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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먼 옛날 정령의 땅이라 불리웠던 왕국, 로단테.
이 왕국엔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나,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가 이 왕국에 악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렇게 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단테를 떠돈다.

 
/7
작성일 : 17-11-11 11:51     조회 : 313     추천 : 5     분량 : 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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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 사람은 한참이나 수레를 밀며 걸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고, 도착한 에스타스는 따사로운 햇살을 자랑하며 그들을 맞았다.

 

 "다 왔다!"

 

 수레를 미는 것이 괘나 고된 일이었는지 두 팔을 벌려 외치는 아인을 보며 미로가 싱긋 미소 지었다.

 미로의 치료와 에밀리의 간호로 아인의 상처는 금세 나았다.

 

 

 아인은 녹스와 프리나 지역은 가본 적이 있었지만 에스타스는 처음이었다.

 미로를 따라 나서고 새로운 곳에 방문하며 여행하는 것이 즐거웠다.

 

 에밀리도 지금껏 누베스에 감금되어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에스타스가 처음이었다.

 수레를 끌며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미로.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에스타스는 언제 와도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날은 더웠지만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그렇게 느끼게 했다.

 

 싱그러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는 아인과 에밀리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갑작스레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둑이야!!"

 

 자연스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는데, 저 멀리서 값비싼 것들을 한껏 몸에 두른 여자의 가방을 낚아챈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수레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눈썹을 치켜세운 미로는 수레에서 걸어 나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로 달려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비켜!!"

 

 남자는 한껏 소리쳤지만 미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울로 얼굴을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아래로 드러난 몸은 충분히 여렸다.

 비킬 생각이 없는 듯 보이는 그녀를 신경 써줄 새는 없었기에 남자는 거칠게 미로를 치고 지나가려는 심산으로 어깨에 잔뜩 힘을 줬다.

 

 그 작은 몸과 화려한 가방을 움켜쥔 덩치 있는 남자가 부딪히려는 찰나.

 

 미로는 몸을 살짝 틀어 남자의 어깨가 닿지 못하게 하며, 어깨에 힘을 주며 온 신경을 상체에 쏟은 탓에 비교적 허술해진 남자의 발목을 그대로 걷어찼다.

 남자가 넘어지는 틈에 미로의 옆에 서있던 아인이 재빨리 그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았다.

 

 "그거 이리 안 내놔?!"

 

 가방을 놓친 남자가 빽 소리치며 아인에게 다가서려는 사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던 좀도둑의 어깨를 걷어 차 바닥에 쓰러트린 미로가 그의 얼굴 옆의 바닥을 쾅 소리가 날만큼 세게 내려 밟았다.

 

 "지금 누구한테 손대려는 거야."

 

 너울로 얼굴이 가려져 그 시선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어쩐지 그녀의 서슬퍼런 눈빛이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땅에 속한 이여, 이 하늘 아래 악을 저지르는 이는 속박될 것이니."

 

 어느새 미로의 옆으로 다가온 에밀리가 남자를 향해 중얼거렸다.

 

 "그 무거운 죄가 몸을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리."

 

 에밀리의 중얼거림이 끝나자 남자는 거짓말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에밀리는 주술의 힘을 타고난 마녀라고 했다.

 

 마녀와 마법사.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마력을 체내에 타고난 이들을 칭한다.

 마법사는 체내의 마력으로 한가지의 이능을 타고나는 데에 비해, 마녀는 염력과 주술로 그 힘이 나뉜다.

 마녀는 본래에 그 수가 적고, 대부분은 염력의 힘을 타고 나기에 주술을 타고난 마녀는 더욱 흔치 않다.

 염력이 마녀에게 결계의 힘을 준다면, 주술은 저주의 힘을 쥐어 준다.

 지금껏 이 두가지 힘을 모두 타고난 마녀는 없었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면.

 

 

 휘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나타난 가디언에게 도둑을 넘긴 세 사람은 이름을 남기라는 가디언의 말에 아인의 이름을 적었다. 딱히 현상금이 걸려있는 죄인이 아니었기에 절차는 간단했고, 돌아가려는 세사람에게 가방을 빼앗겼던 귀족이 소소한 답례를 했다.

 

 뜻하지 않은 일로 두둑해진 주머니에 만족하며 미로는 수레를 끌고 에스타스에 있는 미로의 정보통, 아쿠아 펜션으로 향했다.

 

 

 펜션에 도착해, 그 앞에 수레를 세워놓은 미로는 만물상을 단단히 잠그는 것을 잊지 않고 아인과 에밀리를 데리고 펜션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리사, 나 왔어."

 

 2층으로 나뉘어진 넓은 펜션.

 아래층은 주방과 테이블 몇 개, 그리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손님들이 묵을 수 있는 방들이 있는 위층에서 내려오던 리사는 미로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을 숨기지 않으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

 

 가슴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금빛 고운 머리칼. 새하얀 피부에 꽤나 마른 듯이 보이는 몸.

 가냘퍼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종류의 카테고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겉모습만 보자면, 천상 여자가 맞았지만.

