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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플래닛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7.11.13

[판타지 활극] 흉악한 인간살육병기가 되어 나타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모험 이야기.

멸망한 고대왕국의 유산,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유물 ‘아티팩트’가 지상을 지배하는 욕망의 세계. 그리고 아티팩트 유통을 독점해 절대 패권을 누리는 무역회사 ‘서해회사’와 옛 제국의 복수를 위해 서해회사를 대상으로 암살과 공작을 일삼는 테러조직 ‘쿠샤나바’가 극한 대립을 펼치는 공포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도둑길드의 일원으로 살아가던 아딘의 앞에 죽은 줄 알았던, 그러나 지금은 인간살육병기이자 쿠샤나바의 간부가 된 옛 애인 카멜리아가 나타난다.
아딘은 쿠샤나바에게 복수를 하고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서해회사 소속 유물탐사단에 입단하여 모험을 시작한다.

 
12.불청객들(3)
작성일 : 17-11-26 00:14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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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단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마을 주민들하고 모두 얘기를 해야 돼요!”

  “시끄러워! 이쪽은 시간이 없다고 대체 몇 번을 말해!”

  소란이 일어나자 또 사람들이 모여든다. 촌장은 그걸 보고 아예 울상이 되고 만다.

  “다들 납득해주지 않을 겁니다! 함부로 성소를 들어가서 그 안을 헤집는다고 주민들이 생각할 거예요!”

  레이라는 촌장의 미간에 삿대질을 한다.

  “잘 들어. 난 니들이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관심 없어! 애초에 내가 배려를 왜 해야 하지?”

  “제발 좀 봐주십시오!”

  촌장이 레이라의 두 손을 붙잡고 간청하려고 할 때, 레이라가 촌장의 손을 탁 쳐낸다. 그리고 확 밀쳐서 촌장을 쓰러트린다.

  “천한 것 주제에 감히 어딜 만지려고.”

  “꺄악! 아버님!”

  갈란이 단박에 달려나가 쓰러져서 어안이 벙벙해진 촌장을 부축한다.

  레이라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까마귀 성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블뢰즈, 카릴, 아딘도 머뭇거리며 레이라 옆에 붙는다. 마을 주민들은 서로 이런저런 것을 속삭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표정이 어두워져간다.

  아딘은 침을 꿀꺽 삼키고 레이라에게 속삭인다.

  “단장. 이렇게까지 서두를 필요가 있어?”

  “헛소리 하지 마. 우린 이미 하나를 눈앞에서 놓쳤어. 그런데 미적대다가 또 하나를 더 놓치라고? 미안하지만 사양이야.”

  카릴도 주민들의 적의어린 시선을 신경 쓰는 눈치이다.

  “그런데 이것들 심상치가 않아. 자칫하면-.”

  카릴이 말하는 사이에 주민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간다. 레이라는 혀를 쯧 차고 달리기 시작한다.

  “젠장. 선수를 놓쳤어!”

  레이라가 뛰자 나머지 3명도 함께 달린다.

  그들은 금방 까마귀 성소에 도착했다. 뜬금없이 마을 안에 있다는 것만 빼면 평범한 동굴 입구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갈란이 말한 대로 거대한 까마귀의 해골이 입구 위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몰려나와 입구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아딘은 적대로 불타는 그들의 눈을 보고 혼잣말을 한다.

  “위험한데.”

  그러나 레이라는 절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녀는 등에 매고 있던 흉악한 워 해머를 꺼내든다. 주민들은 그걸 보고 동요했지만 그들도 물러나지 않는다.

  레이라는 으르렁거리듯이 일행에게 말한다.

  “다들 무장해.”

  그 말에 아딘이 깜짝 놀라 얼굴을 홱 돌려 레이라를 본다.

  “뭐?! 설마 지금 저들을 죽일......”

  하지만 카릴과 블뢰즈는 레이라의 명령에 따를 태세이다. 카릴은 가시가 박힌 너클을 꺼내 끼고, 블뢰즈는 매끈한 곡도를 꺼내 든다. 둘의 눈에서는 냉정함만이 읽힌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어떡하지. 따라야 하나? 하지만 저들을 전부 죽인다고. 학살이야. 학살이라고! 그걸 방관하는 것도 아니고 가담하라고. 말도 안 돼. 난 못 해. 근데 방관도 할 수 있나? 그 꼴을 가만히 앉아 보고 있으라고? 나는 쿠샤나바가 내 동료들을 전부 학살했기 때문에, 그 짓거리에 복수를 하고 싶어서 도시에서 나온 거야! 근데 그들과 똑같을 짓을 하라니......

  하지만 여기서 명령에 거역하면 나같은 신입은 바로 방출이야. 그러면 카멜리아를 원래대로 되돌릴 대책도 영영 멀어지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학살을 방관하거나 가담할 순 없어! 근데 말이야.

  방관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담하지 않는다고 해도, 레이라 유물단은 주민들을 전부 죽일 거야. 그들은 그렇게 하겠지.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사는 놈들이니까.

  그러면 내가 그들과 싸워야 하나? 근데 싸워봤자 이 셋을 상대로 내가 이길 수나 있나?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야 하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좋지, 뭘 해야 하지.

  난 어떡하면 좋지?

  그 때 레이라가 주민들을 향해 외친다.

  “10초 준다! 10초 안에 거기서 비키지 않으면 전부 죽을 각오 해.”

  10, 9, 8, 7...... 레이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초를 잰다.

  아딘은 이빨을 뿌득뿌득 간다. 그래도 초는 지나간다. 6, 5, 4, 3......

  결심했다. 아딘은 속으로 프린에게 말한다.

