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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성검여왕 (聖劍女王)
작가 : KALS
작품등록일 : 2016.8.18

한 자루의 검에 의지하여 오직 검술 실력만으로 왕위에 오른 어느 여기사의 일대기. 전쟁의 여신이라 불렸던 그녀의 전설적인 무용담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제1부 전쟁의 여신 - 1. 쫓기는 왕자 (2)
작성일 : 16-08-19 14:38     조회 : 303     추천 : 1     분량 : 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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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거지? 스승님……, 스승님은 어떻게 되신 거야?!’

 

  지금까지의 전황을 되짚어 봐도 달라질 건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정리되자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그란디스는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투기(鬪氣)에 반응하듯 그의 오른손에 들린 성검(聖劍) 샤그란데에서 황금빛의 오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성검 샤그란데는 스왈즈 왕가에 대대로 전해져오는 막시온 대왕의 검으로, 성스러운 힘이 깃들어있었다. 본래 왕의 상징과도 같은 검이었지만 현왕(現王) 아른델 왕은 덕(德)과 학문을 중시하고 검술이나 무력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일찌감치 검술에 재능을 보인 왕자에게 물려주었던 것이다.

 

  성검이 내뿜는 맑은 기운에 정신이 또렷해지자 그란디스는 차분히 추격해오는 적의 수를 세어보았다. 처음 추격해오던 적병은 수십 기였지만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다보니 지금은 선두에서 쫓던 십여 기만이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많은 병력은 아니었지만 둘이서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수였다. 게다가 지금 자신을 따르고 있는 견습기사가 한 사람의 몫이라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내로라하던 기사들도 다 도망쳐버린 마당에 끝까지 왕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충심이야 갸륵했지만 어쩌면 그마저도 단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뿐일지도 몰랐다.

 

  그란디스는 처음으로 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투구의 면갑(面鉀)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언뜻 보이는 피부가 무척 희었고 키에 비해 체격도 가냘파서 솔직히 믿음이 가질 않았다. 게다가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지나치게 길어서 그 몸으로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검이란 무조건 크고 길다고 좋은 게 아닌데……. 자신의 체격에 맞지도 않는 검으로 어설픈 허세나 부리다니, 역시 풋내기일 뿐인가…….’

 

  스왈즈 기사단의 검술은 롱 소드(long sword)를 양손으로 다루는 것이 기본이었고 방패는 기마창(騎馬槍)을 쓸 때가 아니면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에 덩치가 큰 일부 기사들 중에는 거대한 투 핸드 소드(two hand sword)를 애용하는 이들도 간혹 있었다. 특히 그란디스의 검술 스승인 윌라드 백작은 검의 리카소(riccaso)를 그립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투 핸드 소드인 쯔바이한더(zweihander)의 달인이었다. 하지만 이런 육중한 무기는 아무리 위력이 뛰어나도 타고난 육체적 능력 없이는 제대로 다룰 수 없었기에 검성의 수제자를 자처하는 그란디스조차도 일찌감치 포기한 터였다. 그런 그의 눈에 자신의 키만 한 투 핸드 소드를 든 이 견습기사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그란디스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 말들이 지친 이상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야. 내가 놈들의 대장부터 베고 한 놈씩 처리할 테니, 자네는 내 뒤에 붙어서 등 뒤만 막아주게.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허약해 보이는 그 견습기사는 자신이 없는지 대답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그란디스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흔들더니 잠시 후 결심을 굳힌 듯 칼을 고쳐 잡고 고삐를 잡아챘다.

 

  “자, 가자!”

 

  그가 막 기수를 돌려 적들에게 돌진하려는 순간이었다. 지칠 대로 지쳐있었던 그의 말이 그만 갑작스러운 방향전환을 견디지 못하고 미처 몸을 틀기도 전에 허물어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그란디스는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그가 탄 왕실의 준마는 난전 중에 이미 상처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속도를 충분히 줄인 상태였기 때문에 낙마로 인한 부상은 없었지만, 그의 한쪽 다리는 쓰러진 말에 완전히 깔려버렸다. 당황한 그란디스는 서둘러 다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가뜩이나 익숙지 않은 갑옷에 움직임이 둔해져 있던 터라 버둥거리기만 할 뿐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푸하하! 이 멍청한 왕자야, 이것으로 네 놈은 끝이다!”

 

  추격대의 선두가 쓰러진 왕자를 한 칼에 내려칠 듯 험악한 기세로 덮쳐오자 그란디스는 그만 눈앞이 깜깜해지고 말았다.

 

  ‘이젠 정말 끝이구나!’

