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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Legacy of WW2xN
작가 : 제로드라링
작품등록일 : 2017.11.14

세계를 바꾸려면 두 번의 전쟁이 필요하다. 첫 번 째 전쟁으로 기존질서를 무너뜨리고 두 번째 전쟁으로 새 질서를 잡아야 한다. 1차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시대가 무너지고 2차세계대전으로 미-소 양강체제가 세워졌고, 냉전으로 소련이 무너지고 @차대전으로.....


현 문명 멸망 후 수 천년 후.

새로 개편된 국제질서.

중앙아시아에서 충돌하는 강대국들의 로봇병기 이야기


*이미지는 영혼기병 라젠카입니다.

 
초원의 유랑객(5)
작성일 : 17-11-18 12:19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8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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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쾅

 

 

 

 거대한 금속덩어리가 파괴되는 소음이 울리면서 쌍칼 거신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 위로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비행기 궤적이 드리웠다.

 

 -여기는 안테티탄(Antetitan) 제5전대, 12008중대 연락되십니까?-

 

 그리고 무전기 너머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넋이 나가 있던 중대장은 안테티탄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드디어 왔구만!”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오토븐 중위, 마무리 지어주세요.-

 

 -예, 예. 다시 공격 들어갑니다!-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유쾌한 남자의 무전이 들렸다. 그리고 방금 전, 거신을 공격하고 하늘 높이 올라가 있던 프로펠러 비행기가 다시 선회를 하였다. 그리고는 허공에서 갑자기 기수를 푹 내리더니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거신을 향해 급강하를 시작했다.

 

 첫 공격에 넘어진 쌍칼 거신은 자세를 잡고는 다시 일어서려 했다. 거신의 한 쪽 팔은 방금 전의 공격에 떨어져 나가버렸다. 쌍칼 거신은 남은 한 쪽 팔로 자세를 가다듬어 주위를 경계했다. 거신이 자신을 공격한 적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

 

  파쾅

 

 거신의 머리가 나가 떨어졌다. 급강하폭격기가 사출한 철갑탄이 제대로 명중한 것이다.

 

 상공 수백 m에서 낙하하는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엄청나지만 마찰열은 그리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순수한 낙하에너지로 떨어지는 급강하폭격기에서 사출된 철갑탄은 거신의 열반응 장갑에 반응하지 않고 직격타를 날릴 수 있었다.

 

 -목표물 제거 완료. 앞으로 세 마리 남았다.-

 

  카우보이 목소리의 급강하폭격기 조종사가 무선을 했다.

 

 -보고완료. 지금 스파이더링(spidering) 부대가 도착했습니다. 오토븐 중위, 그들을 지원해주세요.-

 

 -철갑탄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았는데? 머 한 놈은 맡아주지, 어디 있냐? 꼬마들아?-

 

 -꼬마 아니거든요? 제레미도 이제 스무 살이거든요?-

 

  무전기에서 명량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속주행을 하는지 그녀의 목소리 말고도 덜커덩 덜커덩 하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나이 먹었으면 자기 3인칭화는 이제 그만 해...-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가 쓴 소리를 내뱉었다.

 

 -제 귀여운 외모에 맞추려면 이 정도 소리는 해야죠!-

 

 -... 비행기 조종하는데 멀미나게 하지 마라...-

 

 -뭐라구요?-

 

 -그만!! 둘 다!! 지금 작전 중입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둘의 농담에 맨 처음의 여자가 무선으로 제지를 했다.

 

 

 

 

 “죄송합니다, 발레타 소령님.......”

 

  덜커덩 거리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는 험비를 운전하면서 제레미가 울상을 지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올것만 같은 가녀린 어깨와 자그마한 몸집, 커다란 눈망울과 깜찍하게 일자로 자른 옅은 물색의 앞머리. 차라리 초등학생이라는 게 어울렸지 도저히 20세의 여성이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제레미, 거신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겠어요?-

 

  정숙한 목소리의 여성, 발레타 소령이 무선을 했다.

 

 “음... 생각보다 너무 큰 데요? 집중을 다해도 하나 밖에는 막지 못할 거 같아요.”

 

  운전대 계기판 옆의 모니터를 보며 제레미가 말했다. 모니터에는 험비의 전방에 장착한 카메라로 수신한 거신의 영상이 높이, 너비 등의 수치가 다 그려져 나타나 있었다.

