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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싸이코패스 in 무림
작가 : 곤붕
작품등록일 : 2016.4.1
싸이코패스 in 무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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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강자들의 세상, 무림 온라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장치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로그아웃에 실패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접속 해제를 시도하시겠습니까? [Yes or No]

다시 가상의 현실로 돌아가려 했을 때.
새롭게 로그인 한 곳은 ""진짜 무림""이였다.
사신의 실수로 무림에 떨어진 희대의 싸이코패스.
음모와 악의가 가득한 무림에 도봉수, 그의 무정한 이빨이 드리운다…"

 
5. 출외(出外) (1)
작성일 : 16-08-26 17:04     조회 : 852     추천 : 0     분량 : 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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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 자는 어리석어도 여전히 선할 수 있으나, 악한 자는 지능이 있을 때에 진정으로 악할 수 있다. 악을 완성하는 것은 악이 아닌 머리이기 때문이다.

 

 - 막심 고리키(Maksim Gor'kii), 러시아 문호

 

 * * *

 

 강호무림(江湖武林).

 그곳은 생사를 넘나드는 승부의 세계이며 욕망을 실현하는 야망의 대지이다. 복수와 은원이 실타래마냥 얽혀있고, 일상의 법도는 무시되고 강호의 법이 우선시 되는 곳이다.

 힘을 얻으면 천하 위에 군림하지만, 낙오하면 차가운 대지 위에 피를 흘리며 몸을 눕혀야 한다.

 그래서 비정강호니 무정강호니 하는 말들이 생겼다.

 정파(正派)니 사파(邪派)니 마도(魔道)니 하는 말로 무림인들 간 분류를 하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볼 때는 모두 헛소리였다. 그들이 볼 때 무림인들은 모두 똑같은 ‘무법자(無法者)’ 들일뿐이었다.

 

 

 현 무림은 세 개의 커다란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른바, 정립지세(鼎立之勢)다. 세 개의 발을 가진 솥이 꼿꼿이 서 있는 모양새.

 여기에서 어느 하나의 발만 무너져도 천하의 정세는 급변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세인들은 솥의 세 발을 이루는 세 세력을 삼패(三覇)라고 부르고, 그에 맞춰서 현 강호를 삼패천하(三覇天下)라고 부른다.

 

 무림맹(武林盟).

 구파일방(九派一幇)과 중원오대세가, 그리고 수많은 강호의 중소정파가 모여 결성된 집합체.

 애초에 무림맹의 태동을 주도한 세력이 소림(少林)이었기에 그 본단 또한 소림이 있는 숭산(嵩山)과 가까운, 하남성(河南省)의 성도인 정주(鄭州)에 있다.

 무림맹 소속 정파들이 모두 뭉쳤을 경우에, 무림 최대의 세력은 말할 것도 없이 무림맹이다.

 하지만 무림맹의 율법상, 무림맹주는 매우 제한된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무림맹이라는 거대단체는 그에 의해 사유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의 무림맹은 정파의 상징적인 단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림맹과 무림맹주의 깃발 아래 무림의 모든 정파가 하나가 될 때가 있는데, 그건 중원이 외세에 침탈되었을 때이다.

 그때를 제외한 평상시에는 느슨하게 연결된 연맹체에 불과하며, 때로는 그 안에서 정파들끼리 치열한 암투와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천마성(天魔城).

 천여 년 전, 무림을 일통했던 천마(天魔)를 숭상하는 자들의 집단이며, 신강(新疆)에 위치해 있다.

 그들의 영향력은 사실상 천하 곳곳에 안 뻗치는 곳이 없지만, 겉으로 드러난 세력은 신강과 서장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상 무림 최대의 단일세력이며, 천마성주는 그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내일 당장에라도 천마성의 고수들이 청해(靑海)를 넘어 중원으로 쳐들어올 수도 있었다.

 단, 그럴 경우, 무림맹주가 무림첩을 돌려 즉각 반격에 나설 것이기에, 그들이 쉽게 준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집사전(集邪殿).

 삼패 중 가장 약세이고, 방문좌도(傍門左道)라 하여 천시를 받는 세력이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무림맹의 손을 들어주면 그 즉시 천하는 정파의 세상이 될 것이고, 그들이 천마성의 손을 들어주면 그 즉시 천마성이 천하를 차지하게 되는, 사실상 정립세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세력이 또한, 이들 집사전이다.

 비단, 그들이 무서운 건 줄타기의 명수여서만은 아니다.

 그들은 천하의 지하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막대한 자금력으로 암중에서 제한적이지만 관까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다.

 

 지난 백여 년간 이들 세 세력 사이에는 커다란 충돌이 없었다. 소위 말하는 평화시기였다.

