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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1만 특성이다.
작가 :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7.10.30

재능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죽음과 함께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
이번에는 1만 개의 특성과 함께한다!

 
스테이지 제로 (Stage Zero), 인정 (1)
작성일 : 17-11-04 01:48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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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피조물이여, 짐이 먼저 그대를 시험해보도록 하겠노라.”

 

 한 명이 나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도저히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존재감.

 숱한 고통을 이겨내었지만, 본능에 심어진 공포감은 어쩔 수 없었다.

 덜덜 떨리는 몸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런 몸을 멈추려는 의미 없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말 한마디를 뱉으려 했다.

 

 “미천한 피조물이 감히 위대하시고, 또 위대하신 분에게 묻겠습니다. 창조주님의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심기를 거스르면 죽는다.

 해서, 최대한 정중하게 보이려 노력했다.

 다행히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싫진 않은 모양이었다.

 

 “과연, 분수를 잘 알고 있는 인간이로구나. 사마엘이 극찬할 만도 하군.”

 “영광입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대답했다.

 창조주라는 이들의 압박감은 그 정도였다.

 

 “짐은 얄다바오트라고 하네만.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예, 있습니다.”

 “호오. 필멸자가 짐을 안다고? 더욱 놀랍군. 짐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아는가?”

 “창조, 그리고 혼돈을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얄다바오트.

 어쩐지 독선적이고 오만한 말투를 사용한다 했다.

 그는 창조주들 중 가장 창의력이 뛰어나기는 하나,

 광기와 오만함이 넘쳐나기에 과소평가 받는 인물이었다.

 

 “매우 잘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짐의 인정을 받는 것 또한 쉬울 터.”

 

 그 말이 끝나고, 그를 포함한 다른 창조주들의 압박감이 사라졌다.

 

 [ 얄다바오트의 특별 시련. ]

 

 대신, 떠오른 것은 메시지 창.

 시련 속의 시련이라니?

 이런 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아무리 EX+++ 랭크의 권능의 시련이라지만 말이다.

 

 [ 창조하라. ]

 [ 감동시켜라. ]

 “…이건?”

 [ 짐을 만족시켜 보거라. ]

 

 굽히고 있던 무릎을 펴고서 일어났다.

 얄다바오트의 목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정작 그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다양한 도구들.

 최고위 연금술사나, 대장장이들이나 봤을 법한 귀한 도구와 재료들이었다.

 그야말로 창조를 위한 장소.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창작과 관련된 특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은 창조주.

 ‘창조’를 하는 이가 평범한 ‘창작’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추가적인 재료의 주문이 가능합니까?”

 [ 가능하다. ]

 “인간 한 명. 그리고, 렛트킹 한 마리를 주십시오.”

 [ 인간과 렛트킹을 요구한단 말인가?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피조물이로구나. ]

 

 

 역시 지켜보고 있었는지, 허공에 질문을 던지자 바로 답해주었다.

 여기에 있는 재료들도 충분히 대단한 재료들이었다.

 전생의 나였다면 단 한 번도 만져보지 못 해보았을 만 한 대단한 재료들.

 여기에 있는 게,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였다면 순수한 창작물만으로도 얄다바오트에게 인정 받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재능이 없다.’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는 사실.

 만약 재능이 있었더라면 전생에서 그리 고생을 했을리가 없다.

 결국, 아무리 도움이 되는 특성이 많더라도 이곳을 자력으로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한 번 실력을 보도록 할까. ]

 

 하늘에서 두 개의 생명체가 기절한 채로 떨어졌다.

 평범한 인간 한 명. 그리고 쥐 계열의 몬스터, 렛트의 리더인 렛트킹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대체 무엇을 하려 드는 것인지 의아할 터.

 

 ‘나는 창조주가 깜짝 놀랄만한 창작을 하지 못한다.’

 

 특성의 힘을 빌리더라도 불가능한 일.

 그렇지만, 한 특성으로 불가능하다면 다른 특성으로 시도하면 된다.

 

 ‘절대복제.’

 

 [ 특성 / 절대복제 (Absolute Copy) (S)가 발동됩니다. ]

 [ 소모형 특성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

 

 내가 만들지 못한다.

 그러면, 남이 만든 걸 베낀다.

 

 [ 복제하고 싶은 대상을 떠올리며, 재료를 준비해 주십시오. ]

 

 자신이 ‘알고 있는’ 대상을 복제할 수 있는 특성, 절대복제.

 재료가 같으면 같을수록 복제품도 진품과 흡사해진다.

 원래 계획은 이런 곳에서 쓰는 게 아니라, 세피로트에 진입한 후 성검 같은 무기의 복제를 만들려던 생각이었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살아남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절대복제를 발동시키고,

 전생에서 보았던 대상을 떠올리며 인간과 렛트킹의 위에 손을 올렸다.

 재료는 확실하다.

 

 “쮜-익-! 주인-!님-! 찍-!”

 

 그러자.

 기절해 있던 두 생명체가 사라지고, 새로운 하나의 생명이 탄생했다.

 면밀히 말하자면 ‘합쳐’졌다고 해야하리라.

 새로운 인공 생명체, 키메라.

 전생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 불리던 자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아직도 그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다.

 

 [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더냐! ]

 

 오만하다 알려진 얄다바오트답지 않게 당황한 모습.

 아까운 절대복제를 사용한 값은 톡톡히 한 것 같았다.

 

 [ 인조 생명체라니? 이건 완전히 창조의 영역이지 않은가! ]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대단한 일이긴 한 것 같았다.

 오죽하면 전생에서 얄다바오트가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꿈속에 나타나 극찬을 했다는 소문마저 돌았겠는가?

 지금의 반응을 보니 완전히 헛소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련은 합격입니까?”

 [ 네 놈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더냐? 일개 피조물이 어찌 이런 일을… 심지어 도구조차 사용하지 않았다니. ]

 

 심지어 만들었던 키메라를 가져가기까지 했다.

 방 안에서 계속 찍찍대던 쥐 인간이 사라졌다.

 제 나름대로 분석이라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약 오분 가량이 지나고.

 

 [ 그랬군, 그랬어. 아니, 이럴 게 아니라 내 직접 그리로 가야겠네. ]

 

 갑작스럽게 사라졌던 존재감이 다시 엄습해왔다.

 얄다바오트가 바닥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창조를 하지 않았던 거지. 아니, 창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다른 멍청이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하더라도, 짐은 알 수 있네.”

 ‘그걸 어떻게?’

 

 ‘절대’모방이라는 이름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이름 앞에 절대라는 말이 붙었다는 말은, 즉 ‘권능’의 영역에 놓여 있다는 말.

 신마저도 속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하는 당연한 상식이었다.

 

 “인과율이 비틀렸군, 아닌가?”

 

 얄다바오트가 얄궂게 웃음지으며 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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