 

 -그렇군요. 그럼 스파이더링 부대는 언월도를 든 거신을 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험비 뒷자리에서 우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부진 어깨에 탄탄한 근육, 이마가 훤칠하게 보이도록 넘긴 귤빛 머리와 무섭도록 뚜렷한 T자형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였다.

 

  “빌어먹을, 또 저 코 썩어버릴 거 같은 암내 맡으러 가야 하냐.”

 

  그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투덜거렸다. 웬만한 여자보다 더 가는 허리와 종아리, 거부스러울 정도로 날렵한 턱선과 회색머리, 그리고 때려버리고 싶은 정도로 짜증난 인상이 마치 반항기 중학생을 보는 것만 같았다.

 

 믿음직스러움과 거부스러움, 이미지는 완전히 대비되었지만 험비 뒷자리 두 남자 모두 방탄조끼 위에 로켓추진장치를 장착하고 두터운 군화를 신고 있었다. 그들의 양 손의 장갑에는 커다란 와이어건이 굳게 들려 있었다.

 

 -바인 원사, 파티세 소위, 바로 스파이더링 준비에 들어가 주세요. 제레미는 마법을 시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빙결 시전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제레미는 왼손을 차창 밖으로 내밀어 언월도 거신을 향했다.

 

 “ЪĦĿłøœßŦæđŧøĸijħÆ"

 

  한 손만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채 제레미가 아무도 알 수 없는 태고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언월도 거신 주변의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포근한 오늘 날씨가 무색하게 거신의 몸체 이곳저곳에 얼음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마빙(魔氷)은 특히 거신의 발바닥과 관절을 중심으로 얼어붙어 거신의 기동성을 완전히 뺏어버렸다.

 

  “빙결완료, 오빠들 모두 출발해주세요!”

 

  제레미가 딱딱한 말투로 앙증맞은 대사를 외쳤다.

 

  “로뎀 바인 , 스파이더링 돌입합니다.”

 

  험비의 지붕문을 열고 일어나며 믿음직스러운 남자가 무전을 했다.

 

  “아슈갈 파티세, 스파이더링 들어간다.”

 

  거부스러운 남자도 따라 일어났다. 제레미가 운전하는 험비가 꼼짝달싹 못하는 거신의 등 뒤로 돌아섰을 때, 두 남자는 각자 거신의 양어깨를 향하여 와이어건을 겨눴다.

 

 피융

 

 가스압력으로 발사된 와이어건의 갈고리가 거신의 장갑에 박혔다.

 

 파팡

 

 그리고 와이어가 끌어당겨짐과 동시에 등의 로켓추진장치가 분사되면서 두 남자는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불과 3초도 안되어 두 남자는 거신의 어깨에 다다렀다.

 

 로뎀은 착지하기 직전 군화의 버튼을 눌렀다. 전자기력이 발생한 군화는 거신의 금속질 장갑에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착지하자마자 로뎀은 반대쪽 와이어건을 거신의 투구를 향해 발사했다. 이런 식으로 와이어와 전자기성 군화(Magnetic Boots)를 이용해서, 로뎀은 마치 거미처럼 거신의 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관절부위 빙결이 곧 풀려요! 조심하세요!-

 

  제레미의 다급한 무전이 왔다. 그리고 곧바로 어깨관절의 얼음을 떨쳐낸 거신이 팔을 크게 흔들었다. 전자기력 군화의 자성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어서 거신의 몸짓에 로뎀은 허공으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침착하게 와이어건을 조종했다. 로뎀은 덩굴을 타는 타잔처럼 말아 올라가는 와이어를 타고 거신의 가면 위에 착지했다.

 

 

 

  거신은 도력과 기력, 마력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사물이어서 갑옷 속의 실체는 인간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형상을 띈 거신들은 그 내부 기의 흐름이나 배치구조가 인간과 동일하며 급소를 찔리면 부상을 입거나 소멸해버린다.

 

 

 

 거신의 가면, 콧등 바로 위에 착지한 로뎀은 방탄조끼 주머니에서 스피어건을 꺼냈다. 압축가스를 이용한 스피어건은 발사 시에 열이 나기 하지만 거신의 장갑에 차단될 정도는 아니었다. 로뎀은 스피어건을 가면의 틈새, 거신의 눈구멍을 향해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1m 길이의 기다란 건스피어가 눈구멍의 검은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자 거신은 고통에 더욱 격렬한 몸부림을 쳤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인간이었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고통과 분노에 가득 찬 고신은 얼굴 위에 붙은 모기를 잡는 듯, 손바닥을 크게 펴서 로뎀을 내려치려...

