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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먼 옛날 정령의 땅이라 불리웠던 왕국, 로단테.
이 왕국엔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나,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가 이 왕국에 악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렇게 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단테를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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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1 14:07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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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말하기 곤란해 하는 것을 절대 캐묻는 법이 없는 미로는 그의 그 표정이 대답하기를 곤한해 하는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고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그 후에는 어디로 가십니까? 산맥의 일이 정리되면 한번 찾아뵐까 하는데요."

 

 미로는 자신이 그의 거처를 떠나 전국을 떠돌기 시작하며 자신을 따라 그마저 클레오스를 떠났기에 그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아주 어렸던 그 시절부터 자신들을 돌보아 주었으니 홀로 보내는 시간이 적적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하지만 클레오스는 고개를 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때가 되면 다시 만나겠지요. 일부러 걸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자신일지도 몰랐다.

 그 집을 떠나서 적적했던 것이 오히려 자신이었던 것처럼.

 

 미로는 그가 건넸던 아름답게 세공된 유리병을 챙겨 들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길을 서두르고 있어 오래 시간 내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다녀오면, 한번 찾아뵙지요."

 

 클레오스의 말에 그제야 마음이 풀린 듯 미로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오두막을 나서려다 다시 뒤돌아 클레오스를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빠르게 다가가 그의 품에 폭 안겼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던 클레오스는 이내 다정한 손길로 미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포근한 그의 품에 안긴 미로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제 어린 시절을.. 그 지옥에서 꺼내어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의 눈빛에 씁쓸함이 고였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좋았다고 늘 말해주는 그녀라, 그는 그것이 그저 고마웠다.

 

 

 "언제든지 돌아오셔도 됩니다. 그 집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요."

 

 곱게 미소 지은 미로는 클레오스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오두막을 나섰다.

 

 그에게서 전해 받은 유리병 속의 액체를 렌과 아인에게 한방울씩 먹게 했다.

 렌은 마치 죽을병이라도 걸렸던 사람처럼 안심해서 그 모습을 본 미로는 웃어버렸다.

 아인 역시 렌과 같은 경험을 하기는 싫었는지 냉큼 그것을 받아 마셨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어둠이 내려앉은 티폰산맥으로 향했다.

 곧 도착한 그 산맥에서 전혀 의외의 인물을 만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

 

 

 

 그로키니시아와 로벨리아 가문에서 보낸 마물 토벌단은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디오니는 상태가 좋지 않은 병사들을 내팽개치고 가문의 닥터에게 제일 먼저 검진을 받았다.

 엘리 역시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가 검진을 받았다고 했다.

 

 대회의실로 향하는 엘리엇의 발걸음은 납덩이라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토벌단을 꾸려 보냈으니 곧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우스운 꼴이 되었다.

 

 입술을 짓씹은 그는 대회의실의 거대한 문 앞에 다다라 다시 한번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를 매만졌다.

 꼴이 우스워졌다고 겉모습마저 우습게 보이면 안되니.

 동그란 단안경을 고쳐 쓴 엘리엇은 짧은 심호흡 후 대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일이 이지경이 되도록 넌 무얼 한 게야!!'

 '처음부터 바보 같은 짓이라 말하지 않았습니까! 세상에 믿을 것이 없어서 마물을 믿다니요! 저는 발을 빼지 말라는 아버님의 말씀을 따랐을 뿐이고,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서둘러 빠져나왔을 뿐입니다!'

 

 잠깐의 눈부심으로 살포시 눈을 감은 엘리엇은 티폰산맥에서 돌아온 엘리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불같이 화를 내는 그에게 주눅 들지도 않는 엘리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물론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지라 다툼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대회의실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노블들이 보였다.

 

 그로키니시아, 타마린드, 로벨리아, 라넌큘러스, 네프로네피스.

 노블의 칭호를 얻은 이 다섯 가문의 가주들이 다 모이고 나서야, 레이라가 유안을 대동하고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 마자 아직까지도 안색이 창백한 디오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물 토벌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 무표정한 얼굴을 힐끔 바라본 디오니가 주먹을 쥐어 손톱으로 손바닥을 짓이기자, 엘리엇이 대신하여 답했다.

 

 

 "산맥을 뒤덮은 마기가 심각하여 손써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저는 그로키니시아 가주께 물었습니다만."

 

 여전히 무표정한 그녀가 덧붙인 말에 엘리엇은 싱긋 웃으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건방진..'

 

 그는 남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 쥐며 이를 악 물었다.

 

 디오니는 여전히 창백한 안색으로 레이라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파랗게 질린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시선은 이성을 되찾았다.

