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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뱀의 능력을 가진 남자가 성범죄자를 처단한다.

 
소도둑은 처음부터 소도둑이다
작성일 : 17-12-05 09:50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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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집에 있기가 좀 불편하다. 아무래도 백수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까, 엄마 아빠가 눈치 주는 게 장난이 아니다. 대놓고 말씀은 안 하셔도 자꾸 요새 힘든 거 없느냐고 물어보시고,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할 거라고 말씀하신다. 알았어요, 알았어. 얼른 나가서 뭐라도 해라 이 말씀이잖아요.

 

 일단 휴학한 대학교부터 마저 다녀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지금은 도저히 그럴 엄두가 안 난다. 뭔가 다른 할 일이 생기면 스네이크맨의 활동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 둘 다 잘할 자신이 없다. 터져 나오는 욕구가 문제였다. 뱀의 힘을 가진 한 그것에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뭐라도 때려 부숴야 한다.

 

 집에서 나와 아무렇게나 걸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 미래에서부터 참을 수 없는 욕구. 뱀의 여자와 형사들까지. 해결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다. 조금 생각하다가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고민만 한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직접 부딪쳐야 한다. 그래야 어느 방향이든 나아가기 마련이다. 변화도 생길 테고.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마냥 걷다 보니까 눈앞에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진 골목이 보였다. 바로 그 골목이었다. 몇 달 전에 고딩들에게 다굴빵 맞고 뱀의 능력을 얻어 혼내줬던 곳. 얼핏 듣기로 자수한 고딩들은 생각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했다. 반성이라도 했을까? 언제 한 번 다시 찾아가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어쨌든, 담배꽁초가 많은 거로 보아 누가 됐든 종종 여기서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다시 와봐야지. 그리 생각하고 골목을 지나는데 건너편 골목 모퉁이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4명의 사람이 모인 게 보였다. 한 명이 바닥에 꿇어앉았고, 나머지 셋이 각각 손에 기다란 뭔가를 들었다. 차가운 거로 보아 쇠붙이 같았다.

 

 세 명이 번갈아 가며 손에 든 무기로 꿇어앉은 사람의 머리와 몸을 때렸다. 그때마다 맞은 사람이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몸에서 발산되는 열을 살펴보니 네 명 다 여자애였다. 키를 보니 한 중학생 정도 될까? 고딩 때의 일이 떠올랐다. 아직도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다른 데도 아닌 밖에서 다른 애를 때려?

 

 골목으로 들어가 모퉁이를 돌았다. 눈앞에 평상복을 입은 보기에도 앳돼 보이는 여중생 세 명이 화장을 한 채 손에 쇠파이프와 칼을 들고 건들거리며 서 있었다. 한 애는 칼을 장난스럽게 휘두르면서 바닥에 걸쭉한 침을 뱉었다. 그 외계인 고딩 새끼랑 패턴이 아주 똑같네?

 

 혀를 차며 꿇어앉은 여자애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여자애가 한눈에 들어왔다. 속옷 차림이었다. 고개를 떨어뜨린 채 훌쩍이며 몸을 떨었다. 머리카락이 피로 흠뻑 젖었다.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핏줄기가 속옷을 타고 온몸으로 흘렀다.

 

 쇠파이프로 피해자의 머리를 두드리던 여자애가 핸드폰을 들어 그 광경을 촬영했다.

 

 “야, 이년 미드 봐라. 절벽이네. 이런 가슴 가지고 내 남친에게 꼬리를 쳐?”

 

 칼로 피해자의 얼굴을 긋던 여자애가 깔깔대며 받아쳤다.

 

 “학교 홈페이지에다가 이 사진 올릴까? 아니면 단톡방도 괜찮고. 그래야 네 남친도 이년

 이 얼마나 볼 거 없는지 알 거 아냐.”

 

 무릎을 꿇고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여자애가 흐느꼈다. 나머지 한 명이 피해자의 배를 걷어찼다.

