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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1만 특성이다.
작가 :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7.10.30

재능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죽음과 함께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
이번에는 1만 개의 특성과 함께한다!

 
스테이지 제로 (Stage Zero), 시련 (7)
작성일 : 17-11-03 03:10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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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벙인은 언제나 범행 장소를 찾아온다.

 설령 그게 네크로맨서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 이제 슬슬 일어나는 게 좋을 것 같음. ]

 

 잠시 눈을 붙이고 잠을 청하다가, 룰 브레이커의 메시지가 떠오르자 졸음을 쫓으려 눈을 크게 떴다.

 

 “놈이 왔나?”

 [ 더 이상 참견할 수 없음. 조언은 여기까지임. ]

 “알았다.”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까지 인기척은 없다.

 숨을 죽이고, 평범한 오크 언데드인척 주변을 배회한다.

 그러기를 잠시.

 

 ‘루안?’

 

 평범하게 보이는 좀비 한 마리가 저택 근처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만은 익숙했다.

 간혹 아리엘의 저택에 갈 때마다 보았던 루안과 같았다.

 

 ‘역시 올 줄 알았다.’

 

 화염이 불타고 있을 땐, 혹여 불타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다가 이제야 온 것이리라.

 불도 언데드의 천적이었으니.

 나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잠시동안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지켜본다.

 루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천천히 모든 것이 불탄 저택 속으로 걸어 들어가려 했다.

 기회는 지금,

 소리를 내지 않고 천천히 루안의 뒤로 다가간다.

 남은 거리는 대략 5미터.

 놈이 눈치를 채곤 뒤를 돌아볼 때.

 

 “죽어라.”

 

 블랙우드 타이거를 사냥하기 전, 성수를 발라놓은 검을 드디어 꺼냈다.

 어차피 들킨 이상 최대한 빠르게 접근한다.

 전력을 다해서 뛰어가자 루안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 뭐냐!?”

 

 역시 보통 좀비가 아니었다.

 흑마법을 사용했는지, 중간에 뼈로 된 벽이 세워졌다.

 하지만 성수를 바른 검에는 상대가 될 수 있을리가 없다.

 빠르게 철거하고선 도망치는 녀석의 뒤를 쫓는다.

 신체 능력은 확실히 이쪽이 더 낫다.

 그렇지만 놈도 쉽게 잡힐 마음이 없어 보였다.

 주변에 있던 모든 언데드들이 이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래야 희생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주머니에서 라이터와 수제 폭탄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고통이 느껴졌다.

 살과 뼈가 타들어 간다, 그러나 한 번에 죽지 않아 끝없는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고 있었다.

 세상이 화염으로 가득했다.

 뜨겁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성대마저 탔는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발버둥 치고 싶어도 발버둥 치지 못한다.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고통.

 

 미쳐버릴 것만 같은 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환각?’

 

 루안이 쓴 정신 마법 같았다.

 확실히, 이 시점에서 정신 계열 내성이 있을 리가 없다.

 충격이 너무 컸는지, 손에 힘이 풀리며 수제 폭탄을 떨어트렸다.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며 다시 주웠다.

 루안은 아직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빠르게 달려간다면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고통이 떠오른다.

 던지면, 그다음에는? 고통을 또 한 번 느껴야 하는 건가?

 고개를 돌리자, 왼쪽에는 마치 여기로 나가라고 누군가 손짓이라도 하듯 길이 훤히 열려 있었다.

 정면에는 아직 루안이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었다.

 

 ‘포기는 없다.’

 

 추측이 맞다면 이것이 시련의 마지막 관문.

 다시 한번 고통을 느껴도 상관없다.

 현실에서 도망치면 결국엔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몸은 여전히 전진을 거부하지만, 굳은 의지가 몸을 억지로 끌고 나간다.

 

 “대체, 대체 뭐가 문제냐! 나는 그 녀석에게 복수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리엘, 그 자식이 얼마나 비겁한 녀석인지 아나?”

 “네 사정 따위는 모른다.”

 

 언데드보다 내가 더 빠르게 따라잡았다.

 이제는 방도가 없는지 동정심에 호소하려 들었다.

 그러나 놈은 모른다.

 네 사정이 있다면, 내 사정도 있다.

 

 “그러니 같이 죽으면 공평하겠지?”

 

 수제 폭탄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던졌다.

 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루안도, 나도, 그리고 뒤늦게 달려오던 언데드들도.

 모두가 폭발에 휩쓸렸다.

 예상하던 고통은 없었다.

