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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싸이코패스 in 무림
작가 : 곤붕
작품등록일 : 2016.4.1
싸이코패스 in 무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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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강자들의 세상, 무림 온라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장치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로그아웃에 실패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접속 해제를 시도하시겠습니까? [Yes or No]

다시 가상의 현실로 돌아가려 했을 때.
새롭게 로그인 한 곳은 ""진짜 무림""이였다.
사신의 실수로 무림에 떨어진 희대의 싸이코패스.
음모와 악의가 가득한 무림에 도봉수, 그의 무정한 이빨이 드리운다…"

 
3. 진화(進化) (3)
작성일 : 16-08-26 16:37     조회 : 783     추천 : 1     분량 : 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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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봉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고개는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겁을 먹은 모습 그대로였다.

 “난 세 번 묻지 않는다.”

 장호는 그렇게 말하며 동봉수의 팔을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럼 죽여. 뭐하러 세 번씩이나 묻나?”

 기복이 없는 음성이었다. 만약 목소리에 고저가 있었다면 모든 높이가 똑같은 음성이 바로 이 목소리이리라.

 기계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이런 음성을 낼 수 있을까? 동봉수가 아니라면 누구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은 동봉수가 무림에 온 이후 누군가에게 한 최초의 말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그다웠다. 그 말의 내용뿐 아니라, 그 결과 또한 당연히 그다웠다.

 “응!? 너 말을?”

 장호는 벙어리로 알고 있던 소삼이 갑자기 말을 하자, 살짝 당황했다.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그 작은 틈, 그거면 동봉수에게 충분했다. 동봉수가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푹.

 도대체 언제?

 동봉수의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칼이 끼어있었다.

 “어, 어떻게…….”

 그 칼날이 장호의 목 한쪽을 완전히 꿰뚫어 살을 파고들었고, 날카로운 단검의 끝 부분이 반대쪽 목으로 삐져나와 핏물과 함께 기괴하게 번뜩였다.

 우두둑.

 동봉수는 어떻게라고 묻는 장호의 목을 잡고 그대로 부러뜨렸다.

 “나도 몰라.”

 장호는 목숨을 잃으면서도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지 계속 끄윽끄윽 거리며 피거품을 입 밖으로 뿜어냈다.

 그의 눈은 입에 칼을 물고 어떻게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동봉수의 입에는 이미 칼이 없었다. 그건 이미 인벤토리 속에 있었다.

 “그냥 되더라고 이렇게.”

 그 순간이었다.

 동봉수의 몸에서 기이하고 신비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성광(聖光). 동봉수에게 어울리지 않게 지극히 성스러운 빛이었다. 동봉수 평생 동안 본 적이 없을 듯한 그런 장면이었다.

 하지만 동봉수는 이미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무림 온라인에서 이런 빛을 경험했었다.

 레벨업.

 동봉수는 드디어 신무림 온라인에서 그 첫 번째 진화(進化)에 성공했다.

 

 “…….”

 레벨업의 순간 골목에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히, 히이익!”

 왈짜들이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로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장호의 죽음과, 방금 골목 안에 퍼져 나간 잔인할 정도로 하얀빛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타박.

 동봉수가 한 발짝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에 왈짜들도 뒤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뒤는 그들에게 그 한 발도 허용하지 않았다. 뒤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웃는 것인가.

 동봉수의 입이 살짝 벌어지며 하얀 이가 드러났다. 그의 전진이 다시 개시되었다.

 가장 먼저 아직까지 부러진 팔을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는 도팔두가 동봉수에게 걸렸다. 그는 발을 높이 들어 그대로 도팔두의 목을 짓밟았다.

 뿌득 빠드득.

 목뼈가 바스러지는 괴음과 함께 도팔두는 그대로 이승을 하직했다.

 “쳐, 쳐, 쳐!”

 도팔두가 죽는 모습을 본 왈짜들은 공포에 질린 와중에도 살기 위해 일제히 동봉수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동봉수는 인벤토리에서 도를 하나 꺼냈다. 아까 단검도 그렇고, 인벤토리 안에 든 모든 무기들은 마칠의 병고공 일을 도와주며 몰래 사놓거나 빼돌린 것이었다.

