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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먼 옛날 정령의 땅이라 불리웠던 왕국, 로단테.
이 왕국엔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나,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가 이 왕국에 악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렇게 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단테를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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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7 16:45     조회 : 288     추천 : 1     분량 : 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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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마물의 몸부림에 설 곳을 잃은 미로가 하염없이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미로!!"

 

 겨우 쥐어짜낸 목소리로 소리친 렌이 걱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것이 무색하게, 미로는 손을 뻗어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에 가볍게 착지했다. 그리고 나무를 훌쩍 뛰어내려 땅에 내려선 그녀가 만물상 문가에 앉아있는 렌에게 달려왔다.

 

 

 "왜 밖에 나와있어! 아인은?"

 

 미로의 물음에 렌이 무언가 대답을 꺼내 놓기도 전에 마물이 다시 입을 쩍 벌렸다.

 렌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미로가 재빨리 뒤돌아 마물을 올려다보았다.

 

 벌어진 입 한가운데에서 붉은 색을 띄운 마력이 모여들었다.

 그것은 곳 불길이 되어 타올랐다. 불길을 발견한 미로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죽어라!!"

 

 렌을 등지고 선 미로가 다급히 땅을 짚었다.

 마물이 불길을 마을을 향해 사정없이 내뿜음과 동시에 땅에서 엄청난 수의 나무뿌리가 솟아올랐다.

 두꺼운 나무뿌리는 하염없이 솟아올라 마을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왜 또 하필 불이야!"

 

 눈살을 찌푸린 미로가 짜증을 냈다.

 나무뿌리 사이로 불길이 새어 나왔고 나무는 엄청난 속도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렌! 안으로 들어가! 어서!!"

 

 이대로는 무리였다. 곧 나무를 모조리 태운 불길이 이 마을을 덮칠 것이다.

 얼굴을 찌푸린 미로는 다시 한번 같은 양의 나무뿌리를 꺼내기 위해 땅을 짚으려 몸을 숙이다 휘청거렸다.

 너무 많은 양의 나무를 꺼내느라 마력 소모가 엄청났다.

 

 

 [도움이 필요한가 보군.]

 

 귓가에 목소리가 울리자 미로가 입술을 깨물었다.

 땅에서는 다시 나무뿌리가 솟아나 파고드는 불길을 막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도 저 불길을 완전히 막아낼 마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미간을 좁힌 미로가 신경질적으로 목소리에 대답했다.

 

 

 "그래!!"

 

 그녀의 목소리에 만물상 안으로 기어들어가 문밖을 바라보던 렌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위엔 아무도 없고, 딱히 무슨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저것부터 빨리 어떻게 해봐!!"

 

 나무를 태우며 그 틈새를 파고드는 불길을 보며 미로가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 아이는 어찌 이리도 짜증이 많은지..]

 

 하지만 그 투덜거림 후에 땅이 솟아나 불길을 덮자, 미로는 금세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마을 전체가 어둠에 덮일 만큼 흙이 솟아올라 불길을 덮고, 그 흙은 미로의 나무뿌리를 어르듯이 뒤덮으며 다시 땅으로 돌아갔다.

 

 다시 밝은 하늘 아래에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물이 날개를 펄럭이며 아직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마을과 미로를 내려다보았다.

 

 

 "..두 번은 없을 거다."

 

 무덤덤한 톤의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미로가 눈을 크게 떴다.

 

 

 '말했어?!'

 

 그러고보니 조금 전에도 말을 했었다. 미로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떡 벌렸다.

 지성을 가진 마물이라니. 지금껏 한번도 본 적 없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워 할 겨를도 없이 마물은 다시 입을 쩍 벌렸다.

 

 

 "나 이제 체력 한계야. 저거 못 막아."

 

 마물의 주둥이로 다시 마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잠시만 시간을 벌면 돼.]

 

 "그러니까, 그 잠깐 시간 버는 것도 힘든데 그 후엔 어떻게 처리하냐고!"

 

 또 다시 짜증 섞인 미로의 고함이 들려오자, 목소리가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짜증이 많은 아이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로는 순순히 땅을 짚으려 했다.

 

 

 [아니.]

 

 하지만 저지하는 목소리에 멈칫한 미로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저 아이에게 부탁해.]

 

 그 목소리에 미로가 고개를 돌려 만물상에 문을 열어놓고 앉아있는 렌을 돌아보았다.

 

 "렌한테?"

 [시간이 없다. 불길을 막아낼 만한 걸 만들어 달라고 해.]

 "무슨 그런..!"

 [말했지만 시간이 없다.]

 

 마물의 주둥이의 붉은 마력이 점점 불길로 변해갔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미로가 짜증 섞인 한숨과 함께 렌에게 다가갔다.

 

 고문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렌. 회복하기도 전에 움직여서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열이 올라 그를 치료하기 위해 헤르바 지역을 방문한 것이었다. 조금 움직인 것으로도 몸을 잘 못 가누는데 도대체 뭘 도와 달라고 하라는 건지 미로는 알 수 없었다.

 

 

 "렌. 미안, 움직일 수 있어?"

 

 미로의 말에 렌은 고개를 끄덕일 힘도 없는지 그저 힘없는 눈동자로 그녀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이것 봐! 정신도 못 차리는 애한테!"

 

 렌의 상태를 살핀 미로가 허공에 대고 짜증을 냈다.

