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죽일 수 있는데 안 죽인거죠?”
“하하, 알고 계셨군요?”
네오는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을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여자 아이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네오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래도 죽이면 찝찝해서…….”
“그러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어쩌고요?”
그녀의 말에 네오는 푸하하 웃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이곳에 올라오는 미친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그럼 전 뭐죠?”
네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아마 이곳에서 살고 계시는 거겠지요.”
“네?”
그녀는 네오의 말에 당황했다. 네오는 당황하는 그녀에게 재밌다는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르는척하지 마시죠. 저는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
* * *
“나에 대해서 알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는 네오의 말에 당황하는 바람에 새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오는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설마, 이게 진짜 성격?”
“닥쳐.”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도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평소에는 모두를 자신의 손 안에서 쥐었다 폈다 할 수 있었는데 처음 보는 자에게 이렇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화가 났다.
‘용서못해….’
네오는 그런 그녀의 기분을 알고 까불던 것을 멈추었다.
“한 번 맞춰 보실레요?”
“도대체 뭘….”
“제가 도대체 누구이고 왜 당신에게 왔는지에 대해서 맞춰 보세요.”
그의 말에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여서 나에게 온거지?’
그녀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보며 네오는 웃었다.
“하하, 굳이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가 또다시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녀석은 누구지?’
그녀는 점점 더 네오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났다.
네오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린드래곤 아닙니까?”
“뭐라고?”
네오의 날카로운 질문에 그녀는 당황하는 기색이 넘쳐났다. 자신의 당황하는 것을 보며 웃는 네오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어째서 나에게 그러는거지?”
“그것은…….”
네오는 말을 끝내 말을 다하지 못하였다.
“저 녀석들 입니다!”
‘이 말투는…….’
네오는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그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방금 보았던 산적이었다.
아마 그 산적들은 네오의 마법에 달아난 뒤로 자신들의 무리에게 가서 알린듯하였다.
“레어가 어디죠?”
네오의 말에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저 정도는 다 이길 수 있는거 아니었어?”
그의 말에 네오는 코웃음을 쳤다.
“장난해요?”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녀는 흠칫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혹시 이중인격?’
네오는 그녀를 재촉했다.
“이 정도의 숫자면 차라리 도망가는게 편해요. 굳이 일일이 쓰러트려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의 말에 그녀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네오는 그것을 보고 씨익 웃었다. 그녀는 그의 표정을 보며 약간의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냥 넘어가고 그를 인도하였다.
“이리로 따라와.”
그녀는 위로 올라가는 길로 계속해서 올라갔다. 그러나 네오는 느낄 수가 있었다.
‘점점 드래곤들의 기운이 느껴진다.’
드래곤들은 엄청난 영물이어서 같은 드래곤과 동물 그리고 감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기운을 전달한다.
그 정도로 대단한 것이 드래곤인데 지금 산적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의 동료가 꼬마 녀석에게 당했다는 말만 듣고 개미처럼 계속해서 쫓아오고 있었다.
“이야, 끝없이 오네.”
네오는 그 장면을 보면서 감탄을 하였다. 그것을 본 그녀는 네오를 이상하다는듯 쳐다보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꼭대기에 근접하게 올라갔다. 그녀가 가는 것을 보며 네오는 흐뭇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역시 내 예상대로 이 곳 산 꼭대기에 있었군.’
네오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잠시 뒤 네오는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 보이지 않는거지?’
분명히 네오는 자신이 산꼭대기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드래곤의 레어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허허벌판이었을뿐이다.
“뭐지?”
그가 이렇게 어리둥절하는데 뒤에서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잡아라!!!!!!”
“끈질긴 녀석들…”
네오는 올라오는 산적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여자 아이는 그런 네오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멍하니 뭐해! 빨리 와!”
“뭐가…”
네오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훗, 놀랐지? 우리 레어야.”
그녀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오는 골드 드래곤의 레어와는 다른 면모로 멋있는 레어를 보고 놀랐다. 자신의 레어를 빼고 다른 드래곤의 레어를 보니 네오는 신기했다.
“우리 레어는 결계로 둘러싸여 있어서 주변의 침입을 쉽게 막을 수 있지. 우리 레어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너는 내가 허락해서 들어올 수 있는거고.”
네오에게 자신의 레어를 자랑하던 그녀는 갑자기 심술이 났는지 뿌루퉁한 표정으로 변했다.
네오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땅바닥에 앉으며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다.
“또 왜….”
“너는 도대체 목숨 구해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안하냐?”
그녀의 말에 네오도 자신이 할 말이 있다며 일어났다.
“야, 그러는 지는 내가 순결을 지켜주었는데 감사인사는커녕 욕지거리만 하고 그게 구해준 사람에게 할 태도냐?”
“그건 그렇고, ‘야’가 아니라 이레나 라고 불러. 기분 나빠!”
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할 말이 없자 말을 돌렸다. 그녀의 행동을 보며 네오는 피식 웃었다.
“참나, 그린 드래곤은 죄다 이러나?”
그는 잠시 뒤 자신의 말이 사실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뒤 이레나의 손에 이끌려 그린 드래곤의 궁으로 들어간 네오는 화려한 벽면을 보면서 감탄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이레나도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는 것도 잠시 그린 드래곤의 수장이 있는 곳으로 가자 네오는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네오인가?”