  ‘프린. 내 단검에 축복을 걸어줘. 빠르게 끝내고 싶으니까.’

  〈원한다면야.〉

  2, 1...... 아딘의 단검이 푸르게 빛난다.

  아딘이 유물단 쪽으로 몸을 돌리려던 찰나, 누군가가 주민들과 유물단 사이로 치고나온다.

  “안 된다아아아아아아!!!”

  갈란이었다. 갈란이 두 팔을 벌린 채 뛰쳐나온다.

  “모두들 싸우지 말거라! 내가 그들과 같이 가겠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같이 따라가서 성소를 훼손시키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겠다! 다들 날 믿어라! 지금 여기서 싸우는 건 의미가 없도다!”

  갈란이 외침이 효과가 있는 걸까. 방금까지 죽기까지 불사할 태도였던 주민들의 눈빛이 누그러졌다. 그리고 서로 뭐라 뭐라 속삭이며 동요하는 듯하다.

  갈란은 레이라에게 삿대질하며 외친다.

  “거기 너! 무언가 성소 안에 찾는 것이 있는 거겠지! 하지만 성소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면 용서치 않는다! 성소를 정녕 훼손할 생각이느냐?!”

  레이라는 혀를 찬다.

  “성소를 훼손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찾는 것만 발견되면 바로 나갈 거니까.”

  “거 보거라! 내 말이 맞지 않느냐? 하지만 원하는 물건을 가져가고 싶다면 나름의 규칙이 있도다! 성소 지하 밑에 어떤 보물이 숨겨진 건지는 모르지만, 그걸 가져가고 싶다면 우리 마을에 후원금을 내야 한다! 그럴 용의가 있느냐?”

  레이라는 피식 웃는다. 열쇠만 얻는다면야 무얼 못할까.

  “시키는 대로 합죠.”

  레이라가 그렇게 말하자 드디어 주민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다. 아딘은 머리를 긁는다. 역시 돈이 최고구만. 그나저나 난 뭐라고 무력으로 해결하려고만 들었던 걸까? 이렇게 말로도 쉽게 되는 것을......

  카릴이 너클을 빼고 도로 집어넣는다.

  “휴. 싫은 일을 할 뻔 했네.”

  “저기, 카릴. 진심으로 저들을 전부... 죽이려고 한 거야?”

  “응? 뭔 소리야.”

  카릴은 아딘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우리 동굴족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 휘파람을 이용해 곤충과 동물을 조종할 수 있어. 일단 인간에게도 할 수 있지만 워낙 힘들고 버거운 일이라서 평소에는 안 하지만, 뭐. 이럴 때에는 할 수밖에. 해봤자 오래는 못하지만 그 사이에 성소에는 진입할 수 있지.”

  뭐야, 그럼 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 건가. 김이 빠진 아딘은 한숨을 푹 쉰다.

  “그런 거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하하, 미안. 미안. 워낙 갑작스럽게 일이 터져서.”

  “그렇다면 무기는 다들 왜 꺼낸 거야?”

  “위협이지. 근데 저것들 안 쪼네. 역시 종교란 건 대단해.”

  카릴은 말을 마치고 아딘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만약 레이라가 정말로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고 들면... 내가 가장 먼저 막아설 테니까.”

  “으음.”

  아딘은 고개를 끄덕인다.

  촌장도 나타나 사태를 수습한다.

  “여러분. 성소에는 저와 제 딸이자 무녀도 함께 들어가겠습니다. 성소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주민들은 서서히 흩어진다. 아딘은 촌장에게 칭찬 받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갈란을 본다. 저 아이에게 뭔가 있어. 쟤가 등장하자마자 분위기가 바꿨잖아. 물론 말을 설득력 있게 잘한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갈란은 단순한 무녀가 아닌 건가?

  레이라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자, 가자고.”

 

 

  ********************************

 

 

  성소의 분위기는 음산하다. 빨간 천, 노란 천, 파란 천이 천장에 걸려서 이리저리 얽혀있다. 벽에 낸 구멍에는 전부 까마귀의 해골이 놓여있다. 해골 안에 담긴 초에 불이 붙어있어 어둠을 밝혀준다. 성소의 중앙에는 비상하는 까마귀를 조각한 석상이 있다. 갈란은 석상 옆에 걸려있던 까마귀 깃털로 만든 망토를 두른다.

  “여기가 우리의 성소다.”

  레이라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카릴에게 말을 건다.

  “이게 끝은 아닐 테지. 카릴, 숨겨진 통로가 있는지 좀 알아봐.”

  “예압.”

  카릴은 손등으로 벽면을 퉁퉁 두들기며 여기저기 쏘다닌다. 갈란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감시 역할은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너무 티가 나서 아딘은 미소 짓는다.

  카릴은 어느 지점에서 우뚝 멈춰 선다.

  “여기다. 여기 다음이 텅 비었어. 아마 던전으로 이어지는 통로 같아.”

  “그래? 그럼 뚫어.”

  갈란이 치고 나선다.

  “잠깐만인 것이다! 뚫는다니! 그런 짓을 했다가 성소가 무너지면 어떡하느냐!”

  “에에이, 시끄러운 꼬맹이! 동굴족을 우습게보지 마! 동굴족이란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우린 지하도시에서 산단 말이야. 지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정교한 폭파 기술쯤은 가지고 있어.”

  “크우우우......”

  갈란은 이상한 신음을 내지만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다. 카릴은 주머니에서 빨간 분필을 꺼내더니 벽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사람이 지나갈 만한 정도의 넓이이다. 그리고는 검은 점토 같은 것을 동그라미에 중앙에 붙이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다.

  “짜라자잔~ 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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