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칠은 점소이의 말투에 기분이 나빴지만, 더 따지지 않고 객잔 이 층으로 올라갔다.
점소이는 객잔 내에서 일하는 다른 점소이에게 얘기해 초선을 마칠의 방으로 들여보내라고 하고는 다시 객잔 밖으로 나왔다.
그 잠깐 새 새로운 손님이 입구에 와 있었다. 그는 점소이도 일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사내였다.
꽤 멀쩡해졌지만, 여전히 추레한 몰골의 남자. 봉양에 사는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그 이름, 아니 별명을 들어서 아는 가장 밑바닥의 인간이었다.
바로 소삼이었다.
“무슨 일이야?”
점소이는 소문을 들어서 소삼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대답을 하지 못할 걸 알고 일부러 그렇게 물은 것이다.
봉양객잔 근처에 이런 놈이 얼쩡거리면 다른 손님들이 꺼릴 수도 있어서 미리 쫓아낼 생각이었다.
이 모든 불친절은 당연히 소삼이 봉양객잔의 손님일 리 없다는 판단에서 취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었나 보다.
소삼, 아니 동봉수는 실없는 미소를 흘리며 엽전 몇 닢이 든 주머니를 점소이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침을 질질 흘리며 말했다.
“애……애…….”
점소이는 그게 뭘 말하는지 금방 알아들었다. 피식. 점소이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손짓으로 봉양객잔의 입구를 가리켰다.
“새끼 꼴에 남자라고. 들어가.”
“…….”
“이 층 끝에서 두 번째 방에 가 있어. 금방 앵앵이 갈 거야.”
동봉수는 더 이상의 웅얼거림 없이 봉양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점소이가 가볍게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오늘부터 마칠이랑 저놈이랑 구멍동서로군.”
동봉수가 배정받은 방은 바로 마칠의 옆방이었다.
“헉헉.”
“아흑!”
마칠의 하체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초선이 보조를 맞춘다. 마칠이 초선의 엉덩이를 치면 초선이 잠깐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돌아왔다.
찰싹.
살과 살이 부딪히는 육감적인 소리. 마칠은 공이, 초선이 절구가 되어 방앗간운동이 계속되었다.
마칠의 바짝 성난 양물이 초선의 엉덩이 아래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초선은 숨이 넘어갈 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달뜬 교성을 마음껏 뽐냈다.
“하아아앙!”
시간이 지날수록 마칠의 움직임은 점점 격렬해져 갔다. 이제 누가 봐도 절정이 멀지 않은 상황.
슥.
그런 그의 뒤로 그림자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마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극락이 눈앞인데 어디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나 있겠는가.
“훅훅! 좋아? 좋지! 좋아 죽겠지?”
“조, 좋아! 아아! 더, 더!”
초선도 마칠과 함께 서방정토(西方淨土)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럴 때는 천지가 무너져도 모르는 법. 그녀 역시 그림자의 존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림자는 천천히 양손에 쥔 천을 마칠의 머리 위쪽에 드리웠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컥!”
마칠이 눈치챌 틈도 없이 그의 목을 천으로 감아 돌렸다. 마칠의 동공이 커졌다. 하지만 그의 비명은 단 한 톨만이 새어나왔을 뿐.
초선의 엉덩이를 잡고 돌리던 그의 양손이 그림자의 손을 붙잡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칠의 핏발 선 동공이 점점 위로 올라가며 이내 검동자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의 온몸이 떨려왔다. 그 덕분에 초선은 더 빨리 절정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진동자(振動子)처럼 초고속으로 떨리는 마칠의 하반신에 초선은 아주 자지러졌다.
“아아악! 아…….”
그것이 바로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움직임이라는 걸 초선은 몰랐다. 급기야 초선의 눈에 힘이 풀렸다. 그 정도로 마칠의 마지막 떨림은 대단했다.
그의 급격한 떨림이 이내 멈췄다. 그러자 그림자가 무릎으로 마칠의 허리를 압박했다. 그리고는 마칠이 했던 것과 꼭 같은 반동을 시작했다.
“아흐흑!”
