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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먼 옛날 정령의 땅이라 불리웠던 왕국, 로단테.
이 왕국엔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나,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가 이 왕국에 악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렇게 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단테를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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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5 14:57     조회 : 297     추천 : 2     분량 : 4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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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한발 먼저 에스타스를 떠난 미로를 뒤쫓아, 후드를 쓴 남자는 몇 날 며칠을 쉬지않고 말을 달려 티폰산맥에 도달했다.

 

 

 "하아, 하아.."

 

 길이 아닌 숲길도 마구잡이로 달려 티폰산맥 근방에 말을 매놓은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산맥을 올려다보는 얼굴에서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어찌 그렇게 위험한 곳만 골라서 다니시는지.. 정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보다 먼저 에스타스를 출발했기에 전속력으로 뒤쫓아 달려왔는데 오는 길에 미로를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자신이 길이 아닌 곳도 마다 않고 제일 빠른 쪽을 택했기에 다른 마을로 통하는 멀쩡한 길로 오신다면 자신보다 늦을 수도 있었다.

 

 

 '아직 도착 안 하셨을 거야..'

 

 하지만 애초에 그것이 목적이었다.

 

 마물에게 점령당했다는 소식의 티폰산맥.

 어찌 그런 곳에 혼자 오실 생각을 하신 건지..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고 생각하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라도 자신보다 먼저 도착하여 이곳에 미로가 들어간 것은 아닌지 불안한 얼굴로 산맥을 올려다보던 그는 이내 매서운 얼굴로 산맥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기운으로 아름답던 풍경마저 바뀐 산맥에 있는 그 어떤 생물체도 그의 침입을 인지하지 못했다.

 

 

 

 

 ***

 

 

 

 끼이이이익!!!!

 

 마물의 괴성과 함께 아인의 얼굴이 구겨지며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렌의 머리맡에서 두려움에 떨던 로키도 두 귀를 틀어막으며 렌의 베개 밑으로 기어들어가려 했다.

 두려움에 벌벌 떨며 미로의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돌아온 것을 후회하던 참이었다.

 

 올려다본 상공엔 거대한 날개를 자랑하며 날아다니는 마물이 보였다.

 마치 공룡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그 피부는 꼭 공룡의 알처럼 매끈했다.

 게다가 눈은 전체가 피에 물들은 것처럼 붉은 빛을 띄워 섬뜩했다.

 박쥐의 것과 같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던 마물이 길가에 나와있는 아이를 발견한 듯 했다.

 

 아인은 숨을 훅 들이키며 창가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곧이어 엄청난 굉음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세워져 있던 만물상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뒷걸음질 쳤던 아인은 곧장 렌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굉음과 진동에 상체를 반쯤 일으킨 렌이 걱정스런 얼굴로 아인을 바라보자, 아인은 얼른 렌을 다시 눕혔다.

 

 

 "걱정 말고 누워있어."

 

 그러더니 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등을 돌렸다.

 그 길로 만물상을 뛰쳐나가려던 아인이 멈칫하고는 렌을 돌아봤다.

 

 

 "절대 나오면 안돼!!"

 

 미로가 했던 것처럼 다짐 받듯 재차 강조한 아인이 돌아서 뛰텨나갔다.

 그 뒷모습에 렌은 이마를 짚었다.

 

 저건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다는 뜻이질 않은가..

 

 힘겹게 몸을 움직인 렌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몸 상태가 이 모양이라니.

 

 

 "어, 뭐야! 거기, 멀대! 너 움직이면 안돼!"

 

 렌이 몸을 일으키자 베개 아래에서 기어 나온 로키가 그를 말렸다.

 그리고 로키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렌은 눈을 크게 뜨고 잠시 숨을 멈춰야 했다.

 

 

 

 수레 밖으로 뛰쳐나온 아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게 했다.

 바닥은 보기 흉하게 갈라져 있었고, 뿌연 연기가 흩뿌려졌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물의 발톱에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

 

 얼굴이 일그러진 아인은 우선 꼬마를 보았던 방향으로 무작정 달렸다.

 뿌연 연기를 뚫고 사람 형체가 보였을 즈음, 멈춰선 아인의 눈에 보인 건 피범벅이 된 아인의 엄마였다.

 그야말로 처참했다.

 

 분명 집안에서 아이를 부르고 있었는데.

 

 

 "어, 엄마.."

 

 피범벅이 된 자신의 어머니를 끌어안고, 울먹이는 아이. 어머니 덕에 목숨을 건진 듯 아이는 무사했다.

 아인은 단숨에 달려가 여인의 상태를 살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여인을 덜덜 떨며 바라보던 아인이 가슴께에 귀를 대로 생가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주 약하기는 하지만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 옮기자."

 

 아인은 귓가와 볼에 여인의 피를 잔뜩 묻이고는 벌떡 일어나 여인의 상체를 붙잡고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아직 길가가 연기로 가려진 이때에 도망쳐야 한다. 어디든지 안으로 숨어야 한다.

 미로가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위험해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실내로 피신하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인의 힘으로 축 늘어진 성인 여성을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끙끙거리고 있자, 훌쩍이던 아이도 제 어머니를 함께 끌어당겼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점점 걷혀가는 연기를 초조한 얼굴로 살피며 아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조금만 더 가면 돼..!'

