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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재회 : 이별과 만남
작가 : 경도
작품등록일 : 2017.11.5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한민재'와 무조건 남탓만 하는 '한민재'.
그리고 의대생 '이나현'과 유명한 배우 '임서연'.
네명의 남녀이 얽힌 성장판타지로맨스소설입니다.

 
2화
작성일 : 17-11-06 10:12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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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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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오후5시가 되어 고기 냄새가 잔득 베인 직원용 복장에서 출근할 때의 옷으로 갈아입은 민재는 사장님께 퇴근해보겠다고 인사를 드리자 사장님은 동생의 생일 축하한다며 한 눈에 봐도 질 좋아 보이는 생고기들을 포장해 주었다.

 

 항상 자신을 좋게 봐주고 챙겨줄려고 노력하는 사장님에게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하고 말한 후 가게를 나왔다.

 

 그는 손에 고기도 들고 있고, 자신에게 고기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나현이를 만나기 전에 우선 집에 들러 샤워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그가 여느 날과 같이 늦게 올 줄 알고 동아리 부원들과 같이 축제를 준비하고 저녁까지 먹을 것 같다고 오늘 아침에 그에게 말해줬었다.

 

 약간 섭섭하긴 했지만, 깜짝 파티라서 오늘 집에 일찍 온다고 미리 귀띔도 할 수 없었던 그는 동생이 오후 8시 전까지만 집에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집 앞에 도착하자 우편함에 우편물이 많길래 챙기고선 그는 집에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옷까지 갈아입은 그는 식탁에 놓은 우편물중에서 각종 고지서를 내려놓고는 자신에게 온 우편 하나를 확인하고 서둘러 그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그리고선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짓은 채 성취감을 만끽하였다.

 

 다름 아닌 그 우편은 전에 그가 응시하였던 수능모의고사 성적표였다.

 

 그리고 그 성적표에는 모든 과목이 1등급이었으며, 백분위 또한 매우 높았다.

 

 민재는 얼른 이 성적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윽고 나현이가 떠올랐다.

 

 그러자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은 걸 확인한 그는 서둘러 성적표와 지갑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약속장소까지 뛰어가면서도 그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나현이는 분명히 약속시간에 늦었다며 화를 낼 테지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이 성적표를 보여주면 반드시 자기일 인양 크게 기뻐하고 축하해줄 것이다.

 

 그는 얼른 그녀가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나현이를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숨을 헐떡이며 횡단보도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그는 얼른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여기만 건너서 조금만 더 가면 나현이가 기다리고 있을 약속장소였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아직 6시까지는 2분정도가 남았다.

 

 문득 정말 빨리 달려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 그였다.

 

 그 순간, 신호가 초록불로 막 바뀐 걸 확인하고선 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너무 서둘러던걸까?

 

 옆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과속으로 달리는 차는 그의 몸을 정통으로 들이박았다.

 

 그의 몸은 가볍게 붕 떴다가 이내 몇 미터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그를 덮쳐왔고 지금 자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도 알 수 없는 그는 그저 자신이 죽음의 문턱 바로 앞까지 왔다는 사실만은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러자 그는 조용히 떠올렸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자신이 필요한 동생들이 자길 기다리는 모습...지금의 그가 있게 해준 나현이가 웃고 있는 모습...

 

 지금의 그는 어떻게든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에게는 애초부터 선택권이 없었다.

 

 어디선가 낯익은 비명소리가 들리고 점점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는 소리 없는 읊조림을 내뱉었다.

 

 '..안되는데..죽으면 안 되는데...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리고 점차 무겁게 그의 눈꺼풀은 감겨졌다.

 

 -

 "나중에 꼭 유명한 사람 돼서도 날 잊지말아줘 친구로서 말이야."

 

 또 같은 꿈이었다.

 

 며칠째 잠에 들 때 마다 같은 꿈이 반복되었다.

 

 꿈속 장면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선명해져 갔다.

 

 그는 되돌리고 싶었다.

 

 그는 어설프게 그녀의 말을 끊지 말고 들었어야 했다.

 

 그녀가 하려고 했던 말을 말이다.

 

 그녀가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생각하니 그는 마음이 더욱 아파왔다.

 

 그는 어리석게도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선을 긋고 말았다.

 

 그는 그녀에게 그도 그녀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말은 내뱉어졌다.

 

 돌릴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애써 슬픈 표정을 웃음으로서 얼굴에서 지워내고 그에게 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널 잊어. 우린 친구인데.."

 

 그에게는 후회만 불러일으키는 그 꿈에서 그는 깼다.

 

 그는 침대에서 무겁게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방을 둘러봤다.

 

 잠들기 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그의 방.

 

 그는 그저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더럽고 어지럽혀진 방에서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쉰다.

 

 무기력하게 있는 자신이 싫었고, 몇 년째 집밖에 나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때 '그 일'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 변명일 뿐이었고 '그 일'과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사람인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바꾸려고 시도를 해도 결국은 포기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어쩌면 더 퇴보하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방에만 있어봤자 온갖 생각들이 그를 무겁게 눌러앉았다.

 

 그는 그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샤워를 하기전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한 눈에 봐도 과하게 불어버린 그의 몸.

 

 그리고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 때문인지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있었고, 피부도 매우 칙칙했다.

 

 정리를 안 한 그의 머리는 어지럽게 그의 얼굴을 반쯤 가렸고, 그의 손톱 또한 깎은 지 오래되듯 길게 나있었고 때가 더럽게 끼어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을 그만 살펴보기로 했다.

 

 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볼수록 자신에 대한 불쾌감만 더욱 더 커져만 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시작한 그는 그제 서야 온갖 불쾌한 감정들을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샤워를 하면서 자신의 더러움을 씻겨 없앨수록 그의 마음에 크게 자리 잡은 더러운 기분 또한 없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새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샤워를 끝내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그의 방 앞에서 들어가길 망설였다.

 

 방에 들어가면 샤워로 인해 정화된 마음이 다시금 더럽혀 질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세상에서 못난 그를 받아주는 곳은 오직 그의 방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퀴퀴하고 찝찝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샤워하기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더러운 것 같았다.

 

 온갖 쓰레기들과 인스턴트식품을 담았던 용기들 안에 남은 음식물이 썩어서 악취를 품었다.

 

 그의 물건들은 방안 곳곳 사방에 어지럽게 있었다.

 

 그의 방에 있는 창문은 검은 판지로 막아져 있어서 빛이 못 들어와 매우 어두웠지만 오직 꺼지지 않은 컴퓨터 모니터에서 나온 불빛만이 방에 있는 물체를 식별 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의 방의 한쪽 벽면 상단부에는 먼지 쌓인 여러 개의 상장이 있었다.

 

 그 상장들은 다 초등학교 때 받은 것 들 뿐이었으며, 그 상장들은 오래된 것을 증명하듯이 흐릿하게 그의 이름 '한민재'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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