 

 “뭘 잘 했다고 처 울어.”

 

 차가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것도 엄연한 성폭력이었다. 바로 복면을 쓰고, 가죽 장갑을 꼈다. 그년들 앞으로 걸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 애를 왜 때리는 거냐?”

 

 여자애 세 명이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흠칫 놀랐다. 슬그머니 들고 있던 쇠파이프와 칼을 내려놓았다.

 

 “왜 때리는 거냐고 물었잖아.”

 

 그 셋 중 제일 화장이 화려한 여자애가 나섰다.

 

 “이 년이 내 남자친구에게 꼬리를 쳤다니까요? 그래서 혼내주는 거라고요.”

 

 “그래서 저리 때린 거야? 쇠파이프와 칼로? 발가벗겨 놓고 사진까지 찍었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년들은 자기네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다른 한 명이 내 눈치를 보고는 말했다.

 

 “안 그래도 경찰서에 자수하러 가려고 그랬어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다 끝나? 저 애는 어쩔 건데?”

 

 입술이 유난히 빨간 나머지 한 명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뭐 어쩌라고요? 자수해서 법적 처벌을 받으면 되잖아요. 왜 참견이에요?”

 

 두 명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얘들아, 경찰서 가자. 그까짓 처벌. 받으면 그만이지. 왜 이래라 저래라야? 어차피 소년법 때문에 얼마 받지도 않는대.”

 

 두 명의 손을 잡고 골목 끝으로 향했다.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그대로 남겨 놓은 채 말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이런 애들은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 소년법? 바로 여자애들 앞으로 가 길을 막았다.

 

 “왜 법적 처벌을 받으면 끝나? 내가 있는데. 내가 내리는 처벌은 생각 안 해?”

 

 화장이 화려한 여자애가 대들었다.

 

 “아저씨가 뭔데 우리한테 처벌한다, 안 한다 그래요?”

 

 “그러는 너희들은 뭔데,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그건 아까 말했잖아요. 쟤가 남자친구한테 집적대서 혼내준 거라고.”

 

 “그러니까 나도 말하잖아. 애를 저 지경을 만든 너희들을 아주 죽여 버릴 거라고.”

 

 “아저씨, 좀 꺼지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 년의 따귀를 차례차례 때렸다. 한 명은 볼이 빨갛게 붓고, 입이 터져 피가 흘렀다. 화장이 화려한 애는 코피까지 터졌다. 입술이 빨간 애는 볼과 함께 눈 한쪽이 퉁퉁 부었다. 다들 이렇게 심하게 맞아 본 적은 없는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한순간에 꿀 먹은 벙어리들이 됐다.

 

 “너희 같은 사람들의 특징이거든. 똑같이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더라고. 지금 너네들이 한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아?”

 

 다시 그 세 년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한 애는 입술 전체가 완전히 터졌고, 화장이 화려한 애는 귀가 찢어졌다. 입술이 빨간 애는 양쪽 눈이 퉁퉁 부었다. 모두 고개를 숙이며 흐느꼈다.

 

 “맞으니까 어때? 기분 좆같지? 이러니까 좀 알겠어? 소년법이라고 했나? 법이 너희를 보호해줄 것 같아?”

 

 세 명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너희들도 저 애를 때리면서 생각했을 것 아냐? 법이라는 게 좆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리가 이렇게 신나게 패는데 법이 당장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그치? 개뿔도 없잖아.”

 

 저 앞에 떨어진 쇠파이프와 칼을 주워왔다. 세 명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야. 너희들을 위해 법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어. 이미 선을 넘었거든. 쇠파이프와 칼을 사용했다는 건 죽일 의도가 있었다는 거니까.”

 

 화장이 화려한 애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옆의 여자애가 아니라고 울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입술이 빨간 애는 눈을 어루만지며 훌쩍거렸다.

