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뚜벅
온다..온다...그놈이 온다..
끼이익 끼익 끼이익
두꺼운 갈색 책상 위로 울려퍼지는 그의 구두소리...
그 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는 나의 미칠 듯 뛰는 심장소리...
임현성 : (으아아아.... 미치겠네... 정말!!...)
나 임현성은 회사 책상 아래로 고개를 파묻은 채
그가 제발 그의 업무용 회의실로 가기를 깊이 깊이 빌면서
덜덜덜 떨고 있다...
임현성 : (응?.. )
갑자기 조용해진 사무실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어 우리 사무실 내부를 휙휙 살펴보는데...
그가 없다...
나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핀채로
콧노래를 부르며
오늘 할 일을 채크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음 속으로^^~)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잡다한 원고들을 기분 좋게 치우며
검디 검은 어여쁜 나의 노트북을 열어
사무용 업무를 정리하고 있는데..
아니, 있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약간은 두터운 목소리..
이현: 오늘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네요 아주.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미동도 하지 않고
방금 들린 소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쯤, 다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이현: 어허 어허..
이젠 상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나봐요?
아주 껌마냥 찰싹 씹고 있네요 ㅎㅎ
그랬다..
마지막 그의 목소리에
나는 반자동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옆얼굴을 맞이했다.
이현: 이제야 나를 보네..
잘 지냈어요?
무슨 일이 있기에 이리도 고개를 안돌릴까요?
응?
그랬다.. 그는 이현이었다..
내 회사 사장이자
최근 가장 잘나간다는
세인 출판사의 사장 이현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재빠르게 접어버린채
그를 향해 대답했다.
임현성: 아..안녕하십니까!..
사장님!.
그러자 남들 모르게 냉소지으며 나를 향해 그가 하는 말은..
이현 : 지금 인사가 중요한게 아니죠..^^
상사가 부를 때 어떻게 하라고 했었죠?
아까처럼 계속 그렇게 씹으라고 했나요?..
(헐.. 무서워..)
임현성: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그만 딴 생각을 하느라
아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자 이현이 하는 말..
이현: 뭘 죄송해?.. 일이나 똑바로 해..
하구한날 이리저리 바보같이 사무실 내부나 살피고 말이야..
응?.. 똑바로 하세요.. 임 상무님!.
그러고선 저만치 멀리가서 회사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는 이현.
임현성: (와.. 정말 할말이 없다...
아우.. 진짜 내가!...)
그때 고개른 휙 돌린 이현은 내게 말했다.
이현: 왜요?^^..임상무님..?
저한테 무슨 할말 있으신가요?
임현성: 아.. 아닙니다..
이현: 흐음..
그럼 모두들 수고들 해요.
오늘도 파이팅!
회사 여직원들: 네! 사장님~~♡
파이팅 할게요~~♡
임현성: 파이팅은 무슨...
(제기랄.. 왜 아무도 저 자식의 본모습을 모르는 거야?
아우...속터져..)
회사 여직원 A: 상무님?.. 임상무님?..
무슨 일 있으세요?...
임현성: 아..아닙니다..
하하하
회사 여직원A : 아..그러시면 다행이구요 ㅎㅎ
그럼 사무 보러 다녀오겠습니다..
임현성 : 네. 잘 다녀오세요.
나에게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여직원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회사에는 내 편이 아무도 없노라고.
그리고 도돼체 나를 그리 미워하면서도
갓 대학을 졸업한 나를 이 회사의 상무로 앉힌 이현의
속내는 무엇인지 오늘도 역시 생각했다.
하지만 긴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었고,
이 생각은
지금까지 내게 계속 남아있는 미스테리였다.
회사 첫 면접 때부터 나를 대뜸보고 별 이상한 질문을 쏟은 그가
아까처럼 나를 왜 어떠한 이유로 계속 괴롭히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운명인지.. 악연인지...
그렇게 내 한숨과 고민들과 함께
회사의 하루도 또 흘러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