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분열편)
디도는 먼저 그가 다른 나라로 유출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이곳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였다. 영형력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여러곳에서 경계를 받을 뿐이었다. 아마, 다른 나라로 간다면 더욱 좋은 대우를 받을 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그를 막고 싶었지만, 이미 황제가 허락한 일이 었다. 그렇다면 그가 할 일은 그가 다른 나라로 가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평범한 평민이 되고서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카이네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그냥 여러곳을 돌아다닐 것 같습니다. 확신은 하지 못하지만, 그냥 가족들끼리 대륙을 여행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일이라면 후작위에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나는 그대가 내가 황위에 올랐을 때 날 도와두기를 바라네. 부황 폐하께서는 저러시지만 나는 다르네 유능한 인재를 이렇게 두고만 보고 있지 않아."
"저 말고도 훌륭한 인재들은 많습니다. 또한, 저는 벌써 서른이 넘었습니다. 더 어린 기사들이 제자리를 차지할 때입니다."
디도는 결국, 그를 가게 내버려두었다. 그의 말대로다. 황실 기사단만 해도 정말 훌륭한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그곳에서 마스터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영향력에 있었다. 공작을 웃도는 힘을 가졌을 것이다. 그가 가진 영지가 넓지는 않았지만, 그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무척 많았다. 오죽하면 카이네와 그 휘하의 귀족들을 합치면 국가도 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카이네는 디도에게 마지막 인사를 마친 후에 등을 돌린 후에 그의 길을 걸었다. 오랜만에 걷는 황궁안이 애달프게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황제가 바뀐 후로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 것이었다. 올 일이 없었을 뿐더러 반기지도 않을 자들을 보러 오고 싶지도 않았다. 황제가 바뀐 후로 너무 많이 변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떠난다면 완전히 황제의 세상이겠지.
타이라는 공국을 세우려고 그 휘하의 귀족들이 갈라졌다. 서부를 중심으로 트루하트 공국을 말이다. 어젯밤에 그가 찾아와서는 말해주었다. 그 일에 대해서 내심 아쉽기도하였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온 귀족들과 나누어진다는 것이 말이다.
***
칠흑과도 같은 밤하늘 아래 살벌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이가 있었다.
"판테온, 네가 한 일이야?"
다름아닌 아일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판테온을 응시하며 말을 꺼냈다.
"뭘 말하는거지?"
판테온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답하자. 아일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지만, 꾹꾹 눌러서 참고 있었다.
"미래를 바꾸었잖아! 카이네에게 말한 것도 너지? 바스티유 귀족들을 흔든것도 너잖아?"
"말 가려서 해라. 내가 언제 너와 동등한 위치에 있었지? 그리고,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지 네 알 바가 아니잖아. 애초에 네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면 이런일도 없었어."
판테온은 무척 섬뜩한 눈을 한 채로 아일보다 큰 키로 그를 아래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닥쳐, 핑계 따위는 필요없어. 그래서 죽였잖아? 그래도 한평생 나라에 몸바친 사람인데 불구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 봐. 그렇게 잠정 조절하지 못하고, 돌아오자 마자 왜 그랬냐고 꽥꽥 질러대지 말고!"
둘이 살벌하게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 판테온의 뒤쪽 풀숲 근처에서 푸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판테온과 아일은 말없이 빠르게 검을 빼들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가려 하였으나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잘못 들은 건가? 뭔 말인지 알 수가 없네."
연한 흑색 눈동자가 궁금하다는 듯한 눈을 하고는 말했다. 그들은 포인이 소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바로 검을 다시 집어넣고는 태연한 척 굴었다.
"뭐가 말이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을 하는 아일을 보며 포인은 눈을 찌푸렸다. 분명히 자신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데, 둘은 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몰래 따라와서 들어보니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해댄다. 미래를 바꾸었다느니 그녀를 죽였다느니 갑자기 아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얘기가 나올질 않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튀어나오자 순간 어이가 없어.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른다. 직접 그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회.
"미래가 어쩌고 한거 말이야. 다 들었으니까 발뺌할 생각하지마."
그러자 아일과 판테온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에 대한 얘기는 겪어본 장본인을 제외하고는 알 필요가 없는 얘기였으니까. 또, 절대로 알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별 것 아니야. 그냥, 카리안에 대해서 할 말이 좀 있었다."
"도대체, 걔는 왜 신경을 써주는 거지? 무슨 사이야? 응? 판테온?"
아일은 알려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판테온을 보았지만, 그는 시선을 피하며 답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일이 말을 꺼냈다.
"세리아 라고...."
"닥쳐!"
아일이 포인에게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려하자. 격한 말이 판테온에게서 나왔다. 아일은 잠시 움찔하는 가 싶었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여기사가 있어. 그런데 카리안이 그녀의 동생이야. 됐어?"
