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씨발. 부처님 오신 날에 왜 저 개새끼가 오셔? 타이밍 오지네. 머리에 불 질러서 미쳐 날뛰는 연등을 만들어줄까 보다. 오두현. 이 아동 강간범 새끼야.
11년 전에 아동을 무참히 강간하고 몸에 영구적인 상해를 입힌 개새끼가 있었다. 포승줄을 차고 형사들한테 한다는 말이 술 먹어서 기억 안 난다고. 그러니까 잘못한 게 아니지 않으냐고. 뭘 알아야 뉘우치지 않겠느냐고 뻔뻔한 태도로 지껄였다고 한다.
직접 놈을 취조한 형사가 회고한 내용이니 거짓은 아닐 거다. 오두현 이 새끼는 절대로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가 안 그랬다고. 지문과 목격자, 지 마누라의 증언이 있는데도 끝까지 잡아뗐다. 억울하다고 했든가?
븅신아. 그렇게 우기면 뭐, 지은 죄가 없어질 줄 알아? 증거가 떡하니 있는데?
더 가관인 건 형량이었다. 고작 11년이 뭐냐? 판사는 나름 법원 내의 양형 기준에서 최고치인 11년을 선고했다지만. 국민 정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 적어도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무기징역은 때렸어야 했다.
그리고 판결문을 보면 심신 미약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11년이다. 씨발. 술 먹었다고 심신 미약이라니. 술이 무슨 무안단물이야? 오히려 더 가중 처벌해도 모자를 판에.
어쨌든 그 오두현이 며칠 후면 출소한다고 한다. 그것도 부처님 오신 날에 딱 맞춰서. 벌써 인터넷에선 그날 오두현 레이드 뛸 인원 뽑는다는 말이 나돌았다. 힐러는 필요 없고, 무조건 딜만.
물론 진짜로 오두현을 공격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말만 그리 거창하게 할 뿐이지. 당연하다. 국가가 있고, 공권력이란 게 있는데. 오두현을 폭행하면 처벌받을 게 뻔하고, 입건이라도 되면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생기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열 받더라도 입만 터는 수밖에.
후, 오늘 뉴스를 보니 스네이크맨을 아주 개쌍놈으로 만들어 놨다. 국가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테러리스트 같은 존재라나? 공권력을 무시하는 건 그 어떤 걸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자꾸 공권력, 공권력, 하는데. 국가가 왜 있는 거냐? 국민을 보호하라고 있는 것 아냐? 근데 지금 국가가 제 할 일을 다 못하잖아? 오두현 같은 흉악강간범에게 겨우 11년 때려놓고 뭐 잘났다고 공권력 타령이야. 공무새냐?
나의 다음 목표는 너다. 오두현. 출소하면 7년간 전자 발찌 장착에다가 신상 정보가 10년간 등록되고, 5년간 그게 공개된다고 했든가? 어디 사는지 찾으면 다 나오겠네.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 안 그래도 요새 누군가를 쥐 잡듯 잡아 패고 싶었는데, 마땅한 성범죄자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무나 때릴 수는 없기에 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셀프 마취를 해 기절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혀가 너덜너덜해졌겠지만. 난 회복력이 무척 빠르니까.
발바리와 싸움 이후 3일 내내 잠만 잤다. 그리고 4일은 먹기만 했고. 그러고 나니 몸이 말끔히 회복됐다. 상처를 치료하고, 다 소모해버린 송곳니의 마취액을 충전하려면 엄청난 열량은 당연한 거겠지.
마침내 그날이 왔다. 부처님 오신 날. 방송국에서는 오두현이 출소하기 몇 시간 전부터 교도소 앞에서 기자 한 명을 대기시켜 상황을 생중계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십여 명의 경찰이 주위를 에워쌌다. 워낙 국민의 공분을 산 범죄자였기에 언론에서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이날은 오두현뿐만 아니라, 다른 수감자들도 출소하는 날이었다. 모두 새벽 5시에 나오기로 예정됐다.
일찍부터 도착해 수감자들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차에서 나와 카메라와 경찰들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기자, 혹은 경찰들에게 상황을 물었다. 몇 명은 핸드폰으로 뉴스를 찾아보거나 생중계되는 방송을 보며 혀를 찼다.
그게 다였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곧 흥미를 잃었다. 무료한 나머지 하품을 하며 다시 차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어쨌든 자기 가족이나 지인의 일이 아닌 것이다. 기자는 그들 틈에서 혹시라도 왔을 오두현의 가족을 찾았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
인터넷에선 레이드를 뛰니 마니, 나오면 죽여 버린다고 큰소리치더니만. 정작 나오는 날이 되자 다들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화가 난 사람들로 가득할 줄 알았던 교도소 앞이 예상과는 달리 썰렁했다. 아무도 오두현을 응징하러 나오지 않았다. 막 몽둥이나 쇠파이프 같은 무기를 든 사람들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줄 알았다.
하긴, 부처님 오신 날은 휴일이니까. 놀러 가거나 늦잠자기 딱 좋을 때지.
