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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카산드라
작가 : 건망고
작품등록일 : 2017.11.16

앞날을 훤히 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저주.
언어 소통의 종말.
극한의 공포심은 고립감에서 온다.
군중의 한가운데 불통의 무력감이 그를 낭떠러지로 내몬다.

 
기억의 사진첩
작성일 : 24-07-05 19:24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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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인지 뭔지를 통해 나는 기억이 일부 돌아왔다.

 분명 전부는 아니고 필요한 만큼만이다.

 찰나 찰나의 기억의 장면들이 스냅 사진처럼 떠오른다.

 기억의 사진첩 같은 게 내 뇌에 하나 장착된 셈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온 의식이다.

 적어도 돌아온 기억 속 나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날 당시 독일인 소년이었다.

 

 나는 부모를 모두 잃었다.

 전쟁 때문이었는지는 불명확하다.

 

 그리고 어떤 남자의 손에 이끌려 장트 미하엘 보육원에 들어갔다.

 그 남자는 독일인이었지만 분명 알 수 있다.

 그 남자가 농부라는 것을.

 

 그 보육원에는 지하실이 하나 있었다.

 원생들은 출입금지였다.

 그곳이 카산드라가 살던 곳일 거다.

 

 그 보육원에는 특별한 장소가 하나 더 있었다.

 후원자 비슷한 사람들이 오면 꼭 머무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 역시 원생들은 출입금지였다.

 

 음악 선생님도 있었다.

 영화광이어서 키노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던 20대의 피아니스트.

 바흐를 즐겨 연주했고 재즈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 수업에서 처음으로 트럼펫을 접했다.

 

 그 수업 장면 내 옆자리에 앉은 소녀가 눈에 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카메라 쪽을 응시하는 소녀.

 아마, 왕이다.

 그녀는 손에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그렇게 한 장 씩 기억의 스냅샷을 넘기다가 문득 깨닫는다.

 이것은 내 기억이 아니다.

 다른 이의 시선으로 본 기억이다.

 이게 내 기억이라면 기억 속에 내 모습이 저장되어 있을 리가 없다.

 

 이것은 누구의 기억인가?

 누구의 시선인가?

 

 자연스럽게 정답이 떠오른다.

 히틀러.

 히틀러의 시선이다.

 히틀러가 나에게 선물해준 자신의 기억이다.

 

 히틀러는 내게 말했었다.

 신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다음 컷.

 거기에 힌트가 있었다.

 

 어두운 지하 쇠창살 너머의 여자 아이.

 창살 앞에는 내가 시선의 카메라 쪽을 바라보고 있다.

 즉, 카메라의 입장에서, 히틀러의 시선에서 두 아이가 한번에 보이는 것이다.

 

 쌍둥이.

 성별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이 생긴 쌍둥이.

 카산드라와 나.

 

 어, 어떻게 카산드라를 이렇게 가까이서 만난 거지?

 지금은 처소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추측은 해본다.

 이 당시에 카산드라에게는 신탁과 연결되는 능력이 없다.

 저 눈.

 저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저 눈은 내 기억 속의 눈과 다르다.

 눈의 모양은 정확히 똑같지만 눈 속에 담긴 것이 다르다.

 메시지가 없다.

 그냥 흔히 만날 수 있는 눈에 지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에 있는 그 특별한 눈과는 아예 다른 것이다.

 

 자, 그런데 이 기억이 있다고 내가 신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은 무엇인가?

 나는 저 스냅 사진 중에서 아직 어떤 힌트도 발견해내지 못했다.

 신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일부러 힌트를 부족하게 준 것일까?

 나를 골려주기 위해서?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후의 나의 삶은 어떻게 진행되었기에 이 시대에 이 몸을 가지고 이 나라에 살고 있는가?

 아마도 마지막 한 컷의 퍼즐을 풀어야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보육원을 바라보는 기억.

 현판엔 이렇게 써 있다.

 

 '성 미가엘 보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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