 직감 하고 소리쳤다.
"엎드려!!"
인영은 둘러 쌓인 고블린의 방해로 진서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가볍고 유연한 몸놀림은 고블린들이 둘러싸려고 해도 쉽게 잡히지 않았다. 인영이 피한 장소에 고블린 전사가 휘두른 검이 지나갔다. 인영을 붙잡으려던 고블린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휩쓸렸다. 고블린 전사의 칼에 휩쓸린 고블린은 그대로 두동강이 나 죽어갔다.
인영은 고블린을 따돌려 진서의 곁으로 돌아왔다. 진서가 굳이 조언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잘했다.
"진서, 아까 뭐라고 했어?"
"…아냐,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