TV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심 웃었다. 혹시라도 다른 이가 덤벼들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내 먹잇감을 빼앗기면 빡친다. 오두현은 내가 아주 죽여버릴 거다.
새벽 5시가 되자 교도소 문이 열리며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된 사람들이 쏟아졌다. 차 안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하나둘 나와 그들을 맞았다. 이 틈에 오두현이 있을 거다. 기자가 사방을 헤집고 다니다가 혼자 걸어 나오는 오두현을 발견했다.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생각보다 마르고, 안색이 어두웠다. 분명히 형이 확정되자마자 울분에 찬 얼굴로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여기에서 11년만 썩고 나가면 두고 보자고. 운동 열심히 해서 힘을 키우겠다고. 근데 그런 놈이 이게 뭐야? 힘은커녕 당장에라도 쓰러지게 생겼네. 밥은 먹고 다니냐? 뭐 상관없다. 이 새끼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놈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번갈아 살피고는 고개를 숙인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교도소 앞에 선 택시를 잡아타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됐다. 이제 기다리면 된다. 거실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왔다. 조금만 더 참으면 내 손으로 직접 놈을 부술 수 있다. 한숨 자고 밤에 일어나자. 침대에 누웠다.
눈앞으로 도시의 야경이 길게 펼쳐졌다. 옥상 모서리 끝에 서서 복면과 장갑을 꼈다. 지금도 저곳 어딘가에선 성범죄가 일어나는 중일 거다. 시간은 10시 20분.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바로 밑에서 오두현이 걸어가며 전화 통화를 했다. 아마 친구인 모양이었다. 자기가 쏜다고 술 마시자니 상대방이 냉큼 알았다며 받아넘겼다. 뱀의 능력으로 반경 100m 안의 소리는 뭐든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술 마시고 여아를 엽기적으로 강간한 새끼가 나오자마자 또 술 마시러 간다고? 미쳤네. 씨발. 만나주는 사람도 다 있고?
하긴, 네가 사는 게 아니라면 누가 너랑 놀아주겠냐? 흉악범에다 얼굴도 다 팔린 마당에.
전과 15범 새끼가 술 마시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안 봐도 뻔했다. 이건 사회 복귀 가능성이 없는 걸 떠나서 살 가치가 없는 새끼였다. 일단 친구란 놈과 술 마시고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 후가 본격적인 사냥의 시작이다.
놈은 친구와 3차까지 마신 후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 어린애라도 찾냐? 그때 생각이 나나 봐? 건너편 원룸 건물 옥상에서 지켜보다가 놈의 뒤로 뛰어내렸다.
쿵. 땅을 밟는 소리가 나자 놈이 뒤를 돌아봤다. 일어서는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놀랄 만하지. 야밤에 웬 복면을 쓴 남자와 맞닥뜨렸으니.
“누구세요?”
“운동은 열심히 하셨어요?”
놈이 주눅 든 얼굴로 말했다.
“왜 그러는데요. 무슨 운동이요?”
웃으며 말했다.
“재판장에서 네가 그랬잖아요, 개새야. 판결이 확정되니까 운동 열심히 해서 복수 하겠다며. 11년 후에 두고 보자고 안 그랬나?”
그제야 놈은 복수 하러 온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억울해서 그랬어요. 내가 그 애를 건드린 게 아니라고요. 진짜 기억이 안 나요. 내가 그런 짓을 했다면 사람도 아닙니다. 개라고요. 개!”
“그럼 네가 사람 새낀 줄 알았냐? 너 사람 아냐. 술 먹고 그 짓을 해놓고. 나오자마자 또 술을 처마셔?”
“내가 술을 먹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나 아니라니까요? 기억 안 난다고요!”
“끝까지 어거지네? 그래. 술 마셔서 기억 안 난다고? 그럼 나도 술 먹고 너 좀 때려야겠다.”
미리 사놓은 소주 한 병을 꺼냈다. 한 모금 마셨다. 옆에다 내려놓고 말했다.
“이제 나도 기억이 안 나니까 상관없겠지?”
놈이 주춤주춤 물러서다 냅다 등을 보이며 뛰었다. 단숨에 따라잡은 후 뒷덜미를 낚아채 바닥에 내던졌다. 놈이 바닥을 뒹굴다 대자로 드러누워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 강도를 당했어요! 도와주세요!”
길 가던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오두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멀찌감치 서 수군거렸다. 다들 놈의 정체를 알아챈 것 같았다. 내가 스네이크맨이라는 것도.
“저들이 도와줄 것 같아? 절대 안 도와줘. 저 사람들도 너를 죽이고 싶어 안달 났거든. 참, 너 스네이크맨이라고 알아?”
놈이 곁눈질하며 사람들과 내 눈치를 봤다.
“그게 뭔데요?”
“것도 모르냐? 뭐, 11년 동안 썩다 왔으니 모를 만하지. 스네이크맨은 말야.”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상체를 일으켰다. 놈이 신음을 흘리며 날 올려다봤다. 눈동자가 공포로 흔들렸다.
“너 같은 성범죄자를 응징하는 사람이거든”
발등으로 놈의 관자놀이를 찼다.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놈의 왼쪽 눈알이 퍽 터졌다.
