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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재회 : 이별과 만남
작가 : 경도
작품등록일 : 2017.11.5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한민재'와 무조건 남탓만 하는 '한민재'.
그리고 의대생 '이나현'과 유명한 배우 '임서연'.
네명의 남녀이 얽힌 성장판타지로맨스소설입니다.

 
3화
작성일 : 17-11-07 14:04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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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별 탈 없이 시사회 자리를 마친 서연은 안도를 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무대에 내려오자 멀리 있는 객석에서 팬들의 열띤 응원이 들려왔다.

 

 그녀는 매번 자신과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를 열렬하게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아무리 바쁜 스케줄 때문에 힘들어도 이렇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자 그녀는 없던 힘도 생겨 더욱 더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다른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기 전에 잠시 대기실에 대기를 해야 했다.

 

 그녀는 무대에서 대기실로 이동하면서도 마주친 많은 선배님들, 후배들 그리고 동료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서연아, 수고했어. 오늘 인터뷰 때 멘트 너무 좋았어."라고 말하며 먼저 친근하게 서연에게 말을 거는 훤칠한 남자.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배우이다.

 

 그는 매번 서연과 마주칠 때 마다 먼저 인사를 건네며 그녀에게 호감을 자주 표현했다.

 

 "네. 칭찬 감사합니다. 선배님." 서연은 웃으며 화답을 했다.

 

 그러자 그는 서연과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눈치였지만, 많이 바빴는지 다음에 또 보자며 인사를 건네고는 무대 쪽 방향으로 뛰어갔다.

 

 대기실에 들어오자 서연은 피곤했는지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자신과 평소에 친한 코디네이터 채연은 서연 옆에 바짝 붙어 앉고서는 말을 걸었다.

 

 "와..서연 언니. 매번 느끼지만 정말 남자한테 인기 많은 거 같아요."

 

 "응? 갑자기 왜?"

 

 "아니. 방금 그 선배도 매번 서연 언니한테만 친절하게 대하고 이건 누가 봐도 서연 언니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채연은 말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서연은 손사래를 치며 "에이, 아냐. 그냥 귀여운 후배니까 잘 대해주시는 거지."라고 말했다.

 

 채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닌 거 같은데.."라고 말하며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사실, 서연은 소속사 직원들과 매니저들 모르게 많은 연예인들에게 대시를 받았지만, 매번 그녀는 거절을 했었다.

 

 아직은 좀 더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배우의 욕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또 다른 감정 때문이었는지는 그녀 자신도 잘 몰랐다.

 

 방금 전 인사를 건넸던 그 선배도 매번 서연에게 티 날정도로 표현을 하지만, 그녀는 그 선배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왜일까?

 

 그 선배는 잘 생겼고, 친절하며, 실력으로 인정까지 받은 배우였다.

 

 그런 배우에 대한 동경으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운 그녀지만, 아직은 사랑을 할 준비가 안됐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면서 차에서 생각에 빠졌다.

 

 오랜만에 기억난 초등학교 때의 추억.

 

 그 강렬하고도 풋풋한 그리고 아련한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

 습관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은 민재는 인터넷 창을 켰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임서연'을 검색했다.

 

 그는 검색해서 나온 이미지며, 동영상들을 천천히 감상했다.

 

 임서연은 그에게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는 인기가 많은 그녀에게 부러움도 느꼈고, 자신의 상황과 너무 대조되는 그녀를 보면 열등감 비슷한 감정도 느껴졌다.

 

 그래도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그녀를 찾아보는데 사용했다.

 

 한창 그가 그녀의 무대영상에 빠져 있을 무렵, 그의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친절함이 배여 있지만 조심스러움이 묻어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재야, 일어났니?"

 

 그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모니터화면만 응시했다.

 

 "민재야. 혹시 자니?" 또 다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는 마치 듣기 싫은 말이라도 들은 듯 인상을 구기며 무시했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40대로 보이는 여자가 얼굴을 내밀고는 방안을 살펴보았다.

 

 민재는 자신의 허락도 없이 방을 열어서 화가 났는지 자신의 손에 잡히는 물체가 무엇인지 인식도 못한 채 열린 문틈사이로 힘껏 던졌다.

 

 그리고 큰소리로 화를 내며 말했다.

 

 "누가 내 허락도 없이 들어오래?"

 

 물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문을 닫아버린 그녀는 민재의 말에 버벅 걸리며 대답을 했다

 

 "미안해... 말이 없길래 자나싶어서 확인해 보려고.."

 

 민재는 그녀의 말을 끊고서 크게 문을 향해 외쳤다.

 

 "날 좀 신경 쓰지 말고 제발 꺼져!"

 

 그러자 문밖은 조용해졌고 잠시 뒤 발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문에서 멀어져갔다.

 

 민재는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인상을 구기며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그녀는 민재의 새어머니였고, 그는 그녀를 원망했다.

 

 그는 그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던 '그 일'이 전적으로 그녀의 탓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그녀만 아니었더라도 그는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원망 섞인 생각들을 마치자, 그의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그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은 다시금 의식의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녀는 '그 일'과 상관없고, 그가 망가진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들은 그를 더욱 더 힘들게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를 향했던 원망이 이제 그 자신을 향했다.