 

 발 앞에 쇠파이프와 칼을 내려놓았다. 이제부터는 좀 더 잔혹한 상황이 펼쳐질 거다. 골목 한쪽에서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피해자에게 다가가 겉옷을 벗어줬다.

 

 “얼른 119 불러서 병원부터 가.”

 

 피해자가 겉옷을 여민 채 비틀비틀 걸어갔다.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잘 걷지도 못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밑으로 후드득 핏방울이 떨어졌다. 주먹을 꽉 쥐었다. 차가운 전율이 온몸으로 번졌다.

 

 지금은 피해자가 병원까지 가는 걸 도와줄 수 없었다. 이년들을 처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되면 자연스레 경찰에도 신고가 될 거였다. 경찰이 오기 전에 빨리 해치워야 한다.

 

 피해자가 절뚝이며 모퉁이를 돌았다. 이제 골목에는 나와 가해자들만 남았다. 쇠파이프를 들어 여기저기를 살폈다. 군데군데 피가 묻었다. 바닥을 구르는 칼을 내려다봤다. 칼끝과 날에 검붉은 피가 말라붙었다.

 

 “제발 살려주세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제일 왼쪽에 있던 여자애가 겁에 질린 채 울먹였다. 머리를 숙이고 싹싹 빌었다. 쇠파이프를 내려놓고 칼을 들었다.

 

 “아까 그 애가 살려달라고 할 때 너희는 뭐라고 했는데? 무시했잖아. 그러니까 나도 무시할게.”

 

 화장이 화려한 여자애가 덜덜 떨면서도 차분히 말했다.

 

 “우리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할게요. 내 남자친구한테 꼬리 치는 게 너무 꼴 보기 싫어서 그랬어요. 너무 심했다는 거 인정할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냐? 황당해서 듣고만 있자, 말의 뉘앙스가 점점 바뀌었다.

 

 “근데요. 아까 걔도 조금 잘못한 게 있지 않나요? 원래 여친 있는 남자는 건드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건 나쁜 짓이잖아요. 안 그래요?”

 

 뭔가 더 말하려는 걸 바로 끊었다.

 

 “주둥아리 싸물어라.”

 

 더 들을 가치도 없었다. 전형적인 개소리였다. 반성하는 척 은근슬쩍 핑계를 대고 피해자 탓을 하는 거였다. 손에 든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말했다.

 

 “지금 네가 한 말들 있잖아.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패턴인 거 아냐?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반성문이랍시고 올리는데, 자세히 보면 반성문을 가장한 변명문이거든.”

 

 “아니에요.”

 

 “닥치고, 대답해 봐. 네가 생각하기에 여친 있는 남자에게 꼬리 치는 게 나쁘냐. 아니면, 이렇게 옷을 발가벗기고 피 칠갑을 할 정도로 때리는 게 나쁘냐. 뭐가 나쁘냐? 응? 지금 네가 잘못 운운할 자격이라도 있어?”

 

 화장이 화려했던 애가 말문이 막혔다. 지금은 얼굴 여기저기로 번졌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다면 아예 말도 안 꺼냈을 거다. 그만큼 자기 입장과 생각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였다. 하긴, 그러니까 피해자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거겠지.

 

 입술이 빨간 애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년이 재빨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112에 전화를 걸고는 귀에 갖다 댔다. 통화 연결 음이 들리자마자 바로 달려가 휴대폰을 뺏었다. 그대로 손에 힘을 줘 핸드폰을 박살 냈다. 어차피 경찰들이 올 건 알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안 그래도 맞아서 두 눈이 퉁퉁 부은 애가 울고불고 난리 났다.

 

 “왜 내 핸드폰을 부쉈어요? 왜요! 셀카랑 친구들하고 찍은 사진 어쩔 건데요?”