 

 "이 아이, 소개 시켜주려고."

 

 미로는 다가온 리사에게 에밀리의 등을 떠밀어 보였다.

 리사가 가만히 에밀리를 내려다보다 의아한 얼굴로 다시 미로를 바라보았다.

 

 미로가 싱긋 미소 짓는 것을 올려다본 에밀리가 그녀가 자신을 이곳에 맡기려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돌려 작은 인형들을 진열해 놓은 곳으로 걸어갔다. 슬금슬금 미로의 눈치를 보던 아인도 에밀리를 뒤따랐다.

 

 가만히 인형을 바라보는 에밀리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미로가 쓰게 웃었다.

 

 미로는 리사와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상황을 설명했고, 이야기를 전해 들은 리사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한숨을 내쉬며 에밀리의 뒷모습을 힐끔거렸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리사가 이내 미로를 똑바로 마주했다.

 

 "좋아. 내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일이야."

 "고마워."

 "누구 부탁인데 거절하겠어."

 "그리고 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리사를 미로가 붙잡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너울을 벗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하나 새로 구해줘."

 "뭐? 뭐야, 이거 왜 뒤에 찢어져 있어?"

 

 미로는 루호마을에서 마물과 대치 중에 너울의 천이 찢어져 지금껏 뒤로 돌려서 쓰고 있었다.

 

 "정말. 마네에서만 만들어지는 물건이라 구하기 어려운 거라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응. 어쩌다 보니. 부탁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웃는 리사는 참으로 어여뻐 보였다.

 

 이야기를 마친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리사는 가만히 진열해 놓은 인형을 바라보는 에밀리에게 다가갔다.

 

 "마음에 드니? 여기 있는 것들은 다 직접 만든 것들이야."

 "네. 그런 것 같네요."

 "뭐? 너 그거 무슨 뜻이야?"

 

 뚱한 얼굴의 에밀리를 보며 리사가 입술을 내밀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런 끔찍한 일을 겪어왔기에 당연히 의기소침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삐뚤어진 느낌이었다.

 뚱한 얼굴로 인형을 바라보던 에밀리는 조금 느슨해 진 입매로 답했다.

 

 "그냥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예쁘게 말하는 에밀리를 보고 '커흑'하며 가슴을 움켜쥔 리사가 눈을 빛내며 에밀리를 내려다보았다.

 

 '귀.. 귀여워..!'

 

 성격과는 다르게 리사는 귀여운 것을 아주 좋아했다.

 감동하여 손으로 입을 가린 리사가 에밀리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미로를 바라봤다.

 

 "그런데 미로, 에스타스를 거쳐가는 걸 보니.. 요새 꽤나 복잡한 상황이라는 티폰 산맥으로 가고 있는 거야?"

 "응."

 

 미로의 대답에 다시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리사가 심각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정말? 그 위험한 데를 가려고?"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가 보네."

 "뭐 그게.."

 

 입술을 비죽 내밀며 다시 자리에 앉은 리사가 손님이 없는 홀을 둘러보며 테이블에 올려놓은 너울을 미로의 머리에 다시 씌웠다.

 

 "마물이 침입한 것도 아니고, 마물이 생겨난 것도 아니고, 점령됐다는 정보니까."

 "그러니까 더더욱 가봐야지. 왕녀의 신변은 이미 확인했어."

 

 돌아온 미로의 대답에 리사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의아하게 바라보자, 리사는 아이들이 들을까 염려가 되는지 에밀리와 아인이 있는 곳을 힐끔거리더니 한층 더 목소리를 낮췄다.

 

 "왕녀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와중에.. 결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무슨 뜻인지 알지?"

 "정말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

 

 미간을 좁힌 미로가 묻자, 리사가 고개를 저었다.

 

 "생기지 않았을 확률이 더 크지. 왕녀의 신변엔 문제가 없으니까. 그 부근의 결계는 아직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어. 듣기로는 가까이 접근하는 것도 어려운 모양이야."

 

 마물들에게 점령당했다는 산맥에 들어갈 수 없어 결계를 살피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 말인 즉, 지금껏 보지 못한 말도 안되는 마물이 나타나서 결계의 힘을 누르고 침입했거나, 내부에서 누군가 그들을 출입 시켰거나."

 

 티폰 산맥은 예로부터 길이 험하고 공기가 차가우며,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곳은 지리상 기습이 어려워 그곳에 진을 친다면 막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왕국에 포함시켜 결계로 마물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게다가 그곳엔 천년을 사는 영한 생물들이 산다는 이야기도 있어, 산맥 주변의 마을사람들은 그곳을 꽤나 소중하게 여기고 의지했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미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짚었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리사는 찢어진 너울 천을 바라봤다.

 어쩌다 보니, 라고 말은 했지만 미로가 하는 일은 마물 퇴치나 마범죄자 포획. 그 외에도 가끔 의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 주기는 하지만 그런 게 대부분이었다. 또 무언가에 휩쓸려 다칠 뻔 했을 것이 훤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선 리사가 종이에 이름을 하나 적어 줬다.

