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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먼 옛날 정령의 땅이라 불리웠던 왕국, 로단테.
이 왕국엔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왕궁에서 쫓겨나, 나라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가 이 왕국에 악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렇게 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단테를 떠돈다.

 
/1
작성일 : 17-11-01 20:45     조회 : 73     추천 : 6     분량 : 8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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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왕국의 지도를 펼쳐 다음 목적지를 살피던 미로가 지도의 한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다음 목적지.."

 

 

 토토마을. 게다가 가는 길목에 루호마을도 들러야 했다. 루호마을에서 토토마을로 가는 길목에 마물이 나타나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토마을에는 범죄자로 전락한 마법사, 마범죄자가 숨어들었다는 정보가 있었기에 걸음을 서둘렀다.

 

 마범죄자도 흘려 들을 수 없는 소식이지만 마물 역시 그러했다. 동물로 둔갑하는 것이 겨우인 요괴들은 대륙의 다른 거대 요괴나 마물들 틈에서 살아갈 수 없어 간혹 결계를 지나 왕국 안으로 흘러 들어오기도 했지만 마물을 다르다.

 

 마물은 누군가의 악의로부터 태어나는 것. 그런 것이 왕국에 스스로 들어올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국내에서 생겨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로단테 왕국.

 

 이 땅에 악의를 가진 자는 결코 지날 수 없는 결계. 그 결계에 지켜지고 있는 것이 이 왕국, 로단테이다.

 

 그렇기에 적의 침범을 허락치 않는 난공불락의 왕국이라고도 불리운다.

 

 

 먼 옛날부터 정령의 땅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 왕국에는 왕궁 내에 세워져 있는 신전에 네 정령이 모셔져 있다.

 

 소수의 신관과 왕족 이외에는 출입이 불가한 이 신전엔 물, 불, 바람 그리고 땅. 이렇게 네 가지를 다스리는 정령들이 잠들어 있는데, 대대로 마녀가 다스려온 이 왕국은 왕위 계승권을 가진 마녀의 탄생과 동시에 정령들 중 하나도 함께 깨어난다.

 

 그 정령은 수호를 목적으로 자신을 깨운 이의 곁에 평생 머무르며 그가 죽음을 맞이하면 다시 신전으로 돌아가 잠이 든다.

 

 

 

 그러한 이유로 왕녀가 건재한 지금 정령의 수로는 여전할 테고, 그러니 왕국을 보호하는 왕녀의 결계 역시 여전할 테고, 국내에서 생겨난 마물이던 누군가 고의로 끌어들인 마물이던 처리하면 그만이다.

 

 다만 마범죄자의 경우는 최근 자꾸 그들을 빼돌리는 멍청한 세력이 있어 그들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기에 더더욱 서둘렀다.

 

 

 

 반란의 씨앗이라는 이름 아래에 쫓겨난지 10년. 왕국을 떠돌기 시작한지는 고작 3년이지만

 그녀는 반란의 씨앗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왕국을 떠돌며 이 왕국을 지켜왔다.

 

 

 

 덜컹덜컹 빠르게 걷는 걸음과 함께 돌아가는 수레바퀴의 소리가 요란하게 텅 빈 길가에 퍼졌다.

 

 며칠을 쉬지 않고 뛰다시피 걷던 미로는 저 멀리 작은 마을이 눈에 띄고 나서야 잠시 멈춰 섰다.

 

 

 너울의 얇은 천을 걷어 둘러보자, 과연 숲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었다. 저런 위치에 마을이 있는데 숲에 마물이라니. 생각보다 사태가 좋지 않을 듯 했다.

 

 

 수레를 끌고 마을 입구까지 빠르게 걸은 미로는 마을로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띄게 걸음을 늦췄다.

 

 길거리를 지나는 수상한 수레를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수군거리며 바라봤다.

 

 

 "마녀야.."

