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대도물산의 대표이사 노씨가 사라진 것은 지난 20XX년 X월 X일…….”
동봉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취미생활을 끝내고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피가 흘러내리지 않게 바닥에 깔았던 비닐을 잘 싸고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는 취미의 결과물인 뚱뚱한 시체를 냉동고 구석에 가서 예쁘게 정렬시켰다. 이미 냉동고에는 뚱보의 고참시체들이 줄지어 서 누워있었다. 지금은 신참이지만 저 시체도 조만간에 고참이 될 것이다.
“경찰은 노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그가 횡령한 회사자금을…….”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는 방금 냉동고 식구가 된 뚱보에 대한 소식이었다. 동봉수가 그를 타겟으로 삼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저 뚱보가 단순히 ‘육식동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초식동물이다.
자기의 영역을 침탈당해도 허허 웃어넘기고, 남에게 폭력을 당해도 상대가 강하다면 그때뿐. 참는 게 일상인 동물이다.
하지만 육식동물들은 주도적으로 사냥을 하고, 상대를 공격해 잡아먹고 죽인다. 그러고는 다른 경쟁자가 도전해 오면 물어뜯어 숨통을 끊는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도달한 사자나 호랑이가 그렇듯이 말이다.
동봉수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그런 육식동물을 공격해 죽이는 걸 즐겼다. 그의 유일한 삶의 이유였고, 취미생활이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노씨의 집 지하실에서 쇠사슬에 결박된 십여 명의 여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발견 당시 모두 혀가 잘려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국과수에서…… 모두 몇 년 전 실종된 여아였던 걸로 판명되었으며…….”
냉동고의 철문을 닫음으로써 청소가 끝났다.
동봉수는 여전히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며 창고를 벗어났다. 그때 방금 죽은 뚱보신참 노씨에 대한 뉴스가 끝이 나고 새로운 뉴스가 흘러나왔다.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개발된 가상현실 게임의 폐해로 살인사건이 증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탁.
계단을 딛고 올라서던 동봉수의 걸음이 멈췄다. 뉴스는 아나운서에서 기자. 기자에서 다시 전문가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다.
“무림 온라인은 지금 즉시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과도한 현실과의 싱크로가 불가능하게 패치해야 합니다. 피가 난무하고 손발과 목이 잘리는 모습을 무분별하게 생생하게 보여줌으로 해서 어린 학생들과 미성숙한 어른들의 살인충동을 자극합니다. 이는 실제 살인사건과 연계될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뉴스가 새로운 사냥감에 대해 알려주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밌겠군.”
새로운 사냥터를 알려주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동봉수는 뉴스가 끝날 때까지 한참을 서서 스마트폰을 뚫어지라 주시했다. 뉴스가 끝난 후,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한 가지 물건을 인터넷 주문했다. 그것은 바로…….
무림 온라인 캡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