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소하는 성범죄자들 또 없나?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당분간은 없었다. 쩝. 물론 1년이나 2년 정도 살고 나온 놈들은 굳이 다시 손봐주지 않아도 된다. 지은 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 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한테 두들겨 맞아 인생이 끝장날 정도는 아니다.
SNS에서는 스네이크맨에 대한 여론이 찬반양론으로 들끓었다.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것과 일종의 사이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어차피 그런 건 아무 관심도 없었다. 문제는 형사들의 움직임이었다.
집 앞에서 만난 이후로 아직 형사들한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그리 쉽게 포기할 사람들 같지는 않아 보였다. 뱀의 능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촉이라고 할까?
그들이 의심을 가득 품었다는 게 보였다. 범죄자를 잡는 일을 몇십 년 동안 했을 거고, 한 분야를 십 년 넘게 경험하면 당연히 일부 정보만으로도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을 터다.
어디에서 본 건데, 두뇌에서 판단과 결정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에 지름길이 생긴다나?
그날 내 모습은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태도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 당황해서 범죄자 특유의 반응까지 보이고 말았다. 결정적인 건 CCTV에 잡힌 모습. 사진이 화질구지였지만, 인상착의를 특정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키 178cm에다가 근육질. 작고 어두웠다고 해도 얼굴이 분명히 나왔고.
그렇다고 형사들을 협박하거나 아예 입막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아직 아무 일도 벌어지지는 않았으니까. 고민은 나중에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하자.
동생은 날 볼 때마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란다. 왜, 잘생겼냐?
요즘 우리 동네에 자주 나타나는 한 남자를 주목하는 중이다. 주로 한낮에 근처 아파트 앞을 어슬렁거렸다. 상황을 보니까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차인 모양인데. 억울하겠지. 헤어진 여자가 생각이 날 테고. 그런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수차례 헤어진 여자 집 앞에 찾아오는 건 문제가 있는 거다. 그건 두 사람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한쪽으로 쏠린 일방적인 관계 말이다. 지금 남자는 몹시도 억울한 거다. 도대체 뭐가?
몇 번이나 그 남자와 여자가 집 앞에서 실랑이하는 걸 지켜봤다. 여자는 스토킹으로 신고한다고 하고,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애원하다가도 돌변해 협박하고, 살해 위협까지 했다. 칼로 찔러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나? 그러다 또다시 자기가 앞으로 잘하겠다고, 변하겠다는 말을 하며 싹싹 빌었다.
좆이나 까 잡숴. 잘도 변하겠다. 사람이란 게 그리 쉽게 변하는 동물이냐? 아니거든. 대부분 죽을 때까지 안 변해. 뭘 알고 말해라, 좀.
보나마나 다시 사귀면 또 헤어질 게 뻔했다. 무엇 때문에 헤어진 건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변하지 않는 한 그 모든 과정은 다시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남자가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집 앞에서 여자를 괴롭히자, 나중에는 여자의 아버지까지 나와서 남자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호통 쳤다. 소용없었다. 오히려 헤어진 여자의 아버지에게 이건 우리 문제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바득바득 대들었다. 서로 몸싸움까지 했다.
그날은 여자의 아버지가 경찰을 부르는 걸로 일단락됐다. 남자는 경찰에 의해 집으로 귀가조치 되고, 여자와 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되니 다시 남자가 나타났다. 떡하니 여자의 아파트 앞에 차를 주차해 놓고 안에서 여자 집 쪽을 감시하는 거였다. 보아하니 여자의 아버지가 상황이 더 커질 거를 염려해 스토킹이나 살해 위협으로 신고하지 않은 거였다.
보면서 좀 안타까웠다. 아버지는 상황이 커질 것 같아서 신고를 안 했다는. 일종의 배려를 한 모양인데. 그건 배려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방이 날뛰도록 자극하는 거였다. 남자는 그걸 보고 오히려 스토킹하는 게 당연하다고 확신하게 됐다. 아무런 제지가 없으니 당연히 잘못된 행동이 아닌 거다.
전형적인 성범죄자의 심리였다. 자기가 우선이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입은 피해는 아무런 상관도 안 한다. 그런 놈은 자신에게 직접 위해가 가해져야지 깨갱 한다. 공권력이든 아니면 주먹으로 맞아야 잘못을 깨닫는 것이다.