“네.”
그의 첫 마디부터 네오는 그 아저씨가 매우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 몇 안되는 유머따위는 모르는 그런 드래곤이었다. 심지어 그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레나도 표정을 싹 바꾸더니 이렇게 말했다.
“조심해. 수장님은 매우 재미없는 사람이야. 따분해 죽을 수도 있어.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을 드럽게 하는걸 좋아해.”
“재미있는 취향을 가지셨네.”
이때는 ‘설마 그러겠어…’라는 생각에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했으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사실이군.’
네오는 지금의 상황을 보며 이레나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겼다.
“자네 지금 보아하니 드래곤이군.”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그린 드래곤들이 웅성웅성거렸다. 이레나도 놀란 표정이었다.
원래 드래곤들은 자신의 기운으로 주변에 경고를 알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을 조절하여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린 드래곤의 수장이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네오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그린 드래곤의 수장에게 놀라운 눈길을 던졌다.
“그것을 어찌 알으셨습니까?”
“그냥 감이네.”
그의 입에서 나온 어이없는 말에 네오는 피식 웃었다. ‘어떻게 그냥 감으로 자신의 정체를 맞칠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하는 듯하였다.
“왜 내가 감을 못 맞출거 같은가? 이 수장 자리에서 50000년동안 있어보면 알 수도 있을 것이야.”
드래곤들의 시간 개념은 인간들과는 다르다. 만약 책이 나온지 5년이 되어도 그 책은 드래곤들에게는 신간 도서나 마찬가지였었다.
그러나 50000년은 드래곤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세월이었다. 50000년이면 강산이 닳아 없어질 수 있는 정도의 세월이었다. 그런 세월동안 수장 자리를 맡아왔다니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설마 그래서 이렇게 재미가 없는건가?’
네오는 이렇게 장난스러운 생각만 하는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매우 감탄하고 있었다.
그린 드래곤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혹시 자네, 골드 드래곤 오딘의 아들인가?”
그의 말에 방 안은 웅성웅성 되는 소리로 가득찼다.
“저 자가 골드 드래곤 오딘의 아들이라고?”
“어째서 우리 레어에 온 것이지?”
골드 드래곤 오딘은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몇몇 드래곤들은 그가 너무 잘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지만, 많은 드래곤들이 ‘정의의 드래곤’, ‘신의 힘을 타고난 드래곤’ 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네오는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반응에 씨익 웃었다.
“맞습니다. 근데 제가 골드 드래곤의 아들이라면 어쩌실 겁니까?”
“어째서 여기있는 것이냐.”
그의 질문은 나지막하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위압감이 실려있었다. 네오는 장난으로 넘기려고 했으나, 도저히 장난으로 넘길만한 말투가 아니었다. 네오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가서는 아니된다 생각하고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 것은 알 필요가 없고 그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네오는 그의 대답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아버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네오의 이 말에 그린 드래곤은 유일하게 표정변화가 있었다. 약간 놀란 표정이었으며 그와 동시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만약 안 들어준다면.”
그의 말에 네오는 예상했다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여유만만 했으며 이 어린 아이가 마치 위엄한 그린 드래곤의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들어주시게 될겁니다.”
그의 말에 그린 드래곤은 처음으로 웃어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 근육은 하도 웃지 않아서 굳어버렸는지 웃음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도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물었다.
“어찌하여?”
그의 말에 네오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만한 핑계를 대었다.
“제가 수장님의 따님을 구하지 않았습니까?”
웅성웅성
주변에서는 네오의 말에 감탄하는 말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그린 드래곤은 또다시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자식이 없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하하, 농담하지 마시지요. 이레나가 수장님의 따님아닙니까?”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이레나를 향했다. 이레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수장은 자신의 딸을 알아낸 네오를 보고 피식 웃었다.
“용케 알아냈군. 어찌 알아챘느냐?”
“따님의 머리카락의 색은 일반 그린 드래곤의 초록색보다 연한 초록색이었습니다. 이것은 그린 드래곤의 수장 혈통에게만 내려오는 머리카락이지요. 책에서 본걸로 알아차렸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수장은 더욱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네의 레어에는 별의 별 책이 다있군.”
‘난 그걸 보다 쫓겨났지.’
수장은 이레나에게 물었다.
“저 아이가 정말로 너를 구했느냐?”
“네.”
“그리고 저 아이를 우리 레어로 끌고 왔느냐?”
“네.”
“혹시 저 아이를 좋아하는 것이냐?”
“그게 무슨!”
수장의 마지막 말에 이레나는 얼굴을 붉히며 거대한 문을 쾅 닫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네오는 말했다.
“늦둥이 딸이어서 아끼실텐데 왜 그러시는겁니까?”
“내 가족은 내가 책임지네.”
네오는 그의 말에 갑자기 자신의 가족이 생각났다. 뭔가를 감추려는 아버지, 동생을 챙기고 그날밤에 이상한 소리를 하시던 어머니, 그냥 4차원인 동생 아이델,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서 뛰쳐나온 나.
수장은 갑자기 변한 네오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가족의 문제가 있는게지.”
“그걸 어찌…….”
수장의 너무나도 날카로운 질문에 네오는 당황했다. 수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졌으니 너가 원하는 것을 알려주마. 아비에 대한 것이겠지? 따라와라.”
그는 네오를 의문의 방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