 

 

 마녀라는 것이 외관상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경우 사람들이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마녀 만물상이라는 간판을 떡하니 수레에 내걸고 다녔으니 말이다.

 

 

 "의뢰도 들어준다는 그 마녀 만물상 아니야?"

 "의뢰라도 해볼까? 소문엔 마물 퇴치 같은 것도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근데 비용이 엄청나지 않을까?"

 "왕국군이 안 오니 별 수 있어? 도대체 저런 마물이 왜 국내에 있는 거야?"

 

 

 근심 가득한 투덜거림과 약간의 희망.

 미로는 길거리에 모여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마물이 왕국 내에 있는 것에 대해 불안과 불만도 섞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작은 마을엔 마물로 변할 만한 악의가 지금껏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본디 마물이란 악의로 만들어진 것. 왕국 밖에서 마물이 국내로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국내에서 생겨난 마물이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평화로운 나라이니만큼 그 수가 적고, 수도나 큰 도시에서 마물이 생겨날 경우 금세 조치가 취해져 딱히 피해볼 것도 없다. 물론 이런 작은 마을은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저기.."

 

 아니나 다를까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미로를 향해 중년 남성 두명이 주춤주춤 다가왔다.

 

 "저기.. 마물 퇴치 같은 의뢰도 들어준다는데.. 지금 저 숲에 마물이 있소. 덕분에 토토마을까지도 가지 못하지. 저런 것도.. 잡아줍니까?"

 

 

 대답은 금세 돌아왔다.

 

 

 "예. 마침 지나는 길이니 처리하겠습니다."

 

 되돌아온 목소리가 가냘퍼서 남자는 잠시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내 마녀 만물상이란 간판을 힐끔거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저.. 비용은.."

 

 

 망설이는 그 목소리에 미로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대답 없는 그녀를 근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남자들은 저들끼리 다시 수군거렸다.

 

 

 분명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를 것이라던가.. 왕국군에 대한 불만과 이렇게 전 재산을 뜯기며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신세한탄 이라던가..

 

 

 미로는 무엇 하나 정정해주지 않고 그저 걸음을 내디뎠다.

 

 

 

 입구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돌담으로 경계를 만들어 놓은 출구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미로는 걸음을 멈췄다.

 멀찍이 떨어져 여전히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힐끔 돌아본 미로는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며 천천히 돌담에 손을 올렸다가 떼었다.

 

 그리고는 곧장 숲으로 걸어 그 모습을 감췄다.

 

 그녀가 잠시 멈춰 섰던 자리에는 작은 쪽지만이 돌담에 붙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

 숲의 마물은 제가 데려갈 것이니 걱정 마시고 숲을 지나셔도 됩니다.

 이러한 마물이 국내에 나타났다고 하여도 부디 왕녀님을 탓하지 마세요.

 비용은 그것이면 족합니다.

 -

 

 미로가 떠난 자리에 다가간 마을 사람들이 쪽지를 손에 쥐고는 조금 걱정스런 얼굴로 숲의 입구를 바라봤다.

 

 

 

 

 

 ***

 

 숲으로 들어선 미로는 풀내음을 맡으며 주변을 살폈다.

 나무에 손을 올리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눈을 감았다.

 

 숲은 이르자면 미로에겐 제일 마음이 편않나 공간이었다. 물론 지금 가지고 있는 이 힘 때문에 어린 나이에 쫓겨나 지금껏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만.

 

 

 다시 눈을 뜬 미로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심스레 불어온 바람은 너울의 얇은 천을 흩트려 놓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로 저 멀리 몸을 낮춰 사냥감을 노리는 얼핏 보면 호랑이처럼 생긴 것이 똑바로 미로를 경계하며 응시했다.

 

 호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커다란 뿔이 이마에 박혀 있었고, 털도, 털의 무늬도, 몸집도 호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미묘한 구석이 있었다.

 

 

 생각보다 거대한 마물의 크기에 미로는 조금 곤란한 듯 웃었다.