 

  -아 암내 한 번 겁나게 구리네-

 

  불평스러운 아슈갈의 무전이 옮과 동시에 로뎀을 내려치려던 거신의 팔이 갑자기 힘없이 떨어졌다. 아슈갈이 거신의 갑옷 틈새, 겨드랑이 아래로 파고 들어가 팔 힘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곧바로 로뎀은 전자기력 군화로 가면을 타고 거신의 목 부위로 내려갔다. 그리고 가면과 목 장갑의 틈새를 노려 스피어건을 발사했다. 거신은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동요하더니 이내 잠잠해지면서 앞으로 기우뚱 거렸다.

 

 -여어 여어, 위험하니까 어서 비켜! 마무리는 내가 날려줄게-

 

  유쾌한 카우보이의 무전이 들려왔다. 무전을 듣고 로뎀은 허공으로 뛰어내렸다. 아슈갈도 따라 뛰어내렸다. 등 뒤의 로켓추진장치가 약하게 분사하면서 그들의 낙하속도를 감속시켜 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가 하늘 높이서 들려왔다. 급강하폭격기가 거신의 등을 향해 45도 각도로 맹렬하게 떨어져 내려왔다.

 

 콰쾅

 

  급강하 폭격기는 거신에게 충돌하기 직전 다시 급상승해서 날아올랐다. 하지만 상승 직전 기체에서 사출된 쇳덩어리 철갑탄은 거신의 몸체에 그대로 부딪혔다. 열에너지 없이, 순수한 낙하에너지를 가진 철갑탄은 열반응장갑의 차단을 받지 않고 거신의 몸 한가운데에 그대로 박혔다.

 

 급강하폭격기의 결정타에 거신은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그것을 확인한 로뎀은 무선통신을 전했다.

 

 -여기는 로뎀 바인, 스파이더링 부대, 묙표제압을 완료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착지 즉시 현장에서 이탈하십시오. GCM 부대가 도착했습니다. 나머지 두 거신은 그들이 처리할 것입니다.-

 

  발레타 소령의 무전이 왔다. 이윽고 땅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한 로뎀과 아슈갈 앞에 제레미의 험비가 도착했다.

 

  “오빠들 어서 타요. 레가츠랑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제레미가 그들의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험비의 저 너머로 거대한 인간형 실루엣 세 기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GCM부대, 작전 지역 도착, 곧바로 전투에 돌입하겠습니다.-

 

  암사자 같은 네티엣의 목소리로 무전이 왔다. 그리고 곧바로 세 기의 거대한 그림자는 속도를 높여 다가오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20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인간형 로봇이었다. 거신과 대등하게 맞서도 될 정도의 크기였다. 차이점이라면 거신은 동양풍의 갑옷을 입고 있고 이쪽은 유럽풍의 흉갑과 로마스타일의 투구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또 거신은 갑옷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심연이었다면 이쪽은 마치 어린이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로봇이었다는 것.

 

 -평소 했던 방식으로 전투에 들어간다. 우리가 한 기 더 많지만 방심하지 말도록.-

 -응, 알았어.-

 -네네네, 알겠습니다.-

 

 네티넷의 무전에 두 남자의 목소리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하나는 30대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또 하나는 살짝 반항기 청소년을 연상케하는, 혹은 들판에서 들소시체를 우걱우걱 씹어먹는 회색늑대같은, 여하튼 간에 듣기에 썩 호감이 오지 않는, 레가츠의 목소리였다.

 

 -바로 공격에 들어간다. 삼지창은 내가 맡지.-

 -그럼 남은 놈은 내가 맡고~!-

 

 그 무전이 끝남과 동시에 맨 앞에 있던 방패와 한 손 도끼를 든 로봇이 삼지창 거신에게 달려갔다. 뒤따라오던 핼버드를 든 로봇은 방천극 거신에게 달라붙었다. 20M가 넘는 네 기의 거체들은 굉음을 내며 접근전을 벌였다. 집 한 채만 한 도끼와 전봇대만한 창이 부딪힐 때마다 엄청난 풍압이 터지고 금속마찰음이 귀를 찢었다.