 

 "자, 일단 미로 너울부터 새로 해야겠다. 여기 가서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 사와. 여기라면 아직 물건이 남아있을 테니까."

 

 리사가 건네 주는 종이를 받아 든 미로가 가만히 종이에 적힌 이름을 바라보다 리사를 올려다봤다.

 

 "내가 가?"

 "윽.."

 

 다시 한번 심장을 움켜쥐는 리사. 그러더니 격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귀여운 얼굴 해도 안돼. 나도 미로 출발하기 전에 따로 준비할 게 있으니까. 여긴 미로가 다녀와."

 "응."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미로에게 리사가 아인과 에밀리도 함께 다녀오라며 등을 떠밀어서 졸지에 세사람은 함께 아쿠아 펜션을 나서 에스타스의 상점가를 걸어야 했다.

 

 

 따스한 햇살이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 에스타스.

 녹스와 달리 밤이 길지도, 공기가 시원하지도 않다. 에스타스의 날씨는 무더웠기에 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것들이 잔뜩 있었다.

 

 놀거리가 잔뜩이라고 해야 할까?

 

 

 "자, 이렇게 먹는 거야."

 "꼭 그래야만 하는 거야?"

 

 자랑스레 말하는 미로에게 아인이 의심스럽다는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조그맣게 얼음과자를 떠먹은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시원하네요. 여긴 더워서 이런 게 인기가 많겠어요."

 "나처럼 먹거야 한다니까."

 "그렇게 섭취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예요."

 "아니야, 이렇게 먹는 거라니깐."

 

 별거 아닌 일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인이 미로가 했던 것처럼 크게 숟가락 위에 얼음과자를 올렸다.

 속이 비치는 하늘빛 얼음과자는 소다와 각종 과일을 잘게 썰어 얼린 다음, 다시 잘게 간 것이었다.

 확실히 달콤하고 입안에 차가움이 확 퍼져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준다.

 

 잠시 고민하던 아인은 미로의 말대로 그것을 한입에 덥석 물고 두 눈을 꼭 감았다.

 

 "크흐.."

 

 찌릿찌릿한 느낌에 아인이 머리를 부르르 흔들자, 그걸 본 미로가 만족스러운 듯 싱긋 웃었다.

 

 "맛있지?"

 

 장난스런 실랑이를 벌이며 얼음과자를 다 먹은 세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얼음과자를 맛본 세 사람은 리사가 적어준 가게로 향하는 도중-

 

 "받아랏!"

 "꺄하!"

 

 

 "....."

 

 물총축제 한복판을 지나다 온갖 물세례를 받고 홀딱 젖어버렸다.

 생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세 사람이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축제 장소 가장자리에 가판대를 놓고 무언가 판매하던 사람이 다가왔다.

 

 "하하, 지나가는 길이었나 봅니다?"

 "아.. 네."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정신을 차린 미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가왔던 그가 세사람에게 긴 막대사탕 세 개를 각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에스타스는 처음인가요?"

 

 인심 좋은 얼굴을 하고 웃는 그에게 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서로에게 색색의 물감이 섞이 물총을 쏘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입구에 미리 축제를 알리는 표지판을 세워야 했는데, 다들 들떠서 잊었나 봅니다. 자, 이걸 드세요. 금세 몸이 마를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쥐어 준 막대사탕은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의 해 모양이 새겨진, 어째서인지 은은히 빛나고 있는 사탕이었다.

 신기한 그 사탕을 아인이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으며 바라보는 사이, 미로는 무덤덤한 얼굴로 사탕을 한입에 물었다.

 그러자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홀딱 젖었던 미로의 몸이 금세 보송보송 하게 말랐다.

 동그래진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인이 사탕을 덥석 물었다.

 

 신기한 사탕 덕에 금세 몸이 마른 세사람은 조금 더 걷고 나서야 리사가 종이에 적어준 가게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세사람은 너울 말고도 마네에서만 만들어지는 물건들을 실컷 구경하고는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이며 미로의 너울을 고른 후에야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연한 녹빛에, 하늘을 담은 듯 오묘하게 하늘색이 섞여 있는 너울은, 날새짓을 하는 조그맣고 아름다운 새와 너쿨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엔 짙은 푸른색으로 얇은 천이 떨어져 미로의 얼굴을 가려주었다.

 

 지금 쓴 것도 어울리지만 자신이 골랐던 것이 더욱 어울렸다며 아인과 에밀리가 실없는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금세 아쿠아 펜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돌아온 세 사람을 맞이하는 의문의 남자가 있었다.

 

 "너울을 쓰고 다니는 것만이 알려진 정보의 전부. '소문의 마녀'라.."

 

 그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 미로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따라 멈춰 서는 두 사람.

 그는 저벅저벅 미로에게 다가오더니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가볍게 상체를 숙여 예를 갖췄다.

 

 그의 그런 행동을 본 미로가 미간을 좁히며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다시 상체를 일으켜 똑바로 선 그가 너울로 얼굴을 가린 미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녀만물상의 주인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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