 

 발광하는 년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대가리를 땅에 처박았다. 켁! 면상을 바닥에 문댔다. 왼쪽 얼굴 전체가 시멘트 바닥에 쓸려 벌겋게 상처가 벌어졌다. 무슨, 투 페이스냐? 아마도 흉터가 오래 남을 것이다. 얼굴이 처박힌 애가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너랑 네 친구들의 추억만 중요하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때렸던 애는 별로 중요치 않고. 맞지? 사람으로 안 보이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희들은 사람 새끼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사람대접을 해줄 필요가 없지.”

 

 다시 입술이 빨간 애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얼굴을 바닥에 문댔다. 뒤돌아 나머지 두 명에게 물었다.

 

 “아까 걔 속옷만 입고 무릎 꿇린 거. 사진 찍었지?”

 

 둘이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제 조금 무섭나 보다. 아까 그 애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겪었을 터였다.

 

 바닥에 엎어진 애의 머리를 놓아주고는 두 명에게 다가갔다. 앞에 떡 하니 서자 입술이 터져 퉁퉁 부은 애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발을 들어 그 애의 배를 걷어찼다. 으헉! 몸을 숙인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배를 움켜쥐며 바닥을 뒹굴었다. 입에서 침이 흘렀다.

 

 귀가 찢어지고 코가 뭉개져 화장이 번진 여자애가 뒤돌아 뛰었다. 바로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그 년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얼굴 쪽으로 걸어가 주먹으로 콧대를 때렸다. 뚜둑! 코뼈가 부러져 콧구멍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그 애가 눈물을 쏟으며 두 손으로 코를 부여잡았다. 아무리 코를 막아도 피가 멈추지 않자 안절부절못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 애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제 좀 잘못을 깨달았을까? 바닥을 허우적거리는 두 명에게 다가갔다.

 

 “이제 피해자의 입장을 좀 알겠니?”

 

 두 명이 울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웃기지 마. 어차피 지금만 넘기면 끝이잖아.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쓸린 얼굴을 움켜쥔 채 바닥에 엎드린 애 앞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처박고 있다가 내 발이 보이자 깜짝 놀랐다. 그 애의 뒷덜미를 잡고는 나머지 두 명 앞으로 질질 끌고 왔다.

 

 “너희들은 악마야.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달라질 것 같애? 사진을 찍은 이유가 뭐야? 피해자의 비굴한 모습을 보면서 웃고 즐기기 위해서잖아. 그게 사람 새끼냐? 악마지.”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이자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서러운 듯 펑펑 울었다. 그게 왜 피해자한테는 안 될까? 어쩌면 같은 괴물끼리의 동질감인지도 몰랐다. 피해자는 자신들보다 약하니까 얼마든지 괴롭히고 때려도 상관없다는 식일 테지. 당연히 감정 이입이 안 될 수밖에.

 

 왜 이런 괴물들이 태어난 걸까? 어쩌면 경쟁 사회란 게 수많은 괴물을 길러내는 건지도 몰랐다. 패배자는 아예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 약하면 당해도 싸다. 이런 마인드가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한 괴물은 계속 나타날 거다. 그리고 괴물이 살아남도록 힘을 실어주는 게 바로 소년법이었다.

 

 소년법이라는 게 왜 있을까? 나이가 어리면 판단 착오도 하고 실수도 할 수 있기에 교화나 개선의 기회를 주는 거다. 하지만, 이 애들은 달랐다. 이건 판단 착오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의도적이었다. 피해자가 저리될 걸 알고 한 거다. 그렇지 않은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게 그 증거였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들이 힘이 있다고 여기고 약한 자를 짓밟으면 그게 곧 괴물이었다. 소년법은 이런 괴물들을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키워내는 거였다.

 

 양손에 쇠파이프와 칼을 주워 들고 세 명에게 다가갔다. 이 어린 악마들한테 자비는 필요 없다. 똑같이 해줄 거다. 세 명이 무릎을 꿇고는 손을 싹싹 빌며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물론 죽이지는 않는다. 그냥 피해자의 마음을 좀 더 깊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뿐이다. 그때 멀리서 속삭이는 말이 들렸다. 형사들의 목소리였다.

