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이네 집을 나와 집으로 가고 있는 도중 윤주의 핸드폰이 울렸다.
-내 편
윤주는 올라간 입꼬리를 한껏 더 올리며 민준의 전화를 받았다.
"아직 안 잤어?"
지금 시간 12시쯤 다음날 출근을 하기 위해서라면 자야 하는 시간이었다.
"네가 아직 안 들어갔잖아"
"혹시 연락 기다렸어?"
"약간? 근데 내가 신나게 놀고 집에 들어가서 연락하라고 했으니까"
"오늘 좀 정신없이 놀았어"
"그랬겠지 서린희가 나타났으니까"
"신경 쓰기 싫은데 계속 신경 쓰여"
"한때 너를 엄청 괴롭히던 상대니까... 너 걔 때문에 엄청 힘들어했잖아
동아리 갔다 오면 머리싸메고 엎드려서 이해해보려고 하고
애들한테 힘든 거 말하면 친구 관계 꼬인다고 말도 못 하고
그러다 김수영이랑 김시은한테 차례로 걸려서 혼나고
서로 부둥켜 울고 서린희랑 싸우고 또 울고"
"그랬었지..."
3월의 초 아직 밤공기가 많이 차가운지 윤주가 그때를 회상하며 한숨을 쉬자 하얀 입김이 나왔다.
금방 사라지는 이 입김처럼 서린희의 이렇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윤주는 갖고 있었다.
"요새도 힘들어?"
"조금?"
"왜?"
"내가 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서린희는 예전처럼 지내야지 지가 수영이랑 시은이랑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그러고 수영이랑 시은이는 다시 걔랑 친해질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우리 반 부담임인데
나랑 걔랑 사이가 계속 이렇게 진행되면 반 진행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친하게 지내야지 싶어도
수학 정할 때 걔가 한 행동 보면 절대 아니거든"
"일단 친구 관계는 김시은이랑 김수영한테 맡기는 게 맞는 거 같고 문제는 반 진행인데
부담임이 하는 일이 많나?"
"이제 조금 있으면 다음 달 초에 있는 체육대회 말 나올 거고 그 다음 달에 수학여행 있지
그다음 달에는 1학기 소풍 있지 그리고 여름방학 때는 보충 끝나면 작년처럼 캠프 같은 거 해야지
그리고 2학기 되면 2학기 소풍 있고 겨울방학 때 애들 고3 올라가기 전에 펜션 잡아서 제대로 한 번 놀러 갈 거고
종업식 날 애들이랑 회식 한 번은 해야지 그래도 2년 동안 같이 지낸 아이들인데"
"은근히 많았네... 우리 학교 다닐 때 부담임 선생님은 은근 무늬만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도 그랬는데 은근 같이 한 일이 많았더라고"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응?"
"반 진행이랑 친구 관계 다 떠나서"
"솔직히 난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지냈으면 좋겠어"
"그럼 그렇게 지내면 되는 거 아니야? 원래 담임 선생님이랑 부담임 선생님이 입사 1, 2년 만에 아는 사람 만나서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
"희박하지"
"그럼에도 학급 운영 잘 되는 케이스들이 대부분이야"
"그렇지"
"그러니까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
윤주는 민준의 말을 듣자 무언가 체해서 일주일 넘게 고생하다 이온음료인 줄 알고 마셨던 음료수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탄산 음료수라서 체기가 싹 내려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