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히틀러의 몸에 들어와 있다.
침대에 걸터앉아 양손을 들여다보고 있다.
히틀러의 손은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하다.
그의 몸은 이 방을 나간 적이 없는 것일까?
히틀러라는 자는 늘 남의 몸을 빌어 살아가는 걸까?
남의 몸을 빌어 살인을 저지르면서.
자기 손은 글자 그대로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대체 이 자들은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
지금껏 나는 이런 살인 집단의 유희를 도우려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닌 걸까?
그 암호 같은 메시지를.
나는 내 손으로 형제를 산에 묻었다.
일전에 그런 비슷한 신탁을 행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시체는 아니었지만.
지금 나는 히틀러의 양손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어제 형제를 묻은 손의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의식인가 몸인가.
나는 의식인가 몸인가.
나는 메신저인가 히틀러인가.
나는 메신저다.
나는 트럼페터고 기생충이다.
나는 41명의 보육원 동기가 있다.
나는 그중 형제와 왕과 대장장이를 만나봤다.
형제는 그들이 죽였고 내가 묻었다.
나는 왕만은 그들이 죽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카산드라의 눈을 안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 아이디어는 절대적으로 옳다.
이 아이디어는 분명 이들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바로 실행해야 한다.
나는 곧바로 일어서서 세면대로 달려간다.
그대로 머리를 거울에 찧는다.
거울이 깨지고 파편에 상처가 난다.
얼굴에 피가 흐른다.
순식간에 시끄러워진다.
택배 상자 열리듯 위가 열림과 거의 동시에 벽도 젖혀진다.
정육면체의 체스방이 평평한 전개도가 된다.
나는 멈추치 않고 세면대와 벽에 머리를 계속 찧는다.
이 몸과 함께 죽어도 좋다.
적어도 이 몸에 상처라도 남기리라.
흰 방호복을 전신에 입은 사람들이 열 명 이상 뛰어온다.
그들은 나를 여기저기서 잡는다.
한 사람이 주사기를 내 팔에 꽂는다.
진정제가 온 몸에 순식간에 퍼진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머리를 한 번 더 찧으려고 용을 쓴다.
그대로 쓰러져 의식을 잃는다.
"어서 의무실로 옮겨 총통의 몸에 상처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