 

 하지만 애석하게도 연기는 눈깜짝할 사이에 걷혔고, 고개를 든 아인은 하늘을 날고 있는 마물과 눈이 마주쳤다.

 

 

 "읏..!"

 

 여인을 좀더 힘주어 끌어당겨 보지만, 힐끔 올려다본 하늘에서 마물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젠장..!!"

 

 나지막이 욕설을 읊조린 아인이 두 눈을 질끈 감는데, 조금 전과는 다르게 굉음도, 땅울림도 없었다.

 아인이 슬쩍 눈을 뜨자, 자신들 위로 촘촘한 그물이 펄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집과 집사이에 팽팽하게 펼쳐져 있는 그물.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인이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자, 금세 수레의 문 앞에 앉아 힘겨운 얼굴로 아인을 바라보는 렌이 보였다.

 

 

 

 

 ***

 

 

 

 "하아, 하아-"

 

 산길을 달리는 데에 걸리적거리는 너울을 손으로 잡아 내린 미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췄다.

 이대로 산길을 내려가 마을로 가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즉시 방향을 튼 미로가 다시 산길을 뛰어올랐다.

 

 

 '안돼, 제발, 제발..'

 

 있는 대로 얼굴을 구긴 미로가 자꾸 피어 오르려는 불안을 애써 잠재웠다.

 

 

 '제발, 수레 밖으로만 나오지 마.'

 

 그리고 이어 들려온 두번째 울음소리에 미로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다시 약초밭에 도착한 미로는 망설임도 없이 달려 마을이 있는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

 

 

 

 끼이이이!!!

 

 또다시 괴성을 내지르는 마물. 그러더니 펄럭 날아올라, 날카로운 눈으로 렌을 노려보았다.

 아인이 무사한지 확인한 렌이 힘겨운 얼굴로 고개를 들어 하늘의 마물을 바라보았다.

 

 마물은 마치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듯이 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물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마력을 지닌 사람 뿐.

 하지만 렌은 지금 그다지 전력이 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어떻게든 미로가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잔뜩 긴장한 렌이 마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데, 난데없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애송이가 기어들어왔나 했더니.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벽을 긁는 듯한 쇳소리. 듣기 싫은 음성에 렌은 절로 미간을 찌푸리다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말을 해..?'

 

 

 악의로부터 만들어진 마물. 그들에게 악의 이외에 다른 감정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오로지 피에 얼룩진 더한 악의만을 갈구하며,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한 존재였다.

 물론 지금 이 순간, 렌에게 분명 '말'을 했기에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렌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키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를 본 마물이 마치 비웃는 듯하여 렌은 경련을 일으키는 입꼬리로 그에게 말했다.

 

 

 "조금 전처럼 괴성이나 내지르는게 나은데. 마물이 사람 말을 하니까 징그럽잖아."

 "흥. 동족끼리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하등생물 주제에. 잘도 나불대는구나. 마음 먹으면 이런 작은 마을쯤 없애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지금 통째로 사라지고 싶은 건가?"

 

 렌은 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목구멍이 다 타들어가는 기분에 자꾸만 그 행동을 반복했다.

 마물은 그물이 걸리적거리는 듯 더이상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는 즉, 지성이 있다는 의미.

 

 대신 더 높이 날아오르는 이상행동을 보여 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한번 살아남아 보거라."

 

 마물은 날개를 펄럭이며 기다란 머리의 반을 차지하는 입을 쩍 벌렸다.

 무언가를 뿜어낼 것 같은 불길함에 렌의 얼굴이 일그러졌던 그 순간.

 

 하늘에서 작은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렌의 체력은 조금 전의 그 그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미 한계였따.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그 작은 그림자를 발견한 순간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설 뻔했다.

 

 

 한 손에 너울을 쥐고는,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지는 구름 같은 하얀 머리칼.

 두 팔을 벌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작은 여자.

 

 

 "무슨..!"

 

 렌의 얼굴이 걱정으로 일그러지기도 전에 미로는 마물의 위로 착지했다.

 걱정으로 와락 구겨진 렌의 얼굴은 안중에도 없는지 그 와중에 너울을 고쳐 쓰는 미로가 황당하기까지 했다.

 자아와 지성을 가진 마물이 눈치 챌 까봐 소리내서 미로를 부르지도 못하는 렌이 입술을 꾹 물며 그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매끈거리는 피부가 두꺼워서인지 마물은 미로가 자신의 등에 올라탄 것도 알지 못했다.

 사실 염력으로 감싸 작치하기 전 속도를 늦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는 사람은 불안해서 미칠 지경인데 태연한 얼굴을 한 미로는 미끄러운 피부 때문에 엉금엉금 기어서 마물의 등을 타고 올랐다. 그러더니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을 들어 마물의 머리를 걷어차는 것이었다.

 

 헉. 숨을 들이킨 렌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녀의 존재를 마물이 알아챘다.

 

 

 "어디서 날파리가.."

 

 고개를 홱홱 돌린 마물이 몸을 뒤틀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바람에 중심을 잃은 미로는 매끈한 피부라 붙들 만한 것이 없어서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역시 발로 걷어차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네."

 

 태연하게 중얼거리며.

 

 

 "미로!!!"

 

 그리고 걱정으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렌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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