“으아아악!”
놈이 왼쪽 눈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잘못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맞으니까 좀 잘못한 것 같애?”
“예. 그렇습니다! 모두 다 제 잘못이에요! 근데요.”
“근데, 뭐?”
“저 진짜 기억이 안 나거든요? 안 나는 걸 어쩌라고요!”
놈이 엉엉 울며 땅바닥을 굴렀다. 보통 사람이라면 속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니다. 바닥을 뒹구는 놈의 목을 잡고 얼굴을 몇 대 때렸다. 놈이 금세 조용해졌다.
“막 억울하지? 사람들이 자기를 안 믿어주니까 열 받고?”
놈이 왼쪽 눈을 감싼 손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득한 피가 턱을 타고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놈의 머리카락을 쥐고 대가리를 땅에 처박았다.
“그러니까 네가 처맞는 거야. 거짓말이거든. 자기만 생각하는 새끼의 전형적인 패턴이니까.”
놈의 대가리를 들어 올려 남은 오른쪽 눈을 들여다봤다.
“네가 진짜 기억이 안 난다면 말이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두려워하고, 슬퍼해야 해.”
놈의 따귀를 때렸다. 놈이 남은 오른손으로 벌겋게 부어오른 볼을 감쌌다. 울먹였다.
“근데 넌 아무 기억도 안 난다고 말하는 것뿐이잖아. 다른 건 아무것도 없이. 맞아, 틀려?”
놈이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기억이 안 나면, 너처럼 떳떳하게는 행동 못 해. 자기가 진짜 그랬나, 의심하니까. 넌 다 기억하는 거야. 심지어 별 잘못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아, 아니에요! 전 진짜!”
놈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컥! 아마 갈비뼈가 부러졌을 거다.
“좀 닥쳐 봐. 내가 말하고 있잖아.”
놈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울었다.
“자기 잘못이 아닌데. 사람들이 하도 흉악한 범죄라고 하니까. 짐승 같은 짓이라고 화를 내니깐. 지금 당장은 네가 그들보다 힘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기억이 안 난다는 식으로 우기는 거잖아.”
놈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만 바닥을 적실뿐이었다.
“솔직히 너 속으로 웃겼지? 아니, 내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크게 뭐 터치 들어오는 게 없단 말이야. 비난이나 질타. 이런 건 못 들은 척하면 되는 거고.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피해받는 게 없는데 뭐 어쩌라고. 이런 생각이잖아. 그치?”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이 울렸다. 소리의 크기로 보아 적어도 세 대가 동시에 달려오는 거였다. 빨리 끝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있는 거야.”
놈의 팔다리를 전부 부러뜨렸다. 놈이 몸을 꿈틀거리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입을 틀어막고, 귓가에 속삭였다.
“사회나 사람들이 못 하는 일을 내가 할 거거든. 널 고문하고 때리는 거. 어떻게 할래?”
놈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다 기억납니다. 죄송합니다.”
놈의 입을 막은 손을 바지에 닦은 후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제가 큰 피해를 준 아이에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그 부모한테도 정말 죽을 죄를 졌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게 다야?”
놈이 뱀처럼 바닥을 기며 머리를 바닥에 쿵쿵 들이받았다.
“살려주세요. 또 감옥에 들어가라면 들어가겠습니다. 사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탁이니까. 이제 그만 용서해 주세요. 이러다가 저 죽을 지도 몰라요.”
“그래. 이제야 좀 만족스럽네. 그만하면 됐어. 근데.”
놈의 목을 발로 지그시 밟았다.
“너한테 당했던 애도 너한테 그렇게 말했다며? 근데 넌 용서했니?”
“그, 그건···”
“안 했잖아. 씹탱아. 그러니까 죽어.”
목을 누르는 발에 힘을 줬다. 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곧 새파랗게 변했다. 죽이고 싶다. 죽여야 한다.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이렇게 쉽게 죽이면 안 된다. 사지를 아주 갈가리 찢어 놓아야 한다.
몸을 숙여 놈의 팔을 잡아 뜯으려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러면 안 된다.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했다. 그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심호흡하고 동영상 촬영을 멈췄다. 도로 끝에서 경찰차 세 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발로 놈의 뿡알을 밟아 터뜨렸다. 놈이 침을 튀며 비명을 지르다 기절했다. 얼른 맞은편 건물로 뛰어올랐다. 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경찰들이 권총을 손에 든 채 나를 겨냥했다.
바로 건너편 빌라 옥상으로 뛰었다. 사방에 부처님 오신 날 행사 기념으로 달아놓은 연등이 반짝였다. 그걸 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살인은 절대 안 된다. 그건 선을 넘는 거였다.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건너뛰며 생각했다.
부처님. 부처님 오신 날에 한 중생을 지옥으로 보낼 뻔했습니다. 부디 저를 자비롭게 여겨 용서하소서. 그 새끼 말고요. 꼭 저만 용서해주셔야 합니다. 아셨죠? 저런 놈에게는 자비를 베풀면 안 됩니다. 그럼 내년 부처님 오신 날에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제가 살아 있다면요.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