 

 "이건 좀 반칙-"

 

 

 중얼거림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마물이 발톱을 세워 미로를 향해 그 거대한 발을 휘둘렀다.

 반사적으로 피한 미로는 마물의 발톱에 쉽게도 찢겨진 너울의 얇은 천을 보며 더욱 곤란함을 내비쳤다.

 

 '이건 진짜 곤란한데..'

 

 

 가지고 있는 수면초 정도로는 택도 없을 거대한 몸집에 빠른 움직임.

 미로는 입술을 꾹 깨물고 곤란한 미소와 함께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 목숨을 내버리고 따라온 어리석은 이는 없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난 정화해줄 수 없어서.."

 

 

 넘실거리는 너울의 얇은 천 사이로 그녀의 머리가 하얗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크와아아앙!!!!

 

 고막을 찢을 기세로 거대한 울음소리를 내뿜은 마물은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발을 위로 치켜들었다.

 

 

 바람을 가르며 휘둘린 그 육중한 마물의 발은 미로에게 닿지 못하고 땅에서 순식간에 솟구친 두꺼운 나무뿌리에 가로막혔다.

 때문에 더욱 화가 난 듯 고막을 찌르는 울음소리와 함께 마물은 사정없이 발을 휘둘러 나무뿌리를 내려쳤다.

 

 

 "그렇게 험하게 대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여기가 숲속이라는 걸 잊지 않았다면 말이야."

 

 곱게 휘어진 입술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마물의 날카로운 발톱으로부터 미로를 보호하던 나무뿌리가 빠르게 마물을 덮쳐 그 몸을 꽁꽁 묶었다.

 몸부림치며 더욱 크게 울어 대는 마물에게 다가간 미로는 손에 수면초 뿐만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던 모든 약초가 들려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정화 방법을 몰라."

 

 양손에 들려 있던 약초를 몽땅 마물의 몸에 꽂아 넣은 미로는 발버둥치던 그 거대한 마물이 축 늘어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커다란 천으로 마물을 감싸 만물상의 수레 뒷자락에 매달았다.

 

 마물 정화는 왕녀의 몫임으로 자신은 그저 이 마물을 왕국군쪽에 넘기면 되는 것이지만..

 

 만물상의 수레보다도 더 큰 듯한 마물을 뒤에 매달고 나니 미로는 다른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토토마을까지.. 이거 어떻게 끌고 가지?'

 

 깊은 한숨을 내쉰 미로는 이내 있는 힘껏 수레를 밀고 숲을 벗어났다.

 

 

 

 

 

 ***

 

 

 토토마을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라기보다 거대한 마물을 끌고 가야 했기에 너무나도 힘든 여정이었다.

 도착한 토토마을에서 다 때려치우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찌만 그렇지 않아도 눈에 띄는 마녀 만물상 뒤에 거대한 천으로 감싼 무언가라..

 자칫 잘못해서 누군가 손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러니 별 다른 선택지 없이 토토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미로는 자신의 몸집의 몇배는 되어 보이는 천을 질질 끌고 가디언의 부대를 찾았다.

 

 

 가디언. 그들은 왕국 직속 기관으로서 아주 작은 마을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나 있었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며 붙잡은 범죄자나 요괴, 마물을 왕국군에 넘기는 일을 했다.

 

 부대의 입구를 지키던 가디언 두 사람 중 하나가 거대한 천을 끌고 있는 미로를 의아한 얼굴을 하고 바라봤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러자, 미로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더욱 고개를 숙이며 손에 쥔 천 끝자락을 그에게 건넸다.

 얼결에 그것을 받아 든 가디언은 너울을 쓴 가냘픈 여인과 그 몸집의 수배는 되어 보이는 천으로 감싼 덩어리를 멍청한 얼굴로 번갈아 바라봤다.

 

 

 "루호마을 근처 숲에서 잡은 마물입니다. 왕국군에 넘겨주세요."