 레이라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시선을 바닥에 떨어트린 그가 안색과는 다르게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맥 주변에 극심한 마기로 인해서 결계를 쳐줄 마녀가 동행해야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기를 정화할 수 있는 이를 동반하지 않고는 산맥을 차지한 마물들을 몰아내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의 말에 레이라는 눈에 띄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디오니의 눈썹이 움찔했지만 표정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어찌하여 보고도 없이 떠나신 겁니까? 결계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면 어쩔 뻔 했습니까?"

 

 그녀의 말은 결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었기에 피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신 분이 그리 문제가 심각한걸 아시고도 이제야 보고를 하십니까?"

 

 가시 돋친 레이라의 말에 디오니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를 보던 엘리엇이 입을 열었다.

 

 

 "결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겁니까?"

 "바로 조금 전, 아니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 같은데..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우신 가요?"

 

 비꼬는 그녀의 말에 엘리엇은 얼굴을 구기지도 않고 걱정스러움을 가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혹 마물들을 들여보내신 겁니까?"

 

 엘리엇의 말에 다른 노블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감정을 짐작할 수 없는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본 것은 라넌큘러스의 가주 뿐, 나머지는 마뜩잖은 시선을 던졌다.

 

 레이라를 이번 사건의 원흉으로 몰아가려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 눈을 빛냈다.

 

 

 "그 질문은. 그러한 마물이 국내에서 생겨났을 가능성도 있는 법인데.. 외부에서 들여보냈다고 확신하시는 듯 합니다만."

 

 엘리엇은 자신이 조급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깨닫고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국내에서는 마물이 생겨나는 것도 흔치 않으니 당연히 외부에서 침입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그를 보던 레이라가 다른 노블들을 훑었다.

 

 

 "누가 들여보냈는지는 차후에 밝혀내도록 하고, 지금은 토벌이 우선입니다."

 "허약하신 왕녀님께서 직접 나서실 수는 없습니다. 무리하시다가 잘못되시면 왕국의 결계나 무너질 테니까요."

 

 이어 들려온 엘리엇의 발언에 유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로벨리아는 말을 삼가시죠."

 

 날이 선 유안의 목소리에 엘리엇은 '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을 뿐,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어디 틀린 말이라면 그렇게 말해보라는 양.

 

 

 "언행을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그를 마뜩잖은 얼굴로 바라보던 네프로네피스의 가주, 오쿨루스가 말했다.

 그녀는 유일한 여성 노블이며 마네를 다스리는 가문의 주인이다.

 

 석양처럼 물결치는 머리를 쓸어 넘긴 그녀는 얼굴을 가린 반투명한 흰 천 위로 드러난 눈으로 엘리엇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로단테 왕족에게 엄청난 충성심을 보이는 네프로네피스 가문은, 단 한번도 왕족의 뜻에 거스른 적이 없었다.

 

 

 "많은 마녀들이 마네게 거처를 마련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겠습니다."

 

 마녀가 다스리는 왕국임에도 불구하고 마녀의 처우는 좋지 않았다.

 모든 마녀가 주술의 힘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주의 힘을 타고난 이들과 타고나지 않은 이들을 겉모습만 보고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에 그들은 마녀라는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저주' 라는 단어가 주는 두려움에 그들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에는 그들을 멸시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위해를 가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마녀들은 그 수가 많지도 않았으니 그들은 자연스레 정체를 숨기고, 조용히 숨어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들이 유일하게 마음을 놓고 살 수 있는 곳이 마네였다.

 

 오쿨루스의 말에 레이라가 신뢰를 담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하죠."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 판단한 오쿨루스는 그대로 대회의실을 벗어났다.

 오쿨루스가 회의실을 벗어나자, 레이라는 깊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남은 노블들을 훑었다.

 

 마물을 국내에 들여 국민까지 희생시킨 장본인.

 역시 그로키니시아와 로벨리아가 의심스러웠다. 그들은 호시탐탐 자신을 손에 쥐로 흔들려 했으니.

 

 시선을 옮겨 타마린드의 가주를 바라본 레이라는 금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타마린드의 현 가주는 그 집안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만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그릇된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는 용의선상에서 제외.

 

 

 라넌큘러스. 그는 아무리 오래 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늘 입술을 굳게 다물고 그저 표정변화 없이 듣는 것이 대부분.

 왕족에게 우호적이지도, 그렇다고 적의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지금껏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라넌큘러스는 보류.

 

 

 하지만 확실히 움직임을 취한 이 두 가문은 다르다. 그로키니시아와 로벨리아.

 그 둘은 결계에 이상이 없었으니 마물의 침입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에게서 그 사실을 숨기고 토벌단을 꾸려 보낸 후에야 보고를 올렸다.

 

 원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리 행동했을 터.

 그 둘이 이 사태의 주범인 것은 기정사실일 것이다.

 

 

 골치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문지른 레이라가 입을 뗐다.

 

 

 "이 일은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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