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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카톡에 갇히다
작가 : 레일
작품등록일 : 2016.8.18

매일 야근에 기달리던 이유인, 지옥같은 야근 중에 카톡에서 '알 수 없음' 으로 부터 게임 초대 메세지가 온다.
호기심에 메세지를 수락한 이유인은 기억을 잃은 채 어느 방에 갇히게 된다. 하얀 안개 속에, 노트북 하나 뿐인 이유인은 이 방을 탈출할 궁리를 하는데...
빠져나갈 곳 없는 숨 막히는 서바이벌 게임, 과연 유인의 운명은?

 

작성일 : 16-08-18 01:43     조회 : 633     추천 : 1     분량 : 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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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프롤로그

 선과 악이란 감히 인간이 정할 수 있는 걸까?

 모두가 선악이 뒤섞여 버렸다면, 잦은 출근에 지쳐 양쪽 어깨가 기울어진 판사가 판을 친다면 과연 공평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무언가의 어느 잡다한 생각 중-

 

 1.

 (나는 악몽에서 깨어나듯 깜짝 놀라며 께어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겹게 숨을 헐떡였고 눈꺼풀은 끔뻑거리기를 반복했다.

 

 어쩌다 기절했던 걸까?

 

 여기에 오기 전의 기억을 테이프 감듯 되감았다가 재생시켰다.

 

 광고회사에 취직한 지 6개월,

 사원이 된 날에는, '이유인' 석 자가 새긴 사원의 명찰을 차며 누구나 그랬듯이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 기대란

 '나도 이제 집도 사고, 미제 차도 사고, 이쁜 여자랑 결혼도.. 헤...'

 같은 거였다.

 

 그러나 그건 반짝. 그때뿐이다. 천국의 부름과도 같았던 취직의 실상은 지옥의 불덩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전설적인 댓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이 댓글을 처음 접했을 때는 헛웃음이 차올랐지만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가히, 놀랍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공자,소크라테스 저리 가라 할 만큼 지혜로운 명언이 아니던가.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었다. 나쁜 상황이면 나쁜 대로, 한탄의 의미로. 좋은 상황이면, 반전의 여지를 두어 복선을 둔다.

 이 절대만능의 전설적인 명언은 역시나 내 직장에도 적용된다.

 '행복한 직장 생활?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직장에서는 밥을 야근에 말아 드세요!'

 그렇다. 거의 매일이 야근이다. 불 꺼진 도심 속에서 혼자 불 켜져 있으니, 무슨 등대에 취직한 줄 알았다.

 그리고 문제의 그 날, 평소와 같이 등대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꽃샘추위에 난방 소리만 들리는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쉴 새 없이 두들기고, 마우스는 이리저리 휘두르며, 종이 더미에 깔린 채 밤을 지내고 있었다.

 10시쯤 되었을 때, 마무리를 앞두고 기지개를 하며 찌뿌둥한 몸을 풀어주었다. 그러면서 불평불만을 중얼거렸다. 부장님이 안 계신 터라 가능한 일이었다.

 

 "아흐... 무슨 어제도 야근인데 오늘도 야근이냐...."

 

 "걱정 마, 나중에 가면 다 적응될 거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옆의 상사였다. 나이는 28세, 직급은 대리, 적당히 긴 생머리, 검은 블라우스에 봉긋한 가슴. 얼굴은 상당한 미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외모였다. 그녀의 가슴 사이에는 자기 사진과 함께 '이하나'라고 쓰여있는 명찰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녀도 오늘의 야근 노예 이인방 중 한 명이었다.

 

 "말도 안 돼... 대리님은 이게 적응되나요? 전 아직도 전혀 안돼요. 심지어 오늘은 소개팅 약속도 있었단 말이에요~!"

 

 이하나는 조용히 의자를 끌어서 내 옆으로 다가와 입을 가리며 소곤댔다.

 

 "솔직히 나도 적응 안 되긴 하는데..우리 부장님이 워낙 일에 미친 사람인 거 알잖아.. 생각을 해봐, 입사 7년 만에 부장이라잖아.. 완전 대박 초고속 승진이니 알만하지 않아? 나이도 26인 너랑 딱 8살 차이야. 세상에, 그게 사람이냐고.."

 

 "그렇긴 한데... 어라? 지금 부장님도 안 계시는데 웬 귓속말이에요?"

 

 "....혹시 모르잖아. 어디 또 아무도 몰래 CCTV나 설치해 뒀을지 누가 알아"

 

 "에이~ 그건 아닐 거예요. 요즘 누가 그렇게 지독하게 하겠어요. 뭐 야근 자체가 지독하긴 하다만 설마 CCTV까지는..."