 

 천이 감싸고 있는 그 무언가가 너무나도 거대해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끌고 온 것인지.. 끌고 오는 것을 두 눈으로 봐 놓고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 이름을 남기셔야 하는데.."

 

 그의 말에 너울을 살짝 매만진 미로가 나지막이 말했다.

 

 

 "괜한 염려이겠지만.. 가디언의 칭호를 얻은 자가 왕녀가 아닌 노블에게 충성을 하지는 않겠죠?"

 

 

 이름을 남기는 대신 중얼거린 미로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조용히 멀어져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무언가에 홀린 듯 넋 놓고 바라보던 그가 천을 살짝 들춰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으아아악!!!"

 

 깜짝 놀란 그가 손에 들었던 천을 놓치며 바닥에 털썩 넘어졌다. 그 모습에 입구를 지키던 다른 이가 달려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는 그가 들췄던 천을 슬쩍 바라보고는 험악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미로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저 사람이구나.. 그 마녀."

 

 

 

 

 

 ***

 

 

 '특별한 거란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았다.

 

 소파에 몸을 파묻고 향초를 피워 놓은 미로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거대한 마물을 옮기느라 쌓였던 피로도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팔을 들어올려 기지개를 쭉 편 미로는 떨쳐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일하자, 일."

 

 

 

 마범죄자가 숨어들었다는 토토마을의 영험하기로 소문난 귀산.

 아직 이곳에 왕국군도, 노블의 사병도 온 흔적이 없으니 자신이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이라는 확신을 하며 너울을 쓴 미로가 막 만물상을 나서 자물쇠로 문을 잠갔을 무렵이었다.

 

 "의뢰를 들어준다는 만물상의 마녀가 자네인가?"

 

 돌아본 그곳엔 자신보다 머리 하나만큼 키가 작은 노인이 서 있었다.

 자물쇠를 잠근 열쇠 꾸러미를 주머니에 넣으며 노인과 마주선 미로가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의뢰를 하나 할까.. 하고 와봤소만.."

 

 자꾸만 뒤를 힐끔거리며 말하는 노인을 보며 미로는 잠시 고민했지만 판단은 빨랐다.

 

 "아.. 지금은-"

 "저주를."

 "예?"

 

 미로는 마범죄자 쪽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나중으로 미루려는데 돌연 들려온 말에 귀를 의심했다.

 

 "저주를 의뢰하고 싶어서."

 

 

 이 땅에 태어난 마녀가 모두 저주의 힘을 타고나는 건 아니었다.

 마녀는 대부분 약초학에 능한 이들이었고 그들의 힘은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그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저주.'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맑은 녹금안이 너울 너머로 노인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해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자꾸만 자신의 뒤를 힐끔거리며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노인을 보며 미로는 얇은 너울의 천 너머로 주변을 살폈다.

 특별히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수상한 인물은 없었으나, 노인의 초조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녀면서.."

 

 불안한 얼굴로 뒤를 살피던 노인이 작게 중얼거리자 미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주의 힘을 타고나는 마녀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마녀라는 존재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가 저주의 힘을 타고나는 마녀는 더더욱 흔치 않을 뿐.

 누군가를 저주하는 힘을 가지고서 사람을 해하지 않는다니 우스울 수 있다.

 

 하지만 미로는 그것보다도 방금 전 아주 작게 중얼거린 그 목소리가 더욱 신경 쓰였다.

 

 

 누가 들어도 그건 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직 앳된 목소리.

 

 

 가만히 노인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미로는 열쇠를 열고 다시 만물상 안으로 들어가 한 손에 쥐어질 만한 크기의 작은 목각인형을 들고는 다시 나왔다.

 

 "저주는 안되지만 이건 선물로 드릴게요."

 

 미로는 목각인형을 노인의 손에 쥐어 주고는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

 

 로단테 왕국에 존재하는 네 개의 대도시.

 녹스(NOX), 에스타스(AESTAS), 마네(MANE), 그리고 프리나(PRUINA).

