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미가엘 보육원
현판 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다 이내 발걸음을 안쪽으로 옮긴다.
조그만 운동장을 가로질러 낡은 건물 앞에 선다.
지체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문 바로 왼쪽에 안내 창구가 있다.
60대 정도의 남성이 돋보기 안경을 코에 걸친 채 사무를 보고 있다.
그 앞으로 가서 "안녕하세요" 말을 건다.
그제서야 돋보기 안경 위쪽으로 눈을 치켜뜨며 내 쪽을 본다.
"네, 무슨 일이시죠?"
"제가 이 보육원 출신인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제 기록이 남아 있다면 보고 싶어서요."
금세 밝은 표정으로 바뀐다.
"그러세요? 그럼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문 쪽을 가리킨다.
안내실 안은 꽤 넓다.
들어가서 보니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닌 듯 책상이 여럿 있다.
에어컨이 적절한 온도로 작동하고 있고 들릴 듯 말듯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응접 테이블에 앉자, 커피 어떠시냐고 묻는다.
나는 네, 고맙습니다 답하고, 이내 안내인은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준비한다.
놀랍게도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놀랍도록 빠르게 준비가 된다.
살펴보니 커피를 미리 일정량 갈아두고 있고, 알맞은 온도의 물도 항시 준비되어 있다.
커피를 축출하는 솜씨도 일류다.
전에 카페를 겸한 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볼 줄 안다.
형제가 죽은 그 가게.
내게 형제 노릇을 해주겠다던 그 주인.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커피가 날라져 온다.
커피 향과 맛, 모두 일류다.
고급 카페에서나 맛볼 수 있을 만한 맛이다.
안내인은 서류 뭉치를 하나 꺼내 오더니 내 앞에 앉는다.
간단히 인적 사항을 묻고 거기에 적는다.
그 일을 마친 뒤 물끄러미 나를 본다.
어느새 돋보기 안경은 쓰고 있지 않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이렇게 말한다.
"이런 절차는 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을 알아요.
메신저.
웰컴 홈."
노 안내인은 커피 맛만큼이나 일류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