남자가 하는 꼴을 보니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일방적인 통보에 저리 분해하는 거지. 감히 네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말해? 둘이 사랑한 게 아니었다. 남자의 일방적인 관계였고, 그로 인해 여자는 헤어지자는 결정을 내렸을 게 틀림없다.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말로 모든 게 설명된다. 내 꺼 가지고 내 맘대로 한다는데 뭔 상관이야? 딱 이거였다.
남자는 그렇게 며칠 동안 차 안에서 여자를 감시하다가 이내 사라졌다. 벌써 이틀째 여자 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여자는 외출하든, 출근과 퇴근을 하든 늘 가족과 함께였다. 남자가 위험하기 때문에 내린 극약 처방이었다. 설마 가족과 같이 있는데 딴짓을 하지 않을 거로 기대하고 취한 조치였다. 아직 만나달라고 협박하고, 위협하는 거 말고는 아무 일도 없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그럴 리가 없다.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놈의 특징은 자존감이 없다는 거였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하겠으니 여자를 소유하는 거로 찾는 한심한 놈이다. 조만간 분명히 나타난다.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그동안 남자는 여자의 집 앞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발바리와의 대결이 떠올랐다. 그때도 바로 밑에 숨어 있었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여자와 가족은 안심한 모양이었다. 일주일까지만 하더라도 여자는 집 밖에 나올 때 늘 가족과 함께였다. 며칠이 더 지나자 여자는 가끔씩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방심한 거다. 남자에게 힘을 행사해 스토킹을 멈추게 한 게 아니라면,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이 심각하다. 이건 뭔가 큰 변화가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 남자는 절대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
밤새 옥상에서 옥상을 건너뛰며 동네를 감시했다. 이제는 한밤중에 성범죄자를 찾는 게 일상이 됐다. 날이 밝아오자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을 먹은 후 그 여자의 아파트로 향했다. 맞은편 5층 상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혹시 있을지 모를 남자의 차를 찾았다. 없다. 오늘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거의 보름 동안 보이지 않는 거다. 이번에도 인내심의 싸움이었다. 분명히 남자는 나타난다. 그게 언제일지가 문제였다.
그때 근처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이 목소리는? 스토킹 당하던 여자였다. 목소리에 섬뜩한 공포가 실렸다.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여자의 집 앞 현관문에서 어떤 남자가 푸른색을 띤 날카로운 막대를 든 게 보였다. 칼이었다. 당했다! 계속 여자의 집 앞에 차를 대다가, 차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남자가 오지 않은 거로 착각했다. 내 실수였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진작 끼어들었어야 했다.
현관문을 벌컥 여는 남자를 보고 놀란 여자가 집에서 뛰쳐나왔다. 구두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허겁지겁 계단 쪽으로 뛰었다. 남자가 칼을 들고 뒤쫓았다. 다른 손에는 붉은 기운이 넘실대는 병 같은 걸 들었다. 저건 뭐지?
얼른 복면과 장갑을 끼고, 5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쿵! 콘크리트 바닥이 울리면서 왼쪽 발에 약간 통증이 왔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얼른 무릎을 펴고 일어나 여자의 집이 있는 302동으로 뛰었다.
현관문을 향해 내달리며 여자와 남자의 상황을 살폈다. 여자는 계단을 구르며 11층에서 10층으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남자가 칼을 들고 여유롭게 여자를 쫓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계단으로 올라가면 너무 늦는다.
302동 현관 앞에 도착하자마자 힘껏 뛰어올랐다. 공중을 가르며 4층 계단 창문에 달라붙었다. 너무 급한 나머지 창문을 뜯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숨도 안 쉬고 한꺼번에 다섯 계단씩 뛰어올랐다. 그렇게 계단과 계단을 뛰어넘자, 바로 위층에서 여자가 울며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경민 씨, 왜 그래요? 예? 말로 해요. 나 좀 살려줘요! 경민 씨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부탁이에요. 제발.”
바로 남자의 비웃음이 들렸다.
