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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작님이 너무해!
작가 : 패티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7.11.1

[마법천재여주/기사되려는여주/내가최고야여주/여주바라기남주/공작남주/집착남주/그런데여주는남주가좋아하는걸모르고]

"이 정도 스펙으로 잘도 우리 기사단에 지원했군 그래."

"네? 뭐라구요?"

"체력 중하, 전술전략 중, 실용마법 중. 그나마 봐줄 건 물에 대한 마법인가. 기사단이 어린애 장난인 줄 아나?"

기사가 되고 싶은 천재마법사 여주가 여주가 다칠 세라 어화둥둥하려는-나름-남주의 마수를 피해 기사로 성장하는 이야기.

"하. 감히 나를 까. 이 로지 카펜샤를? 제국 내로라하는 상단과 황궁에서도 모셔가려 하는 이, 나를?"

 
시작은 하녀부터
작성일 : 17-11-06 23:44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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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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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마무리가 폭풍 같았던 저녁식사자리가 끝나고, 로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방에 도착한 뒤였다. 제가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지, 과연 걸어오긴 했는지 기억하려 해봐도 이미 가출했던 넋은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둘 만의 식사에서 혹시 어떤 두근두근한 일이라도 일어나진 않았을까 궁금해 발만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에밀이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뛰어왔다. 에밀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로지님! 공작님과의 식사는 어떠셨나요? 어떤 얘기를 하셨나요?”

 

 “어, 그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뭔가 아주 이상한 결말을 봤던 것 같기는 한데…….

 

 

 반응 없는 로지의 곁에서 ‘어쩜.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라고 중얼거리며 에밀이 전혀 장르가 다른 상상을 시작했지만 로지는 눈치 채지 못했다.

 

 

 

 사실, 로지는 언제나 끝마무리가 어설펐다. 금세기에 한 획을 그을만한 마법적 발견을 처음 발표하려 했을 때나 전국적으로 실시한 마법기술대회에 나갔을 때도, 그녀가 수상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막판에 가서 고꾸라졌었다.

 

 

 그때마다 능력적인 면에선 금세 추월해버린 그녀의 동기들도, 아카데미의 교수들도, 제마련의 위원들도 그녀에게 곧잘 한마디를 보태곤 했다.

 

 

 로지. 너는 좀 덜렁이라, 항상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단 말이야.

 

 

 

 물론,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절치부심해서 그 다음 해에는 발견한 매커니즘에 그녀의 이름을 붙일 수 있었지만.

 

 

 요지는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서 그녀는 원하는 일을 순탄하게 진행한 적이, 의외로, 별로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머리가 아까전의 상황을 아주 천천히 재생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일단 내가 다시 한 번 입단시켜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에 대해 공작님께서, 공작님이, 그가, 그 자식이(?) 나보고 하녀를 하라고…….’

 

 

 

 빠드득, 여린 체구의 잇새에서 나왔다곤 생각하기 힘든 과격한 효과음에 두 손을 부여잡고 볼을 붉히던 에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로, 로지님?”

 

 

 하녀부터 시작해서 잘 하는 지 봐서 기사를 시켜준다고? 이보소. 기자 양반. 이거야 말로 꿈 많고 갈 곳 없는 불쌍한 청년들의 고혈을 쪽쪽 뽑아먹는 열정 페이의 총본산 아니오!

 

 

 지금의 심경이라면 로지는 카이젠 공작가고 카지르 공작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신문사에 악덕 업주 K의 행태를 고발하는 편지를 보낼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내 준비가 미흡했던 점은 없다고. 에휴, 아까 공작님이 말씀할 때 그건 안 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어야 하나…….’

 

 

 

 “에밀. 나 사실 공작님과의 저녁 식사에서,”

 

 

 로지가 에밀에게 공작의 제안을 이야기하려던 순간이었다. 문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로지님, 안에 계십니까. 집사 알렉스입니다. 공작님의 전언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그 전언 이미 뭔지 알 것 같으니 넣어두시면 안 될까요.

 

 

 

 ‘뭐가 이렇게 빨라. 저녁 식사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더 떨어질 곳도 없다고 생각했던 처지가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아주 바닥으로 처박힐 운명에 처했다.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이 벌여놓은 일들이 생각나 로지는 그만 아찔해졌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멀뚱히 서서 고개만 모로 기울인 에밀을 슬쩍 바라본 로지가 마른침을 삼키며 들어오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자못 비장했다.

 

 

 

 

 

 

 

 알렉스는 처음에 자신이 잘 못 들은 줄 알고 ‘예?’ 라고 되물을 뻔 했다. 하지만 그는 일류 중의 일류 집사. 집사라면 모름지기 평생에 세 번만 주인의 돌발 행동에 당황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번은 오늘 오전에 집무실 책상에 앉은 공작의 모습을 본 것으로 써버렸다. 그는 고도로 훈련된 자신의 입꼬리 근육을 움직여 태연함을 가장하는 데 성공했다.

 

 

 “예? 뭐라구요?”

 

 

 하지만 그의 노력이 헛되게도 다른 곳에서 질문이 튀어나왔다. 주범은 공작의 충실한 보좌관 제이든 바밀러였다. 그는 상당히 불손한 눈빛으로, 그것은 ‘머리 다쳤어요?’ 라는 신호를 담은 눈빛이었다,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공작의 필체와 꼭 닮은 사인을 서류에 찍어내듯 쓰고 있는 게 대단했다.

 

 

 “아니, 그녀가 오기 전에는.”

 

 “로지님.”