 

 [ EX+++ 랭크로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

 

 다만, 기대하던 문장이 떠올랐을 뿐.

 해냈다.

 

 [ 네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

 

 “힘들어 죽겠는데 쉬게 두지도 않는군.”

 

 기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다음 시련 장소로 주변이 변화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환각에서 깨어났다고 해야 하리라.

 전생을 따라 한 환상들이 산산조각이 나고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 네 번째 시련, 지혜. ]

 

 ‘이게 되려나?’

 

 사실, 지혜의 시련은 조금 도박수로 깰 생각이었다.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

 

 [ 어떤 것으로 당신의 지혜를 시험해보시겠습니까? ]

 

 “특성 이름 많이 대기, B- 등급 이상.”

 

 [ 정말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

 

 “예.”

 

 지혜의 시련은, 그냥 간단하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로 지식 대결을 펼친다.

 그게 전부.

 그러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이거다.

 

 [ 대전 상대가 정해집니다. ]

 

 “반갑소, 열심히 해봅시다.”

 

 하얀 백발의 노인이 바닥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광폭화.”

 “허허, 젊은이가 꽤 빠르구먼. 그럼 나는 소드 마스터리로 하기로 할까?”

 

 계속해서 이어지는 특성의 이름들.

 그는 기억 속에서 이름들을 떠올리는 듯, 답변하면 할 수록 조금이지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특성창만 열어도 특성 1만 개의 이름이 그대로 나오는데, 이걸 안 써먹을 이유가 없지.’

 

 그냥 특성창을 보고 말한다.

 다 말하면 다음 페이지 누르고 또 말한다.

 그게 전부다.

 

 “..자네, 진정 초보자가 맞는가?”

 “왜 아니겠습니까?”

 

 특성의 이름을 대략 오천 개 정도 댄 시점.

 백발 노인이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보자가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양의 특성들을?

 그가 이유를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그래서, 못하시겠습니까?”

 “아닐세, 아닐세. 아직, 아직이야.”

 

 그렇게 다시 한번 지루한 대결이 이어지고.

 슬슬 말한 특성이 구천 개가 조금 넘었을 즈음.

 

 [ 축하드립니다, 대전 상대를 꺾어버리셨습니다! ]

 [ EX+++ 랭크로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

 

 결국 노인은 백기를 들었다.

 대전 상대를 이긴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그러나 그게 일어났다.

 결국은 상대도 인간이었기에.

 B-급 이상의 특성이라고 못을 박아놓은 것 역시 주효했다.

 그 미만의 특성은 나에게 없었으므로.

 

 ‘진짜 초보자는 절대 EX+++ 랭크를 받지 못하겠군.’

 

 어떤 주제를 선택하더라도, 전체적인 난이도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EX+++ 랭크가 초보자에게 특성 구천 개의 이름을 대라고 시킨다?

 대체 다른 주제에선 무슨 짓을 해야 같은 랭크를 받아낼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시련만이 남았나.”

 

 마지막 시련인 권능의 시련.

 사실, 아직도 그 시련이 무슨 시련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마지막 시련에서만은 각각 다른 시련을 받았기 때문.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랭크를 차차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떨어지거나, 통과하거나.

 랭크는 지금까지 본 시련들의 평균 랭크로 이루어진다.

 그 뜻은 곧, 시련이 EX+++ 등급이라는 말.

 

 [ 마지막 시련이 시작됩니다. ]

 

 지금까지는 느껴지지 않은,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투지의 시련에서 상대한 용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많은 특성들조차 그 압박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굴복했다.

 인식조차 못하고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무슨?’

 

 양다리를 모두 꿇고 고개는 바닥으로 향하는 치욕적인 자세.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인가?”

 “흥미로워, 흥미로워.”

 “…훌륭한 인간.”

 “대단한데?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야.”

 

 목소리 네 개가 한꺼번에 들려왔다.

 알고 있는 목소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본능적으로 그들이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창조주들.’

 

 사마엘을 제외한 네 명의 창조주.

 얄다바오트, 사타나엘, 야훼, 그리고 사탄.

 그들과 한 공간에 있었다.

 [ 마지막 시련, 권능. ]

 [ 다섯 명의 창조주들에게 인정받아라. ]

 [ 사마엘 – 완료 ]

 [ 얄다바오트 – 미완료 ]

 [ 사타나엘 – 미완료 ]

 [ 야훼 – 미완료 ]

 [ 사탄 – 미완료 ]

 

 ‘미친.’

 

 사상 최악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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