 하지만 정립지세는 한쪽의 균형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불안한 형세다.

 사실 무림강호라는 이 솥은 지난 백 년간 끊임없이 삐걱거려왔다. 다만, 집사전의 위험한 줄타기가 그 평형을 잘 유지해온 것뿐.

 그런데 만약.

 이 솥의 발이 세 개가 아닌, 네 개라면 어떨까? 그것도 그 발이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솥의 한가운데에 있다면?

 그 가운데 발이 암중에서 균형을 유지해온 것이라면?

 세 발은 아마도 자기들만 있어도 균형이 유지되는 걸로 착각해왔는지도 모른다.

 얼핏 보기에 가운데 발은 잘 보이지도 않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같은 착각이 드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만약 가운데 발이 다른 세 개의 발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고 튼실하다면 다른 세 개의 발은 없어도 솥은 서 있을 수 있게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발이 정말로 있고, 그 발이 나머지 세 발을 합친 것보다 크고 튼튼하다면 말이다.

 

 * * *

 

 중원 어느 모처.

 어둡고 음악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지하공동이다.

 공동 한가운데에 커다란 단상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 붉은 장막이 처져 있다. 그 안에 누군가 있음이 분명한데 아무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장막 뒤에 있는 자가 이곳의 주인이라는 건 굳이 그의 얼굴을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단상의 주위에는 백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부복(仆伏)해 있었는데, 그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허나, 그들이 고수라는 것만은 명약관화(明若觀火)였다. 그들이 뿜어내는 무형의 기운이 지하공동 전체를 질식시킬 듯 뒤덮고 있었으니까.

 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저 장막 뒤의 인물은 누구인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렇게 대단한 고수들을 백 명씩이나 거느리고 있다는 말인가?

 무림의 최고봉이라는 소림에 이 정도로 많은 초고수들이 있을까? 아니면 단일단체로는 무림 최강이라는 천마성에 있을 수 있을까?

 아니, 그 둘을 모두 합친다 하더라도 불가능할 듯싶었다. 그 정도로 이곳에 모인 자들의 기도가 예사롭지 않았고, 그 수 또한 엄청났다.

 그들이 부복한 지 일다경(一茶頃)쯤 지났을 때였다.

 “정마대결(正魔對決)이 얼마나 남았지?”

 장막 뒤에서 드디어 목소리 한 줄기가 흘러나왔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젊은인지 늙은인지 모를 기괴한 음성이었다.

 “이제 2년 남았습니다.”

 그의 음성에 부복한 자 중 한 명이 대답했다.

 “2년이라……. 슬슬 대계(大計)를 시작할 때가 되었구나. 광운(狂雲).”

 장막 뒤의 음성은 대답을 한 자를 광운이라 불렀다.

 “예. 말씀하십시오. 무본(武本).”

 광운은 장막 뒤에 있는 자를 무본이라 칭했다.

 “제일계(第一計)를 시작하라. 지금 당장.”

 제일계. 앞서 대계를 언급했었으니, 이 제일계는 그 대계의 첫발을 말함이리라.

 “예, 무본. 지금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광운은 대답과 함께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가히 전율스러운 신법(身法)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광운과 같은 복색을 한 자가 아흔아홉 명이나 더 있었다. 아직 그들은 머리를 들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그들을 부리는 장막 뒤의 지존, 무본이 있었다.

 무본. 무의 근본. 이 얼마나 광오한 이름인가.

 무림이 그 역사를 시작한 이래 무황이니 천마니 무림지존이니 하는 대단한 별호를 쓰는 자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본(本)이라고 칭한 자는 없었다.

 과연 어느 정도로 대단한 자일까? 그저 광자(狂者)의 터무니없는 망상이라면 좋겠지만, 이곳에 머리를 숙이고 있는 아흔아홉 명의 절세고수들을 봤을 때, 분명 그 광오한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자임이 틀림없으리라.

 

 

 지금 막, 무림의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단체가 극비리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곳 무림, 아니 신무림온라인 최대 ‘버그’ 동봉수의 존재였다.

 

 솥은 세 개의 발이 있을 때도 서고, 네 개의 발이 있을 때도 서고, 심지어 한 개의 발이 있을 때도 선다.

 하지만 솥이 가장 잘 서 있을 수 있는 때는…….

 발이 없을 때, 그때가 가장 잘 선다.

 발이 없는 솥은 절대로 넘어지지도 않는다.

 동봉수에게 필요한 건 넘어지지 않는 솥이지 발 따위가 아니다.

 만약 길이가 맞지 않아 삐걱거린다면,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그것이 동봉수의 정립(鼎立)이다.