 

 -레가츠, 너는 우리가 움직임을 봉쇄하는 사이, 빈틈을 파고 들어라-

 

  도끼 로봇을 조종하는 네티엣이 삼지창 거인과 한 합을 겨루고 뒤로 빠지며 말했다.

 

 -말 안 해도 압니다!-

 

 쪼아대는 무선을 받고 레가츠의 로봇이 방향을 틀어 우회기동을 했다. 다른 로봇들과는 다르게 전방의 두꺼운 흉갑이 없었고 또한 양손에 각각 단검과 단창(短槍)이라는 특이한 무장을 가진 그의 로봇이었다.

 

 -GCM부대, 보조를 잘 맞춰주기 바랍니다-

 

 발레타 소령의 질책이 들어왔다.

 

 

 

 

 “충분히 잘 맞추고 있습니다.”

 

 레가츠의 거친 말소리와 숨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로봇의 가슴 부위 내부. 작은 방 정도 크기의 텅 빈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는 헬멧을 쓴 레가츠가 자세를 잡고 서 있었다. 그의 온 몸에는 수 십 개의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으며 그의 양 손에는 실제로 단검과 단창이 쥐어져 있었다.

 

 “틈이 생기면 바로 노리겠습니다.”

 

 레가츠는 이렇게 말하고는 왼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로봇도 왼발을 내딛었다. 레가츠는 이번에는 자세를 낮추고 단창을 뒤로 크게 뺏다. 로봇 역시 자세를 낮추고 단창을 뒤로 크게 뺏다. 조종사의 몸에 부착된 센서에서 송전하는 정보에 따라 로봇은 조종사의 동작을 모두 구현했다.

 

 

 

 “그러다가 내가 다 끝내겠다!”

 

 네티엣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삼지창 거신의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헬멧으로 전송된 영상을 보고 그를 알아챈 그녀는 왼손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오른손에 쥔 도끼를 뒤로 크게 뺐다. 도끼 로봇 역시 그녀의 동작을 따라 왼손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오른손에 쥔 도끼를 뒤로 크게 뺐다.

 

 칭그렁

 

 곧이어 날아온 거신의 삼지창날이 로봇의 육중한 방패에 막혔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하이톤의 데시벨이 귓전을 울렸다.

 

  한 타 수비를 성공적으로 한 네티엣은 곧바로 공격태세로 전환했다. 뒤로 빼든 도끼를 거신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민첩한 삼지창 거신은 창을 수직으로 세워 도끼일격을 막을 태세를 갖추었다. 도끼일격이 창자루에 닿아 막히기 직전 그 순간,

 

  파아아앙

 

  네티엣은 쥐고 있던 스틱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로봇의 도끼 후면에서 순간적으로 압축가스가 분사되었다. 가속을 받은 도끼의 일격을 막지 못하고 거신의 삼지창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차가운 철제합금 도끼날은 그대로 나아가 거신의 복부를 타격했다. 그리곤 거신의 열반응 장갑을 무시하고 몸뚱아리를 그대로 두 동강 내버렸다.

 

 

 

 

 

 Gigantic Combata Machina(거대 전투 기계) ; GCM

 

 당초에 인간형 병기라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존재이다. 제작기술은 기술대로 복잡하고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반면, 피탄 면적이 크기 때문에 적의 포격 한 방이면 그냥 박살이 나버린다. 인간형 병기 한 대를 만들 돈으로 차라리 구식 전차 여러 대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거신이라는 존재를 상대하게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일정 온도 이상의 열에너지를 차단해버린다는 그 상상도 못한 능력에, 화약을 이용한 병기들은 무용지물이 되 버렸다. 그나마 낙하에너지를 이용한 급강하폭격과 인간이 직접 거신의 몸에 올라타 급소를 노리는 스파이더링(Spidering) 전술이 고안되었지만 모두 정면승부를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보였다.

 

 이 때 열에너지를 이용함 없이 인간형인 거신과 대등하게 맞서기 위해 인간의 격투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마치 고대의 전투처럼 거신과 근접전을 벌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조종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인간형 거대 전투 병기, ‘GCM’이다.