 

 "글쎄? 내가 보니까 지독한 사람은 세상천지 널렸더라"

 

 나는 급히 몸을 낮추고 대리님과 마찬가지로 입을 가리고 소곤댔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유전적 변이로 인해 파란 빛이 맴도는 내 눈동자가 비추고 있었다.

 

 "하기야, 예고도 없이 야근 선언을 날렸으니 말이죠.. 덕택에 전 소개팅 주도 해준 친구한테도 욕을 한 사발 들어야 하고요... 정정하겠습니다. 정말 함무라비 법전 저리가라 할만큼 독합니다. 아까 말은 다 연막으로 해 두죠."

 

 이하나는 허공에 살짝 맴도는 웃음을 지으며 바닥을 발로 밀어 의자를 드르륵 끌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쨌든, 이번 주 최종 보고서만 작성하면 되니까, 조금만 더 힘내고! 그리고.... 불금인데 오늘 일 마치고 술이나 한 잔?"

 

 "그럴까요.. 가 아니지... 죄송해요. 오늘 소개팅 약속 깨진 거 사과하러 가야 되요. 다음에 해요"

 

 이하나는 왠지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에...음... 그래 그래.. 다 이해해. 오늘 소개팅 있었댔지. 하긴, 오늘 나가는 것도 그렇긴 하겠다."

 

 "그래도 언제 기회가 되면 건배하죠"

 

 "그래, 그러자~ 오늘은 집에서 푹 쉬고!"

 

 이하나는 생기 넘치는 말을 하고선 생기라고는 개뿔, 하늘 저편으로 싹 가신 얼굴로 파일에 푹 처박혔다. 오늘 따라 더 안 좋아 보인다. 모두가 자유에 흠뻑 젖어 해방의 함성을 지르는 금요일인데 등대의 족쇄에 묶여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한숨을 내리 쉬며 이리저리 종이를 뒤적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안쓰러워 보일 지정이었다.

 저게 바로 업무에 찌든 직장인의 모습.... 누가 내 모습을 보면 저 안쓰러운 느낌이 들 테지... 아무렴.

 

  다시 일을 시작하려니 싫증이 들면서 엉뚱한 생각이 튀어나왔다. 하아, 돈만 많았어도 이런 일은 당장 때려치울 텐데.. 돈만 얻을 수 있으면 뭐라도 하겠다 진짜..

  자본주의 세상에서 모든 행동은 자본으로 끝난다. 나의 야근도, 내 소개팅 파기도, 마우스를 휘젓는 손짓도. 그 놈의 자본이 문제다.

 

  노트북에 있는 업무 보고서를 손보기 위해 마우스를 파일에 위에 갖다댔다. 우와아, 하기싫다. 평소 좋아하던 이온음료도 바닥에 패대고 싶은 기분이다. 싫음병에 도져서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소리를 지를 것 같다. 소리를 지르며 복도에서 미처 날뛸 것 같다.

 

 그때 띠링 소리를 내며 카톡 메세지가 왔다. 나는 마우스를 클릭하여 메세지를 열면서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메세지지? 설마 소개팅 못 했다고 분풀이로 보낸건가!? 그럼 곤란한데.."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2021/3/15---------------

 (알 수 없음) : [텍스터] 지친 삶에 찌들어 계십니까?

  인생을 뒤바꿀 기회를 찾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당장 텍스터에 접속 해보세요.

 

  요즘 핫한 신종 게임 텍스터에서는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전환해 드립니다.♥

  일확천금의 기회! 놓치지 마세요 >_<

  [게임하러 가기 >]

 

 평범한 게임 초대 메시지였다.

 평소 같으면 읽지도 않고 뒤로 가기 버튼을 연타할 테지만, 업무에 파묻힌 이상, 업무와 관련없는 것들에는 뭐든 재미가 적당히 가열한 옥수수마냥 퐁퐁 튀며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저장되지도 않은 사람한테서 온 것이 맘에 걸렸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따분한 보고서가 아니니까.

 읽다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문구가 있었다. 일확천금의 기회.

 뇌 속의 회로에서 자그마한 번개를 맞은 듯 호기심이 요동쳤다.

  생각을 거치지 말고, 클릭하라. 일 따위. 부장도 없는데.

 결국 호기심에 이끌려 아무런 거리낌없이, 망설임없이 마우스를 가져다가 게임하러 가기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그게 마지막 기억이다. 그 후 어떠한 문구라도 있을 테지만, 기억 필름은 가위로 자른 듯 끊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곳에 있다. 주변이 엷은 안개에 가로 막혀 시야가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완벽하게 하얬다.

