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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카산드라
작가 : 건망고
작품등록일 : 2017.11.16

앞날을 훤히 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저주.
언어 소통의 종말.
극한의 공포심은 고립감에서 온다.
군중의 한가운데 불통의 무력감이 그를 낭떠러지로 내몬다.

 
다시 깨어나다
작성일 : 24-04-27 16:40     조회 : 92     추천 : 0     분량 :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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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왕과 왕비라지만 그건 비유일 뿐 히틀러와 카산드라는 만나서는 안 된다.

 카산드라는 인간 중 선택 받은 소수의 사람과만 직접 만날 수 있다.

 그 외의 사람과 만나게 되면 카산드라의 의식은 소멸한다.

 

 카산드라의 시중을 드는 집사 한 사람.

 그리고 나. 그녀에게 의식을 통해 발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고 직접 만날 수도 있는 한 사람.

 심지어 카산드라의 몸을 만져도 소멸시키지 않는 유일한 사람. 메신저.

 이렇게 둘뿐이다.

 

 히틀러는 인간 중에 선택 받은 자로서 꽤 오래 산 의식이다.

 그간 몸을 몇 번 바꾼 상태고 지금 이 모델 같은 몸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가 하는 일은 카산드라의 신탁을 전해 받고 그걸 토대로 결정을 내리고 인간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그는 그걸 위해 세계적인 점조직을 갖고 있다.

 그의 명령이 한 번 떨어지면 내일 유가가 폭락하기도 하고 유력 정치 지도자가 암살되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단 한 가지 불만이 있는데, 그게 카산드라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발신 메신저를 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사실 카산드라인 줄은 모른 채로 특정 지점에 있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한 일이 있었다.

 직접 만났던 게 아니라 의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는 보통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나를 무슨 초능력자로 오해해선 안 된다.

 

 그때의 상황은 이렇다.

 나는 일단 신탁으로부터 (즉, 카산드라로부터) 어느 역 몇 번 코인로커의 물건을 들고 누구에게 전달하라는 식의 의뢰를 받았었다.

 그걸 들고 만난 건 우리 중 하나는 아니었고 일반인 중 섭외된 사람이었을 거다.

 그가 내가 준 물건을 받고 내게 편지를 하나 건넸다.

 읽고 실행한 뒤 태울 것, 이라는 지시와 함께.

 

 편지를 열어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집중하여 다음의 문장을 10회 이상 반복하여 읽으시오."

 아래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렇게 했었다.

 문장 자체의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뭔가 세계 정세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그 내용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경험 자체가 중요하지.

 

 그 경험은 아마도 내가 카산드라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리라.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상태에서도 나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그런 것밖엔 없을 거다.

 내가 했던 가장 기묘한 업무.

 

 히틀러는 하여튼 그런 성가신 과정 없이 카산드라를 만나고 싶다는 얘기다.

 그래서 세운 프로젝트가 이번 일이다.

 그들의 가설은 '내 몸'이 카산드라를 만나는 연결장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시험 삼아 나와 몇 번 몸을 바꿨고 완전히 적응이 끝났다고 생각한 시점에 내가 먼저 일을 벌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 대한 응징을 가했고 지금 여기까지 진행된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다시 진정제를 투여 받았었다.

 그러니까 나는 만약에 일이 잘 풀리면 더 이상 효용 가치는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깨어났다.

 그러므로 카산드라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나의 몸이 아니라 나의 의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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