 

 

 -적 제거 완료. 그 쪽은 어떤가, 나나이반다크?-

 

 -미치겠어! 이 녀석 실력이 장난이 아니야, 대장급인가봐!-

 

  방천극 거신을 상대하던 헬버드 GCM의 다급한 무전이 들려왔다. 둘 다 모두 방천극과 헬버드라는 막대무기를 사용한 지라 전투가 유난히 크고 화려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헬버드 GCM이 방천극 거신에게 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젠장, 왜 이런 놈한테 걸려서... 엇! 우왁!”

 

  공세에서 압도를 보인 방천극 거신이 순간적으로 발차기를 했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헬버드 GCM은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렸다.

 

  “으악! 헐! 넘어져 버렸어! 지금 수동조정으로 할 시간도 없는데... 아...”

 

  당황하는 조종사의 헬멧영상에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거신의 모습이 비췄다. 거신은 창날을 거꾸로 들어 헬버드 GCM의 가슴을 내려 찌르려........

 

 

 -틈 발견! 이제 제가 맡겠습니다.-

 

  무전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가츠의 GCM이 순식간에 거신에게 달려 들었다. 다른 GCM과 달리 추가 장갑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빨랐다. 방천극 거신은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몸을 피했다. GCM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손의 단검과 단창의 광격을 계속 날렸다.

 

  하지만 대장급답게, 거신은 수세에 몰리면서도 차분히 GCM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런데 거신이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방천극 방향을 바꾸는 순간, 레가츠는 왼손의 단검으로 거신의 목 부근을 횡으로 베었다. 워낙에 짧은 단검인지라 거신은 몸을 뒤로 빼며 단검베기를 여유롭게 피했다.

 

 -걸렸다!-

 

  이것이 레가츠가 노린 것이었다. 횡으로 베는 공격을 당하면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게 된다. 하지만 뒤로 빠지는 회피동작은 찌르기 공격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특히 창이라면 더욱 더.

 

  푹

 

 횡으로 긋는 단검베기 바로 뒤에서 GCM의 단창이 일직선으로 꽂혀 들어왔다. 단검베기만을 생각한 거신의 후방회피는 단창의 직격을 피할 수 없었다. 짧고 묵직한 단창은 그대로 나아가 거신의 목을 꿰뚫었다. 거신의 팔에서 힘이 빠지며 방천극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윽고 몸체가 고꾸라지면서 거신은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후웃 죽다 살아났네, 레가츠.......-

 

 -안 고마워하셔도 되요. 나나이 형님이 쓰러진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걸요.-

 

 -누가 언제 고맙댔냐??! 좀 같이 와서 2대1로 싸우면 편했을 것을 왜 겪고 싶지도 않은 스릴나게 만들어?!-

 

 -제 대신 몸빵 서주는게 형님 역할 아닙니까...-

 

 -몸빵? 이게 단어 선택하는 것 좀 봐라. 군기 안 잡은지 오래되니까...-

 

 -이 미친놈들 정말....... GCM부대. 거신 제압 완료했습니다.-

 

  두 남자 조종사의 유치한 다툼에 한숨을 내쉬며, 네티엣은 무선을 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안테티탄 제5전대의 작전을 종료하겠습니다. 모두 기지로 귀환해주세요,”

 

  대원들 모두에게 이렇게 무전을 보내고 발레타소령은 헤드폰을 벗었다. 온화한 미소를 가진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였지만 그와 어우러져 있는 차갑고 강단있는 모습이 그녀가 확실히 군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대형컴퓨터 앞에 앉아 부대원들과 무선조율을 하던 그녀는 의자를 뒤로 돌려 말했다.

 

 “이번에도 우리 전대는 사상자를 한 명도 안내고 거신을 모두 제압했습니다. 벌써 1년 연속 무피해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녀가 말한 대상은 저 뒤편에 가만히 앉아 있던 동양계 중년 남성이었다. 제대로 면도하지 않아서콩나물처럼 너저분하게 난 수염에 후루루루 인스턴트 식품을 쳐 먹는게 정말 천박했다. 화지만 놀랍게도 그의 견장에 수 놓은 문양은 무려 대령 표식이다.

 

  그녀가 말한 대상은 뒤편 의자에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던 중년 남성이었다. 제대로 면도하지 않아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난 수염에 후루루루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볼 품이 하나도 없었으나 그의 견장에는 대령표식이 박혀 있었다.

 

  “그렇군... 수고했어...”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대령은 머리를 박박 긁으며 소령의 보고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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