 천장이 있는 것을 보아 야외가 아닌 어느 건물임이 틀림없었다.

 당황스럽다.

 '현실은 시궁창'

 일확천금을 꿈꿨으나 현실은 안개에 막힌 방 안이다.

 게임 초대 메세지를 눌렀을 뿐인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아무것도 없는 이곳, 그나마 특별하게 보이는 거라고는 딸랑 바닥에 놓여 있는 노트북뿐이었다. 나는 그 노트북을 들어 돌려 본다. 품종으로 보나 뒷면의 긁힌 자국으로 보나 회사에서 쓰던 노트북임이 틀림없었다.

 전원을 켜자

  화면에는 어떤 메세지가 나타났다)

 

 ------------------2021/3/15---------------

  -오후 10시 13분에 운영자가 남긴 메시지입니다.-

 

 당신은 이곳에 갇혔습니다.

 당신들은 텍스터이며

 각자에게 주어진 기기를 이용해 마음껏 채팅할 수 있습니다.

 

 최후의 1인이 남을 때 까지 '절대 나가지 마세오.'

 다시 경고합니다.

 절대 나가지 마세요.

 

 그럼, 게임이 곧 시작합니다.

 

 ------------------2021/3/16---------------

 16시 1분

 알림 : 텍스터 9 님께서 방에서 나갔습니다!

 

 알림 : 운영자의 지침에 의해서 텍스터 9님은 탈락했습니다.

 

 

 (나는 엔터키를 눌렀다.

 그러자 컴퓨터 화면 하단에는 내가 글자를 쳐주기를 기다리는 듯이 표시줄이 천천히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적당한 말을 치고 엔터를 눌렀다.)

 

 ------------------2021/3/17---------------

 

 4시 16분

 텍스터1 : 아

 

 (오늘의 날짜와 시간과 함께 글자가 입력되었다.

 

 화면에는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 외에는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노트북 키보드를 두들겨 한 글자를 더 남겨본다.)

 

 텍스터1 : ㅇ

 텍스터1 : 여보세요?

 

 4시 17분

 텍스터 1 : 거ㄱㅣ 누구 없나요?

 

 (나는 오타로 적었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메세지를 입력한 후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하얀 안개는 여전히 허공을 가득 채우며 돌아다니고 있다.

 

 기분 나쁘게 오싹하다. 대체 여기는 어딜까?

 

 그러고 보니 3월 17일. 그러니까 게임 초대 메세지를 받은 날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세상에! 황무지에서 캔 황금같은 주말이 터무니없이 날아가 버렸다. 아무것도 없이 공백만을 씹어 먹으며 누워 지냈다.

 게다가 내일이면 일에 나가야 할 테고, 탈출하느라 지각이라도 한다면 부장님은 틀림없이 무표정으로 나를 유리벽으로 막힌 부장실에 조용히 부를테지.

 왜 늦었습니까? 아니, 변명은 집어 치우고. 한 번 주위를 둘러보시죠? 자, 저 분들이 당신 때문에 민폐를 끼친 사람들입니다.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톱니바퀴가 빈틈없이 쌓여 한 치의 비뚤어짐 없이 돌아가야 할 공장이 당신 때문에, 겨우 당신 때문에........

 

 아니지. 뭔 생각이야. 영문 모를 곳에 이틀이나 갇혔는데, 회사 지각 걱정이라니. 회사에 물들어진 내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정신 차리라는 벌로, 내 본연의 순수했던 열정으로 돌아가라는 뜻으로 물렁한 참치로 뺨을 갈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틀이나 여기 있었다는 건, 그 누구로부터 구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완전히 바깥과 격리되어 있다는 뜻이겠지.

  젠장. 그러고 보니, 소개팅 약속 파기한 것, 아직 사과를 못 했다. 게다가 아파트 3층에 쓸쓸히 있을 강아지, 게르니는...

 

 이틀 동안 갇혀 지내느라 채우지 못한 일상에 대한 갖가지 생각이 꼬리에 물고 물다보니 마음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졌다. 거기다 이틀간 비축된 배고픔이 아우성치기 시작했으니 무기력감마저 맴돌았다. 불안해지면 어김없이 나오는 오래된 버릇인 눈 비비기가 튀어나왔다. 왠지 가렵고 숨기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노트북 채팅창이 저절로 움직였다. 갑자기 배고픔과 불안감이 싹 가시는 순간이었다.

 눈비비기를 멈추고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시선을 화면으로 옮겼다.)

 

 텍스터 3 :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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