초선의 몸이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림자의 무릎 반동은 초선의 엉덩이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었다. 그의 무릎이 앞으로 가면 마칠의 허리가 앞으로 가며 초선의 하체를 거칠게 두드렸다.
“아아악!”
그림자, 동봉수는 쉬지 않고 계속 무릎을 움직였다. 이미 마칠의 목은 완전히 꺾여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양물(陽物)은 달랐다.
딱딱하게 굳은 쇠꼬챙이.
바로 강철몽둥이 그대로였다. 사후경직이 가지고 온 완벽한 남근에 초선은 미칠 수밖에 없었다.
“악! 꺄악! 나 죽어!”
환희의 비명을 내지르는 초선을 내버려둔 채 동봉수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뭔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상태에서 잠시 동안 그의 무릎과 초선의 성교는 멈추지 않았다.
얼마 뒤.
“아아악!”
초선이 격렬히 몸을 떨며 생애 다시 없을 절정을 느끼는 바로 그때.
동봉수는 확인하던 일을 끝내고는 마칠의 목에 감긴 천을 풀어 초선의 목을 감았다.
우두둑.
짧은 소음과 함께 가녀린 그녀의 목이 제 위치를 잃고 덜렁거렸다.
“끅.”
초선은 지지로도 운이 없는 여자다. 오늘 마칠이 뜬금없는 변덕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죽는 여자는 초선이 아닌 앵앵이었으리라. 그녀는 달뜬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이승을 하직했다.
그나마 그녀에게 다행이라면 서방정토에 간 시점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혹시 아는가. 그대로 서방정토에 남아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될지.
동봉수는 아까 마칠을 죽였을 때처럼 허공을 바라보며 뭔가를 확인했다. 그건 바로 경험치 변화를 확인하는 행동이었다.
경험치 바에는,
변화가 있었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분명히 바(Bar)에 노란색 게이지(Gauge)가 차 있었다.
거의 티끌 정도 수준이었지만, 이전까지 아무 변화가 없었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곤충과 쥐는 경험치가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달랐다. 만약 오늘의 살인으로 경험치 변화가 없었다면, 동봉수의 이후 행보는 완전히 달라졌으리라.
하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그 경험치 양이 너무도 적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강함에 따른 경험치의 양이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확인에 실패했다.
마칠과 초선을 죽일 때 시간차를 준 이유도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초선은 극락왕생(極樂往生)할 수 있었다.
어쨌든 동봉수의 안력으로는 그 차이를 구별해낼 수 없었다.
동봉수는 둘의 시신을 지붕과 기둥 사이를 떠받치는 들보에 매달았다.
이제 둘은 자살한 것이 되었다. 사실 동봉수는 이 둘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담아 다른 곳에 내다 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냥 자살로 처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쪽이 뒤탈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그렇게 일을 끝마친 후 벽으로 다가갔다. 벽은 호피무늬가 멋지게 수놓아진 천이 발처럼 늘어져 있었다.
촥.
동봉수가 천을 걷었다. 111111……자 형으로 주루룩 연결된 나무기둥으로 된 벽이 나타났다. 그런 식으로 나란히 선 나무기둥들이 들보를 떠받치고 있었고, 들보는 또 ‘ㅅ’모양의 천장을 떠받들고 있었다.
이곳 봉양에서는 대부분 집이 이런 식의 조립식 건물로 지어져 있었다. 나무기둥 곳곳에 홈을 파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해 쌓아올리는 설계공법이었다.
이런 모양의 주택에서는 나무기둥 한두 개가 빠진다 하더라도 천장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맨 마지막 나무기둥 하나가 없었다.
거기에는 나무기둥 대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 크기의 구멍이 생겨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달랑 저 기둥 하나만 빼내는 건 불가능했다. 조립식 집은 정교한 레고블럭과 같다.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하나씩 뜯어나가지 않고 가운데 하나를 없애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동봉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반인반캐.
이곳의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도 그는 해낼 수 있었다.