 

 “아, 네에-. 로지님이 오기 전에는 멀쩡한 관사며 연병장을 싹 다 허물고 새로 짓더니만 막상 오니까 입단 시키지 않겠다고 하질 않나. 어쩌다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미운 소리만 골라 해대면서 어떻게 꼬셔야 되냐고 저를 들들 볶더니 이제는 갑자기 하녀로 취직 시키겠다고요?”

 

 

 치안이 좋지 않은 분쟁지역에서 태어나 뒷골목을 전전했던 경력이 있는 제이든은 말투에 거침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필사를 잘해 위조문서를 만들면서 밥 벌어먹고 살다가 그가 살던 곳이 국지전 한복판이 돼버려서 순식간에 집도 직장도 잃은 그였다. 위조문서 만들던 능력이 공작의 눈에 띄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한 번 죽을 뻔 했던 목숨이라 그런지 제이든은 종종 심장이 아홉 개는 있는 것처럼 굴었다.

 

 

 “…내가 언제 꼬시겠다고…….”

 

 “같이 저녁 식사할 구실 좀 만들어보라고 저를 그렇게 들들 볶으셨잖습니까. 제가 만들어드린 서류 보신다고 정작 진짜 봐야할 서류는 이렇게 쌓아두시고!”

 

 

 제이든이 신경질적으로 서류뭉치를 들고 흔들었다. 바스락바스락, 종이 스치는 소리가 집무실 안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제이든의 연두빛 곱슬머리가 같이 휘날렸다.

 

 

 “연유를 물어보아도 되겠습니까. 전하.”

 

 

 갑자기 난입한 제이든의 목소리 때문에 순식간에 존재감이 사라져버렸던 알렉스가 조용히 물어왔다.

 

 로지가 성내 사용인이 된다면 그의 관할이 되는 것이니만큼 왜 그녀를 하녀로 삼는 지 이유를 들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

 

 

 잠시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집사를 향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그 눈은 마치 과거의 어느 순간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

 

 뒤이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 험한 곳으로 내몰고 싶지도 않아.”

 

 

 언제나 안전한 곳에서, 그저 지켜주고 싶다.

 

 

 

 공작의 말에 제이든이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제가 봤을 때 그녀는, 아니 로지님은 그냥 안전한 곳에서 편하게 배 깔고 누워 귤이나 까먹을 인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게다가 지켜준다고요. 누가 누구를요! 로지님이 삼 년 전 발표한 마법이 어떤 것이었는지 공작님께서도 아시잖습니까.”

 

 

 이제 그는 서명을 끝내고 서류를 중요도에 따라 착착 분류하는 중이었다. 입으로는 신랄하게 폭력을 가하면서도 손은 쉬지 않는 것이 과연 대귀족의 보좌관이라 할 만 했다.

 

 

 “그 마법 하나로 그렇지 않아도 주변국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제국은 한동안 최고 위험도를 가진 요주의 국가로 여겨졌단 말입니다. 그때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하지만 곧 그 관심은 사그라졌죠.”

 

 “…그랬지.”

 

 

 현재 존재하는 공격마법 중 고대마법의 재림이라 할 정도로 강력한, 최강의 광범위 공격마법. 로지가 그 마법을 발표했을 때 마법학계는 물론 국가 간 밸런스가 무너질 위험 때문에 정계와 재계가 모두 술렁였었다. 오로지 마법 하나 때문에. 그것은 그만큼 위험하고, 현시대의 사람들의 인지를 벗어나는 마법이었다.

 

 

 동시에 로지 카펜샤. 그녀 외엔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기도 했다.

 

 

 너무나 엄청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오로지 한 명뿐인 마법. 거기에 현 황제가 내실을 다지는 것을 우선하는 온건주의 방침을 따르다보니 제국이 언제 그 새로운 마법을 대량으로 난사하며 자신의 국가를 침략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전긍긍하던 각국은 한시름을 덜게 되었다.

 

 

 대신 로지 카펜샤를 제국에서 관리한다는 조건 하에.

 

 

 

 그 치열하고도 더러운, 날붙이 없는 싸움의 한복판에 있었던 공작이 당시를 떠올리며 눈매를 일그러트렸다.

 

 

 로지 자신을 제외하고, 그녀의 능력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소드마스터인 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때 이후로 그녀가 겉으로는 당당해도 실제로 가진 능력을 억누르고 숨긴다는 것도.

 

 기를 읽을 수 있는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성별과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사람을 뽑아온 그가 로지에게 다른 잣대를 내세우는 것은 그녀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었다.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가 우울한 낯을 띄웠다. 거대한 창문으로 비쳐지는 화창한 날씨와는 대비되는 그 낯빛에 옆에서 ‘에휴.’ 한숨 쉬는 소리가 났지만 그는 간단하게 무시했다.

 

 

 

 

 기사가 가는 곳이란 그렇다. 기사도니 로망스니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결국은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서야 가치를 잃는 직업이었다. 그들이 봐야하는 것은 온갖 미물부터 지능이 인간만큼 뛰어난 괴수들 그리고, 사람들.

 

 

 

 

 사실 그녀가 기사가 되는 것은 정해져 있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것을 원하니까. 그리고 그는 결국 그녀에게 지게 되어 있으니.

 

 

 단순한 그의 기우일 수도 있었다. 의외로 그녀는 그 누구보다 잘 견뎌내는 강한 마음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카지르, 그보다 더.

 

 

 하지만 그녀가 잘 견뎌낼지 아닐지 그것을 시험할 때가 조금이라도 더 늦춰지길.

 

 

 이것이 첫 면접날 본성 첨탑 꼭대기에 앉아 그녀가 그의 성 정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카지르가 문득 품게 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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