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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판타지 단편전
작가 : 마소티
작품등록일 : 2017.10.30

마법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세계
인간들에게 주어진 마나는
신의 안배인가, 결락인가.
그저 오늘도 살아갈 뿐이다.

 
선악의 전쟁 (2)
작성일 : 17-10-30 21:42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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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퀴넬리언 더 프라임 소드 (2)

 

 죄수 호송 행렬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길.

 

 오톤 기사단장은 지저분한 골목길 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번쩍거리는 중갑을 걸친 그는 그 공간에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부조리로써 존재하고 있었다.

 방금 열거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유형화된 기운이 봄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마냥 부풀거리며 상당한 존재감을 풍기는 것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분노 서린 모습이었다. 사지를 크게 떨며 작은 종이쪽지를 뚫어져라 노려보는 그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 그 자체였다.

 

 "제국 놈들.......천한 야만족 놈들.......용서치 않으리라......!"

 

 한 손으로 사납게 종이를 구겨버린 그는 손에 든 것을 땅에

 던져버렸다. 검게 타 버린 종이가 땅에 닿기도 전에 재가 되어

 스르륵 가라앉았다. 손을 턴 그는 큰 동작으로 몸을 틀어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가 떠나자, 뒷골목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음울함과 축축함이 가득한 보통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때, 두 명의 작은 인영이 한 폐건물 내부의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소년과 소녀였는데, 소녀는 보랏빛 더벅머리에 감색 민무늬 원피스를 입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소년은 여전히 반쯤 어둠 속에 잠겨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달음박질 도도도 걸어간 소녀는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바닥의 잿가루를 슬슬 어루만졌다.

 

 "올~저 아저씨 박력 넘치네."

 

 "만만히 볼 인물이 아냐. 소드 엑스퍼트 최상급의 기사다. 내가 볼 땐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소드마스터 바로 아랫등급이다. 아마 저 경지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이지만........"

 

 "어째서? 계단 위엔 항상 다음 계단이 있는 법이잖아?"

 

 "바로 써먹는구나."

 

 "그러엄."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소년의 모습은 굉장히 수수해 보였다. 다만 과하게 귀티가 나는 얼굴 덕분에 소녀와는 달리 눈에 더 잘 띄었다. 소매를 걷어붙이는 소년의 손에는 손가락에 비해 과하게 커서 손가락 끝마디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반지가 도드라졌다. 푸른 광석이 박힌 투박한 반지였다.

 

 소년은 천천히 손을 들어 반지를 입 앞에 갖다 대었다.

 

 "흐으읍---푸후우---"

 

 돌연 크게 숨을 들이쉰 소년이 한껏 볼을 부풀렸다가 크게 숨을 내뱉자 반지에 박혀 있던 푸른 보석이 녹아버리듯 사라지며 옅은 푸른빛 반짝이는 기체가 되어 하늘하늘 흘러나왔다. 기체는 잠시 동안 공중에서 몽실 거리다 푸르르-하는 소리와 동시에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다만 그것의 등에는 곤충의 날개처럼 얇고 긴 날개 2쌍이 달려 있어 파르륵 날갯짓하며 공중에 가만히 정지 비행했다.

 

 "루리."

 

 "안녕 마스터! 오랜만이네! 그 모습도 오랜만이구!"

 

 "인사는 나중에."

 

 "흥! 이제 나도 마스터가 내 인사 안 받아줄 거 알거든! 그래서 시킬 게 뭐야?"

 

 소년은 손가락을 들어 바닥에 내리깔린 잿더미를 가리켰다.

 

 "복원해."

 

 "엥? 그건 마스터 특기잖아. 내가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마나도 딸려서 힘들 거 같은데~ 다른 애 시키면 안 돼?"

 

 "챙긴 게 이것뿐이라서."

 

 소년이 손을 들어 반지를 보여주자 공중에서 파라락 날갯짓하던 존재는 흥분한 듯 붕 공중제비를 돌았다.

 

 "열심히 할게 마스터!"

 

 들뜬 목소리로 외친 루리는 골목을 크게 한 바퀴 돌더니 무너진 돌담 사이로 무성히 자란 잡초 잎사귀에 사뿐히 내려섰다. 그리고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찔러 들어간 작은 손이 사라졌다. 낑낑거리며 팔을 벌리자 공간에 균열이 일면서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그 속으로 들어갔다.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닥거리던 소녀는 소년에게로 고개를 휙 돌렸다.

 

 "쟤들이 사는 곳은 시공간 제약이 없다는 게 사실이야?"

 

 "정확히는 태초령만 출입이 가능한 특이차원계가

 있다고 해야겠지. 인간이 들어갔다가는 시공간 뒤틀림으로 흔적도 남지 않고 소멸."

 

 "말 그대로 사라진다? 영혼은?"

 

 "알면서.......영혼은 영원불멸. 다만 시공간 개념이 없는 차원에서의 죽음은 명계에서도 인지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럼 그 검은 옷 쫙 빼입은 오빠야 일 하나 줄겠네."