 사악.

 그의 도가 무자비하게 공기를 갈랐다.

 퍼억.

 가장 앞에 달려오던 왈짜의 목에 도가 반쯤 박혔다. 너무 오래간만에 무기를 휘둘렀더니 한 번에 깔끔하게 목을 베지 못한 것이었다. 동봉수는 바로 도를 버리고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는 단검의 날이 아래로 향하도록 쥐고는 그대로 왈짜들 안으로 뛰어들었다.

 팍, 삭!

 “끄, 끄아아악!”

 그의 단검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왈짜들의 동맥이 끊어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동봉수는 무공을 몰랐지만, 싸움에 있어서만큼은 달인이었다. 그는 현대 지구에 있는 거의 모든 격투기에 통달할 만큼 강자였다.

 맨주먹 싸움, 관절기뿐 아니라, 십팔반(十八般) 무예에도 능했다. 그가 다룰 수 있는 무기는 무궁무진했다.

 여의치 않으면 중화권 영화배우 성룡처럼 주변 모든 집기를 무기로 활용하는 응용력까지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동봉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에게는 싸움에서 가장 방해되는 것이 없었다. 바로 자비심. 그것이 그에게는 결여되어 있었다.

 동봉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반칙? 치사? 비겁? 그에게는 애초에 그런 관념이 없었다.

 상대를 제압하고 죽일 수 있다면 그런 것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으아악!”

 동봉수의 잔인한 춤은 모든 왈짜들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춤이 마지막, 단 한 명이 남았을 때 멈추었다.

 그의 살무(殺舞)가 멈춘 후에 장내에는 시체와 피, 그리고 혈향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으으으으…….”

 그는 왜 한 명을 살려둔 것일까?

 동봉수는 마지막 남은 왈짜의 목에 단검을 대고는, 다른 한 손으로 뒤에 자빠져있는 시체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은 뭐하는 놈이지?”

 “자, 장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왈짜는 벌벌 떨면서도 바로 대답했다. 혹시나 살려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것이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래. 장호는 뭐하는 놈이지?”

 “흐, 흑사회 소속 조직원입니다…….”

 “흑사회? 그게 뭐지?”

 “보, 봉양 뒷골목을 주름 잡는 흐, 흑단 중 하나입니다.”

 동봉수는 흑단이라는 이름에서 그게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왈짜들은 그냥 양아치들이었다. 흑단은 아마도 그들보다 훨씬 전문화된 건달집단일 것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조직폭력배쯤 되겠지.

 그는 이름만 듣고도 쉽게 흑단에 대해 유추해냈다.

 동봉수는 이후 왈짜에게 흑사회와 흑단에 대해 몇 가지 더 물은 다음 그를 죽였다. 왈짜는 살려달라는 말 한 번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어차피 살려주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리 억울하지는 않으리라.

 동봉수는 일을 모두 끝낸 후 시체들을 모두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옷을 벗어 대충 바닥의 피를 닦아냈다.

 이어서 인벤토리 안에 준비되어 있던 하얀 천들을 꺼내 나머지 피까지 모두 닦아냈다.

 그런데,

 왜 피는 인벤토리에 넣지 않고 닦고 있을까? 그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동봉수는 인벤토리의 존재를 안 순간부터 꾸준히 그 능력을 개발해왔는데, 아직 액체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는 없었다.

 잠시 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겉보기에는 피의 흔적을 찾아낼 수 없을 정도까지 피를 닦아냈다.

 아마 현대 법의학에서 사용하는 수사용 약품인 루미놀 시약이나 과산화수소수를 뿌려보기 전에는 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게 이 세계에 있을 리가 없었다.

 이곳에서 살인이 벌어졌다는 걸 알아내기에는 이곳의 수사력과 법의학이 충분치 않으리라.

 뒷정리를 끝낸 동봉수는 인벤토리에 넣어둔 새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그의 용의주도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그는 항상 살인을 대비했다. 이러한 용의주도함이, 예기치 못한 사건도 그에게 걸리면 대부분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변하는 이유였다.

 이제 장내는 깨끗해졌다. 언제 이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있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벙어리 마아삼으로 돌아가 여로를 데리고 골목을 벗어났다.