 

  그때였다. 갑자기 한 필의 말이 바람처럼 그란디스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적들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그 견습기사였다. 그는 긴 칼을 마치 랜스(lance)처럼 앞으로 향하더니 선두에서 달려오던 적 기사의 목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뒤따라오던 기병이 놀라서 검을 휘둘렀지만 그는 칼끝으로 상대 공격을 가볍게 쳐내고는 그대로 검을 내질러 녀석의 팔을 잘라버렸다. 마주 달리던 두 말이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순식간에 두 명이 당하자 추격병들은 크게 당황했지만 앞선 둘의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또 한 명의 기사가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 견습기사의 몸통을 향해 칼을 크게 휘둘렀다. 갑옷에 막히는 한이 있더라도 충격을 주어 말에서 떨어뜨릴 심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냘픈 체구의 그 견습기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유연하게 몸을 뒤로 젖히더니 아슬아슬하게 칼을 피했다. 그러면서 마치 서커스를 하듯 그대로 말머리를 틀어 상대의 등 뒤로 돌아들어가는 것이었다. 허공을 크게 헛치게 된 적장은 중심을 잃고 말에서 떨어질 듯 비틀거렸고, 등 뒤를 잡은 견습기사는 그런 그의 갑옷 밑으로 손쉽게 칼을 찔러 넣었다. 실로 놀라운 검술이요, 기마술(騎馬術)이었다. 이제는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그란디스조차도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였다.

 

  “치잇, 저놈은 상관 말고 일단 왕자부터 없애버려라!”

 

  추격대를 이끌던 대장은 카이난 대공의 측근 기사인 스콧 경이었다. 그는 자신들을 공격해온 견습기사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되자 그를 버려두고 그란디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란디스는 반대편 발로 쓰러진 말을 밀어내듯이 하여 간신히 다리를 빼내고는 성검 샤그란데를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하지만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에 스콧의 검이 덮쳐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칼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말이 달려온 기세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에 그란디스는 또 다시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투구가 날아갈 정도였다. 스콧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일으키는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채앵!’

 

  귀청을 찢는 듯한 요란한 금속음이 울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달려온 견습기사의 검이 스콧의 칼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다급하게 막아낸 탓에 자신을 향한 다음 공격은 미처 제대로 피할 수가 없었다. 스콧의 검이 견습기사의 투구를 스치듯이 때리자 그는 그만 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몇 명의 기병이 순식간에 그를 에워싸고 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견습기사는 투구가 벗겨진 채로 바닥을 이리저리 구르며 공격을 피하는 듯 했지만 흙먼지가 일어서 그란디스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그를 돕고 싶었지만 당장은 눈앞의 스콧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원래 그란디스의 검술실력은 스왈즈 기사단 내에서도 스승인 윌라드 백작이나 마르투스 남작 같은 몇몇 일류 기사들 외에는 상대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해진 규칙 안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시합과 목숨을 건 실전은 전혀 달랐다. 가령 검술시합에서라면 이렇게 말을 탄 상대 여럿과 맨몸으로 싸우는 불공평한 일은 없을 터였다.

 

  전장에서의 모든 것을 처음 겪는 그란디스는 지금 자기 실력의 십분의 일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출전으로 가뜩이나 긴장한 데다, 갑작스런 아군의 배신과 적의 기습에 당하고, 이제는 부모님의 안위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완전히 정신이 나가 손발이 어지러운 탓이었다.

 

  “이봐! 괜찮나?!”

 

  마상(馬上)에서 힘으로 내려치는 스콧의 검을 가까스로 받아넘기면서 그란디스는 견습기사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한 줄기의 검광(劍光)이 번뜩이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처절한 단말마의 소리가 들리더니 추격대의 말 한 필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놀랍게도 그 가녀린 체구의 견습기사가 자기 키만 한 검을 휘둘러 말의 앞다리를 절단한 것이다. 그의 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하늘을 향해 긴 호를 그리더니 말에서 떨어지는 기병의 머리를 벼락같이 내리쳤다. 검의 무게와 원심력을 이용한 그 무시무시한 일격에는 투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자욱했던 흙먼지가 검압(劍壓)에 의해 순식간에 흩어질 정도였다.

 

  “아……!”

 

  그를 둘러싼 기병들 사이에서 갑자기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쪽을 힐끗거리던 스콧과 그란디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뿌연 먼지구름이 걷히자 투구가 벗겨진 견습기사의 눈부신 금발과 새하얀 얼굴이 또렷이 드러났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여자였다고?!”

 

  누군가의 입에서 신음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과연 그 견습기사는 갓 스물이 된 듯한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었다. 때마침 세찬 바람이 불어오자 묶어 올렸던 그녀의 긴 머리가 풀어져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물결쳤다. 피 묻은 장검을 든 채 얼음 같은 푸른 눈으로 적을 쏘아보는 그 모습은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전쟁의 여신과 같아서 그녀를 공격하던 병사들은 순간 넋을 잃고 멍하니 쳐다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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