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친구가 생겼어요!
프랑소와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수연이 그토록 생기발랄한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생겼어요!”
프랑소와가 보기에 수연은 남다를 것 없는 무난한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1년 내내 반에서 평범한 등수(평범보다 조금 낮다고 해야 하나.)를 유지하며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떨 친구도, 같이 급식실로 달려갈 친구도 있었다. 과외 시간에 종종 카톡이 오는 친구도 있는 것을 보면 수연은 분명 무난한 학생인 것이리라.
프랑소와는 결국 적응을 못하고 중학교만 겨우 졸업한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나게 예쁘고 엄청나게 똑똑한 애예요!”
수연이 그렇게 소개를 하며 새 과외 학생을 데려오겠다고 했을 때, 프랑소와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엄마 자형의 성화에 못 이겨 수연을 받기는 했지만 또 다시 새로운 누군가와 얼굴을 터야한다는 것이 언제나 불편하고 괴로운 프랑소와였다.
순전히 엄마 자형을 위한 선택이었다. 스물셋이 되도록 집에만 처박혀있는 건 자식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연이란 아이가 지니고 있는 담백하고 서글서글한 느낌이 편안하기도 했다. 누군가와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프랑소와의 입장에선 수연은 거의 처음으로 생긴 친구와 같았던 것이다.
그런 수연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듣던 날 어쩌면 질투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에 수연이 침을 튀기며 설명하는 그 예쁘고 똑똑하다는 박찬별이라는 여자 아이가 궁금했다.
“게다가 찬별이는요, 비밀을 갖고 있어요.”
그 비밀스럽던 수연의 표정과 속삭임.
프랑소와는 외투에 붙은 먼지를 테이프로 떼어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여고생들의 우정에 대해 질투니 뭐니 이상한 감정을 품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그 애들은 학생이고 자신은 과외 선생인데.
“프랑! 우리 왔어요!”
우당탕탕 들어오는 두 여고생을 보며 프랑소와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교복 차림의 수연과 찬별은 거대하고 빵빵한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기어코 갈 거야? 걸려도 난 진짜 책임 안 져.”
프랑소와의 뾰로통한 목소리에 수연과 찬별은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 마요, 프랑! 프랑만 비밀 지켜주면 절대 걸릴 일 없으니까.”
수연은 연방 방실방실 웃었고 찬별은 프랑소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기까지 했다. ‘누나만 믿어!’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이다. 프랑소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밀고 들어가는 두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너네 밥은!”
프랑소와는 막 6시 반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두 여자아이는 석식이 어쩌구 어차피 가서 먹을 건데 어쩌구 중얼거리며 문을 쾅 닫았다. 닫힌 자신의 방문을 보며 프랑소와는 쓴 침을 삼켰다. 방 안에서 웃음소리가 자꾸 새어나왔다.
“그럼 난 프리다로 간다.”
닫힌 방문은 대답이 없었다. 프랑소와는 아이보리 빛의 방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쓸쓸히 현관으로 발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