 

 "명계사자들. 재미없는 녀석들이지."

 

 잠시 대화가 끊겼다. 소년은 루리가 사라진 공간을 잠시 응시하다 가만히 시선을 정면으로 옮겼다. 그런 소년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예의주시하던 소녀는 양팔, 양 다리를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으그긋~~으음. 근데 왜 태초령이라고 부르는 거야? 대부분 정령, 요정 이렇게 부르지 않나?"

 

 "흐음."

 

 소년은 살짝 고개를 기울여, 손등으로 턱을 받쳤다. 잠시 생각하는 소년은 귀찮은 기색을 내진 않았다.

 사실 소녀도 소년이 귀찮아할지 어떨지는 상관하지 않는 듯 했다.

 

 "요정은 자연계열. 정령은 마나계 계열. 태초령은 차원 위시적 개념의 존재들이지. 비슷하다면 비슷하지만 달라."

 

 "자연계열이랑 마나계 계열은 아는데..."

 

 "아직 멀었어. 더 공부해."

 

 "이익!! 너랑 나랑 비교하는 건 너무하잖아!"

 

 "후후."

 

 발끈하며 작은 주먹을 콩콩 내려치는 소녀의 모습에 소년은 그저 소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허탈해졌는지 고개를 뒤로 젖힌 소녀. 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근데 아까부터 뭘 그렇게 만지작거려?"

 

 "........"

 

 "반지?"

 

 "음."

 

 ".......소문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 정말 무섭긴 무섭구나."

 

 "그건 또 뭔 소리냐."

 

 "자연계, 마나계, 그 뭐시기......어쨌든! 영을 사역체로 묶어놓은 매개체만 수십 개나 된다며?"

 

 "언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

 

 ".......그, 그렇지? 하하!"

 

 "348개. 그 중 39개는 깨먹었고 두 개는 누구 줬던가? 확실하지는 않으니 소문 내지 말도록."

 

 ".......히끅!!"

 

 소년은 피식 웃어주고는 아예 눈을 감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소녀도 잠시 소년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뚱한 얼굴로 뒷골목 풍경만 이리저리 눈에 담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긴-어림잡아 10분 정도-정적이 흐른 뒤.

 

 툭, 찌이익-

 

 "왔군."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던 소년이 한쪽 눈을 치켜떴다. 순간 평범하기 그지없던 푸른 눈이 자홍색으로 번뜩였다.

 살짝 찢어진 공간 틈 사이로 무언가가 삐져나왔다. 그것은 쪽지였다. 그 쪽지를 붙잡은 작고 여린 손은 쪽지를 공간 밖으로 밀어내려고 안간힘 쓰고 있었다.

 소년이 손가락질을 까딱 하자 쪽지가 쑥 하고 찢어진 공간 틈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그 쪽지를 붙잡고 있던 루리는 덩달아 공간 밖으로 끄집어져 허공으로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으냐아아-아- 어지러~~!!"

 

 "오오! 진짜 되는구나! 마법도 없이!"

 

 "......"

 

 "몇 년째 아티오네츠 여파가 없어지질 않아서

 웬만한 마법은 쓰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빨리 펴 봐, 보자!"

 

 "주인님 바보! 진짜! 루리는 팔이 빠져라 낑낑대면서 인간 주머니에서 몰래 쪽지 빼오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거든?! 근데 나는 신경도 안 쓰고! 이렇게! 확 잡아채면! 흥, 나빠!"

 

 "근데 정령은 마나생물이잖아? 아티오네츠에 영향 안 받나?"

 

 "바보! 이 루리는 태초령이야! 이 차원계랑 같이 태어난 대단한 존재라고! 그런 하급 령들이랑 비교하지 말아줄래?

 흥! 못생긴 게."

 

 "헤헤. 귀여워."

 

 "........뭐? 뭐래.......흥"

 

 "너희 둘.......조용히 좀 해라."

 

 "아, 알았어......."

 

 "흥."

 

 소년은 망설임 없이 쪽지를 펼쳤다.

 그러나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 종이였다.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루리와 소년을 한 번씩 번갈아 쳐다봤지만 누구도 내색하지 않기에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소년은 빈 종이를 들고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그의 상념은 길지 않았다. 그의 버릇인 손가락으로 딱, 소리내기를 하고 바로 루리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루리, 머리카락 한 올만 줘."

 

 "어.......응 여기."

 

 루리가 자기 머리카락을 뽑아다 주자 소년은 자기 손가락 마디보다도 짧은 그 머리카락을 엄지와 검지로 잡은 채 슬슬 비볐다. 그러자 옅은 하늘색의 가루가 종이 위로 떨어졌다.

 그 가루를 본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툭 내던졌다.

 

 "비듬야?"

 

 "아니거든!!!!!!"

 

 "아 깜짝아.......농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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