 

 그중 밤은 길고 낮은 짧아 밤의 도시라 불리우는 녹스에 매우 가깝게 위치한 마을이라 그런지 날이 어두워지니 토토마을의 번화가는 더욱 빛이 났다.

 사람들도 모두 들뜬 얼굴들.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울을 쓴 미로는 마을 사람들이 귀히 여기는 영험하다는 산에 다가섰다.

 

 가히 귀히 여길 만도 한 것이 달빛을 머금어 은은하게 빛이 나는 그 산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 했다.

 

 높게 솟은 나무위에 앉아 밤공기를 만끽하던 미로는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검게 물든 마력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밤공기.. 좋다."

 

 

 밤이 깊어 그 아름다움을 더욱 뽐내는 귀산.

 영한 생명이 살고 있다고 하여 귀히 여기며 산을 침범하지 않는 마을사람들. 그렇기에 이런 곳에 숨어 들면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다.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다가오던 검은 마력은 작은 소란으로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얌전히 따라와!"

 "놔!! 놔 이자식들아!! 이 버러지들아!!"

 

 

 미로보다 머리 하나는 작을 듯한 어린 남자아이를 붙든 장정 여럿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 맨 앞을 걷고 있는 것이 바로 미로가 찾는 마범죄자.

 

 "하필이면 상극이란 말이지."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무 아래를 지나치는 무리를 바라보던 미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납치한 것인지 어쩐 것인지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그 무리를 쫓기 위해 가벼운 몸짓으로 폴짝 나무위에서 뛰어내렸다.

 

 

 걸음을 옮기던 그들은 어느정도 산속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붙들고 있던 아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미로는 딱히 숨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들에게 당당히 다가가고 있었지만 그녀를 눈치챈 이는 없었다.

 

 

 "고발? 가디언에? 왕국군에?"

 

 바닥에 넘어진 아이는 두 눈에 살의를 담고서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우습다는 듯 부들부들 떠는 아이를 보며 근처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 들었다.

 

 

 "네가 그놈들의 마지막을 못 봐서 이러는 거지? 살아남았으면 죽은 듯이 있었야지. 괜한 짓을 하니까 이거봐, 이렇게 죽게 되는 거잖아."

 

 

 남자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나뭇가지 끝엔 어둠을 집어삼킬 듯 빨간 불이 붙었다.

 남자의 손에 든 나뭇가지가, 아이의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듯한 그 붉은 불길이 아이의 눈동자로 서서히 다가갈 즈음.

 

 

 

 "뭐, 뭐야!!"

 

 지척까지 다가선 미로를 그제야 발견한 무리 중 하나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고함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의문의 너울을 쓴 여자가 있었다.

 당황한 그가 한걸음 물러나자, 미로는 그의 손에 든 것이 거슬리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거봐. 상극이라니까."

 "뭐, 뭐야 너!!"

 

 당황하여 소리치는 남자를 바라보던 미로는 힐끔 바닥에 넘어져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아이를 바라봤다.

 

 

 "자, 다 큰놈아 어린애는 그만 괴롭히고. 이제 나한테 잡히자."

 "뭐? 무슨 헛소리야! 이런 정신나간 년이!!"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내던지자, 미로가 손을 뻗어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허공에 띄웠다.

 

 

 "염력계 마녀? 마녀가 나한테 무슨 볼일 이지."

 

 불을 꺼트린 나뭇가지를 바닥에 떨어트리며 미로가 너울의 천을 걷어 올렸다.

 

 

 "말했잖아? 나한테 잡히자고."

 

 

 

 

 *

 

 아인 바르베로타. 극단에서 나고자라 극단 식구들이 가족이었던 아이.

 마범죄자 목격 제보를 했다는 보복으로 그들은 모두 그 마범죄자에게 살해당했다.

 

 너무나도 거대한 악의 존재였던 그 마범죄자가.

 

 

 퍽. 퍼억.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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