 

 모니터 화면에는 서연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게다가 예뻤다.

 

 그는 괴로워하고 있었고, 거울을 보지 않아도 그 자신이 얼마나 추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퀴퀴한 냄새가 나고 더러운 그의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는 눈을 감고 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를 괴롭히는 생각들은 멈추지 않았다.

 

 -

 "애들아. 일어나. 도착했어!"

 

 서연을 비롯한 코디네이터를 깨우는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많이 피곤했는지 서연은 차에서 깊이 잠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영화 미팅을 위해 일어나야만 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면서 문득 자신의 뺨에 눈물 흐른 자국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선 그녀는 자신이 꾸게 되었던 꿈 내용을 조금 되새기고서는 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도 ‘그 꿈’을 꾸는 자신이 좀 애석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녀는 미팅을 위해서 꿈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고 부단히 애쓰면서 자신이 어제 읽었던 시나리오를 되새기면서 매니저를 따라 미팅장소로 향했다.

 

 -

 애써 잠들려고 했지만, 민재는 고작 두시간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는 잠에서 깨고 난후 개운함보다는 오히려 잠에서 너무 일찍 깼다는 불쾌감이 더 앞섰다.

 

 그는 차라리 영원히 잠에 들었으면 했다.

 

 그가 깨있는 현실에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없었다.

 

 그는 그저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그저 좁은 방안에서 숨어서 말이다.

 

 그는 꽤 오랫동안 침대에 그저 누워있었다.

 

 그에게는 움직일 의지가 없어보였다.

 

 잠에 들지 못한 채 그저 누워있으면 그의 몸에 남아있는 기운은 오직 생각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는 생각조차도 할 의지가 없어 애써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시하려 했지만, 그 생각들은 정리되지 않는 채 피할 수 없는 해일처럼 그를 덮쳐왔다.

 

 그 생각들은 주로 자기 비하였고, 그 자신을 지치게 하고 슬프게 하는 것들이었다.

 

 죄책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자신을 미워하게끔 하는 생각들뿐이었다.

 

 그는 발가벗겨진 채 온몸이 꽁꽁 묶여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피할 수 없는 그를 둘러싼 진실들은 창이 되어 그를 향해 무섭게 찔렀고 그를 상처 내었다.

 

 그의 몸과 마음은 거덜난 채 생각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피하고 싶었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는 잠에 들고 싶었다.

 

 그는 꿈속에서도 그 생각들이 악몽이 되어 자신을 쫓아올 걸 알고 있지만, 현실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는 서연의 얼굴을 떠올렸다.

 

 화려한 스크린 상의 서연이 아닌 좀 더 앳되고 어린 서연이었다.

 

 그녀는 그를 향해 웃어줬고 손을 잡아줬다.

 

 문득 그의 손에는 그때 그녀의 손이 전해준 따스함이 아직 채 사라지지 못하고 남아있는 듯 했다.

 

 그녀는 그를 잊었을 것이다.

 

 그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는 평생 외로움에 발버둥 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는 바꾸고 싶었다.

 

 자신을, 자신의 환경을.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을 바꾸어 자신이 원하는 이상에 가까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실패했고, 좌절했다.

 

 그럴 때 마다 생각들이 실패로 인해 생겨진 공허함을 채웠고, 그로인해 그는 지쳐버려 그 스스로를 포기하게끔 되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없었다.

 

 그저 생각들이 멈췄으면 했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그는 오직 그 생각만이 자신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덮어지기 전에, 그 생각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을 때 그는 움직여야 했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으며, 욕조에 문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그 생각'이 밀려오는 다른 생각들로 인해 불씨가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손에 쥔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찍은 사진이었다.

 

 그는 앳되었고, 지금과는 다른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년이었다.

 

 그의 옆에는 서연이 서있었다.

 

 그 둘은 해맑게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었다.

 

 그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이때로.

 

 기적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물이 반쯤 찬 욕조에 들어갔다.

 

 '그 생각'은 희미했지만 강렬하게 남아 그의 행동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그의 손목을 면도칼로 처참히 세 번 베었다.

 

 그리고 몸을 따뜻한 물에 맡겼다.

 

 그가 사진 속 과거의 자신에게 돌아갈 수 없듯이 그는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이 행동이 자신에 대한 최선인지는 그는 점점 확신이 들지 않지만 그저 지켜 볼뿐이었다.

 

 욕조 속은 빠르게 새빨간 피로 번져갔으며, 그의 몸에는 조금씩 소름이 돋았다.

 

 물은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어쩐지 몸은 점점 추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귀는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로만 가득 찼다.

 

 그의 눈앞에 서연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녀를 잡아야했다.

 

 그녀를 잡기위해 손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몸은 몹시도 무거워졌다.

 

 마치 누군가 그의 몸 구석구석을 밑바닥으로 잡아 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무서웠다.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새빨간 욕조 물에 비친 그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고, 더욱 추해졌다.

 

 그는 죽기 싫었다.

 

 살고 싶었다.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 살려달라고 애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눈은 감겨지기 시작했다.

 

 잠들기 직전의 순간보다 더 빠르게, 더 무겁게 눈이 감겨졌다.

 

 그는 애써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 순간에도 피할 수 없는 진실은 창이 되어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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