 

 “조금만 가면 현장이니까 긴장하고.”

 

 “실탄 몇 발 수령했어? 한두 방 가지고는 안 된다니까! 최대한 많이 맞춰. 알았지?”

 

 원래 경찰차를 타고 들이닥쳐야 하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사이렌도 울리지 않은 채 출동해 최대한 멀리서 내린 것 같았다.

 

 주위를 살폈다. 거의 3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저 멀리서 주위를 에워싸며 점점 포위망을 좁혀왔다. 아무래도 의경들까지 끌고 온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다.

 

 꿇어앉은 세 명의 머리통을 차례차례 쇠파이프로 후려갈겼다. 퍽! 퍽! 퍽! 금세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년들은 피로 흠뻑 젖은 머리를 더듬더니 화들짝 놀랐다. 머리의 피가 멈추지 않는다. 당황한 세 명이 머리를 어루만지며 비명을 질렀다. 피해자를 때리던 위풍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비굴한 얼굴로 내 다리에 매달린 채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어때? 너희들이 했던 거 그대로 당하니까, 아주 죽겠지?”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동영상 촬영을 끝내고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에는 타고 올라갈 건물들이 너무 많았다. 쉽게 잡히지 않는다.

 

 쇠파이프와 칼을 멀리 내던졌다. 피투성이가 된 채 다리에 달라붙은 년들을 떨쳐낸 후 골목에서 나왔다. 4층 원룸 건물 위로 오르려다가 다시 내려왔다. 너무 급해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다.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망연자실 앉아 있는 년들에게 다가갔다. 차례차례 손목을 쥐고, 양 손목을 부러뜨렸다. 찢어지는 비명이 골목 밖을 향해 쩌렁쩌렁 울렸다.

 

 여자라고, 어리다고, 봐줄 줄 알았다면 큰 착각이다. 그 손으로 피해자를 때렸으니 당연히 손을 아작내야 한다.

 

 다시 골목에서 나와 4층 원룸 건물 위로 올라왔다. 근처에 밀집한 원룸 건물들 위를 뛰고, 또 뛰었다. 밑에서 포위망을 좁혀오던 형사들과 의경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우왕좌왕했다. 갑자기 헬기 소리가 들렸다. 저 먼 하늘에 경찰 헬기까지 떴다. 나를 아주 특별대우 해주는 모양이었다.

 

 일단은 밑의 포위망을 뚫어야 한다. 의경들 위를 뛰어넘어 맞은편 상가 건물에 달라붙었다.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하늘을 살폈다. 저 멀리서 헬기가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쉬지 않고 맞은편 건물로 뛴 후 다시 그다음 건물로 도약했다.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건 순전히 내 성취욕 때문이었다. 내가 지우지 않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거였다. 추적도 어렵다.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지만, 무엇보다 자정 역할이 컸다. 아무리 욕구를 해소하기 위함이어도 가진 힘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꼭 그래야 한다.

 

 몇 차례나 건물들을 뛰어넘은 후 옥상 난간에 서서 아래를 살폈다. 의경들과 형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였다. 바로 밑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뛰었다. 옥상 문이 잠겼다. 부순 후 아래로 내려가면서 복면과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근처 어딘가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조심해야 한다.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상가가 펼쳐졌다. 급한 데로 나이키 매장으로 가서 반소매 티를 사 갈아입었다. 이걸로 스네이크맨은 또다시 감쪽같이 사라진 거였다. 머리 위로 경찰 헬기가 지나갔다.

 

 그 세 명의 가해자는 과연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칠까? 아니라고 본다. 그건 타고난 성품 같은 거였다. 하지만, 적어도 남을 해치려고 할 때 한 번쯤은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들도 똑같이 당했으므로. 그게 세상의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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