갑자기 포인은 헛웃음을 지었다. 예상 외의 말에 잠깐 당황한 판테온은 아일을 째려보았다. 포인은 이제 혼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것이 어째서 나에게 숨길 일일까? 무슨 다른 것이 더 숨겨져있나? 그리고, 카리안이 세리아라는 여기사의 동생이라고? 어쩌라고?'
아일은 정확히 필요없는 부분만 도려내어 알려주었다. 딱히 그가 알아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카리안을 우리쪽으로 끌여들이고, 세리아를 우리쪽으로 오게하는 미끼로 사용할거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판테온의 겉 표정과는 다르게 속에서 웃고있었다. 넘어갈 수 있는 좋은 구실니 생겼기에 그리고, 포인은 애초에 조금 그런쪽으로는 고지식하여 그녀를 좋아한다거나 그런 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녀가 그렇게 대단한 실력자야?"
아일과 판테온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거짓말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지 간에 그녀는 마스터가 될 사람이니 실력자라고 하면 실력자였다.
그러자 포인은 대충 납득하디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판테온이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안심했다. 아일의 빠른 대처덕에 일어난 것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지만, 이번만큼은 도움이 되었기에 그를 보며 웃어주었다. 하지만, 아일은 그 미소를 무시하고는 먼저 돌아갔다.
판테온도 그런 아일의 행동에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제는 어처피 갈라질지도 모르는 사이니 말이다.
그 때문에, 그 자시 때문에, 일이 틀어진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렸다. 이런 개고생까지 해가며 시간을 되돌린 자신이 지금 생각해보니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를 못했다. 그저 그때 자신의 심리상태가 무척 혼란스러웠기에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 자부했다. 왜 과거 되돌아오고 싶어 했을까? 라는 의문을 묻어둔 채로 포인과 함께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 의문은 판테온, 자신이 풀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는 그곳은 아무도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엄청난 충돌이 있을 것만 같았으나 잘 마무리가 되었다.
황금빛을 받은 달이 세상을 밝게 비쳐주는 곳에는 아무도 없는 숲속이었다. 너무 밝지만, 태양처럼 눈부시지 않아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아주 노란 황금빛이 판테온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점점 바뀌는 미래들 이제는 예전의 기억들은 쓰레기과도 같아졌다. 너무 많이 바꿔버린 탓에 말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상황에 판테온은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들었다.
'곧 그녀를 만날 수 있겠군. 이번에는 꼭, 살려야지. 그리고, 우리편으로 만들어야지.'
이제 그녀가 이곳에 남을 만한 필요성이 거의 사라진 터였다. 그가 굳게 존경했던 이들은 아카넬 후작과 그 부인, 그리고, 켄이 죽으면서 그의 무덤 근처에 있고 싶다는 마음, 또, 스랄은 이제 이곳에 있지 않고, 서부로 떠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동생인 카리안이 우리쪽에 있다. 그러니 이제는 그녀에게는 자신의 국가였다는 애국심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이 나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분명히 판테온, 자신의 손을 붙잡을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한니발을 따라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직까지도 전해 듣지 못한 그였다. 이제 방해물들을 다 제거했다는 안심에 방심을 한 것이다. 이렇게 채갈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아침해가 밝았다. 아침부터 판테온은 열불이 나있었다. 바로 세리아가 오늘부로 바스티유 제국을 떠난 다는 것이었다. 좋아할 일이었지만, 그녀가 따라가겠다는 이는 다름아닌 한니발이었다. 하필, 하필, 실력은 보장하지만, 그는 성격이 좋지 않다는 것을 판테온은 잘 알고 있었다. 카이네와 가까워지고는 점점 괜찮아 지는 가 싶더니 그가 죽은 후부터는 완전히 광견이 되어서 카이네를 죽음으로 몰았던 연합국들을 향해서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모아서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참혹했다. 애초에 힘을 합친 연합국을 상대로 이길 리가 없었다. 바스티유 제국이 그에게 지원을 해줄리도 없거니 결국 한니발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멸당했고, 그도 큰 부상을 입고 행적을 감추었다는 것이 그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들은 것이었다.
그녀가 마스터의 길로 이끌어주는 데는 분명 좋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그는 바스티유 제국을 싫어하니, 그곳으로 가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알지 못하는 그의 도착지, 미래는 더 이상 자신의 기억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제는 다시 잘 판단하고 행해야만 했다. 또 한 번의 기회는 아마 없을테니 말이다. 결국 판테온은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화를 분출하고는 곧장 카리안을 이용해서 그녀의 마음을 바꾸라고 포인에게 명했다.
포인은 세리아의 집 문앞에 서더니 문을 살며시 두드렸다.
똑 똑
"안 계십니까."
그러자 방금 일어난 듯한 얼굴을 하며 나타난 여자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