 

 

 [서둘러. 곧 온다.]

 

 목소리는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아 두 눈을 질끈 감은 미로가 렌에게 말했다.

 

 

 "렌, 정말 미안하지만 저 불을 막아줘. 잠깐이면 돼."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렌을 확인하고는 미로가 다시 만물상을 등졌다.

 

 

 "그래서? 뭘 어쩔 건데?"

 [내 힘을 빌려야지. 네가.]

 

 미로가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그 말인 즉, 지금보다도 더 마력과 체력을 긁어내야 한다는 거고 아마도 끝나면 간신히 정신력으로 버틸 정도이던가 실신일 것이다.

 

 짜증스레 혀를 찬 미로는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왼팔을 앞으로 뻗었다.

 

 조금전보다 더욱 큰 불길을 입에 머금은 마물이 지체없이 그것을 내뿜었다.

 마물이 불길을 내뿜는 순간, 그 짧은 시간 렌은 무수히도 고민했다.

 불에 강한 것, 물. 하지만 물은 물체가 아니니 구현할 권한이 없었다.

 그러니 불에 닿아도 괜찮은 물체.

 

 

 '뭐가 있지.. 빨리..!'

 

 창백한 얼굴을 일그러뜨린 렌이 하늘에서 넓게 퍼져 나와 점점 마을을 뒤덮는 불길을 바라보다,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고 렌이 힘겹게 손을 들어올렸다.

 

 

 떨어져 내리는 불길을 보며 미로가 입술을 씹었다.

 앞으로 뻗어진 그녀의 왼팔은 백옥 같은 피부 위로 흙이 덮어지듯이 색이 입혀지더니, 그 위로 새싹이 손을 햑해 타고 올랐다.

 

 그리고는 이내 그녀의 손에 빛이 일더니 나무로 만들어진 활이 생겨났다.

 

 

 "뭐야! 화살 같은 걸로 되겠어?"

 [아가, 화내지 말거라.]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그 쏟아지는 불길의 열기가 피부에 와 닿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활을 움켜쥔 미로가 불길을 올려다보자, 불길과 마을 사이에 기괴한 물건 하나가 나타났다.

 보통 크기보다 훨씬 큰. 이 마을로 떨어져 내리는 불길을 전부 막아줄 만큼 큰.

 

 

 "뭐야 저게?"

 [저 아이의 힘이로구나.]

 

 미로가 고개를 홱 돌려 렌을 바라봤다.

 힘겹게 들어올렸던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며,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있는지 찌푸린 얼굴에, 눈도 겨우 뜨고 있었다.

 

 그를 돌아보고는 다시 눈앞에 불길을 막고 있는 커다란 냄비를 바라본 미로가 황당함에 헛웃음을 흘렸다.

 물론 무작정 어떻게든 막아 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냄비라니. 이 상황에서 저렇게 거대한 냄비를 마주하고 있자니 어쩐지 우스워 미로는 손에 움켜쥔 활을 똑바로 들며 다시 픽 웃었다.

 

 

 "트로웰!!"

 

 미로가 이름을 부르자, 지금껏 목소리만 들려오던 존재가 살포시 미소를 머금고는 나타나 미로를 감싸 안듯이 그 팔을 지탱했다.

 

 흙색 피부에 눈가를 살포시 덮는 검은 머리칼.

 가는 손가락으로 미로의 팔을 지탱한 그는 비어 있는 미로의 오른손을 감싸고 잡아당겨, 화살을 만들어냈다.

 

 넝쿨이 감싼 나무 화살이 만들어져, 미로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갑자기 나타난 존재에, 꺼져가는 의식속에 렌이 흐릿한 시야에 그를 담으려 노력했다.

 

 

 화살 끝에 트로웰의 힘이 담기며 발치에 땅을 뚫고 나무뿌리가 넘실거리며 자라났다.

 

 [이제 되었다. 저 아이는 그만 쉬도록 해주거라.]

 

 묵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미로는 냄비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 있을 마물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고정시킨 채 렌을 향해 외쳤다.

 

 

 "렌! 이제 됐어!!"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렌은 부들부들 떨며 겨우 들고 있던 손을 힘없이 툭 떨어트렸다.

 렌의 손이 떨어지자,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던 불길과 냄비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하늘이 시야를 가득 메우며, 마치 하늘을 독차지 하겠다는 듯 그 위를 날던 마물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화살이 아니니 걱정 말거라.]

 

 트로웰과 함께 활시위를 쭉 당겼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활시위를 잡은 미로의 손이 흔들리지 않게, 트로웰의 고운 손이 지탱했다.

 활을 든 왼손으로 마물을 겨냥했다.

 

 

 "..건방진 것들."

 

 소름 끼치는 음성이 들려오자, 미로가 미간을 좁혔다.

 

 

 [지금.]

 

 그리고는 트로웰의 허락이 떨어지자, 활시위를 당겼던 손을 단숨에 놓았다.

 

 

 넝쿨이 휘감은 화살은 미로가 손을 놓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시위의 반동으로 빠르게 공기를 가르며 하늘로 날아갔다.

 

 

 마물은 가소롭다는 듯이 '이까짓 화살' 이라고 비웃으며 날개를 펄럭여 바람을 만들어냈지만 화살은 느려지지도, 방향을 틀지도 않고 처음 목표했던 곳으로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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