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했나?’
실패했다. 너무나도 뚜렷하게 로아와 미유시가 보인다. 절망했다. 이때까지 불안정하기는 했지만 내가 시도했던 모든 공간 마법은 성공했는데 처음으로 실패하다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라티네, 안 보이는 거 보니까 투명 마법은 성공한 것 같은데. 어디 갔어?”
“로아님, 안 보이시는 건가요?”
“응, 그래. 너도?”
“네, 저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습니다.”
“?!?!?”
분명히 나는 로아와 미유시가 보인다. 하지만 로아와 미유시는 서로가 보이지 않으며 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단은 투명 마법은 성공이라도 할 수 있다.
“나는 너희들이 잘 보여. 그렇다는 거는 내가 이 마법의 시전자이니 나는 볼 수 있다는 건가?”
“그런 것 같아. 안 그러면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은 없잖아.”
“그럼 일단 문젯거리 하나는 해결인건가.”
“그런 셈이지.”
“칫, 남자 주제에.”
미유시가 도대체 남자와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빨리 남성혐오증을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뭐하면 되지?”
“그냥 기다리자.”
“이럴 줄 알았다! 역시 남자군. 너도 언젠가는 마나가 떨어져서 투명 마법이 풀릴 때가 있을 거 아닌가?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지금 편하게 기다리려고 해!”
“안 떨어져.”
“뭐?” “마나는 안 떨어진다고! 애초에 이 마법은 마나가 들지도 않는 마법이야.”
“뭐! 그딴 사기 같은…….”
“조용히 해!”
“죄송합니다.”
로아의 한마디에 나와 미유시는 동시에 로아에게 사과했다.
“그럼 이제 도착할 때까지 잠이나 자볼까? 한 명은 도착할 때 두 명 모두를 깨우는 걸로? 모두 동의하는 거지? 그럼 나는 잔다.”
“잠시만!”
“뭐, 불만이라도 있어?”
“당연히…….”
옆에 나의 얼굴을 째려보는 미유시의 시선이 많이 따가웠다. 보이지 않는 나를 말하는 소리만으로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쳐다보는 미유시가 신기했다.
“없지. 하하하하.”
“그럼 내가 도착할 때 깨울 테니까 둘은 잠자.”
“싫어. 우리가 자는 동안 무슨 짓을 하려고!”
“무슨 짓을 하다니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건 네 생각을 뿐이잖아.
“그럼 네가 깨우든가! 그럼 나는 잠을 자러…….”
“그것도 안 돼! 내가 다른 곳을 감시하는 동안 잠을 자는 로아님의 몸에 무슨 짓을 하려고!”
“도대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리고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너와 나, 둘이서 로아님을 깨우는 것이다. 그러면 너는 나의 감시 하에 모든 행동을 하게 되겠지.”
“싫어!”
“그렇게 안하면 나도 안 해!”
“그럼 나도 싫어!
* * *
주위를 감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옆에 남성혐오증을 가진 여자가 나를 감시 중이다. 아까의 다툼은 로아의 불같은 화로 정리되었다. 로아의 선택은 미유시의 의견이었다. 반박하고 싶지만 나에게는 용기가 없다. 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이쯤하기로 하자.
“거기 있지?”
“어, 있어.”
미유시가 나를 감시하는 방법이다. 미유시는 내가 보이지 않으니까 일정한 시간마다 계속 나에게 말을 건다.
“로아님이라는 어떻게 연인관계가 된 거야?”
“어? 너 남성혐오증 아니었어? 남자랑 이야기하는 것도 역겨운 거 아니었어?”
“그랬다면 나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네. 괜찮아. 너는 다른 남자랑은 조금 다른 것 같으니까. 그래도 내 몸은 건드리지 마.”
이번에는 감시를 위한 질문이 아니었고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뭐, 괜찮다면 이야기해도 되겠지. 일단 로아와 나의 만남은 헴프에서 플로리아로 오는 길이었는데…….”
그렇게 쭉 로아와의 연인이 되었던 과정부터 해서 이 마법학교에 오게 된 과정까지 이야기해주었다.
“네가 로, 로아레, 레스님을 결투에서 이겼다고?”
“어, 그런데? 그래서 로아랑 내가 이 마법 학교에 있는 거고.”
“그게 말이 돼? 네가 로아레스님을 이겼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 아마도 많이 봐주셨을 거야. 그리고 로아레스님은 내가 무슨 마법을 쓰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싸웠지만 나는 로아를 통해서 로아레스님이 쓰는 마법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고 싸웠잖아. 아마 로아레스님이 봐주신 것도 봐주신 거지만 내가 조금이나마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이겼지 않았을까 생각해.”
그 뒤로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으로는 정말로 궁금한 질문을 했다.
“혹시 정말로 실례가 되지 않으면 남성혐오증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 알려주면 안 될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음.”
미유시는 약간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라면 단칼에 거절했겠지만 마차에서 쌓은 친분 때문에 약간이라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미유시가 거절을 해도 고민을 해주었다는 자체에서 기뻐해야겠다.
“그래, 해줄게.”
솔직히 예상 이외의 일이었다.
“저, 정말?”
“그래, 해준다니까. 왜? 네가 물어놓고 다시 생각해보니까 듣기 싫어?”
“아니, 아니.”
“그럼 잘 들어. 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네가 처음이니까. 내가 이 이야기를 남자한테 처음으로 하게 되다니. 그래도 라티네는 다른 남자랑 다르니까 이야기 해줄게.”
정말로 미유시가 남성혐오증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정말로 부드럽게 이야기 해주었다.
“내가 남성혐오증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야.”
“아버지?”
“그래, 아버지. 아니, 그 사람은 아버지도 아닐 거야. 그냥 쓰레기 일거야. 어렸을 때, 나는 지금처럼 귀족집의 딸이었지. 남부러울 거 없이 잘 살아갔어. 하지만 그 삶도 어느 순간부터는 누릴 수 없게 되었어. 살고 있던 집도 점점 더 작아져갔고……. 그때마다 아버지의 폭력은 늘어났어. 결국 버티다 못해 어머니와 함께 도망을 가게 되었지. 하지만 결과는 실패. 정말 그때는 ‘하느님이 나를 버리셨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그 이후로 나와 어머니는 노예로 팔려 나갔어. 어머니와 나는 강제로 떨어지고. 내가 처음으로 팔려간 곳은 3명의 아들을 둔 귀족 집이었는데 그냥 귀족 집의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살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귀족 집의 3명의 아들이 나를 침실로 부르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지. 내가 침실로 들어가는 순간 문을 잠그고 나를 묶고, 흑, 그리고, 흑…….”
미유시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미유시는 나에게 손대지 말라고 경고를 주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자동적으로 미유시를 안으며 달래주었다.
“그리고, 그리고, 내 옷을 벗기고, 흑, 흑.”
“그만 이야기해도 돼. 그 정도면 충분해. 안 좋은 기억 떠올리게 해서 미안해.”
미유시는 계속 울었다. 미유시가 울음을 그칠 때쯤에는 마차가 어느 건물로 들어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