 산책이 다시 시작되었다.

 동봉수는 산책로의 마지막에 있는 봉양산에 도착해 시체들을 모두 처리했다.

 이곳에서 말하는 화골산(化骨散)이라는 게 있었다면 훨씬 깨끗하게 처리했겠지만, 어차피 그런 게 없어도 괜찮았다. 동봉수는 이런 일에 전문가였다.

 시체를 처리하는 데에 굳이 그런 게 필요하지는 않았다. 아니, 설사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효능이 좋은 물건이라면 무기로도 효용이 높을 터인데, 뭐하러 시체 따위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겠는가.

 곧 시체들은 산중 은밀한 어딘가에 묻혔다. 그 모든 걸 여로는 바로 옆에서 지켜봤지만, 무심했다. 여로에게 동봉수는 무서운 야수였지만, 자신에게 밥을 주는 그럭저럭 친근한 주인이었다.

 동봉수는 여로의 코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는 오늘 여러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가장 중요한 건 흑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었다. 마침 무림인과 일반인 사이의 레벨업용 사냥감을 찾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알아냈다. 목표가 정해졌다.

 흑단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오늘부터 자살역병은 사라질 테니까.

 그다음 알아낸 사실은 레벨업을 했을 시의 특징들이었다.

 우선, 레벨업과 동시에 그 전에 입고 있던 상처가 모두 회복되었다.

 지금 동봉수의 몸에는 장호가 나타나기 전 왈짜들에게 맞아 생긴 상처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것은 상당히 이용가치가 있는 정보였다.

 만약 레벨업이 임박한 순간이라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아직 실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심장이나 뇌에 손상이 갔을 경우에도 회복이 될지도 몰랐다.

 그다음의 특징은 빛이었다. 레벨업과 동시에 골목 안을 가득 메우던 그 빛.

 하지만 이 특징은 레벨업의 단점이었다. 그 빛은 보기에만 현란할 뿐, 위험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했다.

 사냥감들 사이에 숨어있는 사냥꾼은 평범해야 한다. 남들과 가장 비슷하고 구별이 되지 않을 때 비로소 최고의 사냥꾼이 될 수 있다.

 자신들과 동봉수가 다르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 그들은 동봉수를 배척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그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는 인벤토리를 이용한 살법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걸리면 안 된다.

 이 때문에 레벨업은 반드시 사냥이 끝나는 시점, 혹은 사냥감만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누구의 눈도 미칠 수 없는 그런 곳에서 말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었다.

 동봉수는 앞으로 더욱 더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은 아직도 이 신무림 온라인에 대해서 거의 몰랐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불시에 일어났다. 만약 장호가 좀 더 신중하거나, 조금만 더 강한 자였다면 오늘 크게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이제는 벙어리라는 보호색만 가지고는 더 버텨내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빠르게 강해져야만 한다.

 오늘은 그걸 확인한 날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당장 확인해야 할 것이 많았다.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복습해야 했고, 레벨업으로 인해 생긴 능력에 관해서 확인도 해야 했다.

 레벨업은 말 그대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더 강해졌다는 뜻.

 동봉수는 사실 지금도 느끼고 있었다. 레벨이 2가 됨으로써 자신이 강해졌다는 걸.

 이전보다 몸이 가벼워졌고, 힘도 더 세졌다. 정확히 수치화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더 강해졌다.

 과연 어떠한 능력이 더 생긴 것인가?

 “히히힝!”

 여로도 궁금했는지 한마디 한다. 빨리 돌아가자고.

 동봉수는 그런 여로의 코를 한 번 더 쓰다듬고는 빠르게 산에서 내려갔다.

 그런 그의 눈앞에 이런 홀로그램 메시지가 떠 있었다. 반짝이는 홀로그램은 군데군데 부서지고 찢겨 있어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무림 온라인 시스템에 Critical ERROR 가…… 발생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 지장은 없겠지만…………습니다.]

 

 점점 재미있어지는 신무림 온라인이었다.

 동봉수의 입이 살짝 벌어지며 새하얀 이가 드러났다.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웃을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아주 가끔이지만 웃을 일이 생겼다. 아주 가끔이지만 말이다.

 단리세가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갈수록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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