동봉수는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한 발을 디뎠다. 이제 그는 마칠의 방이 아닌, 그 옆방에 서 있게 되었다. 이로써 그는 완벽히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어차피 이미 사건은 마칠과 초선의 자살로 종결될 상황이었지만, 설사 누군가 그들이 살해당했다고 의심한다 하더라도 범인을 찾을 수는 없으리라.
이제 곧.
퍽-.
저 방은 밀실(密室)이 될 테니까.
가벼운 음향과 함께 비었던 구멍에 다시 나무기둥이 생겼다. 이 기술은 사실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기둥을 뽑는 건 기둥 간 아교칠 같은 것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 별문제가 없었지만, 다시 끼우는 건 상당히 정교한 ‘인벤토리 컨트롤’이 필요했다. 인벤토리에서 빼낼 때, 단 한 번에 모든 이음매에 맞게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동봉수는 지난 몇 달간 정교한 인벤토리 사용법을 연마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인벤토리가 앞으로 그에게 무한한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이번 일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누구도 마칠과 초선이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게 되었다. 밀실자살이든 밀실살인이든 어느 쪽이든지 상관없다. 죽은 자만 있을 뿐, 죽인 자는 없다. 살인자가 스스로든 타인이든 말이다.
동봉수는 방 가운데 가서 앉았다.
그는 조금 전 신무림 온라인의 또 다른 법칙을 확인했다.
사람은 경험치였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경험치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업을 할 수 있다. 레벨업을 하면 강해진다. 강해지면 보다 수월하게 사냥을 할 수 있다. 사냥이 수월해지면 더 빨리 경험치를 쌓을 수 있게 된다. 경험치가 쌓이면……
무한한 ‘선순환(善循環)’이 일어난다. 물론, 이는 무림에는 무한한 ‘악순환(惡循環)’이 될 테지만.
이로써 동봉수에게 새로운 살인의 동기가 부여되었다.
드르륵.
이때 문을 열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인, 앵앵이 한 상 거하게 차려서 방으로 들어섰다. 이는 동봉수가 마칠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시킨 일이었다.
음식들에서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그 모습이 마치.
살인마의 적응(適應)을 축하하는 것처럼 보였다.
축제가 시작되었다.
“아아흑!”
동봉수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 맞춰 앵앵의 엉덩이가 파도처럼 일렁였고, 교성이 끈적하게 방을 덥혔다.
동봉수의 섹스 테크닉, 이곳 말로 하면 방중술(房中術)은 가히 천의무봉(天衣無縫)이었다. 성에 관해서 만큼은 이곳, 무림이 현대지구를 따라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동봉수는 살인에 필요한 모든 기술에서 전문가였다.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앵앵은 오늘 운이 좋았다. 죽을 운명을 비켜갔으며, 산 채로 극락을 구경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동봉수의 허리가 기묘하게 돌아가며 앵앵의 성감대를 폭풍처럼 두드렸다.
“흐으윽!”
앵앵이 인생에 다시 없을 절정을 느끼며 자지러진다.
하지만 만약 앵앵이 지금 고개를 돌려 동봉수의 눈을 쳐다봤다면 몸에 올랐던 열기가 한순간에 식었으리라.
동봉수의 눈은 고요했다. 마치 죽은 자들이 건넌다는 삼도천(三途川)의 수면처럼 낮고 고요하고 음악(淫惡)했다.
그 섬뜩한 모습에 하늘도 놀랐는지, 갑작스레 천둥이 쳤다.
콰과광!
이어서 비가 쏟아졌다.
오늘은 동봉수가 이곳에 온 이후 최초로 살인과 섹스를 한 날이었다.
그 ‘끔찍한 적응’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늘도 울고 있었다.
* * *
신무림 온라인 제 2법칙 : 동봉수는 신체 어느 부위와 직접적으로 맞대고 있는 어떤 물건이라도 인벤토리 안에 넣을 수 있다(단, 그 크기가 인벤토리보다는 작아야 하며 생물이 아니어야 한다.).
신무림 온라인 제 3법칙 : 곤충과 동물(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쥐 이외의 다른 동물 실험 필요)은 경험치가 없고, 인간을 죽이면 경험치가 오른다(강함과 약함에 따른 차이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