“썅년아. 이미 늦었어. 그러니까 내가 말했지? 마지막 기회라고. 다시 무릎 꿇고 용서 빌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했잖아. 왜 지금 와서 난리야? 감히 나랑 헤어진다고? 김치년 주제에 감히 나를? 하, 내가 널 만나준 거라고. 알아?”
“경민 씨 말이 다 맞아요. 내가 잘못 했어요. 살려만 주세요. 하라는 거 다 할게요.”
“감히 나에게 이별 통보를 한 값은 치러야지. 그래야 내 마음이 좀 풀리지 않겠어? 응? 말해봐. 우리 다시 사귈까? 사귄다면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줄 수도 있어. 대신 앞으로 네 부모와 절교해야해. 애미나 애비나 우리 사이를 방해한 놈들이잖아? 안 그래? 절교하는 게 당연하지.”
“맞아요. 다시는 안 볼게요. 그러니까 제발 칼 좀 치워요. 무섭다고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킬킬대며 웃었다.
“역시 이게 김치년의 특징이란 말이지. 아무한테나 다리를 벌리거든. 야 이 년아! 너 같은 걸레는 이제 필요 없어. 그동안 너 때문에 맘고생 한 거 생각하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아. 그러니까 애초에 이별 통보를 하지 말았어야지. 감히 네 주제에.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이건 다 네 잘못이니까 그리 알아라.”
얼른 위쪽을 살폈다. 계단 너머로 남자의 붉은 형체가 칼을 든 손을 치켜드는 게 보였다. 여자의 형체는 계단 밑에서 몸을 웅크리고 떨고만 있었다. 시간이 없다. 벽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소리쳤다.
“헤어지면 끝이야. 이 븅신 새끼야!”
남자가 칼을 휘두르려다 당황해 멈췄다. 아래쪽을 기웃거렸다. 다행이다 일단 시간은 벌었다. 얼른 계단을 뛰어올랐다. 몇 계단을 오르자마자, 쓰러진 여자 앞에서 남자가 칼을 들고는 나를 바라봤다. 남자가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넌 대체 뭐하는···”
“닥쳐. 이 찌질이 새꺄.”
놈의 말을 가로막고 얼른 여자 앞에 섰다. 놈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긴 웬 복면 쓴 남자가 떡하고 들이대니 놀랄 만도 하겠지. 놈 앞에서 태연히 고개를 돌려 여자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이 새끼는 내가 막을 테니까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부터 가요. 많이 다쳤네.”
“너 지금 도망가면 나중에 더···”
“자꾸 아가리 열래? 똥내 나니까 닫아라. 아가씨, 얼른요.”
말문이 막힌 놈이 어리벙벙한 얼굴로 자신이 든 칼을 보다가 나를 쳐다봤다. 왜? 칼 들고 있으면 내가 무서워해야 하냐?
여자가 정신을 차리고, 주섬주섬 일어났다. 남자의 눈치를 보다가 내 얼굴을 보고는 마음을 굳혀 계단 아래쪽으로 뛰었다.
놈이 욕설을 내지르며 왼손에 든 유리병 뚜껑을 열었다. 김이 확 올라왔다. 저건? 찰랑거리는 유리병을 여자를 향해 휘둘렀다. 김이 나는 액체가 구멍을 통해 여자 쪽으로 쏟아졌다. 얼른 몸을 틀어 뜨거운 액체를 온몸으로 막았다. 액체가 닿은 복면과 왼쪽 가슴, 팔에 미세한 통증을 느꼈다. 동시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염산이었다. 피부는 작은 불에 댄 정도의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강한 뱀의 몸이어서 이 정도지, 실제 사람의 피부에 닿았다면 벌겋게 부어오른다거나 아예 진물을 흘리며 녹아내렸을 거다.
사람에게 염산을 뿌려? 오냐, 살 생각이 없다는 거지? 그래. 인정. 아주 뒤질 때까지 패 줄게.
