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지하 감옥. 여성이 주문을 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캄캄한 어둠 속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작은 몸집의 사람이 감옥 한 가운데 앉아있다.
쇠창살 건너편에 서있는 덩치 큰 남성.
말을 건넨다.
"카산드라여, 기한이 다 되었습니다. 신탁을 들으셨습니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주문을 계속 왼다.
그러다 문득 멈추고.
뒤를 보지 않고 계속 벽을 본 채로 카산드라가 말한다.
"신탁은 이미 들었고 해당하는 자들에게 모두 전달하였으니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묻지 마시오."
"허나 카산드라여, 이번 일은 마무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메신저가 우리의 일을 깊이 알아서는 안 됩니다.
그는 그저 도구일 뿐.
도구가 하극상을 저지르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카산드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신탁은 모든 일을 알고 있고, 어차피 모든 일은 신탁의 뜻대로 된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주문인지 기도문인지를 외기 시작한다.
잊혀진 고대의 언어로 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쇠창살 밖의 남성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돌아서 계단을 오른다.
그러자마자 카산드라의 주변 땅에서, 벽에서, 천정에서
수많은 뱀들이 나온다.
마치 벽이 존재하지 않듯 다른 세계로부터 건너오듯.
그 뱀들이 카산드라의 가녀린 몸을 감싼다.
카산드라는 그저 고대어로 주문인지 기도문인지를 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