 

 * * *

 

 퍽, 쏴아악, 퍽, 쏴아악.

 봉양산의 깊은 산골에서 누군가가 삽질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도대체 누가 있어 저렇게 능숙하게 삽을 다루는가? 목수인가, 도공인가, 아니면 장공(葬工)인가?

 다 아니었다.

 그는 바로 산책을 나선 동봉수였다. 그의 옆에는 여느 때처럼 여로가 낮게 푸르륵거리며 무심한 눈길로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퍽, 쏴아악, 퍽, 쏴아악.

 산 중에 일정하게 울려 퍼지는 삽질 소리가 동봉수만큼이나 기계적이고 무정하다.

 이름 모르는 누군가의 무덤을 파고 있는 이 와중에도 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삽으로 한 번 팠을 때에 찌르기 숙련도가 얼마만큼씩 증가하고 있는가. 또, 판 흙을 옆으로 던질 때 던지기 숙련도가 얼마만큼씩 증가하고 있는가.

 그의 뇌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퍽. 삽이 땅속에 깊숙이 박힌다. 찌르기 숙련도 0.031% 증가.

 쏴아악. 흙이 삽을 떠나, 옆에 높게 쌓인 인공산으로 날아가 산의 높이를 그만큼 더 높게 한다. 던지기 숙련도 0.031% 증가.

 퍽, 쏴아악, 퍽, 쏴아악,......

 동봉수의 동작은 오랫동안 그 자세 그대로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삽질이 드디어 멈췄다.

 동봉수의 시선이 깊게 파인 구덩이 아래로 향했다. 그의 삽질을 멈추게 한 범인이 그 몸체를 흙 밖으로 징그럽게 드러내놓고 있었다.

 하얗고 단단한, 살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그 몸체. 바로 뼛조각이었다.

 그것은 이제 시체를 묻기에 적당한 깊이가 되었다는 일종의 ‘이정표’였다. 그 이정표 옆, 보이지 않는 흙 속에는 수십 구의 시체들이 저런 식으로, 하얗고 징그럽게 썩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곳은 동봉수가 조성한 묘지였다. 아무런 비석도, 봉분도 없지만, 그를 무명협객으로 만들어준 경험치들, 그중에서도 다른 이들보다 처참하게 죽은 자들의 묘지다.

 불에 타서 죽은 시체, 반토막이 나서 내장이 모두 쏟아진 시체, 사지가 찢어져 죽은 시체 등등.

 그가 굳이 저들을 이곳에 와서 묻은 이유는 간단했다. 우연히 얻은 가면이었지만, 언제라도 꺼내서 다시 쓰면 그럴듯한 가면. 그 가면, 무명협객이란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명색이 협객이라고 불리는 자가 너무 잔인하게 적을 죽이면 안 되지 않겠는가. 그에 동봉수는 지저분하게 죽은 흑객들의 시체를 이곳에다 묻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처음에 이곳에 묻힌 자들은 장호와 왈짜들이었다.

 후두둑.

 묘지에 다시 십여 구의 시체가 추가되었다. 이들은 동봉수의 레벨이 6에서 7이 되게 해준 고마운 녀석들이다.

 가장 마지막에 투척된, 덩치의 반쪽 밖에 남지 않은 얼굴에는 아직까지 괴상망측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죽은 지 한참 지난 아직까지도 상당히 억울한 모양이다.

 그 얼굴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듯했다.

 

 [불공평해. 씨발! 불공평하다고!]

 

 무엇이 불공평하다고 하는지 동봉수는 알지 못했다. 그에게 그런 외침은 그저 공허한 헛소리에 다름이 아니었으니까.

 동봉수의 생각에 이 세상은 무척 공평했다. 이 전에 살던 세상도 그랬고, 지금 살고 있는 이곳 무림도 공평했다.

 저 자가 죽어서도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건 착각일 터.

 이 세상이 공평한 건.

 모든 이에게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너에게나 나에게나, 누구에게나 말이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말이다.

 저 자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건, 그 죽음이라는 게 자신한테 좀 더 일찍 찾아왔다고 느꼈기 때문일 테지.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죽음은 찾아온다.

 세상은 그래서 언제나 공평하다.

 그것이 그가 세상을 공평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유였고, 마음껏 세상을 죄책감 없이 유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퍽, 쏴아악, 퍽, 쏴아악.

 죽은 자들의 얼굴에 흙이 쌓여갔다. 규칙적인 삽질 소리가 다시금 산속을 아련하게 울린다.

 하나 둘 무명협객의 ‘마지막 협행’의 흔적이 지워져 갔다.

 퍽, 쏴아악, 퍽, 쏴아악,......

 이제 이걸 끝으로 무명협객은 한동안 세상에서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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