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천정이 체스판이었다.
정확히 말해 체스판과 같은 패턴의 천정이었다.
나는 머릿속이 몽롱하다.
어제 나는 무슨 일을 겪었던가?
술을 마셨던가?
분명 술은 마시지 않았다.
나는 대장장이를 만났었다.
대장장이는 푸른 옷을 입은 내 또래의 남성이었다.
그런데 얼굴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만난 장소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재즈바.
그런데 얼굴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재즈바는 내가 일한 적이 있었던 곳이었다.
현재 주인은 바뀐 상태.
그런데 대장장이의 얼굴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장장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메신저, 부럽게도 네가 선택되었어."
그 말을 하면서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얇은 플라스틱 막대 같은 것이었다.
아무 글씨도 써있지 않은 백색의 납작한 막대.
용도도 출처도 알 수 없는 기묘한 물건. 기시감.
'본 적이 있는 물건이다.
기억 저 편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물건이다.'
이게 어제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대로 나는 쓰러졌다.
그리고 여기서 눈을 뜬 거다.
하얀색과 검은색의 정사각형이 엇갈려 배치된 천정.
기묘한 물건이 일으킨 데자부.
기묘한 천정의 방.
몸이 이상하다.
이상하게 어색하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눈알을 먼저 움직여본다.
천정은 영락없는 체스판이다.
간간이 매립된 조명을 제외하고는.
벽은 순백색이다.
아무런 장식도 없다.
서서히 몸의 이곳저곳을 움직여본다.
제대로 움직인다.
뭔가 이질감이 있지만 그런 대로 움직여진다.
카프카의 소설 속 벌레가 된 기분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몸을 일으킨다.
몸을 돌리고 바닥에 발을 댄다.
맨발이다.
차갑다.
내 옷도 침구도 모두 하얀색.
바닥은 또다시 체스판.
어?
이게 내 발이라고?
어?
키가 좀 큰데?
잠시 현기증이 난다.
어제 데자부를 겪으며 쓰러진 순간이 스친다.
"메신저, 부럽게도 네가 선택되었어."
나는 다시 정신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