“방해하면 죽여···”
오른손으로 남자의 주둥이를 막았다. 이 새끼는 뭔 말이 이렇게 많아? 바로 시퍼런 칼끝이 왼쪽 옆구리로 비집고 들어왔다. 놈이 찌른 거였다. 발바리와는 다르게 칼날의 움직임이 눈에 똑똑히 보였다. 느리게 들어오는 칼날을 왼손으로 잡고 똑 부러뜨렸다. 놈이 깜짝 놀라 칼을 놓쳤다. 두 동강 난 칼이 서로 박자를 맞추며 계단 밑을 경쾌하게 굴렀다.
놈의 주둥이를 놓고, 염산이 든 병을 낚아챘다. 발로 살짝 놈의 복부를 찼다. 너무 세게 차면 당장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놈이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웩! 바닥에 토악질했다. 눈물을 흘리며 침을 뱉는 놈에게 말했다.
“왜. 여자가 헤어지자니까 열 받아? 감히 이별 통보를 한다고?”
남자가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다가가 따귀를 때렸다.
“좀 닥쳐줄래? 너 같이 찌질한 새끼 말은 듣고 싶지 않거든.”
놈의 입속이 터져 피가 흘렀다.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아까 그 여자가 네 거냐? 네 맘대로 해도 돼? 왜, 힘을 휘두르면 다 가질 것 같아? 저 여자까지도?”
놈이 볼을 어루만지며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개새끼야. 좀 닥치라고.”
반대편 따귀를 마저 때렸다. 놈의 입술은 이미 피떡이 된 채로 부어올랐다. 노려보며 말했다.
“너 존나 한심한 거 아냐?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네. 사람이 사람을 힘으로 가질 수 있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생각하는 게 무슨 유딩이야?”
놈의 눈앞에서 병을 흔들었다. 안에 든 염산이 출렁거렸다. 놈이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
“아가리 닫으라고 했지.”
이런 놈하고는 말도 섞을 필요가 없다. 그 정도 가치도 없는 한심한 놈이다. 불알 두 쪽 달고 남자로서 자존심도 없는 새끼였다.
“무릎 꿇어.”
놈의 두 무릎을 걷어찼다. 다리가 꺾이면서 몸을 뒤틀었다. 중심을 잡지 못해 앞으로 자빠졌다. 핸드폰을 꺼냈다. 계단을 짚은 두 손에 염산을 부은 후 동영상을 촬영했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두 손을 맞잡다가 다시 떼어냈다가 다시 맞잡기를 반복했다. 손이 너무 아파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내내 하는 말이지만, 다른 이에게 염산을 뿌릴 거면 자신도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제 넌 딸도 못 칠 거다. 앞으로 그게 가장 중요할 텐데. 어쩌냐?”
놈이 정신없이 통곡하며 계단을 뒹굴다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그것까지 화면에 담은 후 동영상 촬영을 멈췄다. 1층에서 여섯 명 정도의 사람이 쿵쾅거리며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를 살폈다. 건장한 남자 여섯 명이 위를 살피며 계단을 박차고 올라왔다. 형사들이다. 마주치면 귀찮아진다.
계단을 뛰어올라 아파트 옥상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문이 자물쇠로 잠겼다. 이런 것쯤이야. 자물쇠를 뜯어내고, 문을 열었다. 옥상 모퉁이로 걸어가 주위를 살폈다.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 303동이 있었다. 거기까지 뛸 수 있을까? 해보면 알겠지. 옥상 문이 벌컥 열리며 형사들이 쏟아졌다. 뒤로 조금 물러섰다가 발돋움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형사들은 죽었다 깨도 날 잡지 못할 거다. 303동 옥상이 점점 가까워졌다.
‘탕!’
천지를 뒤흔드는 총성이 들렸다. 형사들을 바라봤다. 그 중 한 명이 권총을 겨눈 상태였다. 총알이 회전하며 복부로 날아들었다. 공중에 뜬 상태라 피할 방법이 없었다. 몸을 힘껏 뒤틀었지만, 복부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큰 충격이 느껴졌다. 배 한가운데에 총알이 박히고 피가 울컥 솟았다.
다시 형사들을 바라봤다. 하나씩 허리춤에서 38구경 권총을 꺼내 들었다. 뉴스에서 나를 개 까듯 깐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었다. 경찰 측에서는 아예 나를 발견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모양이었다. 형사들의 권총이 나를 향해 불을 뿜었다. 배를 움켜쥐고 한쪽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